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 예술가인 크렉 슈와츠. 돈벌이가 시원찮았던 그는 아내의 권유로 직장을 구하다가 우연히 서류정리원을 구하는 레스터 기업에 취직하게 된다. 그 곳에서 우연히 이상한 통로를 발견하고 그 곳이 존 말코비치의 뇌로 가는 통로임을 알게 된다. 15분 동안 존 말코비치의 몸 속에서 그가 보는 것을 함께 느낄 수 있게 된 그는 이를 마음에 드는 회사 동료인 맥신과 함께 사업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사랑과 사업, 그리고 타인의 뇌 속에 들어가는 기괴한 경험. 이런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신선함을 안겨준다.



  사실 이 영화는 순전히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을 맡은 찰리 카프먼때문에 보게 됐다. 그 영화를 보고 다른 분들의 리뷰를 들춰보다가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도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도 역시나!' 뭐 이런 류의 리뷰들을 몇 편 보고 호기심에 접하게 된 것. 하지만 정말인지 그의 독특한 상상력은 조금 덜 다듬어진 모습으로 이 영화에서도 접할 수 있었다. (물론,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람이라면 '순전히 거짓말!'이라고 할테지만 난 영화는 비현실적인 내용을 현실스럽게 담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단순히 스토리뿐만 아니라 이 영화에는 걸출한 배우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크렉 슈와츠 역으로 등장한 존 쿠삭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로 존 말코비치도 출연하고 있으며 카메오로 숀 펜이나 브래드 피트 등의 배우들도 등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렉 슈와츠의 부인 역으로 등장한 여자는 다름아닌 카메론 디아즈. 내가 그녀를 열렬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사실 영화 중반에 이르기까지 크렉의 부인이 카메론 디아즈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다소 파격적인 모습으로 출연한 셈.



  7과 2분의 1층이라는 낮은 천장의 건물에서 사람들이 구부정하게 일하는 모습이나 굴을 통해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는 점에 있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생각하게끔 했고, 존 말코비치가 실제로 출연을 한다는 점에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는 점도 신선했다.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는 찰리 카프먼. 그의 각본에 점점 매료되는 느낌이다. (물론, 좋은 배우들과 좋은 감독이 있어야 그의 각본도 한껏 살아날 수 있는 것이겠지만.)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맹이 2007-04-2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찰리 카우프만이 쓴 건 다 봤어요~ 그 물꼬를 튼 게 존 말코비치 되기 였는데.. 먼 옛날 일이네요.. ^^;; 어댑테이션도 괜찮아요.. 보셨어요?

미미달 2007-04-2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터널 선샤인>보고 미치는 줄 알았다는.

이매지 2007-04-2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디뽕님 / 어맛. 어댑테이션 아직 안 봤어요^^ 시험 끝나고 봐야겠군요^^
미미달님 / 이터널 선샤인 정말 좋았죠? ㅎ
 

 

 

 



  빠르게 달리고 있는 두 사내들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빠르게 달려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마크 렌턴과 그의 친구들은 마약쟁이들이다. 친구들의 성격을 자세히 살펴보면 벡비는 난폭하긴 하지만 마약엔 손을 안대는 스타일, 스퍼드는 나사가 하나쯤빠져보이지만 착한 성격, 식보이는 숀코넬리에 푹 빠져있고, 토미는 마약에는 손을 대지 않지만 이기팝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들과 관계하고 있는 주인공 랜턴은 마약을 끊겠다고 벌써 여러번 결심했지만 얼마 지나고 나면 다시 또 마약에 손을 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는 우연히 클럽에서 다이앤을 만나게되고 그녀와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는 의지를 갖게 되지만 친구들을 그를 놓아주지 않는데... 과연 우리의 랜턴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영화는 꽤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처음 장면이 달리는 장면으로 시작되어서인지 왠지 계속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배경으로 깔린 음악들도 영화에 어떤 속도감을 붙여주고 있었다. 자신들의 삶을 쓰레기처럼 생각하는 영국의 젊은이들. 그들은 사회로부터 낙오된 자들이고 그런 현실을 잊기 위해 마약을 하고, 마약을 하면서 점점 더 사회로부터 낙오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마약을 하며 쾌감을 느끼는 모습, 마약을 끊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바닥까지 떨어진 인간의 삶의 피폐한 모습, 모든 사람들은 "인생을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하고, 가족을 선택하고, 대형 TV도 선택하고, 세탁기, 차도 선택하고 CD 플레이어와 자동 병따개도, 건강도 선택한다. 콜레스테롤수치도 낮추고 치아보험도 들고 고정된 수입원도 선택하며 새집을, 친구를, 운동복과 경기도구를, 좋은 옷암으로 만든 비싼 옷도 선택한다. DIY 용품도 선택하고 일요일 아침엔 자성의 시간도 가진다. 쇼파에 앉아서 쓰잘데없는 TV쇼도 보면서 인스턴트식품을 먹다가 결국엔 늙고 병들 것을 선택한다.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기적이고 재수없는 놈들에게 조소를 퍼부우며 초라한 집에서 임종을 맞이한다. 미래를 선택하고 인생을 선택"한다. 하지만 랜턴과 그의 친구들에게 그런 선택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그저 지금 당장의 쾌락만이 존재할 뿐.

 



  랜턴과 그의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저 그들의 모습을 방관자적인 자세로 바라볼 수도 있을 듯. 그 어느 쪽이라고 해도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며 푹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에서도 말했듯이 모든 것들은 변해가지만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변하지 않을 듯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넛공주 2007-04-25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인상적인 영화였죠. '영화음악'이라는 것의 존재를 제게 처음 알려준 영화기도 하구요..
 








  하는 일마다 실패만 하는 래리. 부인은 그런 그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가 이제는 제대로 된 일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갖는 것은 바로 하나뿐인 아들인 닉 때문. 결국 래리는 닉과의 생활을 위해 안정적인 직업을 찾다가 박물관 야간 경비직을 맡게 된다. 혼자 신나게 박물관에서 놀던 그는 박물관에 있는 모든 전시물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고, 그의 독특한 박물관 경비직은 그렇게 이어져 가는데..



  이 영화는 얼핏 생각하면 예전에 나온 <쥬만지>와 닮은 꼴이라 할 수 있다. 가상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살아서 움직이고 그 속에서 모험을 하는 이야기. 하지만 이 영화는 모험적인 요소보다는 가족영화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더 많이 담겨져있다. 평소에는 앙숙같이 지내던 로마군인 옥타비아누스와 카우보이 제레다야가 함께 힘을 모아서 공동의 적을 무찌르는 모습이나 변변찮은 아빠의 모습에 기가 죽었던 닉이 박물관에서 아빠의 활약을 보고는 아빠를 다시 보게 되는 모습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전형적인 오락영화라고 하기엔 교훈이 많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뭐 그래도 쉴새 없이 움직이는 박물관을 돌아다니다보면 2시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도 금방 끝나버리는 듯 싶다. 전반에 약간 늘어지는 감이 아쉬웠지만 중반부터는 꽤 재미있었던 영화였다. 유치함을 다소 참는다면 어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싶었다. 물론, 아이들이 보면 더 좋아할 것 같았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카오스 이론. 영화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이론에 대한 어떤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종종 순간적인 기억상실을 겪는 에반. 그는 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불행한 어린 시절이 흐르고 그는 멋진 대학생이 되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일기장을 소리내 읽음으로 일기장에 적힌 시간과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다시 그 때로 돌아가서 친구들에게 닥친 불행들을 하나씩 고쳐보려고 하는데, 그 때마다 뭔가 하나씩 잘못되어 가고 상황은 더 안 좋아지기만 하는데...그는 과연 자신의 삶과 친구들의 삶을 바르게 되잡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살면서 하나씩은 후회하는 일을 저지르곤 한다. 그리고 '만약 그 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 속의 에반은 사실 애초부터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그가 겪은 기억상실때문에 빠져있는 기억의 조각을 맞추려고 한 것이었지만, 정작 자신이 하는 작은 행동이 모든 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깨닫고 불행한 친구들의 삶을 고쳐보려한 것 뿐이다. 한 예로 에반의 행동으로 동네 음식점 서버에서, 대학 퀸카에서, 마약쟁이 창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캘리의 삶은 너무도 극단적으로 변해간다. 이를 바라보는 에반은 고쳐보려, 바로잡으려, 자꾸만 과거로 떠나게 될 뿐. 어찌보면 그 때문에 에반이 더 불쌍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숙명론적 관점,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이런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영화는 대중성도 지니고 있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미덕인 듯. 감독판과 극장판 두 가지 엔딩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감독판쪽의 엔딩이 좀 더 괜찮았던 것 같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4-2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갑자기 또 보고 싶네요. (웃음)

이매지 2007-04-2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 때는 좀 정신없기도 했는데 재미있었어요^^ 결말도 2개라 골라보는 재미도 있었구요 ㅎ
 


<삼월은 붉은 구렁을>에 등장한 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이전에 읽었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와 관련이 있어서 더 구미가 당긴다. 2월의 마지막 날에 전학을 온 리세. 그리고 그녀와 함께 생활을 하는 패밀리의 이야기를 다룬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를 읽고 마지막에 실린 역자후기를 보면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에 대한 미처 풀지 못한 궁금증은 리세가 고등학생이 되어 등장하는 <황혼의 백합의 뼈>를 통해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반갑다. 빨리 읽어봐야지~


얼마 전 <프레젠트>와 <인생 베스트 텐>을 보면서 나름 관심을 갖게 된 작가 가쿠타 미쓰요. 단편집인 이 작품은 독특하게 첫번째 이야기에 조연으로 나오는 인물이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으로, 두번째 이야기의 조연은 세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방식이라고 한다. 열 다섯 명의 인물을 다루기엔 좀 얇지 않을까 싶은 책인데 과연 어떨런지. 기존의 책을 보면서 여성의 감정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 같은 일본의 여자 작가들보다 나은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 작품은 어떨 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