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주연의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린 것은 권상우가 폼나게 휘둘러대던 쌍절권이라는 매체를 통해서이다. 쌍절권을 돌리다 뒤통수를 맞는 장면에서 그 웃음뒤에 숨은 통증이 아련히 느껴져온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의 많은 학생이 쌍절권을 가방에 휴대하고 다녔다. 학교가 소림사 계열도 아니고 그렇다고 깡패나 건달 양성소도 아니었다. 그냥 정상적인 인문계 고등학교였다. 다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고 학교에서도 묵인해주던 일이었다.
인신매매, 고등학교 3학년때 처음으로 이 말을 뉴스를 통해서 들었고 그 당시 사회적으로 상당한 문제거리였다. 도로의 모든 봉고는 인신매매 차량으로 지목될 정도로 인신매매범들은 봉고 차문을 열고 학생들이나 여성들을 납치하는 비인륜적인 행위들이 종종 신문지상을 통해 전해졌다. 다른 지역 촌구석까지 그런 행위들이 발생하면서 학교는 나름대로의 방안을 마련했다. 고등학교 선생님들끼리 연합하여 귀가길을 지킨다든지 하는 행위들로서 학생들이 쌍절권을 소지하는 것에도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곳에 사는 학생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귀가하곤 했는데 특히 여고가 바로 옆인 관계로 여고생들의 귀가길을 동행해주는 거룩한 사명을 행하기도 했다. 양쪽 학교가 권장하는 귀가방법이었다. 인신매매범과의 전쟁에 사용하라고 준 쌍절권을 학생끼리 마빡 깨지도록 싸운 사건으로 다시 금지령이 내려지긴 했지만 한동안 가방안의 쌍절권은 허황된 용기를 많이도 심어주었다.
지금은 몸짱이니 뭐니 말도 많지만 그당시 고등학교 남자애들에게 이소룡과 제임스딘은 신적인 존재였다. <사망유희> <맹룡과강><정무문> 등을 통해 보여진 그의 조각같은 근육은 가히 환상이었다. 그의 무술을 집대성한 절권도와 그의 분신이랄수 있는 쌍절권, 마당앞에 절권도 책을 펴놓고 무던히도 따라하던 무술 동작들, 이소룡 특유의 소리를 지르며 내지르던 쌍절권에 뒤통수를 맞아 많이도 뒹굴었다. "아비요" "딱" "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