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의 <두나’s 런던놀이> 출간

<두나's 런던놀이>, 옐로우미디어(대표 이정아) 발행

최근 <괴물>의 열연으로 인기몰이 중인 배두나가 이번에는 책의 저자로 독자들과 만난다. 배두나는 2006년 봄 런던을 여행하면서 각양각색의 뒷골목 풍경들과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와 배두나만의 감성이 가득한 문체로 기록했다. <두나’s 런던놀이>는 바로 이런 감수성 가득한 사진 에세이집이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영화 <괴물> 개봉과 드라마 <썸데이> 촬영이 있었음에도 디자인 사무실에 출근하다시피해 스탭들로부터 ‘두나 기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배두나는 “고무줄을 갖고 노는 게 고무줄놀이인 것처럼, 공기를 갖고 노는 게 공기놀이인 것처럼 ‘런던 놀이’는 런던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 책의 제목을 설명한다. 런던 펍(pub)의 편안함 때문에 의외로 맥주를 곧잘 마셨다는 배두나, 세인트 제임스 공원의 어느 나무 아래에 셀프 샷이 담긴 필름 한 통을 묻고 왔다는 배두나의 여행자적 감성은 책의 곳곳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두나’s 런던놀이>에는 배두나가 찍은 셀프 사진들 외에도 사진가 윤석무가 찍은 배두나의 사진도 함께 실려 있어 그녀의 일상을 살짝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에 실린 사진들 중 일부는 배두나의 미니홈피와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다. 배두나의 미니홈피가 있는 싸이월드에서는 이들 사진들 중 일부를 스킨 아이템으로 제작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출처 : http://www.magazinet.co.kr/Articles/article_view.php?article_id=40878&page=1&mm=0110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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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내가 가장 기대했던 작품은 바로 이 것. 원래는 3권까지 나오면 읽으려고 했었건만 1권과 2권을 우연찮게(그리고 너무도 감사하게) 선물받게 되서 10일 출간 예정이라는 말만 덥썩 믿고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10일이 되도 소식이 없고, 14일이 되서야 결국 짠하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1권에서는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2권에서는 범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마지막 3권에서는 그 모든 것을 잘 조화시켜서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를 만들터인데 과연 미야베 미유키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잘 풀어갔는지 잔뜩 기대가 된다.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책들처럼 무엇보다 인간의 심리적인 면들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책. 두껍긴 하지만 꽤 읽히는 감이 좋기때문에 이만한 두께감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듯.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 선집. 수록된 아홉편의 산문은 기존에 출간된 책에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 자체가 펭귄 출판사의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책이니만큼 출판사의 기획 의도에 맞춰 각각의 책을 쓸 때마다 알랭 드 보통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구절만 모아뒀다고. 한 번 읽을 때면 마구마구 밑줄을 긋게만드는 구절들이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책. 그 책들 중에 알랭 드 보통이 정말 밑줄을 긋고 싶었던 구절이 과연 어디인지 궁금한 독자나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는 독자. 혹은 한 번도 그를 못 접해본 독자가 입문으로 접하기에 좋지 않을까 한다.



 음식 속에 숨겨진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니다. 호텔리어에서 에세이스트로 변신한 저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음식 에세이를 만들어냈다. 자신의 체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빵에 대해, 생활에 관해, 탐욕에 관해, 먹는 즐거움, 모순 또는 편견에 관해 등 총 11개의 주제의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저자의 글을 읽어가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강모림의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책. 가볍게 읽기에 괜찮을 책인듯.



 토익 처음 공부할 때 트라이 어게인으로 시작했었는데 초보자들이 보기 좋게 구성되서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중학교 교과서로 시작하는 토익 영문법>인가 그런 제목으로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뉴토익(이제는 더이상 new가 아닌)의 문제 유형에 맞춰 책을 구성하고 있다. 중간 중간 삽화와 만화가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책. 물론, 내용도 비교적 쉽게 나와있기때문에 이해도 쉽지만. 많은 문제를 접할 수 없다는 건 좀 아쉬운 점으로 남지만 그 외에 구성이나 내용은 만족스러웠던 교재.


일본의 문예평론가 사이토 미나코가 1999년 7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베스트셀러 40권을 읽고 그것을 6개의 유형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는 책. 이 책에 의하면 베스트셀러는 무엇보다 '삶의 교훈'을 주는 책이었다고. 이 외에 감동을 주는 책 등으로 분류하며 저자는 대형 베스트셀러는 말랑말랑하고 밝고 무해한 책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이런 분류는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때문에 한 번쯤 재미삼아(혹은 경험삼아) 읽어보기 좋을 것 같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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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8-16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말랑말랑하고 밝고 무해한 책이라..
그런 것들 참 유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가넷 2006-08-16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방범이 그렇게나 재미있는 모양이네요?^^;;

이매지 2006-08-16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 / 그래도 정말 그런 책들이 베스트셀러자리를 점령하고 있는걸요^^;
야로님 / 꼭 보세요! 하나도 안 지루해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김영하의 『빛의 제국』이 출간되었다. 동인문학상 수상작 『검은 꽃』 이후 삼 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이다. 탄탄한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김영하의 소설세계에서 『빛의 제국』은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이번 소설에서 그는 자신의 특장인 감각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문체를 억누르는 한편, 묵직한 주제의식과 전복적인 상상력으로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는 시간 동안의 한국사회의 변화양상과 그 구성원들의 개별적 삶의 궤적을 조망한다. 이 작품은 내용과 형식 모두 김영하의 기존 작품들과 성격을 달리하며, 1990년대 이후의 한국소설에서는 비슷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무엇보다 『빛의 제국』의 의미론적 파장은 1960년에 발표된 최인훈의 기념비적 소설 「광장」에 가 닿는다. 주지하듯 「광장」은 남북 분단의 현실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개별적 인간의 삶을 통해 정면으로 다룬, 최초이자 최고의 작품이다. 「광장」 출간 46년째인 올해, 김영하는 1960년대와는 또다른 층위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역사적 현실 조건 속에 놓인 인간의 실존적 삶에 중층적으로 접근한다. 「광장」이 4ㆍ19혁명 후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의 문학사를 이념적으로 독점했다면, 『빛의 제국』은 1989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문학사를 재편하며 현재의 이십대 젊은이들에게 1980년대 이후의 현대사를 추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는다. 김영하가 그려낸 21세기의 ‘이명준’은 스물네 시간 안에 자신의 존재는 물론 살아온 세월의 절반을 흔적 없이 정리해야 하는 중년의 스파이다. 『빛의 제국』은 그로부터 씌어지기 시작한다.

단 하루 동안 인생을 통째로 다시 산 한 남자 이야기

“어느 여름밤, 나는 침대에 누워 새로운 소설을 구상하고 있었다. 문득 간첩, 그것도 남파된 지 이십 년이 넘은 남자가 떠올랐다. 그 동안 그저 조금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만 믿었던 이 남파간첩에게 어느 날 갑자기 귀환 명령이 떨어진다. 남은 시간은 하루. 그는 그 하루 동안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한다. 가족, 사랑, 직업과 추억, 그 밖의 모든 것들을 버려두고 떠나가야 하는 것이다. 시작은 근사해 보였다. 나는 벌떡 일어나 구상을 적기 위해 노트를 펼쳤다. 스파이의 이야기지만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보편적인 한 인간의 이야기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썼다.”
소설의 주인공 김기영(본명 김성훈)은 평양외국어대 영어과 재학중 차출되어 김정일정치군사대학 공작원반(구 695부대 130연락소)에서 사 년간 대남 공작원 교육을 받은 뒤 스물두 살이던 1984년 서울로 남파된 스파이다. 당의 명령에 따라 입시를 치르고 1986년 연세대 수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생운동권에 잠입한다. 위장 재외동포나 고정간첩, 자생적 공산주의자 위주의 공작원 양성 방식에 변화를 꾀하고 있던 당시의 평양은 잘 훈련된 엘리트 출신 공작원을 남한 대학의 신입생으로 입학시켜 학생운동세력과 함께 커나가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김기영은 그 실험 모델이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영화수입업을 하며 남파된 스파이들에게 그럴듯한 전사(前史)를 만들어주는 이른바 ‘포스트’로 기능한다. 수백 명의 스파이들이 그를 거쳐 남한 각지로 흘러들어간다. 그러다 1995년 자신을 내려보낸 북쪽 담당자가 실각함으로써 잊혀진 스파이가 된 그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왔다.
2005년의 어느 날 아침, 사무실에 출근한 그는 한 통의 스팸 메일을 통해 하루 안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귀환하라는 평양의 명령을 전달받는다. 자신의 기록이 삭제되었으리라 믿고 있던 그는 명령의 전달 경위를 추측하며 고민에 휩싸인 채 서울 곳곳을 방황한다. 올라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그에게 남은 시간은 단 하루. 대학 시절 만난 아내와 중학교에 다니는 딸, 이십여 년 동안 자신이 일구어온 모든 것을 내던지고 가야 하는 그는 순간순간 잊고 있던 과거와 맞닥뜨린다. 불행했던 평양에서의 어린 시절, 배신한 동료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기도 했던 젊은 날의 기억 속에서 그는 시간과 미행의 강박에 동시에 쫓기며 허둥댄다.

기억하라,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 인물이 내 머릿속으로 ‘찾아왔을‘ 때 동시에 두 가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폴 발레리의 시구였다. 정확히 어느 시에서 읽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그리고 이제는 무슨 경구처럼 씌어지는 구절이지만,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문장이었다. 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잘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느 샌가 긴장도 감각도 무뎌진 채 그저 하루하루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하루, 인생에 대한 감수성이 극으로 치닫는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달라 보이고 낯설어 보인다. 그리고 문득 그야말로 아무것도 감각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고 있었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귀환 명령은 어떤 면에서 그의 정신적 잠을 깨우는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연작이었다. 그 연작 속의 세계는 조심스럽게 뒤집혀 있다. 마그리트의 다른 그림처럼 대놓고 부조리하지 않고 자세히 살펴봐야 무엇이 이상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하늘은 청명한데 땅은 어둡다. 가스등이 켜진 거리, 나무들은 검은 그림자에 묻혀 있다. 집의 창문에서는 램프의 불빛이 은은히 비쳐 나오지만 밖은 엄연히 낮이다. 내 소설의 주인공이 사는 세상이 바로 그런 곳이 아닐까. 혼자만 어둠 속인 혹은 혼자만 대낮인, 그런 세상. 그러다 갑자기 어느 하루, 그것마저도 뒤바뀐다.”
김기영은 북한, 1980년대의 남한 그리고 21세기의 남한사회를 모두 경험하는 인물이다. 그가 남파되었던 1980년대의 남한은 21세기의 남한보다는 오히려 북한과 더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시스템, 국민들의 사고방식, 정치상황, 교육환경 등 모든 면에서 그때까지만 해도 남과 북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사회였다. 그러나 21세기의 남한은 1980년대의 남한과는 사실상 ‘다른 나라’이다. 후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2005년 서울이라는 시공간에 소속된 김기영은 이미 자본주의사회에 완벽히 적응한 인물이다. “배는 불룩 나오고 가슴은 빈약하며 팔에는 물살이 출렁대는, 남한의 평균적인 중년 남성이 되어가고 있는”중으로, “하이네켄 맥주와 빔 벤더스의 영화를 좋아하”고 “일요일 오전엔 해물 스파게티를 먹고 금요일 밤엔 홍대앞 바에서 스카치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이다. 누가 봐도 간첩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386세대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그에게 떨어진 귀환 명령. 그것은 자신이 본래 “공작원이고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노동당원”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동시에 일상에 함몰된 채 살아가던 권태로운 삶을 통째로 뒤흔드는 계기가 된다. 그는 단 하루 동안 인생의 전부를 반추하고 회의하며 ‘복습’한다. 이는 엄밀히 말해 그에게 자본주의란 ‘학습’한 것일 뿐 ‘체득’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영원한 국외자. 그것이 김기영의 운명인 셈이다. 소설의 제목으로 쓰인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은 “혼자만 어둠 속인 혹은 혼자만 대낮인, 그런 세상”을 살아온 김기영의 삶을 함축하고 있는 그림이다.

눈 먼 인간들의 나약하고 비루한 운명에 대하여
“이 소설의 기본적 지향점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그리고 인간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또한 그것을 통해서 한치 앞을 모르는 눈 먼 인간들의 운명을 다루고 싶었다.”
김기영의 아내 장마리는 대학 시절 운동권 서클에서 김기영을 만나 결혼했다. 여러 직업을 전전했고 지금은 폭스바겐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자기 삶의 행로가 뒤틀어졌다고 생각하며 남편과 딸의 일상엔 무관심한 채 스물 살이나 어린 대학생과의 연애에 빠져 있다.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잃고 늙어가는 자신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대학생과의 섹스를 통해 보상받는 것이다. 그녀는 남편이 시시각각 자신을 옥죄어오는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무인 러브호텔에서 어린 애인이 요구에 의해 스리섬을 벌인다. 자책감은 있지만 죄책감은 느끼지 않는다. “임수경을 질투하고 평양에 가고 싶어 안달을” 했던 1980년대의 주사파 여대생이 마흔 살 중년의 나이에 『중국의 붉은 별』을 끼고 다니며 마오를 숭배하는 스무 살짜리 대학생에게서 정신적 육체적 위안을 얻는 한 편의 촌극은 지난 이십여 년 동안 한국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친한 친구를 배신하고 무언가 야릇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남자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아무도 없는 집에서 그와 진한 스킨십을 나눈 김기영의 조숙한 딸 현미의 문장은 그런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끔찍했던 어떤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것, 그런 일이 반복되는 것, 혹시 그런 게 인생이 아닐까.” 김기영은 하루 동안 절친한 대학 후배를 만나 진실을 털어놓기도 하고, 공작원으로 함께 남파된 동료들을 찾아 명령의 경위를 캐보려고도 하지만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마리에게 모든 것을 고백한 뒤 같이 올라가자고 설득하지만 그녀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단호하게 거부한다. 마침내 귀환 쪽으로 마음의 가닥을 잡는 순간, 김기영은 자신이 오래 전부터 남쪽 정보당국에 의해 완벽히 감시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엄밀한 의미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없다. 아니 있지만 계속해서 그것을 지워나간다. 소설적 현대성에 대한 이런 지향이 제대로 실현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소설을 읽음에 있어 ‘이야기’에만 집중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바람이다. 물론 이 소설은 ‘잘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히 말하건대, 만약 이 소설이 잘 읽힌다면, 그 순간 당신은 이 소설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빛의 제국』은 원고지 1천5백매 분량으로 저자가 쓴 가장 긴 소설이다. 집필시 몇 번이고 처음부터 새로 쓰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돌연 문예지 연재를 중단하고 문장, 시점, 구성 등 등장인물을 제외한 모든 것을 바꾸어 다시 썼다. 오히려 방해가 될까봐 방북 취재는 일부러 하지 않았고, 대신 탈북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을 참고해 평양을 묘사했다. 특히 저자와 동갑인데다 평양에서 영화대학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유학까지 한 탈북자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탈북 시인 최진이씨와 그 부군은 초고를 읽고 코멘트를 해주었다.
한 편의 숨가쁜 스파이 영화처럼 『빛의 제국』은 여러모로 무거운 소설임에도 시종일관 잘 읽힌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이 소설의 경우 그것은 장점이 될 수 없다. 잘 읽히는 것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 소설은 그 이야기의 밑바닥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스스로 지워나간다. 주인공의 의지, 소통 등은 주인공이 의식할 수 없는, 이야기 바깥에 존재하는 소설의 ‘형식’에 의해 서서히 허물어져버린다. 에셔의 판화를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형식 실험이다. 『빛의 제국』이 잘 읽힌다면, 그것은 저자의 실수가 아니라 독자의 오독이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아랑은 왜』『검은 꽃』등 지금까지 국내에 발표된 김영하의 대부분의 작품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미국,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이미 출간되었거나 곧 출간될 예정이다. 『빛의 제국』에 대한 반응들이 기다려지는 또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는 이미 세계에서 ‘통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김영하
1995년 계간 『리뷰』에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호출』『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오빠가 돌아왔다』,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아랑은 왜』『검은 꽃』, 산문집 『포스트잇』『랄랄라 하우스』, 영화산문집 『굴비낚시』『김영하ㆍ이우일의 영화 이야기』가 있다.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에서 아내와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저자 홈페이지 http://kimyoungha.com

* 초판발행|2006년 8월 8일
* ISBN|89-546-0191-X 03810
* 신국판|392쪽|9,800원
* 책임편집|조연주, 오경철(031-955-8865, 3572)

 

출처 : http://www.munh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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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을뭐라하지 2006-08-10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문학동네로선 이럴 수밖에 없겠지만,
혹시나 이 책을 보실 분들은 위의 내용 안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이거 보고 책 보면 반감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가)

저는 지금 이 소설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이 소설엔 그 흔한 '저자의 말'도 그 뻔한 '해설'도 없습니다.
작가의 적확한 의도야 모를 일이지만,
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제거해준다는 면에서 굉장히 의미심장한 일이지요.

페일레스 2006-08-10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 괜히 다 읽었네... -_- 연랑님 댓글부터 볼 걸. 아 참, 김영하씨 홈페이지 방명록에 연랑님 글도 있더군요! 괜히 반가워서... -_-;;;

이매지 2006-08-10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랑님 / 소문에 듣자하니 기존에 나왔던 책들보다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고 하던데. '저자의 말'도 '해설'도 없다니. 독자에게 알아서 판단하라는건가요. 으음. 저도 읽을 예정이긴 한데 그렇다면 이 글을 잊어야겠군요^^;

페일레스님 / 긴 글 읽느라 수고했소 -_ -;
 

이 전에 <혼징살인사건>과 <옥문도>에서 만난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작품. 긴다이치 코스케는 김전일이 사건을 해결할 때면 입버릇처럼 말하는 바로 그 할아버지. 그가 등장하는 작품 중 네 번째 장편인 이 책은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중에서도 인기가 높아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제작되기도 했다고. 그만큼 재미를 보장받았다는 얘기겠지?

페이지가 두꺼워서 걱정했는데 판형을 보니까 그렇게 두꺼운 책은 아닌 듯.



 
1권에서는 발칸반도의 이야기들을 이어갔다면 이번에는 동남아시아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강대국 중심의 역사에서 벗어나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지역의 역사를 짚어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 듯. 비교적 공평한 시각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기도 하고.




김영하가 말하길 월드컵 끝나고 나올꺼라고 하길래 벌써 한참 전부터 언제 나오나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나왔다. (월드컵 끝난지가 언젠데-_-) 출간 기념으로 낭독회도 갖는다고 하는데 이미 마감된 듯. 확인해보려고 했더니 김영하 홈페이지가 지지리도 안 열려서 포기. (http://kimyoungha.com/) 아. 역시 낭독회는 마감. 그냥 <검은꽃> 이후로 3년만에 만나는 장편이라는 데 의의를 둬야할 듯.





스타일리스트 서은영과 모델 장윤주가 손을 잡고 스타일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이 책을 통해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을 입으라'고 얘기하고 있다. 과연 '스타일'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하면 스타일하게 입는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다고. 처음엔 둘이 함께 책을 지은 줄 알았는데 stylebook by 서은영, stylebook by 장윤주로 나눠서 책이 진행되더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은. 뭐 물론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헤메는 사람이라면 조언정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긴 하고.



<한국의 美 특강>을 통해서 나에게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준 오주석의 <단원 김홍도>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한국이 美 특강>을 읽으면서 오주석이 참 김홍도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김홍도에 대한 기록들을 모아놓은 책이 있는 줄은 몰랐었다. 기존의 책보다 판형을 키우고 도판이 커져서 '김홍도 화첩'에 가까운 책이 되었다고.김홍도가 살았던 세상부터 김홍도의 생애 등을 아울러 설명하기에 그의 작품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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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야 1903년 가을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 지음/김진경 외 옮김/개마고원


이 책은 러시아어로 씌어진, 20세기 초의 한국에 관한 기록으로는 <조선, 1898년> <국역 한국지> <내가 본 조선, 조선인>에 이어 네 번째로 국내에 번역 소개되는 책이다. 러일전쟁 발발 직전이라 할 1903년 10월 10일, 민속학자이자 작가인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러시아 황실지리학회 탐사대의 일원으로 일본 거쳐 부산항 발을 내디뎠다. 곧이어 그는 뱃길로 원산에 도착한 뒤 금강산(안변) → 평강 → 양담(황해도) → 안양 → 양주 → 서울로 이어지는 여행길을 도보로 구석구석 탐색했으며 이를 러시아의 한 잡지에 연재했다. 환국한 뒤, 1905년 그 연재물을 수정보완하여 묶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 세로셰프스키는 글의 서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판에 박힌 모호한 설명뿐인 당시의 한국에 대한 전설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부딪쳐 얻는 생생한 정보를 원했기 때문에 마침내 한국의 해안에 닿게 된 나는 오히려 그 어떤 고정관념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상태에서 마부와 통역사를 대동한 도보여행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러한 지적 탐구심 때문에 불과 한 달 남짓한 여행이었음에도 이처럼 치밀하고 방대한 여행기를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몸으로 부딪쳐 얻은 체험적 정보에만 그치지 않고 (아마도 환국 후 재작업시 보태어졌을) 당시 비숍, 그리피스, 해밀턴, 달레, 레클뤼, 오페르트 등의 숱한 기록물들 역시 종합하고 분석하여 반영해놓고 있다.

이 책이 집필될 당시, 저자의 조국 폴란드는 러시아의 속국이었다. 책에서 러시아 침략자란 표현을 스스럼없이 쓰는 데서도 드러나듯 그의 러시아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은 대단히 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저자가 제대로 유럽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변방 폴란드 출신이어선지, 한국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선 미개한 야만국을 대하는 서구인의 문명론적 시각이 더욱 도드라지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자신의 조국 폴란드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반(半)식민지가 되어 있는 대한제국에 대해 동병상련이 일개 경유 국가인 한국에 대해 방대한 저술을 하게 했음직하나, 그 시선은 때로 너무 신랄해서 경멸감까지 내비치는 식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인다.

일본의 우월성과 한국 침략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대한제국 당시 백성들의 피폐한 삶과 곪을 대로 곪아 무너지기 직전의 사회체제, 패악이 극에 달한 관료주의 등에 대한 냉엄한 관찰의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대한제국 당시의 여러 현실을 목도하면서 비판적이 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노릇일는지도 모른다.

 

세로셰프스키의 여행경로



지도 출처 : I.O. 라비노비치,<한국의 자연과 사람들> 1904년,페테르부르크

 

한국은 놀라운 나라예요! 땅은 아주 비옥해서 이집트처럼 작황이  좋지요! 한국산 쌀은 심지어 일본 쌀을 능가할 정도구요! 한국은 숲으로 끝없이 뒤덮여 있어요! 그리고 숲에는 값비싼 나무들뿐이랍니다. ....

한국은 매력적인 곳이에요. 꽃 핀 버드나무에는 동백나무와 월계수 숲의 축축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지요! 부드러운 공기와 햇볕과 따뜻하고 푸른 바다가 모든 걸 감싸고 있구요. 사람들은 지극히 선량하고, 아이들은 몸집이 크고, 기꺼이 세금을 내며, 권력을 무서워하고, 노동력도 아주 쌉니다. 그들은 대체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 것일까요?! 단, 한 가지 결함이 있는데, 불결하다는 겁니다. 대신 한국 여자들은 착하고 균형 잡힌 체구에 가슴이 크지요. 몸과 비누만 쓸 수 있다면, 극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들일 겁니다!

 



1903년 10월 10일 아침 6시, 우리는 부산항의 넓고 둥근 만에 닻을 내렸다. ....

거리에 한국인들은 많지만, 시내에는 한국식 집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식 집을 보려면 멀리, 그러니까 산중턱 골짜기에 위치한 시골 마을까지 가야만 했다. 멀리서 보니 마을은 폐허 같다. 사납게 짖어대는 회색 개들과 흰색 마포(말꼬리털로 만드는 '갓') 옷을 입은 아이들이 떼지어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한국인들은 크게 떠들며 대화하지만 움직임만큼은 조용하다. 그들은 길모퉁이나 집 담벼락 아래, 혹은 상점 주위에 모여 앉아 아주 작은 놋쇠 파이프를 긴 담뱃대에 끼워 점잖게 말없이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수염을 기르고 진지한 표정을 한 한국인들이 거리 가운데 쭈그리고 앉아서 우리를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밭은 좋은 도구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심지어 폴란드나 독일의 밭보다도 개간이 잘 되어 있다.

 



겉보기엔 촌스럽기 그지없는 한국 농민들의 태도가 유색인종을 대하는 서양 군중의 태도보다 훨씬 신중하고 정중하며 더 훌륭한 것은 사실이다.

날은 아직 훤했고 비도 그쳤기 때문에, 딱정벌레를 잡기로 하고 도와줄 아이들을 불렀다.

 



내가 곁에 앉아 책과 공책을 들여다보려고 했더니, 아이들은 그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으면서도, 끝내 책을 계속 읽어나가려 들지 않았다. 교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한 소년이 책에 있는 큰 한자를 봉으로 짚어가면서 흥분 때문에 툭툭 끊기는 목소리로 뭔가 중얼대기 시작했다.

 





사방이 꽉 막힌 검은색 가마를 들고 짐꾼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앞면에 난 작은 창으로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스쳐가듯 보이는데, 가마를 호송하는 키 큰 남자가 옆에서 우리를 경계하듯 뚫어져라 살펴본다.

 



서울의 시장. '배추' 를 팔고 있다.



궁궐 문을 나서는 황제의 행차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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