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0년 7월
품절


아, 그 아름다움. 고상하고 위엄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향고양이인 양 전신에서 발산하는 성적 매력, 물론 그녀 자신은 그것을 모르고 있다. 모르고 있으니까 무서운 것이다. 위험한 것이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남자를 응시한다. 아무 생각 없이 눈썹을 찌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미소 짓는다. 그리고 악의 없이 뺨을 붉히고 한숨을 쉰다. 하지만 표정이 변할 때마다 영혼이 전율하는 것을 느끼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순수한 그녀의 눈이 자신을 볼 때마다 피가 솟구치는 것을 느끼지 않을 남자가 있을까. 게다가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
아름다운 동백 숲을 헤매면서 긴다이치 코스케는 전율한다. 몇 날 며칠이고 전율한다. 그는 지금 그녀를 여왕벌이라고 칭한 경고장의 문구를 떠올리고 있다.
그녀 앞으로 많은 남자의 피가 흐를 것이다……. 아아, 일단 그녀를 보면 그 불길한 문구를 부정할 수 없으리라. 그 같은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으리라. -6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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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10-07-2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 '팜므 파탈'이 떠오르네요.ㅎㅎ

이매지 2010-07-21 15:11   좋아요 0 | URL
책 속에서 나름 소박한(?) 섬처녀가 팜므파탈이 되어가요 ㅎㅎ
 
성녀의 구제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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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갈릴레오>의 원작들을 다소 시큰둥하게 읽었던 지라 <성녀의 구제>를 처음 봤을 때는 '또 유가와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여타 시리즈와 달리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던 내용을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드라마처럼 유가와와 우츠미 콤비의 이야기가 주가 되고, 장편이라 그런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IT 회사 사장인 마시바 요시다카가 부인이 친정에 잠시 간 사이 자택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하지만 커피를 내려 마시다가 죽은 것으로 밝혀지지만 커피 외에는 그 어떤 곳에서도 독극물의 흔적은 남지 않은 상황이라 먼 곳으로 떠나 있었던 부인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되고 죽은 마시바를 발견한 내연녀 히로미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하지만 경시청의 형사 우츠미만은 아내 아야네를 의심하고,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유가와의 도움을 청한다. 어디서 독을 입수했는지, 그 독을 커피에 어떻게 탄 것인지, 과연 범인은 누구인지 그 무엇하나 명료하게 밝혀지지 않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유가와는 피해자의 아내인 아야네에게 끌리고 있는 구사나기를 위해 수사에 나선다. 

  겉으로는 평범한 가정처럼 보였지만 사실 마시바는 철저히 아내를 아이를 낳는 도구로 여긴다. 아야네와의 결혼생활도 1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헤어지는 것이라 처음부터 못 박아놓고 시작한다. 집에서 조용히 내조를 하는 아내는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며 이야기하는 마시바. 지극히 냉정해보이지만, 어쩐지 가족의 따스함을 갈구하는 그의 이중적인 모습에 분노하지 않은 여자가 몇이나 있을까. 단란한 가족이라는 허상을 쫓는 그와, 아이가 없어도 애정으로 가족을 유지시키고 싶어하는 아야네의 상황은 끝없는 평행을 이룬다. 그리고, 1년이라는 유예기간이 끝나자, 아야네는 그의 목숨을 앗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홀연히 친정인 훗카이도로 떠나고, 그 사이 남편은 커피를 마시다 죽게 된다. 대체 어떻게 한 걸까?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용의자 X의 헌신>처럼 <성녀의 구제> 역시 용의자와 유가와의 두뇌 싸움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남편을 독살할 수 있었는가라는 단순해 보이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트릭을 푸는 것. 유가와는 이를 '허수해'라고 할 정도로 트릭은 결코 녹록치 않고, 그것을 사실로 입증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유가와에 의해 단 한 명만이 감행할 수 있는 그 트릭이 밝혀질 때 어쩐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허를 찔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실 드라마를 먼저 봐서 선입관이 생겼는데, <성녀의 구제>는 그런 선입관이 되려 플러스가 된 듯하다. 작품이 발표된 시기를 보니 드라마 방영 이후 나온 작품인데,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슬쩍 웃을 수 있는 설정도 등장해 재미를 더했다. (우츠미가 이동하는 차 안에서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노래를 듣는 부분이 있는데, 드라마 <갈릴레오>에서 유가와 선생 역할을 맡은 배우이자 가수가 후쿠야마 마사하루였다.) 우츠미라는 캐릭터가 이전 갈릴레오 시리즈에서는 크게 구축되지 않았는데, <성녀의 구제> 속의 캐릭터 자체도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 어쨌거나 그 덕에 드라마 <갈릴레오>의 팬 입장에서는 <성녀의 구제>를 드라마 혹은 영화로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도 품게 됐다. 어쨌거나, 기존에 읽었던 갈릴레오 시리즈에 비해 유가와의 비중도 꽤 높아졌고, 드라마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 있었던 작품. 두꺼운 분량의 책이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페이지는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넘어갔다. 읽고 나서는 어쩐지 아쉽기는 했지만, 그게 뭐 히가시노 게이고의 한계이기도 하니까 뭐. 어쨌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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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18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에서 보기힘든 아주 똑똑한 범인과 완젼범죄 비스므리...에 더 똑똑한 유가와ㅋㅋ 맞나요??

이매지 2010-07-18 20:32   좋아요 0 | URL
유가와조차도 완전범죄라고 할 정도의 트릭이었어요. ㅎㅎ
 
성녀의 구제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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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지."
그 말에 구사나기는 흥, 콧방귀를 뀌었다.
"그 미미한 가능성에 걸겠다는 거야? 그렇다면 마음대로 하시지. 나는 순리의 길을 갈 테니까."
"그래, 자네가 가고 있는 길이 순리라는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만사에는 예외라는 게 있어. 과학의 세계에서는 그 예외까지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고."-254쪽

내가 소거법 운운했는데, 가능성 없는 가설을 하나하나 제거하다 보면 단 하나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지. 하지만 가설을 세운 방식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었다면 아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 공룡의 뼈에만 정신을 팔다 보면 때로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야. -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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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은 특유의 기괴함, 찝찝함 때문에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에도가와 란포가 탐정으로 등장한다는 <시체를 사는 남자>도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최근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를 읽으며 반한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라는 점에 끌려 읽기 시작했다.

  <시체를 사는 남자>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에도가와 란포의 미발표작인 것처럼 지면에 소개된 <백골귀>와 그 <백골귀>를 읽은 유명 추리소설작가의 이야기가 교차되는데, <백골귀>와 이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는 월애병, 여장 같은 어쩐지 변태적이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에도가와 란포의 여느 작품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란포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풍을 따라한 이 정도 선이 딱 적당한 듯.

  보통 이런 식으로 두 개의 이야기가 얽히게 되면 이야기의 아귀가 맞아들어가면서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아쉽게도 이 작품은 그런 맛은 여타 작품에 비해 덜했다. 하지만 <백골귀> 속의 사건인 밤마다 여장을 하곤 했던 남자의 자살 사건을 에도가와 란포와 그의 친구인 시인 하기와라가 수사해가는 내용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코난 도일의 이름을 유머러스하게 비튼 것도 재미를 더했다.) 의외로 에도가와 란포의 활약상보다 하기와라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그런 점보다는 다소 밋밋한 반전이 아쉽게 느껴졌다. 트릭 자체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라 허를 찌른다는 느낌도 적었고. <벚꽃~>이나 <그리고 명탐정~>으로 기대감이 높아졌던 터라 더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우타노 쇼고의 새로운 면을 만날 수 있었던 점만은 높이 사고 싶다.

  덧) 책을 다 읽고도 제목의 의미가 와닿지 않아 갸웃했는데, 역자 후기를 보고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일본어 실력이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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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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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건, 영화건 영상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다시 텍스트로 읽는 일은 사실 조금은 심심한 일이다. 여느 소설이라면 원작과 영상물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겠지만, 추리물의 경우에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추리물의 핵심은 '트릭'에 있는데 이미 트릭을 알고 있는 사건은 그 매력이 반감하기 때문이다. <갈릴레오>라는 드라마로 먼저 만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도 그 때문에 조금 심심하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유가와와 구사나기가 또 한 번 등장하는 <예지몽>도 선뜻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책을 읽다보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술술 넘어가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면이 느껴져 정신없이 읽었다.

  총 5편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모두 드라마 <갈릴레오>에서 접한 이야기라 색다를 것은 없었지만 몇몇 설정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비교하며 볼 수 있었다. 특히 창 밖에 서 있는 여자를 본 시각 그 여자가 다른 장소에서 살해를 당했다는 설정의 '영을 보다'의 경우에는 드라마와는 세부 설정이 크게 달라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는 비과학적으로 여겨졌던 사건을 물리학 교수인 유가와의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밝혀낸다는 설정이지만, 그런 것에 비해서는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부분 영상으로 만들어지면서 원작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더하는 경우가 많은데, <탐정 갈릴레오>와 <예지몽>을 읽으면서는 되려 드라마가 원작을 더 재미있게 각색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갈릴레오>를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를, 딱히 드라마를 먼저 접하지 않았어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을 찾는 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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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7-1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케이블에서 몇편 봤는데 언제 끝났는지 당최 찾을길이 없더군요^^

이매지 2010-07-15 22:52   좋아요 0 | URL
ㅎㅎ끝난지는 꽤 됐죠.
드라마가 일본에서 히트하니까 그 여파로 <용의자 X의 헌신>이 영화화됐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