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러와요.

 무슨 자신감에선지 모르지만 어릴때부터 글쓰기는 늘 자신있었다. 중학교때는 교내 백일장에서 상도 받았다. 고등학교때는 교지에 글이 실렸고, 대학에서는 학보에 몇 번인가 기고글을 썼다. 

 환경운동단체 활동가로 일할때는 성명서나 보고서 등을 쓰느라 밤을 지새웠고, 가끔 원고 청탁을 하는 대학 학보에 글을 보내곤 했다. 웹진에 글을 써보기도 했고, 예전에 몸 담았던 잡지에 글을 싣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글을 잘 써서 이렇게 많은 기회들이 주어졌다기 보다는 그저 글의 성격에 맞는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혹은 운이 좋았기 때문에) 과분하게도 많은 기회들이 있었던 것 같다. 

 암튼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참 많고, 나는 아무래도 재주도 없고, 노력도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까? 리더스가이드라는 독자 집단(커뮤니티)에서 처음으로 낸 단행본에 공동저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앞서 말했듯이 잡지나, 웹진에 글이 실린 적은 있지만, 단행본에 참여한 건 처음이다! 

막상 책이 나오고 나니, 부끄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함량 미달의 원고를 받아 책으로 엮어준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이다. 책을 읽을 때, 저자의 말을 보면 종종 '나무에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찾을 수 있는데, 지금 내 심정이 딱 그렇다. 다른 우수한 여러 글들에 비해 내 글은 웬지 모자라 보이고, 그래서 굳이 몇 페이지 더 늘리는 바람에 나무가 더 희생당했단 생각이 든다. 

 부끄러운 건 뭐 이제와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어쨌든 첫 단행본 출간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키보드를 두드려 보기로 했다.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짐작 할 수 있듯이, 책에 대한 책이다. 이미 책에 대한 책들은 여럿 나와있다. 그 대부분이 유명한 분들이 쓴 책들이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서평꾼이란 단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에게 적용시키기에는 조금 민망한 단어다!)이 풀어놓은 책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히 서평을 모아놓은 책은 아니다. 

이 책의 부제인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이란 문장을 보면 낯선 단어인 '책세이'가 눈에 띈다. 쉽게 짐작 할 수 있겠지만, 이 단어는 책 과 에세이를 합친 신조어다. 책에 대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기존의 서평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그 안에 책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들어가 있다는 개념이다.(적어도 내가 이해하는 개념은 그렇다!) 

유명한 소설가나 평론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읽고 쓴 책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의 모음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용감하고 새로운 시도가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묘한 마음으로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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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8-2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겸손하시기는...쳇!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구...ㅜㅜ

감은빛 2010-08-25 22:31   좋아요 0 | URL
무슨 말씀을 하시나요?
스텔라님의 독창적이고 재밌는 글 읽고 참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멋져요! ^^

루체오페르 2010-08-26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서재에서 보고 왔습니다. 축하드려요,감은빛님~^^
저는 유명한 사람들보다 평범 일반적인 우리네 일상의 이야기가 더 좋더라구요.
대박기원 합니다!ㅎㅎ

감은빛 2010-08-26 10:4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저도 지금 다른 저자들의 글 읽고 있는데요.
루체오페르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에 대한 책들 중에서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8-26 0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행본 저자로 데뷔하신 거 축하합니다.
전에 즐겨찾기가 돼 있어 종종 와 봤는데, 최근엔 적조했습니다.ㅜㅜ
아이는 좋은 어린이집에 잘 다니고 있나요?^^

감은빛 2010-08-26 10:4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알라딘 서재를 그닥 성실히 관리하지 않은 제 탓입니다!
저도 한동안 종종 방문했었는데, 꽤나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네요.

큰 아이는 썩 좋은 곳은 아니지만, 평범한 곳에 잘 다니고 있구요.
이제 막 백일이 지난 둘째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데,(맞벌이라서요 -_-;;)
그 곳은 좀 맘에 안드는데,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때 어린이집 사건을 아직도 기억해주시고, 신경써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

stella.K 2010-08-26 11:36   좋아요 0 | URL
헉, 어린이집 사건? 무슨 일일까요?
맞벌이 하시눈군요. 힘드시겠어요.
아기가 어린이집에서 무탈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yamoo 2010-08-2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글을 잘 써서 이렇게 많은 기회들이 주어졌다기 보다는 그저 글의 성격에 맞는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혹은 운이 좋았기 때문에) 과분하게도 많은 기회들이 있었던 것 같다.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 기회가 주어지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릇이 준비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책의 필자셨군요^^ 감축드립니다!

감은빛 2010-08-29 03:38   좋아요 0 | URL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래서 원했지만 결국 인연을 맺지 못했던 기회들도 많았겠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단행본 참여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글들을 다 읽어보았는데, 저는 아직 한참 멀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거든요. ^^

양철나무꾼 2010-08-29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속에 감은빛 님의 글도 있는 거군여,축하드려요~^^

감은빛 2010-08-30 11:3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꿈꾸는섬 2010-08-29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반갑습니다.^^
저 책 속에 감은빛님도 계신거군요.^^
축하드려요.^^

감은빛 2010-08-30 11:3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네, 부족한 글 하나로 참여했습니다.
반갑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8-30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언니가 책 주신다고 하네여.
감은빛 님의 글도 같이 읽을 수 있겠네요...
축하드려염!

감은빛 2010-08-30 15:2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주말동안 다 읽었는데, 좋은 글들이 많습니다.
마녀고양이님도 이벤트 당첨 축하합니다! ^^

라로 2010-08-3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도 저 책속에 있군요!!!
받게 되면 님의 글도 읽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니 신기해요~.^^
축하드립니다.^^

감은빛 2010-08-30 15:2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주말동안 다 읽었습니다.
재밌는 글들이 많더라구요.
이벤트 당첨 축하합니다! ^^

비로그인 2010-09-0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여!
서재라고 떡 하니 만들어놓고는 글쓰기엔 자신이 없는 터라 리뷰는 거의 쓰지도 않는 저같은 사람은...감은빛님이 너무 부러울 따름이구요.
즐찾도 고맙구요^^

감은빛 2010-09-03 12:5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저도 리뷰는 많이 안쓰는 편입니다.
리뷰를 쓰려면 적어도 2번 이상 읽고 쓰는 편이기때문에
그렇게 읽는 책은 많지 않거든요.
부럽다니요? 마기님이 저보다 훨씬 더 글솜씨가 좋던걸요!
종종 놀러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