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밭이, 자그마한 숲이 집앞에 있는 탓일까, 유독 집안에 보금자리를 트는 곤충들이 많다. 끈적거리를 피부를 가진 양서류와 파충류를 제외한 모든 생물을 좋아하는지라 그들이 내 옆에 튼 조그마한 보금자리를 왠만해서는 건들지 않는다. "넌 어떤 인연이기에 여기 나의 삶 곁으로 다가온 것이냐" 하고 지켜볼 따름이다.

매미

여름이면 어김없이 베란다 한구석에 둥지를 튼다. 한여름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그의 울음은 소음이라기보다는 절규에 가깝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생명이 그를 그토록 울다 텅 비어 세상을 떠나게 만드나보다. 텅 비어 바스락거리는 그의 몸을 땅 한켠에 묻어주는, 혹은 어느 나무 등결에 살며시 얹어주는 장례식은 다소 서글프다.

너무나 울어
텅 비어버렸는가
이 매미허물은
-바쇼-

올해의 첫 매미 울음
인생은
쓰라려,쓰라려,쓰라려
-이싸-

여름 매미,
나무를 꼭 껴안으며
마지막 울음을 운다
-이싸-

매미 한마리 우는데
다른 매미들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이 늦은 가을
-이싸-

가을에 우는 매미 소리
그 목소리에
죽기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소세키-

한적함이여
바위에 스며 드는
매미 소리
-바쇼- 

귀뚜라미

그녀는 세들어 사는 삶이 약간은 쑥스러운것일까. 집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않으려는지 내가 움직이는 시간대에는 고요하다. 책을 읽던지, 잠이 들던지 한동안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면 살며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어딜까 방바닥을 기어다니며 그녀를 찾으면 또 고요히 숨어버린다. 그녀와의 숨바꼭질은 늦가을 서리가 내릴때까지 계속된다. 그녀의 장례식은 보통 한참이 지난후이다. 죽음마저도 나에게 알리지 않는다. 고독한가보다.

우리가 기르던 개를 묻은
뜰 한구석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시키-

허수아비 뱃속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이싸-

죽은 자를 위한 염불이
잠시 멈추는 사이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소세키-

돌아 눕고 싶으니
자리좀 비켜주게
귀뚜라미여
-이싸-

내가 죽으면
무덤을 지켜주게
귀뚜라미여
-이싸-

죽어가는 귀뚜라미
얼마나 삶으로 충만한가
그의 노래는
-바쇼-

거미

내 집에 재건축을 하는 녀석이다. 그의 집에 아침이슬이 송송 맺히는 그림같은 장면을 기대하지만 보통 하루살이들로 대신한다. 내가 다니는 길목만 아니면 강제철거 시키지는 않는다. 어느날 일언반구 말도 없이 떠나는 냉정함이 엿보인다. 집을 가진 자의 당당함이려나.

걱정하지 말게, 거미여
나는 게을러서
집안 청소를 잘 안하니까
-이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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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7-07-03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쇼의 하이쿠는 촌철살인이라는 말이 딱인거 같아요.
저도 요즘 읽고 있는데 일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해주어요.^^

춤추는인생. 2007-07-03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자연속에서 살고 계시는군요.
그나저나 왜 귀뚜라미는 그렇게 찾으셨나요?ㅎㅎ `마음이 자욱하여 셔츠를 빨아넣었더니.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가 눈물같은밤. 이시의 제목 기억하세요?
이야기좀 할수 있을까요? 그러셨나요^^

잉크냄새 2007-07-03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 하이쿠 = 촌철살인 이군요. 류시화 시인의 "한줄도 너무 길다"라는 책 제목이 생각나네요. 그 여백만으로 충분하기에 한줄도 너무 긴가 봅니다.

춤인생님 / 야심한 밤, 방안 어디선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린다면 저뿐 아니라 누구든 방바닥을 기며 그 노래의 주인공을 찾으려 들겁니다. 인사말은,,,글쎄요 직접 만나봐야 할듯...
아, 그리고 위에 소개한 밤에 셔츠 빠는 시 좀 올려주세요.^^
 

회사일로 미국 비자를 신청할 일이 생겼다. 여권 만기가 6개월 미만이지라 갱신하려면 여권 사진이 필요하다. 여권 발급 조건이 까다로와졌는지 여권 사진 또한 흰색 배경이 필요하다. 삼십대 초반 찍어놓은 사진은 푸른색 배경이라 무용지물이다. 사진을 찍으러 들른 사진관에서 사진사의 요구에 이리 저리 몸을 돌린다. 이 어색함. 이 부자연스러움. 문득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은것이 언제이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머릿속에 앨범을 떠올려봐도 기억나는 것은 최소한 3~4년전의 모습이다. 최근 3~4년 동안 사진을 찍은 기억이 거의 없다. 아니, 가끔 디카로 찍은 기억은 나지만 왜 디카의 기억은 이리도 엷고 가벼운 것인가. 그 3~4년의 간극이 왠지 단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 여기 저기를 찾아보면 분명 그림 파일로 몇장의 사진을 남아있을텐데, 그것은 내 안의 기억이나 추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그냥 즉흥적인 크로키일뿐.얼마전까지만 해도 디카은 생소한 단어였다.그러나 불과 몇년사이 핸드폰이 우리의 기억을 잠식해버리듯 디카는 필름의 풍경을 잠식해버렸다. 인스턴트 시대의 대변인인듯 하다. 

디카는 그 즉흥성과 스피드로 구형 필름의 시대를 잠식해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현상을 바로 기록할수 있고 DEL키 한방으로 빠른 취사선택을 할수 있다는 것이 그 장점이라 할수 있다. 순간 포착이 아닌 취사선택의 문제. 내가 나의 모습과 풍경을 편집할수 있다는 것이 그 매력이라 한다면 그 뒤에 남는 이 허전함은 뭘까. 그리움, 기다림...다소 진부한 이런 단어들이 아닐까 싶다. 사진을 찍고 필름이 현상되기 전까지의 설레임과 기다림의 시간들. 다소 빛바랜 흑백 사진만이 가질수 있는 묘한 그리움의 여운들. 디지털의 시대가 가지지 못하는 아날로그 시대의 추억은 아닐런지. 왠지 책상위, 서랍속의 낡은 사진과 그 속의 편집하지 못하는 그 어느날 한순간의 표정이 문득 그리워지고 흐뭇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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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6-28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카는 찍어서 맘에 안 들면 그자리에서 삭제도 가능하니 아무래도 아날로그 카메라보다
찍을때의 마음부터 달라요. 대상이나 풍경을 마음에 담는 자세부터 인스턴트적이에요.
전 아날로그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때의 그 소리가 참 좋아요. 아직 찍을 줄은 잘 모르
지만 가끔 옆지기의 그것을 눌러보면 펑~하고 공기를 터뜨리는 것 같은 그 가볍지 않은
소리요.. 님, 비상으로 바쁘시군요. 그리고 미국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paviana 2007-06-2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카사진은 여간해서는 인화도 안하게 되는거 같아요.그냥 메모리째 이동해서 컴에 저장시켜 놓게 되니까요. 인화되서 내 손에 있는 사진이 주는 그 매력이 분명 있어요.

비로그인 2007-06-2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난끼발동 체셔냥이는 그냥 이렇게 말하죠.
백문이 불여일견,
사진을 올려달라! 올려달라!

3=3=3=3=3=3

icaru 2007-06-28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려달라! 올려달라!

잉크냄새 2007-06-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 바로 혜경님의 부군이 찍으시는 풍경이죠. 뷰파인더에 담아내시는 풍경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아, 셔터 누르는 소리는 다시 들어봐야겠어요.

파비아나님 / 인화하고 기다리는 시간, 잊어버렸던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 필름위에 인화매수를 하나하나 적는 조심스러움. 그 매력은 너무 많죠.

체셔님,이카루님 / 그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춤추는인생. 2007-06-28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집하지 못하는 한순간의 표정과 함께 꼭 우연찮게 찍혀진 사람들이 함께 있었드랬죠. 준비되지 않는 그허망한 눈동자들 ..
USA가신다구요? ㅎㅎ
알리바마주에 가실것 같은 예감이.^^

울보 2007-06-2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는 우리 옆지기는 그래서 필름카마라를 아주 애지중지 하는데 저는 디카로 찍어도 절대 손대지 않아요 그냥 그모습대로 현상해서 앨범속에 담아두지요,,,,
우리옆지기 필름카메라는 손으로 감는 카메라라 참 멋드러지는 느낌이 들때가 많던데,,
갑자기 오늘은 비오는 풍경을 그 사진기로 찍어보고 싶어지네요,,,,

잉크냄새 2007-06-2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그 허망한 눈동자가 사진을 더 의미있게 만들기도 하지요. 미국은...알리바마가 아니라 디트로이트가 될것 같네요.

울보님 / 손으로 감는 카메라. 참 오랫동안 보지 못했네요. 알라딘에는 필름카메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것 같군요.

춤추는인생. 2007-07-0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작년인가요 알리바마주에 현대 자동차 공장을 건설했다는 소식이 들은적이 있어서요.
혹시 알리바마 주에 가시는지 했드랬죠^^

잉크냄새 2007-06-29 17:36   좋아요 0 | URL
자동차 관련업계의 저보다 많이 아시네요. 전 A/BAG 관련된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회사에 볼일이 있어서요. 갈지 안갈지는 아직 미지수고요.
 
노근리 이야기 1부 - 그 여름날의 기억
박건웅 지음, 정은용 원작 / 새만화책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1950년 7월 25일 저녁
당시 피난민 500~600명이 임계리 산속 마을에서 피난하고 있었다. 미군들이 들어와 모두 집합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부산 방면의 안전한 곳으로 피난시켜 주겠다고 약속하며 강제로 소개시켰다.

1950년 7월 25일 늦은 밤 ~ 7월 26일 아침
피난민 행렬이 하가리에 도착하자, 인솔하던 미군이 길을 막고 피난민들을 모두 하천 변으로 내리몰아 강제로 노숙시켰다. 한편, 이날 밤 미 제1기갑사단에 퇴각 명령이 떨어져, 미군은 후퇴를 시작한다. 피해자들은 한밤중의 혼란 속에 최소 7명의 피난민이 미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증언했다. 미군의 지시에 따라 하가리 하천 변에서 밤을 지새운 피난민들은 동이 터오자, 미군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남쪽으로 피난길을 재촉했다.

1950년 7월 26일 정오 무렵
피난민들이 하가리를 출발하여 정오 무렵 서송원리 부근에 이르자, 5~6명의 미군들이 나타나 정지 명령을 내리고, 경부 국도와 평행으로 달리는 경부 철도로 올라가 남쪽으로 향하도록 지시했다.

1950년 7월 26일 정오
피난민들이 노근리에 거의 다다랐을때 미군들은 다시 이들을 저지하고 몸 수색과 소지품 검사를 한 후, 급히 사라졌다. 그 후 미군 전투기 2대가 나타나 철길 주위에 모여있던 피난민들에게 폭격과 기총사격을 가했다. 이 무렵, 미 지상군도 총격을 시작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100여명에 이르는 피난민이 사망했다고 한다. 당시 미군 전사 자료는 제7기갑연대 병력이 이 지역에 배치되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1950년 7월 26일 오후 ~ 7월 29일 아침
공중 공격과 지상군 총격에서 살아남은 피난민들은 미군의 지시로 노근리 마을앞 쌍굴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만 3일간 미군은 피난민들이 모여있는 철길 밑 쌍굴 앞뒤에 주기적으로 총격과 포격을 가했다. 생존자들은 쌍굴에서 탈출을 시도하거나 또는 쌍굴 속에 있다가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이 최대 400명에 이른다고 증언하고 있다. 미군의 기록을 보면, 29일 이른 아침에 제7기갑연대 병력이 노근리에서 철수했다.  

------------------------------------------------------

작가는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닌 망각이다" 라고 말한다. 흰 시멘트로 뒤덮은 총탄 자국과 핏물이 흐르던 냇물 주변에 아무일 없다는 듯 피어난 들꽃이 그 진실을 가릴수는 없는 것이다. 7월의 염천아래 시체로 벽을 쌓고 핏물을 마시며 발버둥친 아픈 역사, 지금 필요한 것은 단죄없는 용서가 아니다. 그 역사의 진실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신영복 교수님의 말씀처럼 단죄없는 용서와 책임없는 사죄는 은폐의 합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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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6-25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닌 망각이다
단죄없는 용서와 책임없는 사죄는 은폐의 합의일 뿐이다.
저도 꼭 기억하겠습니다.

겨울 2007-06-25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서라는 단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과거니까, 너만 괴로우니까, 잊으라는 말도 역시.
은폐된 역사건 개인사건 망각만큼 잔인한 것도 없어요.

프레이야 2007-06-25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 좋습니다. 진실의 반대는 망각!

비로그인 2007-06-2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마침 6월 25일이군요.
요즘 아이들은 6월 25일이 무슨 날인지 얼마나 알고들 있을까?

춤추는인생. 2007-06-25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어가는데 6.25의 참혹한 역사를 절절하게 다룬 박완서의 소설 `목마른 계절`이 생각나네요 박완서의 작품세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개 전쟁과 분단의 체험을 자주 우려먹는다고 비판하지만요. 저는 그분의 소설을 볼때마다. 어린소녀가 느낀 그 잔혹함이 얼마나 컸으면. 저리 잊혀지지 않는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잊을수도 잊혀져서는 안되는 지난한 역사의 한부분이죠. 그 시간을 목마르다라고 했던 작가 표현이 오늘따라 유난히 와닿와요. 리뷰 잘읽고 갑니다. 잉과장님.

잉크냄새 2007-06-25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 어쩌면 지금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은 우리가 망각하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몽님 / 단어 자체의 의미야 얼마나 아름다운 건가요. 다만, 잊지말아야 할것, 단죄를 해야할것에 대하여 주체가 아닌 객체가 설레발 치는게 잔인한거지요.

혜경님 / 진실의 반대는 망각, 자유의 반대는 타성.....

체셔님 / 얼핏 신문에서 봤는데, 초등학생의 약 40%(?) 정도가 모른다고 하네요. 일본과의 전쟁이니, 조선시대의 사건이니....어처구니가 없죠.

춤인생님 / 타인의 기억을 지배하고 각색하려는 것은 잔인한 폭력에 다름 아닙니다. 오히려 외면보다도 못한 일이지요. "목마른 계절"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2007-06-26 0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27 0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7-06-2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아마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군요. 이렇게 대중화된 물건이라면 어딘가 있을것 같네요.
 

개미

- 강연호 -

절구통만한 먹이를 문 개미 한 마리
발 밑으로 위태롭게 지나간다 저 미물
잠시 충동적인 살의가 내 발꿈치에 머문다
하지만 일용할 양식 외에는 눈길 주지 않는
저 삶의 절실한 몰두
절구통이 내 눈에는 좁쌀 한 톨이듯
한 뼘의 거리가 그에게는 이미 천산북로이므로
그는 지금 없는 길을 새로 내는 게 아니다
누가 과연 미물인가 물음도 없이
그저 타박타박 화엄 세상을 건너갈 뿐이다
몸 자체가 경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노상 엎드려 기어다니겠는가
직립한다고 으스대는 인간만 빼고
곤충들 짐승들 물고기들
모두 오체투지의 생애를 살다 가는 것이다
그 경배를 짓밟지 마라

-----------------------------------------------------------------------

-- <- 개미

신문지 앞에 들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건진 시 한수, 과감히 신문 한쪽을 부욱
찢음으로써 내 삶의 절실한 몰두를 이루었으되, 다음 타자의 깊은 시름에 빵꾸난
시름을 하나 더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경배를 짓밟음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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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6-13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시름의 상황이었는지.. 상상이 되는데 그거 맞아요? ㅋㅋ
좋은 시 건지셨음다~

잉크냄새 2007-06-13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달 밝은 밤에 긴 칼 옆에 찬 분이나, 천장등 아래 신문지 옆에 낀 넘이나,,,,그 깊은 시름 앞에서 자유로울수 없습니다. 그 시름 앞에서 읽는 시야말로 꿀맛이죠. 오죽하면 해우소라 할까나...ㅋㅋ

프레이야 2007-06-1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좋은 시를 결정적 상황에서 건지셨나 봐요. 제가 좀 업어갈게요.^^

겨울 2007-06-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당 있는 집이라 개미가 바글바글 한데요. 그 발발거리는 움직임은 늘 경이롭지요.
하지만 노상 엎드려 기어다닌다는 사람의 표현을 개미들은 싫어할 듯 해요.

파란여우 2007-06-1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름을 앓으면서도 시를 건지다니...존경합니다. 형님!ㅎㅎ
근데 잉크님,
새서재에서도 지붕이 그대로 따라와줘서 와 이리 좋은지요!(쫌 짤리긴 했는데)

플레져 2007-06-14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누군가 강연호의 시를 들려준 적이 있어요.
그 시가 뭐였는지는 생각이 안나는데... 슬픈 로망스였다는 느낌이 남아있어요.
그 시름이 저 시로 탄생한거군요. 시인이 시를 썼으나 독자가 읽음으로서 완성되나니...
좋은 시 감사해요.

잉크냄새 2007-06-1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 시름은 놔두시고 시만 업어가세요.^^
우몽님 / 어릴적 개미를 기르곤 하였죠. 유리병의 벽면을 따라 지어지던 개미집의 모습이 어찌 그리 신비하던지요.
여우님 / 왜 그러십니꽈! 누님. 서재지붕을 얹는 기능이 있네요. 기분 전환삼아 잠시 바꿔어볼까 합니다.
플레져님 / 그 시 기억나시면 알려주세요. 슬픈 로망스, 잡힐듯 하면서도 막연한 느낌이네요. 역시 시란 독자를 위한 여백을 남겨둬야 하나 봅니다.

춤추는인생. 2007-06-14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경배를 짓밟지 마라..
시집은 처음은 보란듯이 열어젖힌 대문에 있지않고 사방으로 열려 있거나 닫혀져 있는 창들중에 있을 공산이 크다라고 말했던 시인의 강정의 말이.시란 독자를 위한 여백을 남겨둬야 한다는 님의 답글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어요.
님 서재 배경 아주 맘에 들어요.
확 트인 초원위에서 맘껏 달려보고 싶어져요 ^^

잉크냄새 2007-06-15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춤인생님 / 맞아요. 활짝 열린 대문이 아닌 창을 통해 바라보는 혹은 바라다보이는 삶은 분명 찬듯 차지 않은 여백을 가지고 있지요. 이 서재 배경, 맘에 드는데 서재 대문이 별로라 고민중이네요.
 
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상에서 사람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구절을 꼽으라면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라고 대답해도 무방할듯 싶다. 그 구절이 지니는 철학적 의미를 떠나 실천적 측면에서 역설적으로 내포하는 실천 가능성 제로, 또는 제로에 가까운 희박함이 그 구절의 생명력을 이리도 늘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자기 자신을 아는 것만큼 힘든 일도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작가 본인이 스스로 밝혔듯이 젊은 시절 콤플렉스 덩어리라 불릴만한 이 독특한 여인이 여행을 통해 의식 저 아래에 깊숙이 감춰진 무의식의 세계를 발견하고 그 어둠 속으로 조금씩 발을 들여놓는 과정이다. 아니 행위 주체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둠 속의 무의식을 의식 수준 만큼의 빛 속으로 꺼내놓는 과정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럼 무의식을 꺼내어 고추 말리듯 햇볕 속에 널어놓는 것이 왜 그리 어려운가. 아마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반에 강한 심리적 저항에 부딪히리라 생각한다. 그 알수 없는 저항의 심리는 무엇일까. 바로 자기 부정이다. 암흑같은 심해에 깃든 무의식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지금까지 무의식 자체를 철저히 포장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부정해야 한다는 고뇌에 빠진다. 자신을 부정하려니 그 치부를 빛 속에 꺼내어 말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 무의식에의 접근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자기 부정의 단계마저 뛰어넘는 초인적인 정신력? 창피함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철면피 정신? 너무 거창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자기 부정이 아닌 인정이 필요한 것이다. 무의식을 포장하며 살아온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도 결국은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삶속에는 양지와 음지의 야누스적 두 얼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차피 생은 어느 순간의 트라우마에 고착되어 사는 것일수도 있다. 그 트라우마를 인정하고 애틋하게 바라보는 것, 그 순간부터 삶은 치유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 이제 소크라테스와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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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6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개의 공감 다음에 읽은 책인데,
읽는 동안은 쉽지 않았어요 마음이 좀 버거웠다고 해야 하나?
다 읽고 나니 후련하기는 했지만 재미나, 부담감면에선 천 개의 공감에
한 표를 던지고 싶어요 :)

겨울 2007-06-0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천개의 공감도 비슷한 건가 싶어 샀다가 엄청 실망해 버렸다는. 짧은 상담자료들인데 왜 그렇게 식상하던지. 대충 훑어보고는 휙 던져버렸어요.


춤추는인생. 2007-06-06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은 보지 않고 천개의 공감만 보았어요.
우리네 삶의 완성의 그 첫번째 걸음이 자기애가 아닐까 싶네요.
애틋해요.
쓰다듬어 주고 다독여줘야죠.^^

잉크냄새 2007-06-07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님 / 그죠. 저도 처음 읽을때는 맘이 불편하더군요. "아, 나의 이런 행동의 이면에 이런 음울한 심리가 있었던가" 하고요. 두번째 읽을때는 좀 편해지더군요.

우몽님 / <천개의 공감>에 대한 체셔님과 우몽님의 의견이 사뭇 다르네요. 저도 비숫한 류의 책일까 싶어 사지는 않았어요.

춤인생님 / 첫 걸음마가 자기애로군요. 그런것 같아요. 자기 내면의 양지와 음지 모두를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하물며 타인의 삶에 대한 시각이야 오죽하겠나요. 현대인들은 개나 고양이만 다독여주지 자기안의 아이는 다독여주지 않아요.^^

은비뫼 2007-06-08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정하지 않으면 치유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절감합니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서평 감사합니다. ^^

잉크냄새 2007-06-08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비뫼님 / 오랫만네요. 제가 항상 님의 좋은 서평에 감사하며 지내죠. 전 아직 인정하지 못하는, 인정하고 싶어도 본능적으로 부정하는 어떤 것이 제 삶의 치유를 막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