앞에 있는 직원이 지각을 했다. 멀쓱한 얼굴로 들어올때의 난감한 표정... 잘 아는 녀석인지라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대처방법은 참 뻔뻔했던것 같다. 사무실 친한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컴퓨터 켜고 책상위에 노트를 펼쳐놓게 한후 평상시 잘 입지도 않는 근무복을 창문밖으로 던지라고 한다. 그리고 복장을 최대한 회사안에 있던 것처럼 꾸민후 어디서 일하다 온 것처럼 팔 걷어부치고 위풍당당하게 핸드폰 통화하면서 들어가곤 했는데...꼭 그런날은 목소리 큰 녀석이 지나가면서 아는체 한다. '지금 출근해?'라고 떠들면서...웬수 같으니라고...이런 상황에서는 가급적 윗사람과의 눈마주침은 피해야 한다. 

그런 상황을 연출하다 딱 한번 팀장님이랑 눈이 마주친적이 있는데, 그때의 난감함이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그냥 둘이서 웃었다. 그러면서 팀장님이 '학교좀 일찍 나와라' 고 하더군. 거기서 끝냈으면 될것을 괜히 분위기좀 더 화기애애하게 만든다고 ' 그래도 제가 부장님보다는 출석이 좋잖아요. 하하하' 라고 했다가 박살날뻔했다.

처음에 한두번 정도 써먹기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써먹으면 인간취급 못봤지만 한두번은 걸려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대범한 행동거지 그리고 순간의 웃음이 주는 한순간의 화기애애한 사무실 분위기가 지각을 충분히 무마시킨다.

P.S ( '회사 출근하다'를 '학교 간다', '미리 제출하지 않은 휴가'는 '결석', '반나절 휴가'는 '조퇴', '업무시간에 몰래 먹으러 갈때'는 '소풍' 이라고 농을 주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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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4-1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무복을 준비하는 치밀함에 연기까지...ㅎㅎ 그래도 유머가 많이 통하는 회사 같아요..

비로그인 2004-04-14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잉크냄새님, 항상 올곧은 행동만 하실줄 알았는데, 지각에 대처하는 방법이 너무 깜찍하신데요~ ^^ 특히 소풍이 맘에 들어요!! ㅎㅎ 화기애애한 직장분위기 같아 좋네요~

stella.K 2004-04-14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은 방법인 것 같군요. 사람이 범생이만 되란 법있나요? 가끔은 그런 널널함도 있어야 정감이 가지. p.s는 정말 재밌네요. ^^

갈대 2004-04-14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풍가고 싶네요. 지금 당장!!^^

잉크냄새 2004-04-1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 방법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겠죠.
괜히 성질 불같은 양반앞에서 어설프게 사용했다가는...
신입사원때는 파트장급 이상 회의 들어가면 속칭 '우리들 세상'이라고 맘껏 '소풍'다니곤 했죠.
지금이야 파트장 꼬셔서 함께 '소풍' 다니죠.

불량 2004-04-1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무복이 있는 회사에 다니시네요..^^ 저도 '소풍'이 맘에 드네요..하하
 

푸르른 소멸·48
- 증명사진

             - 박제영 -


초로의 저 사내는 특별한 단골이다
일년 중 이맘때 꼭 한번 증명사진을 찍으러 오는데 벌써 이십 년째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으면 대답 대신 웃음으로 넘기곤 했는데
아내 무덤에 해마다 증명사진을 묻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바로 작년의 일이다

웃으세요 요즘은 증명사진도 웃으며 찍는 게 유행이랍니다
(웃는 낯으로 만나셔야지요)

선생이 봐도 이제 몰라보게 늙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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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거 시인가봐요...저렇게 끝나남요? 왠지 읽고 마음이 짠~해지더라는...^^

잉크냄새 2004-04-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는 산문시입니다.
증명사진속의 표정...
궁금하다가도 문득 보아서는 안될 슬픔이 있을것같아 그냥 웃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ﻼﺹﷲﺱﮕﭻﻼﺹﷲﺱﮕ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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ﮏﻡﻖﺊﻱﻼﺹﷲﺱﮕﮏ

나 그대 진정으로 사랑함에 그대의 선택을 존중하려네..

즉, 애정으로서 상대를 구속하는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우주적인 사랑 즉, 모든걸 포용하는 그리스도 의식 또는 관세음 보살의 자비로서 인간적 애욕을 끊고 언제나 우리의 영혼은 하나임을 알고서 그녀를 잠시나마 옭아맺던 나의 매듭(욕심)을 풀려한다는 뜻입니다.

아마 이 시는 벨로트럼 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았던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이 되는데요. 겔리오노프 작품과 공동 그랑프리를 차지했다가 결국 이작품의 어찌할수 없는 심정을 차라리 자신의 가슴에 칼을 내리꽂으면서까지 그녀를 보내줌으로서 더 넓고 깊은 사랑을 택한 그 안타까움이 심사위원들의 가슴을 적시면서 영예의 퀴로뜨레뜨랑상을(그랑프리) 수상했다합니다.

저ﭻﭽﻱﻼﺹﷲﺱﮕﭻﮏﻼﺹﷲﺱﮕﭻﺱﮕ 이란 부분의 뜻은 즉, 내 그대를 놓아주므로써 진정한 그대의 사랑을 얻었네.,,란 뜻입니다. 일종의 역설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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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터넷 싸이트에서 퍼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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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언제나 되어서야 저 경지를 알게되누?....-.-


비로그인 2004-04-1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냉열사님처럼 '님의 침묵'이 떠오르더군요. ^^ 정말 사랑한다면 보내줄줄도 알아야된다는 말, 실천은 무척 힘들거 같아요. 저 글자들 읽을줄은 모르지만, 그냥 보기에는 무척 이쁘네요. ^^

잉크냄새 2004-04-1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꺽어
너의 곁에 두려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어렵다... 정녕 지친 날개는 나의 날개일수도 있거늘...
 




 

 

현재 나의 책상위에 펼쳐져 있는 책들이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한꺼번에 읽지않고 분량이라든가 시간을 정해놓고 읽는 습관이 생겼다. 각 권당 얼마씩의 일정 기간을 두고 읽기 시작해 한권이 마무리되면 그 자리에 어김없이 또 한권의 책이 자리를 차지한다. 모든 책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삼국지나 동주 열국지처럼 장편으로 이어지는 책들인 경우는 마무리 지을때까지 다른 책을 손에 잡는 경우는 드물다. 단편이나 단행본일 경우는 습관적으로 여러권의 책을 펼쳐놓고 있다. 물론 재미나 몰입의 정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보통 나의 책읽기 습관은 이렇게 정신없이 이책 저책으로 옮겨다니는 메뚜기 독서로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이런 습관은 고등학교 시절 시험공부에 그 유래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험과목당 얼마씩의 시간을 할애하여 계획성있게 진도를 나가던 그때의 습관이 은연중에 책읽기 습관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추론해본다. 책읽는 수준은 아메바 수준이거늘 그것 또한 정독하지 못하고 메뚜기 독서를 하고 있다.

아마도 이윤기의 노래의 날개가 가장 먼저 읽힐것 같다. 어제도 나의 눈은 서재에 꽂힌 다른 책에 벌써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아마도 노래의 날개가 빠진 자리에는 다음의 책이 또 자리를 차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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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4-12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때 공부 잘 하셨겠습니다. 다독을 하시는군요. 예전에 저도 잉크님 정도는 아니지만 하루에 두권의 책을 번갈아 읽곤했죠. 그때만해도 정말 열심히 읽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책에 대한 욕심은 여전한데 그때만큼 책에 손도 눈도 잘 안가죠. 이러면 안 되지 마음을 다 잡아야 겨우 한두시간 채웁니다.
이윤기님은 저도 좋아하는 작가죠. <노래의 날개>가 있었네요. 작년에 나왔다는거 알고 있었는데, 잊고 있었습니다. 다 읽으시면 리뷰 기대할께요.^^
참, 산삼 캐러 가신 후기 왜 안 쓰시는 거죠?

잉크냄새 2004-04-13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이 생각하시는것 만큼 읽지 못합니다. 그냥 시골장터 책장사처럼 어수선하게 펼쳐만 놓은거죠. 이리 저리 메뚜기로 옮겨다니다 보니 다 읽고 나서도 아리송한 경우도 흔하답니다.

비로그인 2004-04-1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멘트를 쓸 필요가 없겠어요. 꼭 제가 저의 책 읽기 습관을 써 놓은 것 같아서요.^^
제 책상과 컴 책상 위엔 적게는 대여섯 권에서 많게는 열서너 권의 책까지 쌓여 있는 게 보통이죠. 소설 같은 경우는 한 번 잡았다하면 그 자리에서 끝장을 보며 읽는 편이지만, 챕터가 나눠 있는 여타의 책들 같은 경우는 조금씩 조금씩 나눠 읽기도 해요.
그래서 제 책상은 언제나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죠~ ^^
 
 전출처 : waho > 대나무 꽃


 

 

 

 

 

 

 

 

 

 

 

 

 

 

 

 

 

 

60년 마다 한번씩 핀다는 대나무 꽃이라네요
대나무는 꽃을 피우고 서서히 죽어가며, 이 꽃은 쉽게 아무곳에서나
볼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 꽃을 보면 행운이 있다고 하네요..사진이지만 실컷 보시고 좋은 일만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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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12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번에도 이 사진 한번 봤는데...올해 이 사진을 두번이나 보게 되는게, 올해는 운이 엄청 좋으려나 봅니다. 기분 좋은데요? ^^

잉크냄새 2004-04-1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0년마다 한번씩 꽃을 피우고 그 자신은 서서히 죽어가는 대나무라...
대나무가 사람의 인생과 잇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나이 60에는 어떤 꽃을 피울수 있을까?

비로그인 2004-04-1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나무 꽃 이야기를 첨 들었을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채우겠다구 채우겠다구 '꾹꾹' 우겨 넣는 인간네들과는 달리, 대나무는 수령이 들어갈수록 비우고 또 비우고.....
그렇게 다 비우고 난 어느날, 그러기에 속세의 때라곤 한 점 느낄 수 없는 저런 고운 한 떨기 꽃을 피워 낼 수 있겠다구요..
대나무 꽃을 보며, 우담바라가 실제 있다면 혹시 무욕의 결실인 저 대나무꿏처럼 생기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글고, 나이 60에 어떤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이 몸은 집착과 욕심부터 먼저 비워야 겠습니다.....

Laika 2004-04-1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우고, 또 비우고....
늘 간단하게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작은 방에 쌓여가는 집착의 덩어리들....
자다가 깨어 늘 정리해도 버리지 못한 것들은 다 제 욕심들이겠죠?

사진 실컷 보고 갑니다.

겨울 2004-04-12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나무꽃이라.. 처음 듣고 봅니다. 신기하고 놀랍네요.

ceylontea 2004-04-13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나무꽃이라....... 한번도 대나무에 꽃이 필 것이라는 생각은 왜 안해봤을까요?
초록색 대나무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빠알간 꽃.... 너무 예뻐요...
퍼갑니다.. ^^
아~~~~~~!!! 저 이시간에 안자고 왠일이랍니까? 오늘은 회사 일 좀 하겠다고 들고 와서리.. 여태 일은 안하고... ㅠ.ㅜ 아마 그간 인터넷항해를 너무 안해서 그런가봅니다..
빨리 일 하고 자야하는데.... 자기도 전에 기상시간이 되어가는듯...

잉크냄새 2004-04-13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보니 저도 대나무에 꽃이 필거라는 생각은 못해본것 같군요...
대나무의 그 텅빈 속이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이 아닌 비우고 또 비우는 삶의 공간임을 님들의 글을 통해 알게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