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은 잘 빨아서 다리미로 잘 다리기까지한 와이셔츠를 세탁기에 집어놓고 돌리는 순간, 어디론가 떠난다고 한다 . 문득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을 카운트하는 날이라도 되는냥 마음이 부산스러운 날, 그날의 햇살이 다른 날과는 분명 다를것이라 느껴지는 날, 난 어디론가 떠나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듯 아침부터 짐을 싸고 그렇게 예정되지 않은 곳으로 떠났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는 인생도 있고, 아무런 준비없이 즉흥적인 인생도 있고, 내 여행이 그러하듯 또 그런 인생도 있는거다. 즉흥적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다음 여행은 기필코 준비하고 떠난다는 다짐을 수도 없이 하지만 결국은 또 다시 주섬주섬 옷가지만 챙기고 바람부는데로 떠나는 여행을 반복한다.
( 사천성 성도 시내버스 터미널 : 어디로 갈까?)
사천성으로의 긴 여정. 공항에서 비자카드 현금서비스가 막힐때 뭔가 눈치를 채었어야 했다. 사천성 자체가 중국 국내카드만 허용되고 국제비자카드는 사용이 제한된다는 것을 안것은 사천성에 도착한후 하루가 지나서였다. 4원짜리 중국음식을 찾아 먹으며 주머니속 돈을 계산하면서도 유일하게 비자카드가 가능한 700원짜리 4성 호텔에서 잘수밖에 없는 상황. 무일푼이 될 상황인데도 영사관이나 한국식당에서 몇푼 꾸면 되지 싶은, 마치 돈빌리기의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도 되는냥 근거없는 자신감이 팽배했다는 것은 참 웃기는 일이었다. (사실 카이사르는 달변을 떠나서 크라수스가 돈을 빌려주지 않을 상황으로 몰고 가는것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고 한다. 나도 그 상황까지 몰고가면 어딘가 숨통이 틔이지 않겠는가) 결국 주머니에 31위엔(한화 4000원 정도)이 남아서야 극적으로 중국은행에서 돈을 찾을수 있었다.
(두보초당 : 시심이 절로 생기지 않는가? )
두보초당. 두보가 시를 지으며 살던 곳이다. 이 곳에서 한면에는 두보의 얼굴이 그려진, 한면에는 그의 시가 쓰여진 부채를 샀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찾지는 않았다. 그냥 삼십대 초반의 어느 감정을 긁고 넘아갔을 뿐이다. 나를 떠날 것들은, 인연이 없는 것들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어떤식으로든 기필코 그 길을 가고야 만다는 것. 그러기에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그 뒷모습을 지켜주어야한다는 것.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애처롭지 않도록.
(뚜쨩엔 : 도교의 영향으로 처마마다 동물 문양이 장난 아니다. 댐은 안 찍고 사찰만 찰칵)
도강언(뚜쨩엔)은 진시황제의 만리장성에 필적하는 건축물이라 한다. 만리장성이 피눈물의 건축물이라면 뚜쨩엔은 태평성대의 산물이라 한다. 그 시대에 지어진 댐이 아직까지도 단순 고대산물이 아닌 댐 본연의 역활을 유지한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의 한축이었던 성도의 젖줄이었고 무역로였던 곳으로 모택동을 필두로 등소평,주은래 등이 부임초기에 다녀갔다. 그 나라의 관개시설이 그 나라를 대표라도 하는듯 싶다. 강변을 따라 지어진 도교 건물은 사천성을 위시한 촉의 땅이 도교의 영향아래 오랜 세월을 지내왔음을 대변하고 있다.
1) 짜장면 4원 - 돈이 없어서 이거 먹으며 다니다.
2) 자전거 택시 - 중국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나 뭐라나.
3) 티벳 여인 - 인디언을 닮은 듯 싶다.
4) 불법 오토바이 택시 - 불법이지만 싸다. 도심 한복판을 벤츠와 나란히 달리는 기분, 괜찮다. 단, 너무 위험하다.
5) 술집 - 강변에 자리한 술집. 못간 것이 한이다.
6) 관우상 - 한때 관우가 전사한 맥성의 장군으로 태어나고 싶었다.
7) 먹거리 - 양꼬치를 엄청시리 먹더군.
8) 꽃진 자리 - 연꽃진 자리만큼 허전한 곳도 없을듯 싶다.
9) 골목 - 저 모퉁이를 돌면 내 어린 시절과 만날것 같은 기분.
10) 골목2 - 하여간 골목은 정겹다.
11) 둥근 문 - 둥근 문은 왠지 나를 향해 열린듯 포근하다.
12) 한겨울의 꽃장수 - 겨울에도 꽃잎이 시들지 않는, 향기가 찐한, 그래서 방향제로 쓰이는 나무다.
13) 술 - 쭈악 마시고 싶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