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께 감사드리고 싶군요. 한가족의 생명을 짊어지고 닭장 같은 방제공장으로 내몰려 청춘의 모든 감정을 철저히 외면당한채 살아온 젊은 여직공들의 삶을 그리도 안쓰럽게 바라본 당신의 마음에 감사드리고 싶군요. 밤새 새벽길을 걸으며 아낀 버스비로 빵 하나를 건네던 당신의 손길이나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을런지요. 당신이 분신한 후 십년이 지난 후의 일이지만 중학교를 졸업하고 인형공장으로 구두공장으로 먼 길을 떠난 내 누이들의 삶도 그러했을가 싶은 마음에 가슴 한켠이 울컥하더군요. 철없던 시절의 일이라 누이들의 마음 하나 보듬지 못한 어리석은 나를 대신해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가슴을 어루만진 당신의 손길에 감사드리고 싶군요.

마음이 아팠던 것은 비단 당신의 분신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노동 환경의 부조리로 인하여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성찰에 눈뜨기 시작하던 시기의 당신의 마음은 얼마나 순수했던가요. 인간이 희망인 세상을 꿈꾸던 당신의 가슴은 또 얼마나 희망으로 벅차 올랐던가요. 그런 당신의 순수성의 한계를 알기에 서글펐고 결국 삶의 부조리란 인간 자체의 부조리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사회의 억압과 폭력구조라는 사실에 좌절하던 모습이 아직도 가슴 아프게 남아있네요. 어쩌면 당신의 분신은 절망의 마지막 표출이고 항거였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절망의 끝자락에 남은 희망을 바라보는 시각을 우리들에게 던져주었죠. 그러나 진정으로 서글픈 것은 당신이 떠난 지 삼십 년이 훌쩍 넘은 이 사회가 그런 절망으로부터 희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더 폭력적이고 억압적이고 이기적인 사회가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어느 농민의, 노동자의 분신이 단순히 개인의 이기적이고 비겁한 선택으로 비춰지는 시대가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당신이 던져준 희망을 이야기하기에 부끄러운 우리가 되어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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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05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부끄러워요. 저분이 그렇게 세상을 떠났는데.. 현실은 변한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요.

파란여우 2008-03-0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목만 보고 제 얘긴줄 알았어요.
(진지한 리뷰에 펑 폭발하는 댓글)

암흑의 시절, 등불을 밝히신 분들에게 우리는 모두 빚을 지고 살지요.
최소한 지금이라도 의도적 방관자가 되지 않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잉크냄새 2008-03-0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차장님 / 책을 읽는 동안 우리의 세태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여우님 / 예전에 제 선배가 숫자로 인간을 분석하는 저의 전공에 치를 떨 날이 올것이라는 말에 지금은 공감하고 삽니다. 그저 살아가는 한 방편이라고 말하기에는 스스로의 일이 참 거시기한때도 많네요.의도적 방관자,수동적 방관자...모두 같은 의미일것 같습니다.

icaru 2008-03-0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슴다~~!

2008-03-06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춤추는인생. 2008-03-0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얼마만의 잉작가님표 리뷰래요?^^
한자한자 눌러쓰신듯한, 진한 잉크향이 묻어나는 묵직한 리뷰 고개숙여 잘 읽고갑니다.

털짱 2008-03-09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은 추천 한방 날리고...
모처럼 잉크냄새님의 리뷰를 읽으니 좋군요.^-^

제가 제 친구 하얀마녀님을 "몇 살 더 어린 잉크냄새님"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데...
잉크냄새님도 제 친구 하얀마녀님을 닮았을 것 같아요.
다른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이 아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잉크냄새 2008-03-1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언제던가 님의 리뷰에서 조영래 선생에 관한 글을 읽은 기억이 나네요. 가물 가물.

속삭님 / 하하, 별말씀을 좋은 음악 잘 듣겠습니다. 내 마음이 빚진 것을 찾아보도록 하지요.

춤인생님 / 요즘은 리뷰 쓰기가 쉽지 않아요. 예전처럼 슥삭슥삭 쓰고 싶은데, 요즘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자꾸 부여하려고 하나봐요.

살청님 / ^^

털짱님 / 오랫만에 복귀하신 하얀마녀님이 친구이시군요. 두분을 생각하니 예전 밤새 릴레이 달리던 댓글이 떠오르네요. 누군가 절 닮았다는 사람, 문득 궁금해집니다.

하얀마녀 2008-03-14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힛... 저에겐 칭찬이지만 잉크냄새님껜 별로 아닌 듯...
같은 책을 읽었는데 결과물은 많이 다르네요.
이 리뷰를 읽으니 책을 한 번 더 읽은 느낌입니다.

잉크냄새 2008-03-18 09:00   좋아요 0 | URL
ㅎㅎ 전태일 평전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님께서 쓰신 짧은 리뷰 읽어보았답니다.

털짱 2008-03-2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을 감히 제 친구라 했지만, 사실 저보다 연장자세요)과 잉크냄새님의 가장 큰 공통점은 두 분다 알라딘마을사람들이 사랑하는 서재주인이라는 점이겠지요? ^-^

아주 가끔씩 게으르게 들어오지만, 두 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참 반갑습니다.
마음에 온돌을 깐 느낌이랄까...ㅋㅋㅋ (에구, 촌스러...)

잉크냄새 2008-03-24 13:08   좋아요 0 | URL
비주류 서재에 그런 찬사를 해주시다니요.
<마음에 온돌을 깐 느낌> 이런 따스한 표현이 또 어디있다고 촌스럽다니요.ㅎㅎ
 

어디 우산을 놓고 오듯

- 정현종 -

어디 우산을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

문득 인간은 과거의 어느 한 트라우마에 고착되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신공장 이전후
한시간의 출퇴근 버스속에서 상념에 잠기다 보면 과거의 어느 한 지점에 머무르는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곤 한다. 이제는 잊혀진 기억이라 생각했는데, 어디 우산을 놓고 오듯.
비 개인 저녁 나절의 국밥집, 그저 허기진 배를 뜨끈한 국물로 채웠다는 원초적인 포만감
만으로도 쉽사리 놓고 오던 우산같은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퇴근버스의 차창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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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9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29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08-03-0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을 많이 그리워하던 살청님께서 가장 좋아하시겠군요.
살청님은 서재를 잠시 닫으신다고 하시던데.
다시 뵐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

잉크냄새 2008-03-03 13:25   좋아요 0 | URL
저도 다시 뵈어서 기쁘네요. 이제 자주 인사드리죠.

2008-03-02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3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8-03-0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초적인 포만감만으로 쉽사리 뭔가를 두고 나오던 저도 많이 공감요~

춤추는인생. 2008-03-0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박 나를 잊고 출근버스에 올랐다
어리둥절해진 몸은
차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방문 밀치고 들어가 두리번두리번
챙겨가지 못한 나를 찾아보았다
화장실과 장롱 안까지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집안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몇 장의 팬티와 옷가지가
가방 가득 들어 있는 걸로 봐서 나는
그새 어디인가로 황급히 도망친 게 분명했다
그렇게 쉬고 싶어하던 나에게
잠시 미안한 생각이 앞섰지만
몸은 지각 출근을 서둘러야 했다
점심엔 짜장면을 먹다 남겼고
오후엔 잠이 몰려와 자울자울 졸았다
퇴근할 무렵 비가 내렸다
내가 없는 몸은 우산을 찾지 않았고
순대국밥집에 들러 소주를 들이켰다
서너 잔의 술에도 내가 없는 몸은
너무 가벼워서인지 무거워서인지
자꾸 균형을 잃었다 금연하면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 있을 것 같은 몸은
마구 담배를 피워댔다 유리창엔 얼핏
비친 몸이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옆에 앉은 손님이 말을 건네 왔지만
내가 없었으므로 몸은 대꾸하지 않았다
우산 없이 젖은 귀가를 하려 했을 때
어딘가로 뛰쳐나간 내가 막막하게 그리웠다

페이퍼를 읽다보니 다시 생각났어요. 박성우의 <건망증>이.
덕분에 저도 고즈넉한 이밤에 가만가만 읇어보고가요.




잉크냄새 2008-03-10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오랫만이네요. 뭔가를 쉽사리 놓고 오시나봐요.ㅎㅎ

춤인생님 / 이 시 언젠가 저에게 선물하셨던 시인데, 다시 읽어도 맘에 와 닿네요. 어딘가로 뛰쳐나간 내가 막막하게 그리운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나봐요.
 



출처 : daum 아고라 gamebox님

2MB가 미리 알았더라면...
건설업체 컨쇼시엄 구성하고 민자 유치하면 5년이면 됩니다.
물류 수송에 실패할 경우 여름에는 수중미끄럼, 겨울에는 스키로 관광객 유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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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2-01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레끼가 없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겠으나 2메가바이트에게는 너무나도 어울리는 프로젝트군요..ㅋㅋㅋㅋ

보석 2008-02-01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중미끄럼 좋아요.ㅎㅎ

털짱 2008-02-11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박하면서도 섬세함을 잃지 않는 잉크냄새님, 설은 어디서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한해 잉크냄새님과 교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참으로 기쁜 일 중 하나였습니다.

올 한해도 알라딘마을에 잉크냄새님의 문자향을 자주 느낄 수 있게 해주시길 바라며

항상 건강하시고 건실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기를 기원드리겠습니다.

털짱 2008-02-19 0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청님께서 잉크냄새님의 무소식을 걱정하면서도 "무소식이 희소식"이길 기대하시는 말씀을 전해듣고 저도 잠시 들렀습니다. 잉크냄새님, 바쁘시고 잘 지내셔서 알라딘에 출입하지 못하시는 걸로 짐작만 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언제 어디서나 화이팅! ^0^

잉크냄새 2008-02-29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식 늦었습니다. 한분 한분 댓글 못드려 죄송하네요.
잘들 지내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좀 자주 뵙도록 할께요.
 

어느 시인은 잘 빨아서 다리미로 잘 다리기까지한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집어놓고 돌리는 순간, 어디론가 떠난다고 한다 . 문득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을 카운트하는 날이라도 되는냥 마음이 부산스러운 날, 그날의 햇살이 다른 날과는 분명 다를것이라 느껴지는 날, 난 어디론가 떠나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듯 아침부터 짐을 싸고 그렇게 예정되지 않은 곳으로 떠났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는 인생도 있고, 아무런 준비없이 즉흥적인 인생도 있고, 내 여행이 그러하듯 또 그런 인생도 있는거다. 즉흥적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다음 여행은 기필코 준비하고 떠난다는 다짐을 수도 없이 하지만 결국은 또 다시 주섬주섬 옷가지만 챙기고 바람부는데로 떠나는 여행을 반복한다.


( 사천성 성도 시내버스 터미널 : 어디로 갈까?)

사천성으로의 긴 여정. 공항에서 비자카드 현금서비스가 막힐때 뭔가 눈치를 채었어야 했다. 사천성 자체가 중국 국내카드만 허용되고 국제비자카드는 사용이 제한된다는 것을 안것은 사천성에 도착한후 하루가 지나서였다. 4원짜리 중국음식을 찾아 먹으며 주머니속 돈을 계산하면서도 유일하게 비자카드가 가능한 700원짜리 4성 호텔에서 잘수밖에 없는 상황. 무일푼이 될 상황인데도 영사관이나 한국식당에서 몇푼 꾸면 되지 싶은, 마치 돈빌리기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도 되는냥 근거없는 자신감이 팽배했다는 것은 참 웃기는 일이었다. (사실 카이사르는 달변을 떠나서 크라수스가 돈을 빌려주지 않을 상황으로 몰고 가는것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고 한다. 나도 그 상황까지 몰고가면 어딘가 숨통이 틔이지 않겠는가) 결국 주머니에 31위엔(한화 4000원 정도)이 남아서야 극적으로 중국은행에서 돈을 찾을수 있었다.



江碧鳥逾白 (강벽조유백) 강이 푸르니 갈매기 더욱 희고
山靑花欲然 (산청화욕연) 산이 푸르니 꽃은 타는 듯 붉네
今春看又過 (금춘간우과) 올 봄도 타향에서 보내니
何日是歸年 (하일시귀년) 어느 날에나 고향에 돌아 갈고

(파란여우님 댓글에서)

(두보초당 : 시심이 절로 생기지 않는가? )

두보초당. 두보가 시를 지으며 살던 곳이다. 이 곳에서 한면에는 두보의 얼굴이 그려진, 한면에는 그의 시가 쓰여진 부채를 샀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찾지는 않았다. 그냥 삼십대 초반의 어느 감정을 긁고 넘아갔을 뿐이다. 나를 떠날 것들은, 인연이 없는 것들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어떤식으로든 기필코 그 길을 가고야 만다는 것. 그러기에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그 뒷모습을 지켜주어야한다는 것.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애처롭지 않도록.

   
    
(뚜쨩엔 : 도교의 영향으로 처마마다 동물 문양이 장난 아니다. 댐은 안 찍고 사찰만 찰칵)

도강언(뚜쨩엔)은 진시황제의 만리장성에 필적하는 건축물이라 한다. 만리장성이 피눈물의 건축물이라면 뚜쨩엔은 태평성대의 산물이라 한다. 그 시대에 지어진 댐이 아직까지도 단순 고대산물이 아닌 댐 본연의 역활을 유지한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의 한축이었던 성도의 젖줄이었고 무역로였던 곳으로 모택동을 필두로 등소평,주은래 등이 부임초기에 다녀갔다. 그 나라의 관개시설이 그 나라를 대표라도 하는듯 싶다. 강변을 따라 지어진 도교 건물은 사천성을 위시한 촉의 땅이 도교의 영향아래 오랜 세월을 지내왔음을 대변하고 있다.  

   
   
   
    
   
   


1) 짜장면 4원 - 돈이 없어서 이거 먹으며 다니다.
2) 자전거 택시 - 중국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나 뭐라나. 
3) 티벳 여인 - 인디언을 닮은 듯 싶다.
4) 불법 오토바이 택시 - 불법이지만 싸다. 도심 한복판을 벤츠와 나란히 달리는 기분, 괜찮다. 단, 너무 위험하다.
5) 술집 - 강변에 자리한 술집. 못간 것이 한이다.
6) 관우상 - 한때 관우가 전사한 맥성의 장군으로 태어나고 싶었다.
7) 먹거리 - 양꼬치를 엄청시리 먹더군.
8) 꽃진 자리 - 연꽃진 자리만큼 허전한 곳도 없을듯 싶다.
9) 골목 - 저 모퉁이를 돌면 내 어린 시절과 만날것 같은 기분.
10) 골목2 - 하여간 골목은 정겹다.
11) 둥근 문 - 둥근 문은 왠지 나를 향해 열린듯 포근하다.
12) 한겨울의 꽃장수 - 겨울에도 꽃잎이 시들지 않는, 향기가 찐한, 그래서 방향제로 쓰이는 나무다.
13) 술 - 쭈악 마시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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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1-0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퉁이 사진 좋아요. 으헤헷 (>_<)
뚜짱옌은 꼭 가보고 싶군요. 사진이 너무 작아서 아쉬워요.^^

깐따삐야 2008-01-09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보초당. 멋집니다!
저도 작년에 중국 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돼지비계를 다시 간장과 기름에 볶아먹는 것을 보고 기함했죠. ㅋㅋ

마노아 2008-01-09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과장님 옆에 붙어서 같이 다녀온 기분이에요. 오늘 시심(?)에 젖으셨군요! 다음 행선지는 어디입니까? ^^

춤추는인생. 2008-01-09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떠날 것들은, 인연이 없는 것들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어떤식으로든 기필코 그 길을 가고야 만다는 것. 그러기에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그 뒷모습을 지켜주어야한다는 것.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애처롭지 않도록...` 잉작가님. 저도 오늘 뒷모습에 대해 몇자 끄적이다 말았는걸요.. 중국도 한겨울인가봐요. 사진속에 서늘한 한기같은게 묻어납니다.. 특히 광대뼈가 도드라진 인디언을 닮은 여인네의 사진이 그래보이네요. 골목길이. 참 아득해요.


잉크냄새 2008-01-09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청님 / 그 소설이 무엇인지요? 그런 날이 있어요. 어느날 아침 문득 일어날때 왠지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 날, 그런 날은 그냥 떠냐야 제 맛이죠.

엘신님 / 모퉁이 사진은 참 아늑한 느낌이 들어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속의 나에게로 간듯한 느낌. 금방이라도 꼬맹이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나타날듯 해요.

깐따삐야님 / 두보초당에 멋진 곳이 참 많았는데, 그날 마침 밧데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단 하나의 사진만을 찍을수가 있었다죠. 참 아쉬운 일이네요.

마노아님 / 워낙 준비성 없는 인간인지라. 다음 예정지는 그때 가봐야 알듯 싶네요.

춤인생님 / 류시화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종종 있어요. 근데 삶이란게 가정법이 통하지 않으니, 직접 겪고 아파하지 않으면 결코 내것이 될수 없는 것들이다보니 이제는 가정법을 쓰지 않아요. 이미 다 내것이 된것들이잖아요. 사진을 다시 보니 서늘하네요. 인디언을 닮은 여자도 슬퍼보이고요.

Mephistopheles 2008-01-09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중국의 지명임에 틀림없고 잉크냄새님 페이퍼도 그러할텐데..
왜 저는 그 옛날 야한 마작게임이 생각나버릴까요?
(막 쌓여있는 마작 짝맞추는 게임)

잉크냄새 2008-01-09 21:49   좋아요 0 | URL
역시, 메차장님다운 발생입니다.
사진을 더 작게하여 마작처럼 만들어볼까요?ㅎㅎ

파란여우 2008-01-0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江碧鳥逾白 (강벽조유백) 강이 푸르니 갈매기 더욱 희고
山靑花欲然 (산청화욕연) 산이 푸르니 꽃은 타는 듯 붉네
今春看又過 (금춘간우과) 올 봄도 타향에서 보내니
何日是歸年 (하일시귀년) 어느 날에나 고향에 돌아 갈고

어느 날에 가긴, 술동에 술이 떨어지면 가는거지.ㅎㅎㅎ

잉크냄새 2008-01-09 21:50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여우님이 이렇게 운치있게 한자락 뽑아주시리라 생각했습니다.
사천성에도 파란 여우는 살지 않는다는 슬픈 전설이...
술동 떨어지면 저 위에 술동 한자락 짊어지고 꽃가지 휘두리면 찾아갈께요.

털짱 2008-01-10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두분이 만나시니 절로 시가 떨어지네요.

전 변사또 잔치상에 낑겨앉은 이몽룡마냥

옆에서 떨어지는 고물이나 주워먹을랍니다...

프레이야 2008-01-10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꽃 진 자리처럼 허전한 곳도 없을 성 싶다..
잉크님 멋진 여행 하셨군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8-01-10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잉크님의 사진이 보고 싶어요.호호호호

은비뫼 2008-01-11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좋아하시나 봅니다. ^^ 두보초당 좋군요.
산세가 다르긴하네요. 덕분에 간접여행하네요.

잉크냄새 2008-01-1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털짱님 / 그 자리에는 항상 털과 술과 시가 난무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국어사전)고물은 주워서 먹는게 아니라 고물상에 파는겁니다.

혜경님 / 옆지기님처럼 멋진 사진을 찍을줄 알았다면 더 많은 풍경을 담아왔을텐데, 제 눈의 사각으로 놓쳐버린 풍경들이 아쉽습니다.

마음님 / 어, 올렸는데 못보셨나요?
저 밑에 꽃가지 들고 가는 사람이 접니다.

은비뫼님 / 두보초당에서 밧데리만 떨어지지 않았다면,ㅠㅠ
산세가 달라서 사람이 다른건지, 사람이 달라서 산세가 다른건지...사람도 산도 닮아가는것 같기도 합니다.

털짱 2008-01-2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한국은 눈이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하루종일요.

눈때문에 잉크냄새님의 서재에 마실 왔습니다. ^-^

잉크냄새 2008-02-01 10:55   좋아요 0 | URL
털짱님도 눈으로 인사드리네요.
이래서 눈이 하얀색인가 봅니다.
이리 안부를 물어오는 님들의 마음을 닮아서.

2008-01-28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31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1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小米 2009-12-07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呵呵,看到介绍我们中国四川的一些旅游地,感觉好亲切也好高兴,欢迎有空的时候再到我们中国来旅游。
 

여전히 남아있는 야생의 습관

-이병률-


서너 달에 한번쯤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 하면 안된다

서너 달에 한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틀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된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 두려면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모른 체 하면 안된다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 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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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차, 엄청나게 느리다. 자전거에 따라 잡히기도 한다.)

문득 그런 날이 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풍경들이 외면하여 내가 없는 풍경이 더 자연스레 느껴지는 날, 나 혼자 퉁 하고 튕겨져 나와 기를 쓰고 되돌아가려해도 유화위의 빗방울처럼 또르르르 굴러 떨어지는 날, 그런 날은 버스 맨 뒷좌석에 올라 종점에서 종점까지 아무말없이 타고 다니곤 하였다. 20대 초반을 관통한 율도에서 구월동까지 인천시내를 에둘러 지나가던 41번 버스는 아마도 가장 긴 노선이었던것 같다. 차장을 따라 흐르는 빗물이 기어이 버스안 풍경이 되지 못하고 사라지는것 같아 바짝 타오르는 입술을 축이며 생담배를 물곤 하였다. 주머니속에 토큰 2개만 짤랑거리던 시절이라 뜨거운 짬뽕 국물 한번 넘기지 못하였지만 가슴속에 뜨거운 무엇이 흐르기는 마찬가지더라.

이곳 풍경이 낯설어지던 날, 오토바이 속도만큼의 궤도차를 타고 그냥 흘러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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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12-2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떠오르는 90년대 초반 41번 버스 노선
율도-거북시장-영창악기-송림동 달동네-배다리-미림극장-동인천-애관극장-강원연탄-옐로하우스-도로위 화물열차-분수대-용현동 물텅범 거리-독쟁이 고개-......-구월동
하차 지점이 거의 독쟁이 고개라 가끔 타고 다니던 그 뒷노선은 떠오르지 않는다. 여우님이 채워주실라나.^^

Mephistopheles 2007-12-2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도 서정적인 페이퍼에 저는 제목만 보고 표효하는 회색늑대를 생각해버렸어요.^^

잉크냄새 2007-12-27 18:33   좋아요 0 | URL
메차장님, 전 노상방뇨를 생각해버렸어요.^^

춤추는인생. 2007-12-27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좋아하는 시가 이곳에 걸려있네요. 박성우의 `건망증`이 다시금 생각나면서. 종점에서 종점까지라니 오늘 제마음이 그러했나봐요. 지하철 3호선의 끝과 끝을 달리는동안 비록 차창밖은 암흑이였으나. 뚫어지게 창밖을 바라 보고왔거든요.
풋~ 저는 짬뽕국물이 아니라. 우동국물이요. 이상하게 일산가면 김훈의 단편 `배웅`이 생각나. 뜨거운 우동 국물을 들이키고 왔더랬지요.^^

잉크냄새 2007-12-27 22:00   좋아요 0 | URL
<건망증> <여전히 남아있는 야생의 습관> 두편의 시 모두 님이 알려주신 시인인걸요. 가끔 그런 날이 있어요. 아무 생각없이 하염없이 차창밖을 바라보게 되는날,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낯설고 그립다가 어느덧 흘러가고.
짬뽕국물이든 우동국물이든 뜨거운 국물을 울컥울컥 들이키고 싶은 날이 있어요.

파란여우 2007-12-27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 녜, 왔습니다.^^
41번 버스 잇기놀입니까?..
독쟁이 다음, 용일사거리, 용일사거리 다음에 신기촌, 신기촌 다음에 인고앞,
인고 다음 석바위, 석바위 다음에 간석동, 시청후문...지금은 어찌 변했는지 몰라염.
나 지난번 고향 갔을 때 배다리하고 동인천에서만 놀다 와서.
다음에는 독쟁이 추억좀 얘기 해줘요.
버스 정거장 앞 오락실, 소주를 샀던 작은 수퍼, 굴다리, 순대집, 성당...
그리고 학교 후문에 이르기까지. 혹시나 인경호에 빠진 괴담은 없으셔요? 흐흐
난 저 근처에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길목마다 널려 있다우,
우쒸, 오늘은 술좀 마셔야겠다.

잉크냄새 2007-12-28 09:45   좋아요 0 | URL
역시나 여우님이 알려주시리라 믿었어요.
독쟁이 고개는 안가본지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여우님 말씀처럼 오락실-곱창골목-굴다리-야구장-인하극장-내리막길을 달려 겨우 수업시간에 맞춰 공대계단을 올라가던 시절이 아스라히 떠오릅니다.
인경호에는 빠지지 않았지만, 정자에서 드렁큰 패밀리 술파티 열고, 독쟁이 고개에서 곱창에 빠져 살던 이야기는 언젠가 한번 풀어보지요.ㅎㅎ
팔 관리 잘하시고 또 뵙지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2-3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버스 타고 아무 생각없이 종점까지 가기,를 한 오백 번쯤 해봐야지 생각하고선
해본 적이 없네요.
봄이 오면, 한 번 해볼래요.
겨울엔, 내렸을 때의 그 한기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요.

잉크냄새 2008-01-04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님 / 오백번이면 짬뽕도 오백 그릇? 단무지는 천 그릇? ㅎㅎ

살청님 / 살청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8-01-07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7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9 0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9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9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9 14: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