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화산논검배 투어 경기가 다가왔다. 작년에 처음 시작하여 각 팀들의 대단한 호응을 이끌어낸 비공식 축구시합이다. 회사 지원도 없고 진팀이 이긴팀 저녁 한끼 사주는 친선대회로써 특별히 단체 운동을 할 기회가 적었던 타팀들에게 축구 신드롬을 불러켰다. 레알 마드리드나 브라질이 월드투어를 하듯이 우리팀이 회사내에 투어경기를 갖는다.

매주 수요일 가까운 초등학교나 중학교 운동장을 예약하여 6시 정도부터 7시 30분까지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곤 한다.  2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다양한 년령대가 뛰어다닌다.

작년에 우리팀은 인원이 적은 까닭에 옆팀과 섞어서 한팀을 구성했다. 전적은 5승 1무로 무적의 팀으로 군림했으나 올해는 사정이 여의치 않다. 팀 평균 년령 36세 정도이니 해가 거듭될수록 전력이 급하강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이 팀에서는 서열이 밑에서 세번째 정도로 팀 평균 나이를 내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스트라이커가 40대 초반이니 뭔 말이 필요할까. 새로 들어오는 신입은 축구와는 인연이 없는지라 조만간 팀의 몰락은 당연한 수순일것이다.

6월부터 새벽 조기축구도 부활했다. 현재 상태로는 매주 전후반 1시간 이상의 전력투구가 힘들것이기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본격화되면 우리 팀 선수중 5명 정도가 새벽에 발을 맞추게 된다. 5시 30분부터 7시까지의 운동, 올해도 전승을 이끌기 위해 새벽잠을 좀 없애버릴 생각이다.

조만간 각 팀간에 출사표가 돌아다닐것이다. 각 포지션의 개성에 맞는 강호무공 ( 탄지신공, 일양지, 타구봉법, 황룡십팔장, 좌우호박기술,독고구검, 빙백신장 등등) 을 얼버무려 강호출사표 비슷하게 도전장을 던지게 된다. 이 게임의 명칭이 <화산논검>이라 칭하여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팀명 또한 무림명칭을 따른다. 작년에는 <무림혈맹>이란 명칭아래 사파의 거두로 자리잡았는데 올해는 정파의 선봉으로 서야할것 같다. 일단은 몸을 푼다는 의미에서 약체 팀 2개 정도가 선정되지 않을까 싶다. 6월말 그 화려한 개막전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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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6-0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협용어를 빌려오니 재밌네요.
앗, 갑자기 김용 소설이 보고 싶어졌어요. 특히 영웅문 2부가...-_-;;

호밀밭 2004-06-0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유로 2004보다 더 열광적인 무대겠네요. 요즘 축구에 대한 열기가 사라져서 유로 2004 중계를 찾아서 볼까 하고 있었는데. 개막전 준비 잘 하시고, 허리, 다리 삐지 않게 조심하셔야겠네요.

잉크냄새 2004-06-0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발목을 삐어서 지금도 한의원에서 침 맞고 회사복귀하는 길입니다.
축구가 의외로 부상 위험이 높죠. 저도 군대축구에서 앞니 한대 해먹고, 회사축구에서는 매년 1달 정도는 절룩거리고 다닙니다.

메시지 2004-06-09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리 완쾌하셔서 그 많은 무공을 선보이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불량 2004-06-09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김용.. 하필이면, 고2여름방학때부터 알아부러서.. ^^

잉크냄새 2004-06-1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용의 영웅문을 고2때 알았답니다.
개인적으로 사조영웅전이 가장 좋았는데, 그중 북개 홍칠공의 팬이었죠.
 


유월의 숲에는

  
                -  이해인 -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 오네

아카시아 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 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먼저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 나네

유월의 숲에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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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4-06-0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월의 숲에는 녹음 짙어오겠네.
초록보다 더 짙은 그리움 묻어나겠네.

stella.K 2004-06-0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퍼가요.

K②AYN-쿄코 2004-06-0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 시를 읽으니 쿄코가 어른스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2004-06-06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4-06-0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요즘 시의 세계에 퐁당 빠지셨네요^^

미네르바 2004-06-0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음 짙어가는 유월의 그늘 아래, 내 고단한 일상 잠시 내려 놓네.
'눈부신 초록의 /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나도 그러고 싶네... 시 참 좋네요.^^

2004-06-09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이 어떤 급박한 상황에 직면하면 무의식중에 자기 위주의 상상이나 환상에 빠져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이러할것이라는 사고가 고개를 드는 순간 이성이 제어할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돌발적인 행동, 기분나쁜 경험이다. 군대에서 초병 근무 수칙중 "한곳에 집중하지 마라" " 상상하지 마라" 가 있다. 환상에 사로잡히는 순간 초병의 역활은 끝나는 것이다.

1) 개나리색 택시

4월달 남도 지방으로 여행을 갔을때의 일이다. 하동에서 진주로 넘어가는 산길 국도에서 시속 75km정도로 달리고 있었다.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앞쪽으로 경운기가 지나가고 있다. 전체 도로는 완만한 커브길. 추월을 위해 반대차선을 살피니 경우기 조금 앞쪽으로는 개나리가 지천에 피어있고 그 한참 뒤에 갤로퍼가 달려오고 있다. 경우기를 추월하기 위해 차선을 넘는 순간 갑자기 개나리 사이에서 개나리색 택시가 튀어나온다. 순간적으로 핸들을 꺽으면서 급정거를 하여 사고는 면했지만 그때의 당황스러움이란...단순히 근접색에 의한 착시라는 생각보다는 순간적으로 나의 사고를 지배한 환상 ( 봄날의 개나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착시라면 그런 사고의 위험은 너무 많았을테니까...

2) 추락

이 내용은 언젠가 페이퍼에 쓴 적이 있다. 손가락 10개에 내 체중을 모두 싣고 20m 정도의 높이에 매달린 적이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속에서 손가락에 전달되는 체중이 자꾸 배가되어지던 순간, 내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분명 허둥되는 다리 조금 밑에는 발판이 있을거라는 것이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손가락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풀렸고 난 중력의 법칙에 의한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발에 닿는 느낌이 오지 않음을 느꼈을때 난 기절했고 깨어보니 전깃줄을 붙잡고 있었다.

흔히 이야기되는 소재중 눈속에서 동사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많다. 눈을 감고 잠이 들려는 자와 깨우려는 자, 눈을 감으려는 자의 머릿속에는 분명 따스한 열대의 어느 해변이 펼쳐지고 있었음이리라. 그런 환상속에서 그는 해변에 몸을 맡기고 얼어죽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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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6-0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20m 높이에는 왜 매달려 있었던거죠? 여자친구 집에서 쫓겨나서 매달려있었던가요? 아니면 도적질이라도...아니면...아니면...? 상상하지 말까요? (페이퍼를 다 뒤져 봐야겠군요^^)

잉크냄새 2004-06-05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상상이 좀 껄쩍찌근하네요^^ 난봉꾼, 도둑놈....ㅎㅎ

호밀밭 2004-06-05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서 잠을 잘 때 착시의 순간, 전 가위 눌릴 때 경험하는 것 같아요.
분명히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갔는데 저는 계속 누워있고, 또 일어나서 도움을 청했는데 아직도 누워있고. 그러다가 일어나서 잠을 깼는데 그것도 꿈인지 현실인지 흐릿할 때의 느낌.

음, 저도 그 매달렸던 사연이 궁금한데요. 유부녀와 몰래 연애하다가 혹시 남편이 들이닥치는 그런 사연은 아니시겠죠. ㅋㅋ


잉크냄새 2004-06-0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너무 많이 보셨군요! ㅎㅎ 두분 다 상상하지 마세요!

waho 2004-06-1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m 높이에서 떨어지다 전깃줄 잡고 바닥에 떨어지지 않으신 건가요? 넘 위럽한 상황인데...어쩌다...전 꿈에서나 떨어져 봤는데...
 

권상우 주연의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린 것은 권상우가 폼나게 휘둘러대던 쌍절권이라는 매체를 통해서이다. 쌍절권을 돌리다 뒤통수를 맞는 장면에서 그 웃음뒤에 숨은 통증이 아련히 느껴져온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의 많은 학생이 쌍절권을 가방에 휴대하고 다녔다. 학교가 소림사 계열도 아니고 그렇다고 깡패나 건달 양성소도 아니었다. 그냥 정상적인 인문계 고등학교였다. 다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학교에서도 묵인해주던 일이었다.

인신매매,  고등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이 말을 뉴스를 통해서 들었고 그 당시 사회적으로 상당한 문제거리였다. 도로의 모든 봉고는 인신매매 차량으로 지목될 정도로 인신매매범들은 봉고 차문을 열고 학생들이나 여성들을 납치하는 비인륜적인 행위들이 종종 신문지상을 통해 전해졌다. 다른 지역 촌구석까지 그런 행위들이 발생하면서 학교는 나름대로의 방안을 마련했다. 고등학교 선생님들끼리 연합하여 귀가길을 지킨다든지 하는 행위들로서 학생들이 쌍절권을 소지하는 것에도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곳에 사는 학생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귀가하곤 했는데 특히 여고가 바로 옆인 관계로 여고생들의 귀가길을 동행해주는 거룩한 사명을 행하기도 했다. 양쪽 학교가 권장하는 귀가방법이었다. 인신매매범과의 전쟁에 사용하라고 준  쌍절권을 학생끼리 마빡 깨지도록 싸운 사건으로 다시 금지령이 내려지긴 했지만 한동안 가방안의 쌍절권은 허황된 용기를 많이도 심어주었다.

지금은 몸짱이니 뭐니 말도 많지만 그당시 고등학교 남자애들에게 이소룡과 제임스딘은 신적인 존재였다. <사망유희> <맹룡과강><정무문> 등을 통해 보여진 그의 조각같은 근육은 가히 환상이었다. 그의 무술을 집대성한 절권도와 그의 분신이랄수 있는 쌍절권, 마당앞에 절권도 책을 펴놓고 무던히도 따라하던 무술 동작들, 이소룡 특유의 소리를 지르며 내지르던 쌍절권에 뒤통수를 맞아 많이도 뒹굴었다. "아비요" "딱" "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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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6-0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절권으로 옆 여학교 학생들 까지 보호하시고....지난번 "버스 사건" 글도 그렇고...대단하십니다.
그런데, 과연 봉고차가 옆에 들이대면 쌍절권을 휘두를수있을까요? 그것이 궁금하군요...^^

stella.K 2004-06-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의의 사도는 거저 탄생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ㅋㅋ.

잉크냄새 2004-06-04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여학생들이 저희를 보호했어요. ^^
전 아쉽게도 여학교 바로 앞이 집이라 동행할 일이 없더군요.
누군가 봉고차에 실려가면 전부 본거지까지 따라가서 박살을 내자는 분위기가 그 당시 학교 분위기였어요. ^^ 그 나이때 느끼는 무모할 정도의 혈기왕성함...

파란여우 2004-06-0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수줍음 많아서 남몰래 홀로 방안에서 이소룡 흉내내던 그 남학생이 님이었나요?^^

잉크냄새 2004-06-0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수줍음 많은건 또 어떻게 아시고...^^

메시지 2004-06-0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게을러서 쌍절권 배우는 것도 귀찮아했던 것 같군요. 사실 인디아나존스에서 존스가 쌍칼을 무섭게 휘둘러대는 악당을 권총 한 방으로 끝내는 것을 본 후로는 무술이 더이상 싸움의 도구로써의 가치를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죠.

K②AYN-쿄코 2004-06-0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 멋있으셔요~~>_휘두르시는거 한 번 보고싶어요~^^
 
내게 가장 가까운 신, 당신
반칠환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얼마전 김용택 시인의 시 해설서 <시가 내게로 왔다>가 꽤나 호응을 얻었다. 문법과 의미 파악의 주입식 굴레에서 벗어나고 시는 자신의 의미이고 언어다라는 진정한 의미를 왜곡한, 스스로가 만든 아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 또한 시 해설서이다. 반칠환 시인이 조선일보에 개재한 시 해설 모음으로 어느 시보다 가깝게 부지불식중에 보통 사람들의 망막에 박히고 가슴에 스며든 시들이다. 김용택 시인의 시 해설서와는 또 다른 맛을 풍긴다고 할수 있다.

김용택과 반칠환, 네임벨류만으로도 전자의 명성과 지명도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김용택의 해설서가 사회적 지식인, 가진 자의 약간은 사치스러운 맛을 풍긴다면 (어디까지나 단순한 비교차원이다 ) 반칠환 시인의 책은 소외된 사람들, 가지지 못한 사람들, 가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나 그 내면에 거부할수 없는 따뜻한 시선을 품은 맛이 느껴진다. 그가 선정한 시와 그의 구수한 사투리섞인 해설에서 고향집의 된장 냄새, 시골 장터의 떠들썩함, 뒷산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 등 고즈넉하고 포근한 느낌이 묻어나는 것이 무관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전자는 어느 작가의 서재가 떠오른다면 후자는 시골장터 나물 팔러나온 할머니의 자판이 떠오른다.

반칠환 시인의 해설을 읽다보면 그의 풍자와 해석에 무릎을 치곤 한다. 자신이 선정한 시 옆에 화답이라도 하듯 산문시, 경수필의 형태처럼 자리잡고 있는 그의 해설은 그 어떤 시보다 아름답고 정겹다.

물은 목마름쪽으로 흐르는 삶의 진리에 목마른 이와 두엄속에서 꽃의 아름다움을 볼수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당신"을 불러보자. 내게 가장 가까운 신은, 당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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