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떤 급박한 상황에 직면하면 무의식중에 자기 위주의 상상이나 환상에 빠져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이러할것이라는 사고가 고개를 드는 순간 이성이 제어할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돌발적인 행동, 기분나쁜 경험이다. 군대에서 초병 근무 수칙중 "한곳에 집중하지 마라" " 상상하지 마라" 가 있다. 환상에 사로잡히는 순간 초병의 역활은 끝나는 것이다.
1) 개나리색 택시
4월달 남도 지방으로 여행을 갔을때의 일이다. 하동에서 진주로 넘어가는 산길 국도에서 시속 75km정도로 달리고 있었다.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앞쪽으로 경운기가 지나가고 있다. 전체 도로는 완만한 커브길. 추월을 위해 반대차선을 살피니 경우기 조금 앞쪽으로는 개나리가 지천에 피어있고 그 한참 뒤에 갤로퍼가 달려오고 있다. 경우기를 추월하기 위해 차선을 넘는 순간 갑자기 개나리 사이에서 개나리색 택시가 튀어나온다. 순간적으로 핸들을 꺽으면서 급정거를 하여 사고는 면했지만 그때의 당황스러움이란...단순히 근접색에 의한 착시라는 생각보다는 순간적으로 나의 사고를 지배한 환상 ( 봄날의 개나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일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착시라면 그런 사고의 위험은 너무 많았을테니까...
2) 추락
이 내용은 언젠가 페이퍼에 쓴 적이 있다. 손가락 10개에 내 체중을 모두 싣고 20m 정도의 높이에 매달린 적이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속에서 손가락에 전달되는 체중이 자꾸 배가되어지던 순간, 내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분명 허둥되는 다리 조금 밑에는 발판이 있을거라는 것이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손가락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풀렸고 난 중력의 법칙에 의한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발에 닿는 느낌이 오지 않음을 느꼈을때 난 기절했고 깨어보니 전깃줄을 붙잡고 있었다.
흔히 이야기되는 소재중 눈속에서 동사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많다. 눈을 감고 잠이 들려는 자와 깨우려는 자, 눈을 감으려는 자의 머릿속에는 분명 따스한 열대의 어느 해변이 펼쳐지고 있었음이리라. 그런 환상속에서 그는 해변에 몸을 맡기고 얼어죽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