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남아있는 야생의 습관
-이병률-
서너 달에 한번쯤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는 습관을 버거워 하면 안된다
서너 달에 한번쯤, 한 세 시간쯤 시간을 내어 버스틀 타고 시흥이나 의정부 같은 곳으로 짬뽕 한 그릇 먹으러 가는 시간을 미루면 안된다
죽을 것 같은 세 시간쯤을 잘라낸 시간의 뭉치에다 자신의 끝을 찢어 묶어 두려면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모른 체 하면 안된다
자신이 먹는 것이 짬뽕이 아니라 몰입이라는 사실도, 짬뽕 한 그릇으로 배를 부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타이르는 중이라는 사실 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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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차, 엄청나게 느리다. 자전거에 따라 잡히기도 한다.)
문득 그런 날이 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풍경들이 외면하여 내가 없는 풍경이 더 자연스레 느껴지는 날, 나 혼자 퉁 하고 튕겨져 나와 기를 쓰고 되돌아가려해도 유화위의 빗방울처럼 또르르르 굴러 떨어지는 날, 그런 날은 버스 맨 뒷좌석에 올라 종점에서 종점까지 아무말없이 타고 다니곤 하였다. 20대 초반을 관통한 율도에서 구월동까지 인천시내를 에둘러 지나가던 41번 버스는 아마도 가장 긴 노선이었던것 같다. 차장을 따라 흐르는 빗물이 기어이 버스안 풍경이 되지 못하고 사라지는것 같아 바짝 타오르는 입술을 축이며 생담배를 물곤 하였다. 주머니속에 토큰 2개만 짤랑거리던 시절이라 뜨거운 짬뽕 국물 한번 넘기지 못하였지만 가슴속에 뜨거운 무엇이 흐르기는 마찬가지더라.
이곳 풍경이 낯설어지던 날, 오토바이 속도만큼의 궤도차를 타고 그냥 흘러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