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있는 직원이 지각을 했다. 멀쓱한 얼굴로 들어올때의 난감한 표정... 잘 아는 녀석인지라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대처방법은 참 뻔뻔했던것 같다. 사무실 친한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컴퓨터 켜고 책상위에 노트를 펼쳐놓게 한후 평상시 잘 입지도 않는 근무복을 창문밖으로 던지라고 한다. 그리고 복장을 최대한 회사안에 있던 것처럼 꾸민후 어디서 일하다 온 것처럼 팔 걷어부치고 위풍당당하게 핸드폰 통화하면서 들어가곤 했는데...꼭 그런날은 목소리 큰 녀석이 지나가면서 아는체 한다. '지금 출근해?'라고 떠들면서...웬수 같으니라고...이런 상황에서는 가급적 윗사람과의 눈마주침은 피해야 한다.
그런 상황을 연출하다 딱 한번 팀장님이랑 눈이 마주친적이 있는데, 그때의 난감함이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그냥 둘이서 웃었다. 그러면서 팀장님이 '학교좀 일찍 나와라' 고 하더군. 거기서 끝냈으면 될것을 괜히 분위기좀 더 화기애애하게 만든다고 ' 그래도 제가 부장님보다는 출석이 좋잖아요. 하하하' 라고 했다가 박살날뻔했다.
처음에 한두번 정도 써먹기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주 써먹으면 인간취급 못봤지만 한두번은 걸려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대범한 행동거지 그리고 순간의 웃음이 주는 한순간의 화기애애한 사무실 분위기가 지각을 충분히 무마시킨다.
P.S ( '회사 출근하다'를 '학교 간다', '미리 제출하지 않은 휴가'는 '결석', '반나절 휴가'는 '조퇴', '업무시간에 몰래 먹으러 갈때'는 '소풍' 이라고 농을 주고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