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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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이야기할 때 여러 탐정이 거론되지만, 그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인물은 역시 레이몬드 챈들러가 만들어낸 말로가 아닐까 싶다. 겉만 보면 비정한 도시 남자라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지만, 그 내면은 알고 보면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어 매력적인 인물. 혹자는 지나치게 폼만 잡지 않냐고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최고의 탐정 중의 하나인 필립 말로. 여기 일본에서 필립 말로 시리즈에 매료되어 마흔 셋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챈들러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작품을 내놓은 작가가 있으니, 바로 이 책의 저자 하라 료다. 미학미술사학을 전공하고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다가 느즈막히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로 데뷔한 이 작가. 다작(多作)과는 거리가 멀어 20년 동안 겨우 네 편의 소설을 썼을 뿐이기에 그 퀄리티만큼은 작품을 찍어내듯 만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것보다는 백 배쯤 낫다는 생각. (물론 둘을 단순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만)

  일단 이야기는 여느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 그렇듯 실종된 사람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사와자키가 일하고 있는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에 르포라이터 사에키를 찾는 오른손을 감춘 남자가 나타난다. 두툼한 봉투를 내밀며 사에키의 행방을 묻는 남자. 하지만 사와자키는 사에키라는 인물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고, 그렇게 일은 유야무야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곧 일본 미술계의 큰 손인 시라시나 슈조의 변호사에게 연락이 와 사에키를 아느냐고 묻는다. 좀 전에 얻은 정보를 이용해 사와자키는 시라시나 슈조의 의뢰를 받게 되고, 그의 사위인 사에키가 딸 나오코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기로 한 날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오코의 의뢰로 사에키의 행방을 찾기 시작하는 사와자키. 그렇게 실마리를 쫓아가던 사와자키는 오른손을 감춘 남자와 도지사 저격 사건, 그리고 사에키가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허름한 탐정 사무소를 꾸려가고 있다는 점을 비롯해서 이 책은 많은 부분 필립 말로 시리즈와 닮아 있다. 마치 필립 말로가 좀 더 현대로, 그리고 일본으로 옮겨온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필립 말로 시리즈와 달리 이 책은 니시고리 형사와 와타나베라는 존재 때문에 좀 더 유연해지고, 사와자키라는 인물의 특징이 더 돋보인다. 알콜 중독자인 전직 경찰 와타나베와 그와 오랜 기간 알고 지냈지만 배신 당한 니시고리 형사는 적절한 타이밍에 사와자키를 도와 그가 의뢰 받은 사건을 무사히 해결하게 도와준다. 이 둘 또한 사와자키처럼 비정한 인물이었다면 재미가 없었을 텐데 어쩐지 어눌한 면이 있어서 되려 재미있었다.

  사실 챈들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어쩌면 그저 챈들러의 아류일 뿐이다. 솔까말 나도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단순히 필립 말로의 아류가 아닌 사와자키만의 특색을 조금씩 찾는 재미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미미했지만.) 데뷔작이라 그런지 이야기의 얼개는 좀 느슨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페이지는 술술 넘어갔다. 정교하게 짜여진 트릭도, 충격적인 결말도 아니었지만 사건 자체보다는 사와자키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본다면 재미가 배가 될 듯 싶었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 사와자키가 어떤 캐릭터를 구축해갈 지는 모르겠지만, 그와의 첫만남은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필립 말로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본다면, 아니면 필립 말로를 만나기 전에 이 책을 봤더라면 더 재미있게 봤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쩌랴. 나는 이미 필립 말로를 알아버렸는 것을. 어쨌거나, 아류가 단순한 아류로 남을 지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갈지는 다음 작품 <내가 죽인 소녀>에서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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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20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에서 추리소설이 많이 나오네요. 만화도 그렇구요.
일본 책들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선물로 <모방범>을 받았는데 꼭 읽어봐야겠어요.^^

이매지 2010-04-20 10:01   좋아요 0 | URL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추리소설이 꽤 활성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모방범>은 정말 강추추추추추추!

카스피 2010-04-2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드보일드는 그 토양이 워낙 미국적이고 이른바 하드 보일드 빅 3의 영향이 매우 지대하여 후대의 하드 보일드 작가들의 작품은 그 영향에서 벗어날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건 국내에서 김성종의 하드 보일드 작품의 영향이 워낙 크기에 일단 하드 보일드 작품을 쓴다면 김성종류의 느낌을 독자들이 받을수 밖에 없다는 것과 일맥상통하지요^^

이매지 2010-04-20 10:00   좋아요 0 | URL
사실 하드보일드 작품이라는 것이 비슷비슷하기는 하죠. 근데 이건 좀 많이 대놓고 필립 말로의 느낌이 ㅎㅎㅎ
저 그러고보니 김성종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네요. 항상 벼르고만 있는 ㅎ

다락방 2010-04-2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죽인 소녀]가 더 좋다는 말에 저는 그 작품을 먼저 읽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외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가 더 좋더군요. 그 책 속에서 사와자키가 더 멋있었어요. 더 하드보일드하고.

음, 아류라고 부르기엔 사와자키에겐 좀 미안해져요. 말씀하신대로 사와자키에겐 사와자키만의 특색이 있으니 말이지요. 비슷한 성격이긴 하지만 아류라고 하기는 네, 좀 미안해요. 왜인지.. 흐음.

저도 필립 말로를 알아버려서, 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이를 어쩌면 좋나요!

이매지 2010-04-20 09:5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결국 문제는 필립 말로 같은 탐정이 먼저 등장했다는 것이지요 ㅎㅎ

사실 저도 <내가 죽인 소녀>를 먼저 읽을까 하다가 그래도 몇 작품 나오지도 않았는데 순서대로 읽자는 생각에 이 책부터 ㅎㅎ 근데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가 더 좋으셨다니. 기대를 접고 봐야 하는 건가요.
 
연애편지의 기술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품절


요시다 신사는 재수가 나쁘다고 너는 말하겠지. 분명 그 신사는 합격을 기원하는 자는 합격자 명단에서 '빠지고' 성적향상을 기원하는 자는 성적이 '떨어지는' 걸로 이름이 높은 곳이지.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라고. 연애문제에 관해서만은 그 신사가 딱 안성맞춤일 거야. 왜냐하면 사랑이라는 것은, 자신은 '빠지는' 것이고 상대로 하여금 '빠지게 하는' 것이 아니냔 말이다. -14쪽

그녀가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정보는 꽤 유익하다. 그녀에게 넌지시 고민을 물어보고 그녀의 입장이 되어 조언을 해주는 거야. 모쪼록 멋지게 조언해주겠다는 욕심을 부린 나머지 그럴듯한 '설교'를 늘어놓는 짓은 절대 금할 것. 본질을 꼬집어주거나 하는 건 더욱 안 될 일이다. 인간이란 정곡을 찔리면 고마워하기보다는 먼저 반발을 하게 마련이거든. 연애를 하는 남자는 바보가 되니까 유익한 말을 한답시고 무익한 말만 골라서 하지. 그냥 맞장구를 쳐주면서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줄 것. -28~9쪽

어떤 사람이 예쁘다는 걸 문장으로 쓰는 건 매우 어려운 법이다. '예쁘기는 예뻐' 하고 말하고 싶어지지. 그럴 때 다른 뭔가에 비유하기도 한단다. 예를 들면 '마리 선생님은 삶은 달걀처럼 예쁘다'라든가 '마리 선생님은 수수경단처럼 귀엽다'고도 하지. 그러나 자기는 '예쁘다' 혹은 '귀엽다'는 표현을 한다고 했는데도 상대는 그렇게 받아들여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힘든 현실이다. 슬픈 일이지.
하지만 쓰기 어려운 것을 '어떻게 하면 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차츰 여러 가지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야. -86~7쪽

옛날 아이다호 주립대학의 고히부미(고히부미란, 즉 연애편지의 일본식 발음 '고이부미'를 이용한 말장난-옮긴이) 교수는 말했지.
"헛되이 사라진 연애편지 수만큼 사람은 성장한다."
가만히 생각하면 이건 명언처럼 들린다. 선생님은 여러 가지 명언을 알고 있으니까 이런 명언으로 너를 위로할 수도 있는 거란다. 하지만 선생님 생각에는 그런 일로 성장하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 게 더 바람직할 것 같다. 그런 명언은 피상적인 위로일 뿐이야. 고히부미 교수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런 건 사실은 싫겠지.
-96쪽

노토의 하늘은 어둡고 탁한 빛을 띠고 있고, 매일 아침마다 타는 노토 철도의 차창으로 보는 경치도 음울해 보입니다. 여기는 장마의 무게도 다르군요. 자신의 과거도 미래도 점점 잿빛이 되는 것 같아 수족관 돌고래에게 인생 상담을 하러 가기도 하며 정신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활기에 차 있는 건 수국과 민달팽이뿐. -113쪽

신작 원고 잘 받았습니다.
즉시 읽어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습니다. 내가 편지에 쓴 것들을 여기저기서 끌어모아 훔치고, 더구나 사전에 아무런 양해도 없었습니다. 코끼리 엉덩이도, 오뚝이와 사과도, 팬티를 벗지 않는 팬티 두목도, 잉어를 짊어진 사람도, 모조리 내가 편지에 썼던 이야기입니다. 표제에 '기회주의자'까지 훔쳐놓고 천연덕스러우니 참으로 무섭습니다.-133쪽

젖이라는 것은 왜 그렇게도 남자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걸까.
그따위, 살짝 불거져나온 살덩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 왜 남자의 이성을 지배하는 걸까.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불합리해. 부조리다. 이건 뭔가의 주술일까. 젖은 우리 눈앞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우리의 정신을 속박한다. 우리는 젖에 눈이 흐려지고 있다. 젖은 세상의 진실을 덮어 감춘다. 이건 자유를 요구하는 싸움이다. 젖에 의한 지배를 극복해야 비로소 진정한 인간과 인간에 의한 영혼의 교류가 가능해진다. 나에게 자유를! -151쪽

그녀에게 편지를 몇 통이나 썼지만, 우체국에 넣는 걸 포기하게 됩니다.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워 죽겠고, '내가 무슨 소리를 쓴 거야?' 하는 기분이 듭니다. 정열은 넘치다 못해 뚝뚝 떨어질 정도입니다. 문장 역시 내가 보기에도 훌륭한 것 같습니다. 이해하기 쉽고 그리고 뜨거운 열정이 느껴집니다. 내가 쓴 편지를 받고 울려고 생각하면 울 수도 있습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편지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단점이 딱 하나 있습니다. 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상해집니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청정한 마음으로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나는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207~8쪽

도대체가 상대를 칭찬하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건 난이도가 높습니다. 칭찬하면 할수록 거짓말처럼 되기 때문에 점점 더 정색을 하고 중언부언하는 동안 점점 더 거짓말같이 되어버립니다. 분명히 일단 한번 반해버리면 온갖 것들이 좋아 보입니다. 칭찬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칭찬하다 보니 칭찬을 하면 할수록 어쩐지 그녀가 산산조각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핵심이 되는 내용이 빠지는 것 같단 말입니다. 그녀의 옆모습이거나 짧은 머리거나, 보조개이기도 하고 귓불이기도 하고 이따금 보이는 무표정이기도 하고 그 모든 것을 합쳐 그녀에게 반한 건 아닙니다. 나는 그녀의 귓볼이 예뻐서 빠진 건 아닙니다. 내가 반한 그녀의 귓불이기 때문에 예쁘게 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라도 느닷없이 보낸 연애편지를 받았는데 귓불을 칭찬한 글을 읽으면 무섭겠지요. 나도 무섭습니다. 변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214~5쪽

'가을은 쓸쓸하다'고 말하는 한가한 사람들은 해마다 멜랑콜릭한 기분으로 지내면 될 것입니다. 가을은 멜랑콜릭은 신사숙녀의 취미지요.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우울한 표정을 하고 차가운 가을바람이 거리를 훑고 지나갑니다. 얼마나 멋진 계절인가요.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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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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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명한 인물이 이름도 없는 르포라이터나 사립탐정에게 무슨 볼 일이 있는 걸까? 누구나 고민거리는 있기 마련인 모양이다. 탐정사무소로 올라가는 우중충한 계단을 몸소 걸어 올라오건, 아니면 고문 변호사를 시켜 자기 저택으로 탐정을 부르건. -24쪽

무슨 일이나 다 처음이 있죠. 인식을 새롭게 하기에는 좋은 기회입니다.-26쪽

역시, 그런 나이로 보이는군요. 그건 의외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람은 너무 늙어 보이거나 젊어 보여도 안 되는 것 같더군요. 가짜 겉모습으로 내면의 거짓을 덮어 숨길 수는 없으니까요. -29쪽

본인 입으로 들으면 전혀 느낌이 오지 않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 가운데 최고는 자기가 효자라는 이야기지.-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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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저래 이번 한 주는 치이다보니 이번 주말에는 좀 현실 도피를 위한 책읽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서평단 도서로 받은 <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와 <소현>도 있고, 며칠 전부터 야금야금 읽고 있는 <숨그네>도 있지만 이번 주말에는 이런 책을 읽을 마음이 영 나지 않는다. 그저 머리를 비우고 스토리에 몸을 맡길 수 있었으면. 그래서 골라본 책 몇 권. 언제나 그렇듯이 뭐 끽해야 2~3권을 읽게 되겠지만 목표는 원대하게.







레이먼드 챈들러를 좋아한다면 당연히 이 책도, 라는 생각에 보관함에 담아만 놓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다. 앞에 30페이지 남짓 읽었는데, 일단 챈들러의 문체와는 다를 지 몰라도 설정은 비슷한 듯. 아직 읽지 못한 챈들러 시리즈나 읽을까 하다가 이왕 읽기 시작한 거라고 그냥 읽고 치우기로. 목표는 오늘 밤에 다 읽기인데, 과연 가능할런지;










얼마 전 머리를 가볍게 할 때도 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을 읽었는데, 현실도피에도 이만한 게 없는 듯. 아직 안 읽어본 작품이 많아서 뭘 읽을까 고민하다가 최근에 나온 이 책으로 낙점.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다른 서간체 소설과 비교하며 읽는 맛도 있을 듯.

만약 두 권을 읽고도 시간이 남으면 물망에 오를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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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4-1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교는 저도 한번 읽고 싶은 책입니다.
이번엔 서평단에서 저런 책을 보내줬군요.
응모할까 말까하다가 매번 포기하고 후회하는 1인입니다.ㅜ

이매지 2010-04-17 22:10   좋아요 0 | URL
은교는 관능적입니다. ㅎㅎ
서평단 도서는 항상 괴롭다고 꽥꽥거리면서도 응모하게 되네요 ㅎ
괜찮으시면 나중에 스텔라님 서평단 도서 좀 드릴까요? ㅎㅎ

구단씨 2010-04-18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은교는 읽으려고 고이 모셔두었는데, 은교 먼저 집어들어야 할까봐요...^^

올때마다 다양한 책 정보 마음에 담아갑니다. 더불어 장바구니도 꽉꽉 채워지고...^^
프로필에 있는글 볼때마다 가슴이 설레여요. 책으로 이어지는 끈....멋지거든요.

이매지 2010-04-18 16:30   좋아요 0 | URL
저는 이렇게 깜짝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ㅎㅎ
내숭구단님 반갑습니다 :)
우리, 은교로 끈을 이어볼까요? ㅎㅎ

유부만두 2010-04-18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교는..제목만 생각해도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요. - -;; 맘 먹고 한밤중에 시작해 볼라구요.

이매지 2010-04-18 22:35   좋아요 0 | URL
관능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은교 ㅎㅎ
저도 맘 먹고 한밤중에 시작해보려구요 :)
 
우리 반 인터넷 소설가 푸른도서관 36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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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청소년 문학에 있어서는 단연 독보적인 작가 이금이의 신작 <우리반 인터넷 소설가>는 사실 표지 때문에 관심이 갔다. 어쩐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풍만한 여자아이가 그려진, 아르누보풍의 그림은 눈에 확 튀었기 때문이다. 청소년 문학을 즐겨 읽지는 않았지만, 이금이라는 저자의 네임벨류와 얇은 두께에 가볍게 읽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모 고등학교 1학년 3반. 봄이가 나흘 째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무단결석과는 거리가 먼 봄이의 결석에 담임 선생님은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전화를 받은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는 봄이가 학교에 갔다고 이야기한다. 봄이의 엄마도 아빠도 동생도 여행을 떠나 집을 비웠다는 말에 여느 고등학생처럼 부모의 부재를 틈탄 가출이라 여긴다. 하지만 반 아이들이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 아이들을 추궁해보지만 도통 봄이의 소식을 알 길 없는 담임 선생님. 그리고 어느 날, 그녀의 자리 위에 A4용지 묶음 하나가 놓여져 있다. 학번을 연상케 하는 '10336'이라는 제목과 함께 '그 애가 사라졌다'는 제목의 글. 수행평과 과제물이려니 하고 읽어나가지만 알고 보니 봄이의 실종을 연상케하는 글. 모두 짠 듯이 봄이가 왜 학교를 빠지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말한 아이들. 그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하나씩 이어지기 시작한다. 봄이는 왜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일까, 아이들은 왜 침묵을 택한 것인가. 

  표지에 등장하는 소녀처럼 봄이는 날씬함을 미의 기준으로 삼는 한국 사회에서는 미인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그녀가 꽃돌이 대딩 남친과의 연애담을 반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봄이의 이야기에 빠져 그녀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듣고 싶어하는 아이들. 하지만 뚱뚱한 봄이가 하는 이야기이기에 사실 아무도 봄이의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믿지는 않고 뒤에선 봄이를 인터넷 소설가라며 조소한다. 그저 빡빡한 학교 생활에서 잠시 대리만족할 만한 '꺼리'로 봄이의 이야기를 들을 뿐. 아무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그것이 진실일 수도 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액자형 소설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화자가 학생이 아니라 담임 선생님이라는 점, 그리고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체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독특했다. 사실 중고등학생들에게 친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한 관계다. 딱히 왕따가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혼자 다니는 아이는 찐따 취급 당하기 일쑤고, 때로는 내가 저렇게 홀로 겉도는 입장이 아니고 화장실에 함께 갈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자신보다 예쁜 아이에 대해서는 질투하기도 하고, 봄이처럼 지나치게 뚱뚱한 몸을 가진 아이를 보며 눈을 흘기기도 한다. 규모는 작을 지 몰라도 공고하게 조직된 학급이라는 사회에서 봄이는 추방당한다. 편견 때문에 진실은 묻히고, 봄이는 돌이킬 수 없이 큰 상처를 받는다. 어떤 내면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미처 아이들에게 보여주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이 남들보다 좀 더 뚱뚱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진실이 우스갯소리로 치부되고, 자신 또한 웃음거리가 되었음을 알게 된 봄이. 그런 봄이의 모습을 보며 안타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내가 봄이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 또한 누군가의 진가를 알기 전에 외모로 그 사람을 판단한 적도, 어떤 이의 이야기가 진실일 리가 없다고 치부해버린 적도 있기 때문이다.

  200페이지도 채 안 되는 얄팍한 책이지만 그 안에는 결코 두께로 판단할 수 없는 깊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반에서 배척되는 캐릭터를 단지 왕따 같은 평범한(?) 소재로 풀어내지 않고 오히려 '진실' 측면에서 다가가는 모습을 보며 이금이 작가의 역량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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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15 0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반 인터넷 소설가> 저도 표지에 마음이 들었어요.^^
이금이 작가님 작품들은 하나도 못 읽어봤네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매지 2010-04-15 12:50   좋아요 0 | URL
표지 일러스트를 이금이 작가님 따님이 그렸다고 하더라구요 :)
그래서인지 작품의 맛을 더 잘 살린 것 같아요~

후애(厚愛) 2010-04-16 10:23   좋아요 0 | URL
이금이 작가님 따님이 그렸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주말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이매지 2010-04-16 23:17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즐건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