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선언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강유원 옮김 / 이론과실천 / 2008년 11월
품절


하나의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공산주의라는 유령.-7쪽

부르주아 계급은 역사에서 매우 혁명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부르주아 계급은 자신들이 지배하는 곳에서 모든 봉건적, 가부장적, 목가적 관계들을 완전히 없애 버렸다. 부르주아 계급은 상전의 지위를 타고난 이들에게 사람들을 묶어놓던 잡다한 색깔의 봉건적 끈들을 무자비하게 잡아 뜯어 버렸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거벗은 이해관계와 냉혹한 "현금계산" 외에는 아무런 끈도 남겨놓지 않았다. 부르주아 계급은 경건한 광신, 기사의 열광, 속물적 감상의 신성한 전율을 이해타산이라고 하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 속에 빠뜨려 버렸다. 부르주아 계급은 인격적 존엄성을 교환가치로 해소시켜 버렸으며, 문서로 인증되고 정당하게 얻어진 자유를 단 하나의 양심없는 상업적 자유로 바꾸어 놓았다. 한마디로 부르주아 계급은 종교적 정치적 환상 속에 숨어있던 착취를 공공연하고 파렴치하며 직접적이고 건조한 착취로 바꾸어 놓았다. -12쪽

부르주아 계급은 점점 더 생산수단, 재산, 주민의 분산을 없앤다. 부르주아 계급은 인구를 밀집시키고 생산수단을 집중시키며, 재산을 소수의 손에 집중시켰다. 이로인해 필연적으로 정치적 집중이 생겨난다. 다양한 이해관계, 법률, 정부, 관세를 가지고 있었으며, 서로 연계되어 있었을 뿐이었던 독립적인 지방들이 하나의 국민, 하나의 정부, 하나의 법률, 하나의 국민적 계급이해, 하나의 관세구역으로 모여들었다. -15쪽

그러나 부르주아 계급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갈 무기를 벼렸을 뿐만 아니라 이 무기들을 지니게 될 사람들도 낳아놓았다 -현대의 노동자, 프롤레타리아.
부르주아 계급, 다시 말해서 자본이 발전하는 것과 같은 정도로 프롤레타리아 계급, 즉 현대의 노동자가 발전하는데, 그들은 일을 찾을 수 있을 때에만 살아갈 수 있을 뿐이요, 자신의 노동이 자본을 증식시켜야만 일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자식을 조각내어 팔아야만 하는 이 노동자는 다른 모든 판매물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상품이며 그에 따라 다른 상품과 똑같이 모든 경쟁의 부침과 시장의 변동에 내맡겨져 있다. -18쪽

낡은 사회의 생활조건들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생활 조건들 속에서 이미 소멸되어 버렸다. 프롤레타리아는 재산이 없다. 그가 아내와 자녀에 대해 가진 관계는 부르주아적 가족관계와 더이상 아무런 공통점이 없다. 현대의 산업노동, 자본 아래로 현대가 예속됨으로써 프랑스에서처럼 잉글랜드에서도, 독일에서처럼 아메리카에서도 프롤레타리아에게서 공동체적 속성을 모두 빼앗아 버렸다. 법률, 도덕, 종교는 프롤레타리아에게 그 뒤에 숨어있는 많은 부르주아적 이해관계만큼이나 많은 부르주아적 편견이다.
지배권을 획득한 이전의 모든 계급들은 자신들의 영리활동의 조건들 아래로 사회 전체를 예속시킴으로써 이미 획득한 자신들의 생활의 지위를 확실히 하려 하였다. 프롤레타리아들은 이제까지의 자기자신의 취득방식과 그에 이은 이제까지의 취등방식 전체를 철폐함으로써만 비로서 사회적 생산력을 획득할 수 있을 뿐이다. 프롤레타리아들에게는 지켜야 할 자신의 것이 없으며, 그들은 지금까지의 모든 사적인 안녕과 사적인 보장을 완전히 없애야만 한다. -24쪽

부르주아 계급의 존재와 지배를 위한 본질적인 조건은 사적 개인의 수중으로의 부의 누적 그리고 자본의 형성과 증식이며, 자본의 조건은 임금 노동이다. 임금 노동은 배타적으로 노동자들 서로의 경쟁에 근거를 두고 있다. 부르주아 계급을 무의지의 담지자이자 무저항의 담지자로 하는 산업의 진보는 경쟁에 의한 노동자의 고립 대신 연합을 통한 노동자의 혁명적 단결을 가져온다. 그러므로 대공업의 발전과 함께, 부르주아 계급이 생산하며 생산물을 취득하는 기초 자체가 부르주아 계급의 발밑에서 빠져 나간다. 부르주아 계급은 무엇보다도 자기자신의 무덤을 파는 사람들을 만들어낸다. 부르주아 계급의 몰락과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승리는 똑같이 불가피하다. -26쪽

노동자들에게는 조국이 없다. 그들에게 없는 것을 그들에게서 빼앗을 수는 없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우선 정치적 지배를 얻고, 국민적 계급으로 올라서고, 스스로 국민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부르주아 계급이 생각하는 의미에서는 결코 아니지만 아직은 그 자체 국민적이다.-37쪽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부르주아 계급에 대항하는 투쟁 속에서 필연적으로 계급으로 단결하고, 혁명을 통해 스스로 지배계급이 되며, 지배계급으로서 낡은 생산관계들을 강제로 폐지하게 된다면,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이 생산관계들과 함께 계급 대립의 존립 조건들과 계급을 폐지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계급으로서 지배하는 것도 폐지하게 될 것이다.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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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
강유원 지음, 정훈이 그림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5월
절판


교양강좌의 목적은 학문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 있다. 그 기초체력은 책을 진지하게 읽는 자세,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고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태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이 편협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호기심 등이다. -16쪽

간단히 정리하면 당시에 '사회주의'는 세력도 보잘것없었고, 자본과 이윤이라는 몸통은 건드리지 않은 채 온갖 종류의 미봉책만 내놓는 사람들을 가리켰다는 말이다. 반대로 공산주의는 정치적인 해결책 말고도 근본적인 사회개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사회개조란 달리 말해서 자본과 이윤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이걸 봐도 알 수 있듯이 『선언』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굉장히 고려하고 있으며, 동시에 용어도 꽤나 정치적으로 골라 쓴 문서다. -75쪽

취직 공부해서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직장의료보험증 받으면 기분이 무척이나 좋을 것이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서 자아를 실현하리라는 결심을 굳게 하는 사람도 꽤 될 것이다. 직장생활 2, 3년 된 사람중에는 일밖에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비난하는 게 아니다. 얼마나 뿌듯한가 말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게 자기 것이 아니다. 그저 자기는 관계 속에 들어간 것일 뿐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관계 속에 들어가 있느냐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이 말도 풀어보면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 들어가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 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사태를 분석할 때도 자신이 속한 관계로부터 파악해야 한다. 일단 여기까지 왔다.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세상에 관계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애매한 관계, 썩 안 좋은 관계, 뭐 이런 것들이 다 관계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따져보려는 것은 두 종류의 관계다.-82~3쪽

여기서 혁명은 때려 엎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계속되는 혁신과 변화를 가리킨다. 그 혁신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일어난다. 먼저 생산도구들을 바꾼다. 공장에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면 이건 생산도구가 바뀐 것이다. 그에 따라 그 도구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바뀐다. 사람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조직도 변한다. 이건 생산관계가 바뀌는 것이다. 생산관계가 바뀌면 사회관계 전반이 바뀌게 된다. -124쪽

성장을 하려면 혁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혁신을 자주 하다 보면 결국에는 사람을 잘라내는 일이 생겨난다. 자본주의 체제는 그런 까닭에 기술적으로 몹시 역동적인 체제다. 거듭 말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부르주아 계급의 궁극 목적은 이윤 창출에 있다.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이윤의 원천은 살아 있는 노동에 있다. 이런 노동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이윤도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 노동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다 보면 노동이 불필요한 때가 생기게 된다. 기술적 역동성이 노동과 불가피하게 부딪치는 시점이 생긴다는 말이다. 노동의 생산성이 올라가야만 이윤이 증가하니까, 노동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술 혁신을 했는데 어느 시점에 오면 살아 있는 노동자를 쫓아내게 된다. 성장과 기술적 진보가 서로 적대관계에 놓이게 된다. 일상적 차원에서 이야기하면 기술이 발전해서 회사일이 편해진다지만 그러다가 사람이 잘려나가는 일도 생겨난다는 것이다.-125~7쪽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가장 커다란 환상 중의 하나가 그 체제는 자유경쟁이며, 그에 따라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효율적 체제라는 것이다. -145쪽

마르크스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하는가. 자본주의 사회가 어떤 원리에 따라 움지여지는지 곰곰이 따져보니 사람들의 종교, 신념 등을 떠나 사회의 물질적 관계가 사람을 규정하는 사회로 되어버렸더라는 것이다. 이게 자본주의가 가져온 혁명적 변화다. 그런데 이게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 된다는 것이다. 날마다 회사에 출근해서 머릿속까지 완전히 착취당하고 파김치처럼 되어 돌아와 간신히 몸을 추스리고 다시 출근하는 것이 사람 사는 꼴은 아니라는 것이다. 돈 중심의 사회적 관계를 폐기해야만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완전한 의미에서의 인간성을 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세 신분사회에서 벗어나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돈의 노예가 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다. 이 점이 『공산당선언』을 읽는 이유다.-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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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10-24 0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주말 되세요~ ^^

이매지 2010-10-24 18:42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행복한 주말 보내셨죠? ㅎㅎ
 







<남자의 자격>으로 카리스마를 뿜었던 칼마에 박칼린의 에세이. 박칼린의 책이라면 리더십과 관련한 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박칼린의 책이지만 표지에 들어간 '박칼린 에세이'라는 구절을 빼고는 노골적인 표지가 아니라 오히려 마음에 든다. 얼핏 언론에서 엿본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더 궁금했기에 끌리는 책. 박칼린과 함께 하는 저녁식사라는 눈이 번쩍하는 예판 특권 때문에 끌린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그 마지막 이야기. 여러가지 논란이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붐이 일어난 데에는 이윤기 선생님의 공이 크지 않았나 싶다. 유고작이라 그런지 이전에 나왔던 1~4권에 비해서는 분량이 적은 편이라 아쉽지만, 마지막까지 그가 천착한 주제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될 듯. 더불어 그의 딸 이다희가 시작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도 기대가 된다.








정말 우리나라에 꾸준히 소개되기는 하는데, 정말 꾸준히 안 뜨는 작가 중에 한 명이 시게마츠 기요시가 아닐까 싶다. 그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어 왠지 외로울 때마다 그의 책을 찾게 되는 듯. 이번에 나온 책 또한 열두 살 소년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을 듯해서 기대가 된다.











제목처럼 호롱불, 보자기, 시루, 맷돌, 화로 등 잊혀져가는 '옛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단순히 옛날에 이런 물건이 있었지~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병을 앓는 사람에게 상대방의 버선 뒤꿈치를 잘라 불에 태워 술에 타 먹였다는 식으로 그 사물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고 해서 관심이 간다.




 

 

 


<경관의 피>를 읽고 홀딱 반했던 사사키 조의 작품. 이 작품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찰소설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사사키 조이니만큼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기대된다. 실물은 아직 못 봤지만 표지도 제법 마음에 든다.  


그 외 관심가는 책 몇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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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2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하고 알차게 고르셨네요~
소지섭이 부른 눈의 꽃 동영상을 올렸더니...소지섭의 에세이가 땡기는데...
요걸 사? 말어? 그러고 있어요.
어떨까요?

이매지 2010-10-21 13:22   좋아요 0 | URL
소지섭 에세이는 서점에서 잠깐 본 적 있었는데,
다른 연예인 책에 비해서는 좀 글이 많은 것 같더라구요~ㅎㅎ
저는 딱히 소지섭을 좋아하지 않아서 구입까진 이어지지 않았지만,
서점에서 일단 한 번 접해보세요 ㅎㅎ

전호인 2010-10-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것에 대한 그리움, 호롱불을 비롯해서
다시 접하고 싶은 물건이고 추억의 시간이기도 하지요.^^

이매지 2010-10-21 13:22   좋아요 0 | URL
요새는 너무 빠르게만 변해가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워요.
책으로나마 옛것을 느껴보고 싶어요 :)

Kitty 2010-10-22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로마신화 벌써 지르고 (먼산...) 옛것..보관함에 담아가요~
다시 보니 토마토 랩소디도 궁금하네요...헐;; ㅋㅋ

이매지 2010-10-22 09:49   좋아요 0 | URL
먹을거+소설의 조합은 일단 망설이시는군요 ㅋㅋㅋ
그리스로마신화 벌써 지르셨다니 빠르십니다! ㅎㅎ

후애(厚愛) 2010-10-22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권은 벌써 리스트에 담아 두었고 딱 한권이 관심이 가네요.^^
담아가야징~ ㅋㅋ

이매지 2010-10-22 09:49   좋아요 0 | URL
무슨 책 담아가셨어요? ㅎㅎ

마녀고양이 2010-10-2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은 저도 이미 장바구니에 넣어놓은 책이구요.
그리스로마신화도 당연히 사야할거 같은 느낌. ^^

아, 경관의 피 재미있나요?
이제... 문학동네 고전문학전집 찾아보러 갑니다~ 아하하.

마녀고양이 2010-10-22 13:45   좋아요 0 | URL
아흑 어쩌면 좋죠?
문동 고전문학전집 검색해보고, 홀랑 맛이 가서..
일단 전집 몽땅 장바구니로 직행했습니다.

최근 구매 자제 기간이라,
장바구니에 모아놓고 있는데... 아흑아흑... 넘 맘에 드는 책이네요.

이매지 2010-10-22 14:10   좋아요 0 | URL
경찰물 좋아하신다면 <경관의 피> 추천!
뭐 그거 아니더라도 괜찮은 작품이예요 :)

문동 고전문학전집은 절대 제가 관계자라서 좋은 게 아니라,
좋은 시리즈입니다 :)
<한중록> / <홍길동전> / <성소화 선집>이 아마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꺼예요 :)

유부만두 2010-10-23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년 열두살, 접수 완료. 일본은 만으로 나이를 세니까, 중1 나이군요.

이매지 2010-10-23 21:21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시게마츠 기요시는 좀 더 알려져도 좋을 것 같은데..
유부만두님이 읽어보시고 여기저기 소문 좀 내주세요~ ㅎㅎ

순오기 2010-10-24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칼린한테 반해서 그녀의 에세이 보고 싶어요.^^

이매지 2010-10-24 18:42   좋아요 0 | URL
어여 예판 구입하시고 식사권의 행운도 잡으세요. ㅎㅎ
 
대지의 기둥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5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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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이 대성당 건축 일을 해본 것은 딱 한 번, 엑시터에서였다. 처음에는 그 일을 여느 건축 일과 똑같이 생각했다. 건축 책임자가 톰의 작업에 불합격 판정을 내렸을 때 그는 내심 몹시 화가 났다. 톰은 자신이 일반 석공들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작업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대성당의 벽면은 단순히 훌륭한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대성당이 하느님을 예배하는 장소인데다 규모가 어마어마해, 벽이 조금이라도 기울거나 정확한 표준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건물 전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기 때문이다. 톰의 분노는 황홀감으로 바뀌었다. 가장 작은 세부에도 가혹하리만치 주의를 쏟아야 한다는 점이 야심찬 대건축물 축조 작업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그는 비로소 자신이 가진 기술의 경이로움에 눈뜨게 되었다. 톰은 엑시터의 건축 책임자로부터 비례의 중요성과 여러 수치의 상징성, 벽면의 정확한 너비와 나선형 층계에 쓰일 계단의 각도를 구하는 마법 같은 공식들을 배웠다. 톰은 이런 세부 문제에 심취했다. 그는 다른 석동들이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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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10-15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빨리 <대지의 기둥>을 구매해서 봐야하는데...
너무 보고싶은 책이거든요. ㅎㅎ
잘 지내시죠?

이매지 2010-10-15 13:26   좋아요 0 | URL
네. 전 잘 지내고 있어요 :)
후애님은 어떻게 지내세요~
소식 좀 들려주세요~ ㅎㅎ
 
우리 이웃의 범죄 - 미야베 미유키 단편집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장세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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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미 여사의 신작, 그것도 '데뷔작!!'이 서울북페스티벌에 먼저 깔린다고 해서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 구입했다. 데뷔작이자 표제작인 <우리 이웃의 범죄>를 비롯해 총 다섯 편의 단편과 간단한 코멘트가 달린 2010년까지의 미미 여사의 작품 목록까지 포함되어 있어 얇지만 알찬 느낌이 들었다. 

  우연찮게 최근 들어 소위 '일상 미스터리'라 분류하는 책 몇 권을 읽어보았는데, 정말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미스터리가 담백하게 그려져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우리 이웃의 범죄>에 수록된 다섯 편의 단편 또한 일상 미스터리의 정수라고 할 정도로 크게 잔인하지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하고,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게 촘촘히 구성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미미 여사의 사회파 추리소설 쪽을 가장 좋아하지만(사회파>에도시대물>일상미스터리>SF판타지의 순이랄까) 이 작품만큼은 그동안 읽은 모든 작품을 뛰어넘어 가장 사랑스러웠다.

  밤낮으로 짖어대는 이웃집의 개를 훔치려다가 이웃의 비밀을 알게 되고, 이를 빌미로 귀여운 협박극(?)을 벌이는 <우리 이웃의 범죄>부터, 친척 결혼식으로 부모님이 떠난 날 갑자기 왠 여자가 아이를 업고서 쳐들어와 자신이 아버지의 애인이라고 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 아이는 누구 아이>, 아이들의 의견을 잘 포용하는 교감 선생님이 6학년 졸업 연구 과제로 선인장의 초능력을 선정하면서 벌어지는 <선인장 꽃>,  결혼식에서 날아온 축하전보를 통해 토막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축 살인>, 유명 음식점에서 홀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지만 돌발성미각감퇴증에 시달려 한 추리소설 작가에게 타살로 보이는 자살을 의뢰하는 <기분은 자살 지망>까지 다섯 편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소소하다. 크게 기교도 없고, 그렇다고 강렬한 인상도 남기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자꾸만 손이 가고, 자꾸만 애정이 간다. 아마도 '우리 이웃의 범죄'라는 제목처럼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주인공들의 일상적인, 아니 조금은 비일상적이라고 해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범죄이기 때문은 아닐까 싶었다.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무료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의 경계에서 이 정도의 일탈이라면 한 번쯤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이런 멋진 단편을 내놓다니. 역시 나 같은 범인은 애초에 창작엔 관심을 끄고  이런 작품을 게걸스럽게 탐할 팔자인가보다. 미미 여사의 빛나는 데뷔작.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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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0-10-13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이 오늘 도착한다면 전 야구경기도 안 볼거 같은데 말이죠

이매지 2010-10-13 13:41   좋아요 0 | URL
어머, 그래도 야구는 보셔야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