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3분기에 나름 열심히(?) 봤던 <코드블루>. 사실 메디컬 드라마를 생각하고 보면 아쉬움이 남고, 그렇다고 젊은 의사들의 성장담으로 보기에도 아쉬움이 남았지만 달리 볼만한 드라마도 없었고, 야마삐를 비롯한 출연진의 비쥬얼이 먹어 줬기 때문에 봤던 드라마. 사실 다시 볼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신춘 스페셜을 하길래 겸사겸사 복습 아닌 복습을 했는데, 어째 처음 볼 때보다 기대를 안해서 그런지 차라리 좀 재미있게 봤다. 



  플라이트 닥터를 목표로 하고 소요대학 부속 호쿠부 병원에 펠로우십을 하기 위해 온 네 명의 의사가 현장에서 갖가지 사건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에서 중심에 놓이는 건 수술을 많이 경험해서 외과의로서의 기술을 갖춰 명의가 되겠다는 아이자와 코사쿠가 아닐까 싶다. 물론 고향에 닥터 헬기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시라이시도, 아이자와보다 기술은 떨어지지만 지기를 싫어하는 히야마도, 허풍에 비해 실력을 현저히 떨어지는 후지카와도 이야기의 한 축을 유지하지만 수술에 있어서는 냉정하기만 했던 아이자와가 조금씩 인간다움을 찾아가는 것이 이 드라마의 주된 골격이 아닐까 싶었다. 



  닥터 헬기의 홍보 목적도 어느 정도 있는 드라마였기에 아무래도 초점이 닥터 헬기의 중요성에 맞춰진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위급할 때는 닥터 헬기를 타고 우수한 의사들이 출동해서 인명을 구한다는 소재는 높이 사고 싶지만, 현재 일본에서 잘나가는 배우들을 모아놓고 이 정도 밖에 못 만드나 싶었다. 캐릭터 설정도 약간 삐걱대는 감이 있어서 특히 히야마의 경우에는 다른 캐릭터에 다소 묻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웠다. 뭐 그래도 스페셜 드라마에서는 히야마에게도 나름 건수를 하나 던져줬지만, 그래도 토다 에리카 지못미. 메디컬 드라마를 기대하고 보는 이들에게는 긴장감이나 스토리 면에서 아쉬움이 만겠지만, 뭐 토다 에리카나 아라가키 유이, 그리고 무엇보다 야마삐를 아끼는 이들에겐 만족스러울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기나긴 순간
빌 밸린저 지음, 이다혜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작년 봄 쯤에 읽었던 <이와 손톱>은 2008년 베스트 10에 서슴없이 넣을 정도로 내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게 첫인상이 좋았던 빌 밸린저의 작품이 몇 권 더 나왔지만, 어찌어찌 미뤄오다 우연히 도서관 신착도서 코너에서 발견하고 냅다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 제법 얇은 분량이 부담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간 빌 밸린저의 다른 작품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었기에 간만에 게걸스럽게 읽어갔다. (올해 읽은 첫 추리소설이다.) 
 
  주택가에서 목이 잘린 채 발견된 한 남자가 있다. 다행히 목이 뎅강 잘리지는 않았고, 발견자의 지혈로 인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왜, 누구에게 목이 잘린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경찰이 찾아와 자신의 이름이 빅터 퍼시픽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지만 그조차도 그에겐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만 느끼는 빅터. 병원에서 퇴원해 자신을 구해준 여자를 찾아가 한동안 신세를 지며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위험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데...   

  이 책 역시 <이와 손톱>처럼 초판봉인봉으로 출간됐는데, <이와 손톱>의 경우에는 정말 허겁지겁 봉인 해제를 했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설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결말이 아닐까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봉인 해제. 그리고 결말은 정말 내가 생각했던 그 결말이라 왠지 허무했다. 하지만 고전이니만큼 트릭에 연연해하지 않고 읽는다면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목이 잘린 채 살아나 과거를 찾는 빅터의 이야기와 1년 뒤 빅터의 죽음을 조사하는 경찰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로 진행되어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기억없이 그저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기술에 의지해 자신의 과거를 더듬어가는 고독한 사내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제목 때문인지 왠지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같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느낌도 풍기면서, <환상의 여인>도 떠오르는 등 몇 편의 추리소설들이 떠올라 나름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이와 손톱>만큼의 인상은 남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빌 밸린저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봤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아야할 듯 싶다. 이제 국내에 출간된 빌 밸린저의 남은 작품인 <연기로 그린 초상>을 통해 마지막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기나긴 순간
빌 밸린저 지음, 이다혜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0월
품절


지구가 정지하고 영원함이 호흡을 멈추는 한순간. 일 초가 평생처럼 느껴지는, 이 세상에서 오롯이 당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나긴 시간. -5쪽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은 뒤 내 인생을 스쳐간 사람들은 이제 내게 아무 의미도 없다. 그러나 작별 인사를 할 때가 되니 힐에 대해서는 감정적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기이할 정도로 관대했던 건 사실이다. 이 세계와 인간들은 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들은 현재의 단편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세계를 날마다 스쳐가는 그림자였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수많응ㄴ 조상으로부터 이어진 존재다. 선이든 악이든 결국 과거의 산물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내게는 현재가 없다. 과거가 없기 때문이다. -12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제는 국내에도 제법 많은 팬을 확보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작품. 앞서 개봉했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나 <메종 드 히미코>처럼 소외된 사람들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였다. (참고로, 이 영화가 개봉은 늦게 했지만 <조제>나 <메종 드 히미코>보다 앞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80세 노인 닛포리. 심장병때문에 주로 집 안에서만 지내는 그는 괴팍한 성질때문에 도우미가 오는 족족 두손두발 들고 나가버린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도우미로 파견된 나리스. 괴팍하다는 소문과 달리 닛포리는 나리스에게 나긋나긋하고,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며 소년처럼 좋아한다. 알고보니, 그의 몸은 80세 노인이지만 정신세계에서는 자신이 20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게다가 나리스는 그 시절 그가 짝사랑하던 여학생(마돈나)과 놀랄만큼 닮았던 것이다. 엄청난 나이차. 하지만 둘은 행복을 위해 날아오를 준비를 시작하는데...

  영화에서 닛포리는 80세 노인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화면에서 그는 노인이 아닌, 그가 꿈꾸고 있는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닛포리가 영화의 끝부분에서 느끼는 것처럼 지금 '현실'을 보고 있는 것인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릴 때를 대비하여 그가 작성한 연보를 보면 닛포리의 생은 오로지 '심장'의 박동을 유지시키는 데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xx년. 심장 아직도 멈추지 않음.'과 같은 무료한 단어가 이어지는 삶. 뭔가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오로지 심장이 멈추지 않았기에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드는 그의 연보를 따르다보면 나 또한 그처럼 '심장 아직도 멈추지 않음'의 상태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사랑을 차마 고백하지 못하고 행복해지기를 회피하는 듯한 나리스의 모습은 그 나이에 맞지 않는 그늘을 갖고 있는 듯 하다. 그런 그녀의 성격때문에 아마 그녀는 닛포리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이고, 조금은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순정만화같은 느낌이 들지만 또 한 편으로는 뭔가 몽상적인 느낌이 풍겼던 영화였다. 나리스와 닛포리처럼 현실은 눈을 감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들처럼 꿈 속을 거닐기만 한다면 삶은 자신 안에 갇힌 것이 되어버리리라. 닛포리가 날아오르기 위해 뛰어내려보는 것처럼 나도 내 삶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한 번쯤은 뛰어내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닛포리같은 방식으로는 안되겠지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09-01-12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저도 토요일에 이거 봤어요 ^_^

이매지 2009-01-13 00:00   좋아요 0 | URL
전 예전에 봤는데 이제사 페이퍼로 옮겼어요 ㅎㅎ
나름 재미있죠? ㅎㅎ

미미달 2009-01-14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었구 배우도 멋있었어요. 꺄악 >ㅇ<

이매지 2009-01-14 01:54   좋아요 0 | URL
미미달님도 보셨군요 :)
그러고보니 얼핏 미미달님의 리뷰도 본 기억이;;
 

















  미래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들은 하나의 두려움을 다루고 있다(물론, 가끔은 유쾌한 영화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아이, 로봇>에서처럼 로봇이 반란을 일으킨다거나 국가의 통제 아래에 놓여진 모습과 같은 것은 정말 그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왠지 모를 두려움과 공포 등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도 미래의 이야기, 특히 국가의 통제 아래에 국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미래의 영국에서는 곳곳에서 감시활동이 국가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평온한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V라고 알려진 가면을 쓴 의문의 남자가 나타나면서 혁명의 불씨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V는 11월 5일 의회를 날려버리겠다고 무려 1년 전에 예고를 하고, V를 막으려는 국가와 그런 V에 의해 깨어난 민중들이 이야기는 진행된다. 우매했던 민중들은 V를 통해서 자각을 하고 자유를 위해 기꺼이 맞서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도 점점 자신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게 된다. (그것이 자유때문인지 혹은 개인의 이익때문인지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가면을 쓰고 나오는 히어로의 모습이 등장하지만 현란한 액션신은 몇 군데 없는 편이다. 때문에 혹, 액션신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스럽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액션보다는 스토리나 메세지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미래 사회에 대한, 혹은 국가의 통제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파시즘에 대한 어떤 '생각할 거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에 사람들이 그렇게 거리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물론, V가 그들을 우매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해준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자유'를 원했기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간의 보이지 않는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희망'. 그것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힘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잘코군 2009-01-12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책 주문해서 - 영화는 나왔을 때 일찌감치 봤구요 - 몇 장 넘겼는데 재밌네요. ^^ 책이 생각보다 판형이 크고, 무거워요.

이매지 2009-01-12 19:26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는 일찌감치 봤는데 리뷰로 써놓은 걸 페이퍼로 옮겼어요 :)
판형이 <300>이랑 비슷한 정도인가요?

이잘코군 2009-01-12 22:19   좋아요 0 | URL
<300>은 제가 책으로 안가지고 있는데, 재보니까 대략 26*17 정도 되네요.

이매지 2009-01-12 22:55   좋아요 0 | URL
<300>보다 좀 작을 것 같네요 :)
그나저나 사이즈까지 직접 재보시다니
괜히 불편을 끼쳐드렸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