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사무실 이사가 있었다. 같은 건물에서 사무실을 서로 바꾸는 좀 특이한 이사였다. 새 사무실은 옛 사무실 보다 층수가 낮아서 좋다! 책이 들어올 때마다 끙끙거리며 책을 올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던지 생각하면 너무나도 기쁜 일이다.(이 건물엔 엘리베이터가 없고, 가파른 계단이 끝없이 이어져있다!) 그리고 공간이 좀 더 아담하고 아늑한 느낌이 든다. 옛 사무실은 불필요한 공간이 많았고, 아무리 청소하고, 정리해도 늘 정신없는 느낌이었다. 대신 공간 자체가 좁아졌기 때문에 개인공간이 줄어들었고, 책을 쌓아놓을 공간이 부족하여 정리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결국 책을 다 옮겨오지 못하고, 일부는 옛 사무실 창고 공간에 그대로 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갖고 내려오기로 했다.) 

이사를 마치고, 짐들을 정리하고, 개인 공간을 다시 일하기 좋게 세팅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책 옮기느라 혹사당한 온 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고, 사무용품들을 찾기 위해 구석구석을 뒤지기 일쑤였고, 바뀐 공간에 적응하지 못해 자꾸만 헛손질을 하고는 머리를 긁적이곤 했다. 



무엇보다 막내기자가 일을 정리하는 통에 내가 맡아야 할 일상 업무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조금 어설프고, 미덥지 못했지만, 한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엄청났다. 갑자기 늘어난 업무량에 적응이 안 되어서 며칠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와중에 편집장님께서 새로운 제안을 하셨다. 기자 역할을 맡아보면 어떻겠냐고? 사실 여기로 일터를 정하면서 처음에도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었다. 예전 일터에서 간혹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자, 취재나 편집에는 관심이 없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영업일이 더 좋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 대답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일도 물론 재밌고 좋을 것이다. 편집일도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재미를 느끼고 또 잘 할 수 있는 일은 영업일인 것 같다. 



한가지. 글쓰기에 대한 욕심 때문에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실 처음 출판계에 들어올 때는 편집이나 취재가 더 하고 싶은 일이었다. 주어진 일을 하다 보니 영업일을 하게 되었고, 뒤늦게 시작한 탓에 아무것도 모르고 무조건 덤벼들었다. 좌충우돌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서서히 나만의 방식을 익혀가게 되었다. 뭐 지금도 영업자로서의 나는 미숙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 일이 재밌다. 맨 땅에 헤딩해가면 익힌 하나하나의 사소한 노하우들이 자랑스럽다.(선배들이 들으면 우습겠지만.) 


사람의 욕심을 끝이 없다. 아무래도 자꾸만 글 쓰는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꿈틀 올라온다. 하지만 버스 지나가고 손 흔들어봐야 소용없다. 이제 막 재미를 붙인 이 일을 충분히 할 만큼 했다고 생각될 때. 또 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리라 마음먹고 들뜬 마음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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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1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3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9-1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네임이 넘 이뻐요. 감은빛.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요? 출판사에서 일하시나요? 예전에 직업중 가장 대단하고 또 대단한 분야는 영업직이라고 직원들과 결론내린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님 대단하세요^^

감은빛 2010-09-13 12:58   좋아요 0 | URL
감은빛이란 필명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지난 번에 블랑카님 글에 댓글로 적었듯이 실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구요.
감은빛은 짙고 윤기나는 검은색을 뜻하는 순 우리말입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어감이 좋아서 쓰고 있어요.

영업도 종류가 많잖아요. 저는 뭐 그리 대단한 영업을 하는 건 아니구요.
그저 책이 좋고, 사람 만나는 게 좋다보니 그럭저럭 하게 되더라구요.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0-09-12 0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3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9-1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한 사무실에서는 회사가 더 번창하기를 바래요. 이번 주에 이사예정이었다면 비때문에 곤혹스러웠겠어요. 지겹네 비가 내렸네요.... 출판마케팅의 한기호씨도 영업직으로 성공한 케이스였지요. 전 그 분 열정시대인가 뭐가 읽었었는데, 창비시절부터 마이다스의 손이더라구요. 감은빛님의 영업이야기 하니깐 갑자기 그 분이 불쑥 떠오릅니다. 술은 안 하시나요?

감은빛 2010-09-13 13:10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비가 엄청 많이 왔죠.
덕분에 파주에서 열릴 예정이던 책잔치는 취소되었다고 들었어요.
홍대 '와우북페스티벌'은 비 때문에 하루일정이 모두 취소되기도 했구요.

한기호 소장님은 무척 유명한 선배님이시죠.
술은 가끔씩 합니다. 저녁에 아이를 돌봐야 할 일이 종종 있어서 자주는 못하구요. ^^

lo초우ve 2010-09-14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짙고 윤기나는 검은색이었군요 ^^
좋은직업 가지셔서 부럽네요 ^^
난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거든요 ㅋ
감은빛님 새로 옮김 사무실 잘 적응하시구요,
그곳에서도 더 큰 대박 낳으시길 바래요 ^^
오늘도 홧팅~!! ^^

감은빛 2010-09-15 14:53   좋아요 0 | URL
아, 별로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 출판계에 들어올 생각이라면 말리고 싶어요.
가정주부는 참 어려운 직업(물론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요!)입니다.
제가 몇 달간 아이 돌보면서 집안일 해봐서 잘 알아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티 안나고, 돌아서면 할일이 산더미죠.
이 땅의 가정주부들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lo초우ve 2010-09-16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 하하하하하~~
맞아요 ^^
여자들.. 아니, 엄마들 그리고 가정주부들..
정말 대단한 직업입니당 ^^
그래서 타고 나는것 아닐까 생각되어요 ^^
여자들 남자들 각자 맡아서 할일들.
여자는 집안살림 잘하고 내조 잘하고
남자는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정지키고...후훗 ^^

감은빛 2010-09-17 07:07   좋아요 0 | URL
저는 김두식 선생처럼 집에서 가정주부 하는게 꿈입니다.
아내가 돈만 잘 벌어다준다면 그렇게 살고 싶어요! ^^
 

이포댐(정부측 주장은 '보'라고 하지만, 규격으로 보아 '대형댐'이라고 불러 마땅함!)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3분의 투사(염형철 처장, 장동빈 국장, 박평수 위원장)가 오늘 스스로 내려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부랴부랴 뉴스를 검색했다. 오늘 오후 5시반쯤 내려와서 곧바로 경찰에 연행되었다고 한다. 기습적으로 이포보 상판 교각을 점거한 지 41일 만이고, 법원으로부터 하루에 한 사람당 300만원(하루밤에 900만원)의 벌금과 함께 퇴거명령을 받은지 11일만이다.(계산해보면 9천9백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과 퍼붓는 빗줄기와 몰아치는 바람을 피할 곳이라고는 공사자재를 덮어놓았던 천을 이용한 임시 천막뿐이었다. 끼니때마다 선식과 물만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문명의 온갖 혜택과 동떨어진 생활을 해왔다. 철사와 노끈을 재활용하여 실과 바늘을 만들어서 손상된 현수막을 수선하고, 자가발전 손전등을 개조하여 휴대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등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참 놀라운 적응능력이다! 

3명의 투사들 중에서 염형철 처장님과 장동빈 국장님은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다.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새만금 투쟁때부터 몇 차례 함께 활동했던 경험이 있고, 술자리를 가진 적도 있다. 지난 주 이포댐 현장 상황실을 방문했을 때, 먼 발치에서나마 망원경을 통해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건강해보여서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손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온 몸으로 4대강 사업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그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주지 못하는 내 입장이 못 견디게 싫었다. 

이들이 이포댐에 오르는 날 낙동강 함안댐(역시 정부 주장은 '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댐'이다!) 공사현장 타워크레인을 점거했던 2명의 투사들(최수영 처장, 이환문 국장)도 있었다. 이들은 농성 20일만에 태풍 '덴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2003년 태풍 '매미'때는 전국의 타워크레인 57대가 쓰러진 적이 있다. 태풍이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우려하여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이들을 설득했다. 눈물을 머금고 고공농성을 철회한 2명은 경찰에 구속되었지만 삼일 후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석방되었다.(48시간 구금 원칙 위반!)

이포댐에 비하면 함안댐의 상황은 무척 열악했다. 이포댐 투사들이 점거한 교각 상판은 그래도 안정적인 구조물이었지만, 함안댐 투사들이 점거한 타워크레인은 맘편히 몸을 쉴 수도 없는 불안정한 공간이었다. 이들은 용변문제도 원활하게 해결하기 어려워 하루 한끼 선식과 물로만 생활했다. 

함안댐에서는 수영이형과 친분이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현장활동을 함께했다. 처음 고공농성 소식을 접하고 함안댐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사람 중 한 명이 수영이형이란 얘길 들었을 때, 혹시 경찰의 무리한 강제진압으로 인해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걱정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 중에 수영이형의 아들이 멀리서 아빠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사진을 보았을 때, 나도 갑자기 딸아이 생각이 나서 울컥 눈물이 나올 뻔 하기도했다. 

이번 환경연합의 함안댐, 이포댐 점거 고공농성은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실제로 1년 넘게 공사가 진행되었고, 이미 수많은 환경파괴가 자행된 시점에서 반대의견만 무성했을 뿐, 어떤 구심점으로 힘이 모아지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루어진 직접행동이었다. 이들의 고공농성 덕분에 온 국민의 시선이 다시 4대강 공사현장으로 모아졌고, 농성현장을 찾는 발길도 많아졌다. 

비록 이들의 요구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지 못한 상황에서 내려온 것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이제부터 더 큰 싸움을 준비해나가기 위해 일단 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오늘 이포댐 투사들을 설득시켜 내려오게 했다. 

글쎄 개인적으로는 자꾸만 새만금과 천성산의 아픔이 겹쳐져서 마음이 무겁다. 4대종단(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을 대표하는 성직자들의 목숨을 건 3보1배 행렬이 부안을 출발하여 서울까지 도착했을 때와 지율스님께서 목숨을 건 4차례의 단식을 이어갔을 때에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물며 이명박 정부가 지금 귀를 기울여 줄 것인가 생각해본다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2008년 들불처럼 번져갔던 촛불 보다 더 큰 움직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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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9-01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해야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해야 싸울 수도 있고,
건강해야 촛불도 켤 수 있고,
건강해야 희망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희망을 가져도 좋을진 알 수 없지만,
지금...무엇에 우선하여 건강들은 챙기셔야 합니다.

저도 미욱하나마,그 분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pjy 2010-09-02 09:35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말씀에 완죤 동감입니다! 건강하셔야 됩니다!

양철나무꾼 2010-09-02 10:36   좋아요 0 | URL
태풍에 큰 피해 없으신지요~
지난 밤 비에...전 참 엉뚱하게도...
그분들 다행이다,아 다행이다...
마음을 쓸어내렸습니다.

감은빛 2010-09-02 10:59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pjy님,
네, 옳은 말씀입니다. 몸이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단식투쟁을 제일 싫어합니다.

오늘 오후 3시에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있는 날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아, 저도 새벽에 창문 점검하고 다시 누우면서 똑같은 생각했습니다.
미리 내려와서 참 다행이라고......

yamoo 2010-09-02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철나무꾼님에게 두표~!

감은빛 2010-09-03 12:56   좋아요 0 | URL
그럼 저도 두표~! ^^
 
날 보러와요.

 무슨 자신감에선지 모르지만 어릴때부터 글쓰기는 늘 자신있었다. 중학교때는 교내 백일장에서 상도 받았다. 고등학교때는 교지에 글이 실렸고, 대학에서는 학보에 몇 번인가 기고글을 썼다. 

 환경운동단체 활동가로 일할때는 성명서나 보고서 등을 쓰느라 밤을 지새웠고, 가끔 원고 청탁을 하는 대학 학보에 글을 보내곤 했다. 웹진에 글을 써보기도 했고, 예전에 몸 담았던 잡지에 글을 싣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글을 잘 써서 이렇게 많은 기회들이 주어졌다기 보다는 그저 글의 성격에 맞는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혹은 운이 좋았기 때문에) 과분하게도 많은 기회들이 있었던 것 같다. 

 암튼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참 많고, 나는 아무래도 재주도 없고, 노력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까? 리더스가이드라는 독자 집단(커뮤니티)에서 처음으로 낸 단행본에 공동저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앞서 말했듯이 잡지나, 웹진에 글이 실린 적은 있지만, 단행본에 참여한 건 처음이다! 

막상 책이 나오고 나니,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함량 미달의 원고를 받아 책으로 엮어준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이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말을 보면 종종 '나무에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찾을 수 있는데,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렇다. 다른 우수한 여러 글들에 비해 내 글은 웬지 모자라 보이고, 그래서 굳이 몇 페이지 더 늘리는 바람에 나무가 더 희생당했단 생각이 든다. 

 부끄러운 건 뭐 이제와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어쨌든 첫 단행본 출간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키보드를 두드려 보기로 했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짐작 할 수 있듯이, 책에 대한 책이다. 이미 책에 대한 책들은 여럿 나와있다. 그 대부분이 유명한 분들이 쓴 책들이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서평꾼이란 단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에게 적용시키기에는 조금 민망한 단어다!)이 풀어놓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히 서평을 모아놓은 책은 아니다. 

이 책의 부제인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이란 문장을 보면 낯선 단어인 '책세이'가 눈에 띈다. 쉽게 짐작 할 수 있겠지만, 이 단어는 책 과 에세이를 합친 신조어다. 책에 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기존의 서평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그 안에 책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들어가 있다는 개념이다.(적어도 내가 이해하는 개념은 그렇다!) 

유명한 소설가나 평론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읽고 쓴 책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의 모음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용감하고 새로운 시도가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묘한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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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8-2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겸손하시기는...쳇!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구...ㅜㅜ

감은빛 2010-08-25 22:31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을 하시나요?
스텔라님의 독창적이고 재밌는 글 읽고 참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멋져요! ^^

루체오페르 2010-08-26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서재에서 보고 왔습니다. 축하드려요,감은빛님~^^
저는 유명한 사람들보다 평범 일반적인 우리네 일상의 이야기가 더 좋더라구요.
대박기원 합니다!ㅎㅎ

감은빛 2010-08-26 10:4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저도 지금 다른 저자들의 글 읽고 있는데요.
루체오페르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에 대한 책들 중에서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8-26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행본 저자로 데뷔하신 거 축하합니다.
전에 즐겨찾기가 돼 있어 종종 와 봤는데, 최근엔 적조했습니다.ㅜㅜ
아이는 좋은 어린이집에 잘 다니고 있나요?^^

감은빛 2010-08-26 10:4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알라딘 서재를 그닥 성실히 관리하지 않은 제 탓입니다!
저도 한동안 종종 방문했었는데, 꽤나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네요.

큰 아이는 썩 좋은 곳은 아니지만, 평범한 곳에 잘 다니고 있구요.
이제 막 백일이 지난 둘째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데,(맞벌이라서요 -_-;;)
그 곳은 좀 맘에 안드는데,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때 어린이집 사건을 아직도 기억해주시고, 신경써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

stella.K 2010-08-26 11:36   좋아요 0 | URL
헉, 어린이집 사건? 무슨 일일까요?
맞벌이 하시눈군요. 힘드시겠어요.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무탈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yamoo 2010-08-2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글을 잘 써서 이렇게 많은 기회들이 주어졌다기 보다는 그저 글의 성격에 맞는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혹은 운이 좋았기 때문에) 과분하게도 많은 기회들이 있었던 것 같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 기회가 주어지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릇이 준비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책의 필자셨군요^^ 감축드립니다!

감은빛 2010-08-29 03:38   좋아요 0 | URL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원했지만 결국 인연을 맺지 못했던 기회들도 많았겠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단행본 참여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글들을 다 읽어보았는데, 저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거든요. ^^

양철나무꾼 2010-08-29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속에 감은빛 님의 글도 있는 거군여,축하드려요~^^

감은빛 2010-08-30 11:3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꿈꾸는섬 2010-08-29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반갑습니다.^^
저 책 속에 감은빛님도 계신거군요.^^
축하드려요.^^

감은빛 2010-08-30 11:3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네, 부족한 글 하나로 참여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8-3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언니가 책 주신다고 하네여.
감은빛 님의 글도 같이 읽을 수 있겠네요...
축하드려염!

감은빛 2010-08-30 15:2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주말동안 다 읽었는데,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마녀고양이님도 이벤트 당첨 축하합니다! ^^

라로 2010-08-3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도 저 책속에 있군요!!!
받게 되면 님의 글도 읽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니 신기해요~.^^
축하드립니다.^^

감은빛 2010-08-30 15:2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주말동안 다 읽었습니다.
재밌는 글들이 많더라구요.
이벤트 당첨 축하합니다! ^^

비로그인 2010-09-0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여!
서재라고 떡 하니 만들어놓고는 글쓰기엔 자신이 없는 터라 리뷰는 거의 쓰지도 않는 저같은 사람은...감은빛님이 너무 부러울 따름이구요.
즐찾도 고맙구요^^

감은빛 2010-09-03 12: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저도 리뷰는 많이 안쓰는 편입니다.
리뷰를 쓰려면 적어도 2번 이상 읽고 쓰는 편이기때문에
그렇게 읽는 책은 많지 않거든요.
부럽다니요? 마기님이 저보다 훨씬 더 글솜씨가 좋던걸요!
종종 놀러가겠습니다! ^^
 



만화가 최규석 님께서 기륭온라인카페(http://cafe.daum.net/kirungRelay)에 올려주신 그림입니다.
아마도 제가 취재글을 쓰기도 했던 지난 10월 20일 사태를 염두에 두고 그린 그림인 듯 합니다.
아래 글을 참고 하시면 왜 이런 그림이 나왔는 지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http://blog.aladin.co.kr/idolovepink/2363317


너무나도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최규석님께서 마음대로 쓰라고 했으니, 시간날때 여기저기 맘껏 뿌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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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지금까지 두 명의 남자친구를 만들었다. 첫 남자친구는 아이의 첫번째 어린이집에서 만났다. 같은반(아이들은 나이별로 반을 나눈다. 그러니 같은 나이라는 소리다.)인 남자아이중에 제일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였다. 둘은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날부터 엄청 친해져서는 아침에 아이를 데려가면 남자아이가 뛰쳐나와서 서로 반겨주고, 저녁에 데리러갈때까지 꼭 붙어있었다. 그 어린이집에서 선생님들이나 아이들 사이에서도 거의 공식커플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아이가 제 고모의 결혼식에 한번 다녀온 다음부터는 틈만나면 머리에 손수건을 덮어쓰고는 '딴딴따단 딴딴따단 ~~'하고 둘이서 결혼식 흉내를 내곤 했다고 선생님들은 전했다. 그렇게 1년넘게 친하게 지내다가 그 남자아이를 비롯해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모두 그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상황이 벌어졌다.(도중에 어린이집 원장이 바뀌면서 선생님들이 자주 교체되고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아이들이 모두 어린이집을 옮겨버렸다!)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던 탓에 우리 아이만 혼자서 한 달을 더 다녔다. 친구도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동생들이랑 함께 지내면서 한 달을 보냈다. 그 한 달동안 아이엄마랑 나랑 열심히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다녔다.

공식커플이었던 두 아이는 서로 다른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잠시 헤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새로 옮겨간 어린이집 원장이 알고보니 교육자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 카테고리 아랫쪽의 글들을 보면 이전 어린이집 원장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이 원장과는 아직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지 못했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자신이 잘못한 결과에 대해서는 안면몰수하고, 오히려 우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무척 화가났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원장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인간이 덜되어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데, 그 나이가 되도록(나이가 많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가정의 엄마이고, 어린이집의 원장을 할 정도의 나이니까 하는 소리다!) 인간이 될 기회를 못 가졌다는 사실에 인간적 연민을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원장보다는 그 밑에 있는 선생들이, 선생들보다는 아이를 맡기고 있는 부모들이 더 불쌍하다! 무엇보다 가장 불쌍한 건 그 인간이 덜된 원장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야하는 아이들일 것이다! 아이를 볼모로 붙잡고 부모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협박하는 원장 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야기가 잠시 새버렸는데, 암튼 그렇게 헤어져 있던 두 아이는 세 달 뒤에 다시 만나게 된다. 우리 아이가 그 남자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옮겨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오랫만에 만난 두 아이는 함께 지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반이 달랐기 때문이다. 아이가 처음으로 다녔던 어린이집과 달리 여기는 규모가 굉장히 큰 곳이어서 같은 나이인 아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반이 여러개로 나뉘어 있었고 먼저 들어온 남자아이와 뒤에 들어온 우리아이는 다른반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둘이 예전 어린이집에서 공식커플이었다는 사실이 여기 어린이집에도 알려져 있었다.

내가 여기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처음으로 데려간 날 아침, 아이는 낯선 방(교실)과 낯선 선생님들 그리고 낯선 친구들에 둘러쌓여 울먹이고 있었다. 나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복도에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리 아이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옆반 선생님이 그 남자아이를 데려왔다. 우리 아이는 아는 얼굴을 만나자(그것도 늘 붙어다녔고, 딴딴따단도 수십번 했던 남자친구가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울음을 그치고 다가가서 껴안았다. 마치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 남자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랫만에 친했던 친구를 만났으니 반가울듯한데 그저그런 표정이었다. 우리 아이가 자꾸만 그 남자아이에게 다가가려하고 껴안으려 하는데 반해 그 남자아이는 뻣뻣하게 서서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았다. 그 아이를 데려온 옆반 선생님이 작은 목소리로(그러나 복도까지 다 들리는 목소리로) 요새 같은 반의 어느 여자아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우리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지지말라고 응원을 해줬다. 기필코 사랑을 되찾아야 한다고 선생님들끼리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린이집을 나왔다.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서 두 달째 되는 요즘 우리 아이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들에 의하면 아이랑 같은 반에 예쁘장하게 생긴 어느 남자 아이가 있는데, 우리 아이가 요즘 그 남자아이랑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 남자아이 이름을 대고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좋아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새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안 종종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아이의 이름을 대면서 요즘 자주 만나냐고 물었는데, 못 본다는 대답이 계속 돌아왔다. 아이는 어느새 옛 사랑을 잊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선 것이다! 며칠 전에는 저녁에 아이를 데리러갔더니 원감님이 아이를 데리고 계셨다. 원감님이 나를 붙들고는 '아버님 어떡해요. 이젠 ㅇㅇ(옛사랑)은 안좋아하고 ㅁㅁ(새로운 사랑)만 좋아한대요. 제가 순서를 바꿔가면서 열번도 넘게 물어봤더니 계속 ㅁㅁ만 좋아한다고 하네요.'라며 다소 호들갑스럽게 말씀하셨다.

오늘은 아이에게 남자친구랑 엄마랑 아빠중에 누가 제일 좋은지 물어봤다. 아이는 남자친구가 제일 좋고, 그다음으로 엄마가 좋고, 그 다음에 아빠가 좋단다. 내가 제일 꼴찌가 되어버렸다. 아이가 아빠보다 남자친구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서 조금은 서운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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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11-2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새 어린이집에 금새 적응한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고, 기쁜 일이죠.축하드려요.

감은빛 2008-11-20 19: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정말 이곳 어린이집에는 빨리 적응하더라구요.
마침 그때가 아이엄마가 해외출장중일때여서 저 혼자 아이를 돌보고 있었을 때라서,
만약 아이가 적응을 잘 못하면 엄청 애먹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다행히 엄마없는 동안 잘 지내주어서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