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일찍 일어난 월요일 아침. 날씨도 많이 풀려 오랫만에 구두도 신고 룰루랄라 출근길을 나섰다. 한 주를 이렇게 상콤하게 하는 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지하철에서 기껏 일찍 내릴 것 같은 사람 앞에 서서 버티고 있는데 도무지 내릴 기미가 없어 포기하고 쭉 서서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을 읽었다. <건지 아일랜드~>가 의외로 무거운데다가 똑 떨어진 커피에, 점심 도시락 반찬까지 들고 갔더니 팔은 떨어질 것 같고, 환승역을 하나씩 지나다보니 점점 지하철에 사람은 휑해지고 저 멀리서 빈 자리가! 슬쩍 액션을 취하면 어느새 다른 사람이 낼름 그 자리를 채워 결국 내가 노리던 자리 옆 자리가 비어서(그것도 내리기 3정거장 전에-_-) 잠시 다리를 풀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버스를 갈아타러 가자 기껏 일찍 왔건만 버스 줄은 왜 이렇게 긴지! 게다가 8시 버스가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하려는 찰나에 접촉사고가 나는 바람에 아저씨끼리 싸움이 붙어 도무지 출발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결국 8시 20분 차에 그 사람들이 그대로 탑승.앉아서 가겠다고 기껏 20분 서서 기다렸던 나는 결국 또다시 버스도 서서ㅜ_ㅜ 지하철에서, 버스 기다리면서, 버스에서까지 근 한 시간 반을 서서 출근하니 이미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기진맥진.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새로 맡은 원고 pc교를 보고 있는데, 팀장님의 쪽지 도착. 설 선물 포장 작업에 팀마다 한 명씩 차출인데, 커피 사줄 테니 점심 지나고 막내인 내가 갔다 오라고 -_ㅜ 와구와구 점심 먹고 내려갔더니 엄청나게 쌓여 있는 상자들! 세계문학전집 세트+키워드 한국문화 세트였는데, 이게 또 어찌나 무겁던지! 점심 먹은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소화 끝;;; (그래도 팀장님이 사다주신 스타벅스 캔커피는 맛있더라!)

출근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마침 예약된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가 도착해서 퇴근길에는 언덕 위에 위치한 도서관에 들러 책까지 짊어지고 15분 정도 걸어왔더니 이래저래 피곤. 그나마 희망이라고는 이번 주말이 설 연휴라는 것! 꼴랑 삼 일 밖에 되지 않는 짧디짧은 휴일이지만 다행히도 시골에 내려가지 않아서 나름 계획은 목요일에 피부과에 가서 숙원 사업인 점 빼기를 하고, 월요일까지 태양을 피해 방에서 뒹굴거리면서 책을 쌓아놓고 읽는 것! 근데 월요일부터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서야 금요일까지 어찌 버틸꼬!

덧) 연휴에 읽어두려고 쟁겨둔 책. 반쯤 읽은 책들도 있고, 서평단 때문에 읽어야 할 책도 있고, 순수하게 읽고 싶은 책들도! 삼 일 동안 다 읽을 수 없다에 한 표!








덧2) 지난번에 하이드님 서재에서 열나게 리뷰 써도 마이 리뷰도 안 뽑아준다고 투덜댔는데, 열나게 쓴 리뷰 드디어 뽑아줬다. 한 백만 년만에 당선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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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09 0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거리 출퇴근 서서 다니면 힘들겠어요.ㅠㅠ
우수 리뷰 당선 축하해요. 나도 그거 보고 투덜거린 생각나서 웃었어요.
하이드님도 포토 윤미네집 당선됐고, 휘모리님 포토는 당선될거라 예상했었고...^^

이매지 2010-02-09 09:04   좋아요 0 | URL
보통은 1시간 30분 중에서 1시간 이상은 앉아 있는데,
어제는 통 운이 안 따라주더라구요 ㅠ_ㅠ
오늘은 다행히 지하철도, 버스도 거의 앉아서 왔어요 ㅎㅎ

정말 알라딘 직원들은 페이퍼를 모니터하고 있을지도 -_-;;

다락방 2010-02-0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월요일. 마침 할일도 있고하여 평소보다 일찍 나온터라 출근길에 허덕이진 않았는데요, 회사에 와서 힘들었어요. 여러가지 일들로 정말 기진맥진. 집에 갈때 누군가 제 뒷모습을 보았다면 삶에 찌들어 어깨가 축 쳐졌다고 말했을거에요.

그래도 그 월요일이 지나갔어요. 오늘은 화요일. 네, 3일밖에 안되는 연휴지만 우리 그때를 기다리며 견뎌보자구요.

이매지 2010-02-09 09:05   좋아요 0 | URL
아아. 다락방님도 월요일부터 기진맥진 -_ㅠ
오늘은 좀 마음 회복하셨나요?
오늘 하루도 기운내세요, 으쌰으쌰!

무해한모리군 2010-02-09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의 공간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저도 월요일은 늘 정신없이 지나가요.
거기다 어젠 문래동 공단 사이에 있다는 찻집을 퇴근하고 큰맘먹고 찾아갔는데 문을 닫았는지 없어져서 곱창만 먹고 집에 돌아왔답니다.

어서어서 주말이여 오라~

이매지 2010-02-09 09:06   좋아요 0 | URL
역사의 공간 두꺼워서 가지고 다니면서는 못 읽겠더라구요 ㅎㅎ
그동안 받은 서평단 도서들은 좀 얇아서 금방 해치웠는데 이번엔 강적이네요~

그나저나, 생각해보니 월요일은 항상 피곤하고 정신없었던 것 같아요 ㅎㅎ

어서어서 주말이여 오라!

라로 2010-02-09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열심히 사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집에 쳐박혀 한심하게 살고 있는 전 님의 고달픈 하루가 부럽사옵니다.^^;;;
그나저나 저도 점빼야 하는데 차일피일,,,(아무것도 안하면서,,,으~~한심해!!)

이매지 2010-02-09 09:07   좋아요 0 | URL
요새(라고 해도 나온지는 좀 됐지만) 트리플 점빼기라는 신기술이 나왔데요 ㅎ
다음날 바로 세수& 화장도 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
저는 좀 보기 싫게 큰 점(심지어 튀어나온!)이 있어서 몇 번 뺐는데
빼도빼도 다시 나더라구요 ㅠ_ㅠ
이번에는 꼭 다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무스탕 2010-02-09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빼는거랑 주근께기미제거하는거랑 같은 기술인가요? +_+
(얼굴에 점+기미+주근깨가 어우러져 트리플악셀과 트리플러츠와 트리플루프를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는..;;;;)

이매지 2010-02-09 10:05   좋아요 0 | URL
기미나 주근께는 IPL 많이 하는 것 같더라구요.
즈도 기미때문에 고민인데, 이번에는 일단 점부터! ㅠ_ㅠ

하늘바람 2010-02-0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님 참 초대장 잘 받았어요. 지금 하는 일과 관련되어서 들어야 하는데 전 못들을 것같아서 동료를 주었답니다. 감사해요

이매지 2010-02-09 10:50   좋아요 0 | URL
아아, 하늘바람님께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아쉽네요 -_ㅜ

L.SHIN 2010-02-0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뒹굴뒹굴 거리며 책 읽으면서 맛있는 것도 먹어주세요- 나 대신...ㅜ_ㅡ

이매지 2010-02-09 12:56   좋아요 0 | URL
넵. 엘신님 몫까지!
(근데 아직 설연휴가 까마득하게 멀잖아요!)

... 2010-02-0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러드워크 정말 재미있는데^^

이매지 2010-02-09 13:47   좋아요 0 | URL
저 시인의 계곡으로 살짝 실망했어요.
블러드 워크에서 다시 코넬리 홀릭이 되었으면!

... 2010-02-09 14:29   좋아요 0 | URL
저도 시인의 계곡 별루 였어요. 저는 the scarecrow도 (허수아비) 그냥 그랬어요. 블러드 워크가 훠~얼씬 좋아요.

이매지 2010-02-09 18:10   좋아요 0 | URL
아,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ㅎㅎㅎㅎ
브론테님의 말만 믿고 가겠습니다~ ㅎㅎ

카스피 2010-02-0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시간 반이니 정말 힘드시겠군요.월요일이 그러면 나머지 일주일이 힘들다고 하던데 그런데 이매지님 기운내셔요^^

이매지 2010-02-09 22:56   좋아요 0 | URL
실제로 버스, 지하철 타는 시간은 한시간 십오분 정돈데, 버스 시간이 따로 있어서 기다려야 되거든요. 앉아서 다니면 사실 다닐만한 거린데 어제처럼 그러면 하아-

BRINY 2010-02-0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시간반동안 전철1호선과 지하철2호선(서서가는 것은 커녕 제대로 두발로 서서 가기만 해도 다행인!)을 이용한 출근을 6년하고, 서울탈출을 감행했습니다.
이번 설은 연휴답지도 않지만, 그래도 며칠만 더 힘내세요~

이매지 2010-02-09 22:58   좋아요 0 | URL
아악!! 생각만해도 끔찍해요. 그나마 저는 출근시간에도 널널한 6호선을 쭉 타고 가면 되는 거라 다행이네요 -_ㅜ 정말 이번 설은 연휴답지 않아서 아쉬워요! 그래도 27,28, 3월 1일 또 한 번의 연휴 아닌 연휴가 있더군요!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구판절판


하지만 소피, 대체 나는 뭐가 문제인 걸까? 내가 너무 까다롭니? 나는 그저 결혼하기 위한 결혼은 싫어.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사람, 혹은 더 나쁜 경우에는 침묵을 나눌 수 없는 사람과 함께 남은 인생을 보내는 것보다 더 외로운 일은 없다고 생각해. -18~9쪽

바로 그 점이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작은 관심 하나로 책 한 권을 읽게 되고, 그 책 안에서 발견한 작은 흥미 때문에 그 다음 책을 읽게 되고, 거기서 찾아낸 것 때문에 또 다시 다음 책을 읽게 되는 거죠. 그렇게 해서 독서는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됩니다. 거기에는 가시적인 한계도 없으며,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이유도 없습니다. -25쪽

놀라웠던 것은,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놀라운 것은, 서점을 서성거리는 사람들 중에는 자기가 어떤 책을 찾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점이에요. 그들은 그저 서점을 둘러보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아떨어질 만한 책을 마주치게 되기를 바라는 거죠. 출판사에서 써 놓은 자화자찬 광고를 신뢰하지 않을 만큼 똑똑한 사람들이라면 점원에게 세 가지 질문을 하겠죠. (1) 무엇에 관한 책인가? (2) 당신은 이 책을 읽어봤는가? (3)읽을 가치가 있는가?-34쪽

그때 나는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에 빠졌다는 생각, 그게 바로 비참한 점이죠.)-49쪽

하지만 책이 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자 하신다면, 앞서 얘기했듯 저에게는 단 한 권의 책이 있습니다. 세네카입니다. 세네카가 누군지 아십니까? 그는 로마시대의 철학자로 가상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앞으로 남은 인생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얘기했습니다. 어쩐지 지루할 것처럼 들리겠지만, 그가 쓴 편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당히 재기가 넘칩니다. 글을 읽으면서 웃을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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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2-08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이거 읽으시는군요!! >.<

이매지 2010-02-08 22:41   좋아요 0 | URL
남들 다 읽고 심지어 '품절!'까지 된 이때에 혼자 뒷북 치고 있어요 ㅎㅎ

무스탕 2010-02-08 23:06   좋아요 0 | URL
남들 다 읽고 심지어 '품절!'까지 된 이때에 아직 뒷북도 안치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다락방 2010-02-08 23:23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뒷북 쳐보세요. 이 책 정말 좋아요, 정말!!!!!!!!!!!!!

이매지 2010-02-08 23:39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도 어서!!!
이제 3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완전 빠져들어요~

순오기 2010-02-09 05:12   좋아요 0 | URL
정말 좋아요.2
나도 두 번 읽었는데 두번째는 처음에 놓친 것들도 보여서 더 좋았어요.
영화로 나와도 좋을 거 같아요.^^

라로 2010-02-09 09:11   좋아요 0 | URL
정말 좋아요.3
'품절!'까지 되었군요!!ㅠㅠ

이매지 2010-02-09 09:28   좋아요 0 | URL
나온지 1년쯤 되니까 품절 되버렸더군요 ㅠ_ㅠ
심지어 중고샵에는 웃돈 얹어서 파는 분도 계시더라능;;

라로 2010-02-09 11:04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책을 친정에 가져가서 읽었는데 깜빡 잊고서 놓고 왔지 뭐에요,,,그래서 찾아 달라고 하니까 어디다 뒀는지 모르시겠다며,,,흑흑흑
다시 재출간 되지 않을까요?????

이매지 2010-02-09 11:12   좋아요 0 | URL
아악 ㅠ_ㅠ
나비님 어떻게 해요 ㅠ_ㅠ
저는 사려고 했더니 품절이라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계약 기간이 끝난 건지, 어떻게 된 건지 통 알 수가 없네요.
재출간되면 좋겠어요!

라로 2010-02-10 09:53   좋아요 0 | URL
안타깝지만 괜찮아요~ 다행이 제겐 턴님께서 선물로 주신 원어판이 있답니다.ㅎㅎㅎ근데 그거 읽을 시간이,,,ㅠㅠ

오늘도 비가 오네요,,,마음까지 촉촉한 하루 되세요~.

이매지 2010-02-10 16:09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원서로 읽어도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아서, 저도 기회가 닿으면 한 번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네요 :)

그나저나 댓글의 댓글 달기도 힘들어졌군요 ㅎㅎㅎㅎ

Kitty 2010-02-0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왜 품절일까요?;; 괜찮은 책인데 많이 안팔렸나?
하지만 전 결.말.이 마음에 안들었다구요! ㅋㅋㅋㅋ

이매지 2010-02-09 12:57   좋아요 0 | URL
어느 정도 팔렸던 것 같은데, -_ㅜ
그나저나, 결말이 어떻길래요~
이제 한 100페이지 못 되게 남았는데 퇴근할 때 낼롬 읽어야겠어요!

순오기 2010-02-09 19:21   좋아요 0 | URL
이 책 진즉 작년 6월부터 품절이었어요.
우리 독서회 토론도서로 정했는데 품절이라 중고 올라오면 바로 찜해서 회원들 사줬어요.^^

이매지 2010-02-09 22:59   좋아요 0 | URL
독서회 토론과 이 책,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작년 6월부터 품절이었으면 꽤 오래 품절이네요. -ㅅ-;;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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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라틴 아메리카 문학을 이야기할 때면 떠올리는 키워드가 '마술적 사실주의' 혹은 마르케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요새 들어 조금씩 제3세계 문학이 소개되고는 있지만, 그동안 영미 문학 중심으로 소개됐던 지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마르케스 외에는 딱히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접하기 힘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뿐이지 이 책의 저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도 엄연히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국내에 몇 권의 책이 소개된 바가 있는데 언제 읽어봐야지 하고 쌓아만 놓고 있다가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로 드디어 요사와 첫만남을 갖게 됐다. 

  아마존에 배치된 페루군. 습한 기후와 무더위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좀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끓어오르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인근 마을 부녀자들을 겁탈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 군 대내외적으로 골머리를 썩인다. 이에 페루 군 윗선에서는 일평생 여자에게는 딱히 관심이 없고 도덕적으로도 깨끗한 삶을 살아온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에게 특별봉사대를 만들게 해 이 문제를 해결코자 한다. 병사들의 성욕을 채우면서 민간에 피해를 주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었지만, 문제는 외부에 군에서 매춘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비난이 쏟아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 이에 판토하 대위는 자신이 군인임을 숨긴 채 특별봉사대를 조직하게 된다. 자신의 가족에게도 임무를 비밀로 한 채, 판토하 대위는 특별봉사대를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노력은 오히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특별봉사대를 이끌고 가는데...

  애초에는 아무도 이렇게 특별봉사대가 잘 꾸려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판탈레온 대위의 놀라운 분석력과 꼭 특별봉사대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의지 때문에 특별봉사대는 점점 덩치가 커진다. 각 대원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봉사를 할 수 있게 시간 제한을 둬 한 사람당 20명 정도의 군인만 받게 한다던지, 대기 시간동안 야한 소설을 보여줘 바로 서비스에 돌입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으로 판탈레온은 끊임없이 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분석한다. 그렇게 점점 규모가 커지자 당연히 눈에 띄게 된 수국초특(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 군 내부에서도 부사관이나 장교 들까지로 범위를 확장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군인 뿐 아니라 오지에 있는 민간인들에게도 서비스를 해달라는 항의까지 수국초특의 명성은 점점 하늘을 찔러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이때 수국초특 외에 또 하나의 조직이 아마존을 흔들고 있었으니 신흥종교라 할 수 있는 프란시스코 형제가 이끄는 '방주의 형제단'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것을 흉내낸 그들의 신봉자들은 동물을 십자가에 못 박고, 심지어는 어린아이까지 그 대상으로 삼는다.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수국초특과 방주의 형제단. 이들은 아마존 사람들을 점점 욕망이라는 광기로 몰아넣는다.

  처음에 이 책을 몇 페이지 읽고는 대체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방식으로 서술이 진행된다. 흔히 볼 수 있는 액자식 구성의 경우는 어느 정도 그 경계가 느껴진다면 이 책은 한 문단 단위로 다른 이야기가 동시에 서술된다. 게다가 단순히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전지적 작가의 서술로 사건이 전달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판탈레온 대위가 상부에 제출하는 보고서의 형식으로, 때로는 아마존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듣는다는 '신치의 소리'라는 라디오 멘트 혹은 신문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쌓여간다. 그동안 많은 책들 읽고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 같이 조각조각을 짜맞춰간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이야말로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이쪽 구석을 조금 맞췄다가 저쪽 그림 형상이 나올 때까지 맞췄다가 다시 반대쪽으로 가서 조각을 맞추는 것 같았다. 딱히 어떤 시점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통통 튀는 구성에 일명 짱꼴라라고 불리는 이의 독특한 말투 등이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를 더 유머러스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군인을 상대로 한 매춘봉사대라는 설정 때문에 자연스럽게 위안부 문제가 떠올라 읽고 나면 불편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일단 위안부와는 그 성격 자체가 달라 크게 개의치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소재 자체는 굉장히 무겁고, 중간중간 사회·정치적 비난이 담겨 있어 만약 요사가 이 작품을 진지하게 써내려갔다면 읽으며 '도무지 지루해서 견딜 수 없군'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문제의식을 익살스럽게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독자에게 뼈 있는 웃음을 안겨주지 않았나 싶다.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인 성욕을 중심으로 성공에 대한 욕망, 부귀에 대한 욕망, 그리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욕망 등 갖가지 욕망에 대한 작가의 냉소와 촌철살인이 유머러스하게 등장하는 이 책 때문에 지하철에서도 몇 번이나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는지 모른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이후의 요사의 소설은 유머러스하다고 하는데, 조만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도 읽어봐야겠다. 유쾌하지만 어쩐지 씁쓸한 판티랜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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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2-07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이런 내용이었군요! 저도 읽어볼게요, 이매지님.

군인들에게도 그렇지만 요즘엔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가장 큰 문제가 풀지 못하는 성욕이라고 하더군요.
말씀하신 것 처럼 위안부 문제가 떠올라 불편해지지 않을까 걱정될 것 같긴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읽을 수 있다니, 믿고 도전해볼랍니다. 잘 읽었어요, 이매지님. 안그래도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매우 궁금했던 참이었거든요.

이매지 2010-02-07 12:56   좋아요 0 | URL
저도 외국인 노동자들의 성 문제에 대한 기사를 본 기억이 나네요. :)
그래도 이 책은 세계문학전집 다른 책들과는 달리 멋진 리뷰가 많던데요 뭐^^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구성도 신선해서 저는 좋았어요. 다락방님 취향에도 맞는 책이었으면 좋겠네요~
 
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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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잡는 것을 좋아한다.
모르는 남녀가 거리낌없이 하룻밤을 보내는 원 나잇 스탠드가 요즘처럼 횡행하는 세상에서도
누군가와 손을 잡는다는 행위가 여전히 특별할 수 있다는 것.
그 느낌이 이렇게나 따뜻하고 애틋할 수 있다는 것이
나는 눈물겹다. -12쪽

절대로 드러나지 않을 만큼 안전한 비밀은 사생활이 되고 위험에 노출되는 순간 그것은 컴플렉스가 되어버린다. 컴플렉스에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은 그것에 대처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노력을 하게 되는 데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사생활이 사생활에 머물러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비극이다. 나에겐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슴만, 모든 과정과 비밀이 안전하게 보호된 채 내가 드러내도 괜찮다고 승인한 모습만 세상에 보여줄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위태로워질 때 우리는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는다. -32쪽

공개되지 않는다는 느낌은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그래서 나의 공간과 머릿속 생각, 물건들의 안전은 소중하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혼자 있는 집에서조차 혹 어떤 존재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망상을 한번쯤 가져본 사람이라면 완벽한 비공개의 자유란 얼마나 갖기 어렵고 소중한지 공감할 것이다. 일탈이란, 아무도 모르는 머나먼 타지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나의 집, 아무도 들여다 볼 수 없는 곳에서 언제든 가능한 것이다. -33쪽

스러져가는 존재를 앞에 두고 잔인할 정도의 무심함으로 대했던 나는, 정작 나 자신 또한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상태였다. 갈망의 마음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면서도 다른 존재의 간절함에는 무심했던 것이다. 간절함이란 이처럼 모순된 것일까. 눈앞에서 죽음으로 호소하고 있는데도 이토록 외면할 수 있다니. 아마도 지금 내가 기다리고 있는 무엇도 내게 이렇게 무심하리라. 나의 간절함은 결코 그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리라. -85쪽

만약 세상의 유에프오가 모두 거짓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진다면, 지구 위의 인간들은 모두들 약간씩은 더 외로워질 것이다. -100쪽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자신의 입장과 시각으로 타인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존재의 본질이란 어쩌면 타인에 의해 인식되는 것 외에 다른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108쪽

말이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억될 뿐이다.
나를 황홀하게 했던 수많은 말들은 언제나
내 귀에 들려온 순간 사라져버렸다.
말이란 이처럼 존재와 동시에 소멸해버리기에
그토록 부질없고 애틋한 것인지도 모른다. -142쪽

사람이 외로워서 연애를 해봐도 여전히 외로운 것처럼 외롭지 않으려고 결혼을 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처방, 혹은 선택이 될 수 없을 확률이 크다. 결혼이라는 게 뭘까. 결혼이란 이를테면 영화는 평생 이 사람하고만 보겠다는 약속이다. 물론 지켜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결혼이란, 두 사람이 만나서 데이트를 한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한집으로 들어가 여전히 함께 있는 것, 즉, 데이트를 한 이후에도 쭉 같이 있다가 나중엔 데이트 자체가 없어지는 것. 그게 바로 결혼이다. -2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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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정병헌, 이지영 지음 / 돌베개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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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작가의 삶과 문학적 공간은 한 개인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시작하여 정치·사회적인 활동 공간을 거쳐, 죽어서 묻힌 무덤까지를 포함한다. 탄생지는 개인이 생을 시작한 출발지이며 무덤은 육신이 묻힌 생의 종착점이자 안식처이다. 무수한 세월이 흐른 탓에 탄생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무덤은 격렬했을 삶과 죽음을 반추하게 된다. 무덤 외에도 작가가 오래 머물렀던 자연의 공간, 곧 유배지 또는 정자나 누각, 계곡과 산야, 고향의 서재 등도 고전문학의 산실이라 할 소중한 공간들이다.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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