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이 책!


연말이 되면 출판계에서는 으레 한 해를 돌아보며 ‘올해의 책’이라던가 ‘우수’란 단어가 붙는 책들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행사들을 연다. 해마다 ‘단군 이레 최대 불황’이란 수식어를 떼지 못하는 출판시장에서, 고르고 골라서 만든 좋은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판매가 되고 나중에 무슨 상까지 받는다면 참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주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별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2010년 한 해를 돌아보며 아주 좋은 ‘생태’, ‘환경’ 분야 책들이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책들을 찾아봤다.   

 

 

 

 

 

 

 

 

 

1. 『지구의 미래』 프란츠 알트 / 민음인
독일의 저명한 환경 전문가 프란츠 알트씨의 최근작이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계신 알트씨는 책도 많이 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 번역된 책은 이 책까지 단 3권 밖에 없다. 알트씨는 총 2차례 우리나라에서 강연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책 출간 후에 방문했다. 2003년 『생태주의자 예수』가 출간되었을 때와 2005년 『생태적 경제기적』이 출간된 후, 이렇게 두 번이었다. 이번에 책이 나왔으니, 또 한 차례 알트씨가 우리나라에서 강연을 하지 않을까 조금 기대를 갖게 된다.

프란츠 알트씨는 정치학, 역사학, 철학, 신학 등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방송에서 시사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접 진행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햇빛 전도사’라고 부를 만큼, 태양광 발전을 널리 보급하는데 힘써왔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에는 독일 환경상 '골덴네 슈발베(Goldene Schwalbe)'를, 1997년에는 '유럽 태양상(Europaischer Solarpreis)'을, 2007년에는 독일에서 가장 유서 깊은 환경상 ‘골덴네 블루메 폰 라이트(Die Goldene Blume von Rheydt)’를 수상했다.

그의 책들은 항상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비롯하여 생태적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는 특히 개인의 생태적 삶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태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사회적 문제인 환경문제가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또한 개발 정책보다 생태 정책들이 나중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훨씬 더 낫다는 것을 알려준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정치학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방송인으로서 쌓아온 경험에서 비롯된 탁월한 견해이다.

이 책은 다양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지구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 지금 당장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고,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를 대중교통과 자전거 위주로 재편해야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가?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고 지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봐야하지 않겠나? 올해의 아까운 책으로 첫 손에 꼽을만한 책이다! 


 

 

 

 

 

 


 

2.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이유진 / 이후
로컬 푸드라는 말이 있다. 멀리서 먹거리를 가져오기 위해 돈과 에너지를 쓰고 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렇게 복잡하고 힘들게 하지 말고, 우리 동네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먹는 것이 제일 신선하고 맛도 좋다는 얘기다. 이 ‘로컬 푸드’(우리말로 하면 동네 먹거리 정도가 되려나)에 대해서는 책도 여럿 나와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동네 에너지’라는 말이 있다. 저 먼 곳에서 옮겨와야 하고, 값도 비싸고, 게다가 공급도 불안정한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동네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말이다. 로컬 푸드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고, 공감을 많이 얻고 있지도 못하지만, 이 말은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재생가능 에너지’라는 말이 있다. 정부에서는 ‘대체 에너지’나 ‘신재생 에너지’라는 말로 부르기도 하는데,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가 아닌 자연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말이다. 요즘 정부와 한수원(한국 수력 원자력 주식회사)이 열심히 광고하는 원자력 발전은 ‘재생가능 에너지’도 아니고 ‘친환경 에너지’도 아니다. 요컨대 정부와 한수원이 거짓말을 국민들에게 주입시키기 위해 열심히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많았다. 새만금 때도 그랬고, 한미FTA때도 그랬고, 광우병 수입쇠고기로 인한 촛불집회 때도 그랬고,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도 그랬고, 최근 G20 정상회담 때도 그랬다. 이쯤 되면 왜 거짓광고를 하고 있는지 뻔히 알 수 있다. 기득권을 쥐고 있는 세력이 원자력 발전으로 인해 큰 이익을 얻고 있고, 이 이익을 더 극대화하고 싶어서 그럴듯한 거짓말들로 포장한 것이다.

다시 동네 에너지로 돌아와서, 이 동네 에너지란 건 바로 우리 동네에서 만들어 내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말한다. 녹색연합에서 오랫동안 ‘기후변화’와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를 담당했던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책들이 대부분 외국사례(주로 일본이나 독일)를 소개했던 것에 비해서, 이 책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자립 프로젝트’들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도 동네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곳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부에서는 에너지 문제에 대해 살펴보면서 해답은 지역 에너지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2부에서는 국내의 지역 에너지 사례들을 보여주고, 3부에서는 외국의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에도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을 만들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처음 펼쳐들었을 때, 목차를 보면서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OECD 가입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원전을 짓고 있는 나라이며, 핵폐기장을 유치하기 위해 지역 정치인들이 발 벗고 나서는 나라가 아닌가. 그래도 어느새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지역 에너지 추진 사례가 있다는 것이 무척 반가웠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아까운 책으로 뽑아서 널리 알리고 싶다! 
 

 
 

 

 

 

 

 

 

3. 『녹색세계사』 클라이브 폰팅 / 그물코
1991년 출간 되었던 『녹색세계사』의 저자가 2007년에 새롭게 개정판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개정판을 다시 출간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러 사람들이 개정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 출판사 홈페이지에 질문을 남기는 사람도 있었다. 올해 드디어 책이 나왔다. 16년 만에 다시 쓰인 이 책은 단순한 개정판이 아니다. 지난 16년 동안 이 지구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책도 많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자료들을 최신 자료로 바꾸고, 보완했다. 특히 90년대부터 2000년대의 가장 큰 논란인 ‘지구온난화’에 대한 새로운 장이 추가되었다.

이 책은 역사책이다. 다만 역사의 중심에 인간을 두지 않고, 지구 환경을 두고 서술한 역사책이다. 지구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자연환경을 파괴했는가를 증언하고 있다. 자연의 일부분에 불과한 인간이 자연에 행한 끔찍한 파괴행위들이 얼마나 심각한 지 읽어가는 내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역사책 특유의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말투에도 불구하고, 나는 파괴된 자연이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무지한 인간을 야단치는 꾸지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인간의 잔인함에 소름이 끼쳐서 다음 장을 읽기가 부담스러웠다. 특히 8장 ‘약탈되는 자연’과 11장 ‘인구의 무게’ 부분을 읽기가 참 힘들었다. 인간이 멸종시켜버린 수많은 생물들에 대한 부분은 간략한 서술 한마디를 읽는데도, 힘이 들었다. 러시아가 아랄 해를 사라지게 만든 부분은 이 책을 읽으며 그 내막을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인간의 무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사례가 될 것 같다. 땅의 침식에 대한 부분은 읽고 있던 다른 책 『흙』에도 나오는 내용이어서 비교해서 읽는 것이 재미있었다.

1판에서 저자는 비관론과 낙관론 사이에서 중립을 취하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개정판을 다시 쓰는 과정에서는 도무지 중립을 지킬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개발의 폭력은 점점 더 심해지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과연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만약 희망을 원한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죄의 역사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4. 『흙』 데이비드 몽고메리 / 삼천리
흙을 안 밟고 살아온 지 꽤 지난 것 같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회색도시에서는 흙을 밟을 일이 별로 없다. 어려서부터 대도시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꼬맹이 때는 도시 외곽에 살았기에, 반쯤 시골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산과 계곡과 언덕을 뛰어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기억들이 어른이 되어서 이 회색도시에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주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자라는 내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 미안해진다. 더 이상 아이들이 뛰어놀 산과 계곡과 언덕이 남아있지 않다. 흙을 밟고 살아야 할 인간이 흙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 자체가 얼마나 큰 불행인지,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봄이 되면 늘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는 중국과 몽골지역에서 날아오는 모래바람이다. 해가 갈수록 유난히 황사가 심해지는 것은 그만큼 그 지역의 사막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학생 때 사막화방지운동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몽골을 방문하여 나무를 심는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때는 단지 사막화라는 현상에 대해서만 공부를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사막화라는 것이 지력을 상실한 겉흙이 침식되어 버린 땅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근본적으로는 흙과 관계된 재앙이었다. 이 책을 계기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흙은 지구의 살갗이다. 인간의 살갗은 평균적으로 2밀리미터가 안되고, 보통 사람들 키에 대비하면 천분의 일에 조금 못 미친다. 지구의 살갗인 흙은 두께가 30~90센티미터 정도 되는데, 지구 반지름의 천만분의 일이 조금 넘는다. 인간에 비해 지구의 살갗이 훨씬 더 얇고 연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흙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흥망성쇠를 거듭했던 수많은 문명들이 사라진 근본적 원인에는 이 흙의 침식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흙에서 농사를 지어 먹으며 살아간다. 아니 인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생명은 지구의 살갗인 흙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흙이 없어지면 생명도 없어지는 것이고, 인간도 살수 없는 것이다. 지난 몇 십년동안 흙의 유실현상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회의론자들은 지금 흙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고, 기득권 세력은 그런 주장을 근거가 없다고 일축해버린다. 하지만 실제로 흙의 침식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흙의 생성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흙의 침식에 대해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들까지도 공멸하는 게 아닐까 싶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화석연료의 고갈, 멸종으로 인한 생태계의 균형 상실, 과도한 개발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 등 수없이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지금, 또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를 알게 되었다. 바로 흙의 유실이다. 과연 인류는 이런 위기들을 잘 극복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새삼 흙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달았고, 동시에 이 중요한 흙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나서 반갑고 또 고맙다. 보다 더 많은 이들이 흙에 대해 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의 아쉬운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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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0-12-29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세계사> 개정판이었구나.
<흙>도 좀 끌렸는데 어렵고 진도 안나갈 것 같아 미뤄둔 경향이 있었는데
요즘 자꾸 환경보호, 그러니까 분리수거, 쓰레기줄이기 그런 수준 아닌
국제적 수준이나 이론에 관심이 가서요.
좋은 책들 소개 잘 봤어요.^^

감은빛 2010-12-30 10:56   좋아요 0 | URL
네, <녹색세계사> 개정판이 새로 나왔어요.
<흙>은 확실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만,
앞부분을 잘 넘기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됩니다.

제가 소개한 거 보다는 요 아래 된장님(최종규 선생님)이 소개한 책들이 훨씬 더 좋은 책들 같아요. 참고하세요!

마녀고양이 2010-12-2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런 책들도 있었군요.... 저는
괴짜 생태학 사놓고 아직도 모셔놓는 중...... ㅠㅠ
대체 전, 집에 포진되어 있는 책들을 언제나 다 읽을 수 있을까요?

감은빛님, 즐거운 연말과 새해 되셔요!

감은빛 2010-12-30 10:57   좋아요 0 | URL
괴짜생태학 저도 그냥 훑어만 보고 아직 안 읽었습니다! ^^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군요!
올 겨울에는 아내의 잔소리를 덜 듣기 위해서라도,
쌓아둔 책들 좀 읽어야 할텐데.....

마녀고양이님도 즐거운 연말과 새해 맞으시길 바랍니다!

잘잘라 2010-12-2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권 다, 이러면 거짓말이구..
<지구의 미래>,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두 권에 급 관심!
꼭 읽어볼께요^^

감은빛 2010-12-30 10:59   좋아요 0 | URL
네, 사실 <흙>을 제일 나중에 읽어서, 마지막에 덧붙였는데,
사실 제일 추천하고 싶은 책은 <흙>입니다.
참고하세요! ^^

숲노래 2010-12-30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가지 책을 다 읽은 사람으로서 <녹색세계사> 빼고는 그다지 생태와 환경에 더 살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다만 <흙>은 제대로 읽는 사람한테는 무언가 깊이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그러나 <흙> 또한 생태환경책이라기보다는 '생태환경 지식'으로 나아가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

- 협동조합도시 볼로냐를 가다
- 잊혀진 미래
- 숨겨진 풍경
- 작고 위대한 소리들
- 나우루공화국의 비극

이 다섯 가지 책들이야말로 사람들이 거의 알아채지 못하거나 잘 못 읽는 환경책이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이 가운데 <작고 위대한 소리들>은 번역이 너무 엉터리이고, <잊혀진 미래>는 오탈자가 너무 많지요 -_-;;;

실천이나 삶 없이 지식과 이론만 다루는 책들은 환경책이라고 말하기가 좀... 힘들지 않느냐고 느낍니다...

감은빛 2010-12-30 11:06   좋아요 0 | URL
아! 선생님! 말씀 무척 고맙습니다!
배다리 '나비날다' 책방에서 스치듯 뵌 적 있었는데,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네요.

저 역시 선생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다만 제 기준은 '출판'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고려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말씀해주신 책 중에 <협동조합도시 볼로냐를 가다>와 <작고 위대한 소리들>은 제 기준에서 조금 비중이 적어서 언급하지 않았고, 나머지 책들은 솔직히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읽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2-30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권 중 세권 읽었고, 흙만 남겨놓고 있어요.
된장님 추천 중에선, 잊혀진 미래 한권 읽었는데, 저도 읽으면서 궁시렁 거렸었죠~^^

실천이나 삶 없이 지식과 이론만 다루는 책들을 환경책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감도 없지 않으나,
실천이나 삶도 앎에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감은빛 2010-12-30 11:26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양철나무꾼님이시군요!
서재 스킨도 똑같고, 책 읽는 성향도 비슷하고!
이거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많이 보고 배우겠습니다!

위 책들에 대한 양철나무꾼님의 평이 궁금합니다.
나중에 검색해보러 갈게요! ^^

무해한모리군 2010-12-3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세계사를 사두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팽개쳐두고 있네요.
올해가 가기전에!(겨우 이틀) 다읽진 못하겠고 시작이라도 해야겠어요...

감은빛 2011-01-04 15:58   좋아요 0 | URL
지금은 읽고 계시겠네요.
저도 사놓고 한참동안 미뤄두고 있었어요. ^^

순오기 2010-12-30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의 살갗인 흙의 침식은 정말 무서운 경고~ 그걸 무시하다간 다함께 자멸하는 재앙을 당하겠군요. 무서운 세상에 살면서 심각성은 모르는 무지를 깨뜨리는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데... 잘 안돼요.ㅜㅜ

감은빛 2011-01-04 15:59   좋아요 0 | URL
네,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어서 놀랐습니다.
이런 책을 읽어야 하지만, 솔직히 손이 잘 안가는 건 사실입니다. ^^

cyrus 2011-01-0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되어서 들리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신간평가단에서 클라이브 폰팅의 책을 제가 추천한 적이 있었는데,
도서관에 개정판이 비치되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읽어봐야 겠네요.
마지막에 몽고메리의 책은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조만간 읽게 되는데
이 책에 대해서 좋은 평들이 많아서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고 즐거운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

감은빛 2011-01-04 16: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신간평가단에서 활동하시나봐요.
좋은 책들 발빠르게 읽으시겠네요.
자주 들러서 발빠른 정보들 읽어봐야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살았다. 아버지는 택시노조 조합장이셨고, 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하셨다. 잠시 아버지가 감옥에 계실 때는 끼니 걱정까지 해야만 했다. 가수 지오디의 유명한 노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그 노래는 나에게는 실화다. 아마 초등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머니와 함께 어디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배가 고팠다. 마침 중국집이 보여서, 배가 고프다고 말씀 드렸다. 어머니는 돈이 없다고 했고, 나는 주머니를 뒤져서 5백원을 보여줬다. 외갓집에서 용돈으로 받았던 걸 갖고 있었다. 그걸로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서 둘이 나눠먹었는데, 어머니는 한 두 번 드시고는 그만 젓가락을 내려놓으셨다. 나는 왜 그러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별로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 
  

돈과 관계없는 삶을 살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반대한 것은 어머니였다. 당신께서 오랜세월 생활비가 없어서 고생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그토록 심하게 반대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다른 인생을 꿈꾸기에는 너무 세상을 많이 알아버렸다. 돈 때문에 모든 사회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돈과 관계없는 삶. 욕심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지역 환경단체에 일할 때, 한 달 밥값도 안되는 활동비를 받고도 아무 탈 없이 살 수 있었다. 당시에는 돈을 쓸 수 있는 시간조차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하루종일 일 생각만 하고 살았다. 점심은 사무실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대부분 술자리에 끼어 해결했다. 담배값과 교통비외에는 돈 쓸일이 없었다. 이 말도 안되는 돈으로도 살아지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지금도 아이 둘 키우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입으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우리 부부는 늘 돈 때문에 쪼들릴 때마다 욕심을 버리고, 더 아끼고 살아야지 다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 욕심은 왜 이렇게 버리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몇 해전 지인이 전하기를, 자신이 존경하는 교수님이 '자발적 가난'의 실천으로 물건 등을 기증하거나 나눠줬는데, 그때 그 교수님의 서가에 있던 수만권의 책들도 함께 처분했다고 들었다. 얘기를 전해준 지인은 당시에 아주 희귀하고 좋은 책들을 몇 권 얻었다고 좋아했는데, 그 말을 들은 나도 꽤나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평소에 다른 일에서는 늘 욕심을 버려야하지 라고 생각하면서, 이 무슨 모순인가. 

요즘도 아이들이 계속 아파서, 병원비와 약값 지출이 어마어마한데, 다른 지출은 아끼고 있는데, 책은 자꾸 사들이고 있다. 알면서도 도저히 버리지 못하는 이 책 욕심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관심이 가는 책인데, 책 값이 조금 부담스럽긴하다. 평소라면 그냥 질렀을 터인데, 요즘은 조금 망설이고 있다. 물론 이러다가도 언젠가 그냥 확 질러버릴 확률이 높다. 

 

 

 

 

 

 

 역시 관심을 갖고 있는 책. 책값 부담보다는, 어차피 지금 사도 연말에는 못 읽을 것 같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아직 구매를 미뤄둔 책. 역시 조만간 책장 한 구석에 쌓여있을 확률이 높다. 

 

 

 

  

 

 

 인천 지역신문 문화부 기자이자, 소설가인 조혁신의 두번째 소설집.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한동안은 구매를 미뤄두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책들을 좀 읽고나서 다시 사야겠지. 

 

 

 

 

 

마지막으로 지금 읽고 있는 책.  

 

 딴지일보에 연재중인 글. 무신론자가 성경을 해석하고, 기독교를 비판하고 있다. 처음에 딱 펼치자마자 딴지일보 특유의 말투 때문에 좀 거부감이 들었던 게 사실인데, 지금은 오히려 그 말투 때문에 술술 잘 읽힌다. 그리고 재밌다. 같은 무신론자 입장에서는 무척 공감하지만, 기독교 신자가 읽기는 좀 부담스러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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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옛날에는요, 편한 길을 택한 제가 나름 대견스럽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어요.
이제는요, 순수하게 무엇인가를 위해 선택을 하신 분들,
남들과 좀 달라도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분들,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분들에게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겨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최선의 문제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은빛님, 멋지세요.

감은빛 2010-12-16 14:19   좋아요 0 | URL
아, 이러시면,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데요.
누구나 다 자신만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철저하게 이기적인 마음으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쫓아가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공익을 위하거나, 희생하거나, 봉사한다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좋아서 한 일이고, 또 그거 외에는 별로 하고 싶은 일도 없었거든요.
저는 누구나가 다 자신의 자리에서 의미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녀고양이님 말씀 무척 고맙습니다!

2010-12-16 0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8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8 16: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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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8 1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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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9 0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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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4 11: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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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7 0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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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0-12-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마음에 딱 들어오는 글에는 오히려 댓글을 아끼게 돼요.
저 여기말고 다른 데서도 감은빛님 글을 봤을 텐데 그때도 지나치고 방금도 또 그냥 나갈 뻔했어요. 멋진 분 같아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감은빛 2010-12-27 00:49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저도 아이리시스님 글 읽으면서 참 멋지다는 생각했었는걸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2010-12-25 0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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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2 0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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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날치기로 통과된 내년 예산에 대한 기사들을 읽다가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저것들이 무식하고, 지들 이익만 챙기는 파렴치한 것들이라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1. 영유아 예방접종비 400억 전액 삭감 

2.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 전액 삭감(작년 542억, 올해 203억) 

3. ‘보호자없는병원’ 시범사업 24억원 전액 삭감 

4. 전국 5만9천 경로당난방비지원(동절기 월 30만원) 전액 삭감(411억) 

5. 한시생계구호비(4181억원) 전액 삭감 

6. 저소득층 에너지지원 (903억원) 전액 삭감 

7. 장애인 의료비 지원(107억원) 등은 전액 삭감 

반드시 지출해야 할 복지예산을 다 없애놓고, 무슨 '친서민' 정책을 펴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궁금한건 이 돈이 어디로 가는가 하는거다. 뭐 뻔한거 물어서 뭐하겠나. 4대강 예산이 무려 9조 5,895억이나 된다. 그 외에 형님 예산(이건 뭐냐!)이 1,369억이고, 영부인 김윤옥의 한식세계화예산 310억이나 된다고 한다. 

당장 다음 달부터 보건소에서 우리 아가 예방접종도 못 맞추게 되는건가? 이제 예방접종은 무조건 병원가서 비싼 돈내고 맞추라는 건가?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들 밥 굶기고, 추운 겨울 어르신들 난방비 뺏아서, 강바닥 파내고 그 이익으로 지들 배만 채우면 끝인가? 아 진짜 욕나온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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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1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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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16: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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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1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 뉴스 보기 너무 싫습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똑같습니다.

감은빛 2010-12-10 16:53   좋아요 0 | URL
저는 명바기가 대통령 된 후로 뉴스 안보고 삽니다.
신문은 안 읽을 수 없으니 받아보긴 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찢어발기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습니다!

잘잘라 2010-12-10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짜믄 좋노.. 이거야 원.. 무어라 할 말이 없게 만드네요. 증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근데 진짜 이 일을 우짜믄 좋은긴가요? 쿨럭~ 흩어져서 백날 욕해봐야 욕먹는 애들 수명만 늘려주는 일일테고.. 아휴.. 약올라.

감은빛 2010-12-13 16:38   좋아요 0 | URL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답합니다!

귀를기울이면 2010-12-10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문기념으로 주워들은 한마디 옮겨봅니다.

"형님예산으로 건설되는 도로의 명칭 : 결식아동급식지원비路(만든 길)"

감은빛 2010-12-13 16:41   좋아요 0 | URL
재밌네요!
트위터에서 이번 사태를 풍자하는 토막글들이 많던데,
다들 어쩜 그렇게 감각이 좋은지!
멋진 글이 많던데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대개 나를 보고 갖는 편견이 몇 가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얌전하다거나, 착하게 생겼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장담하지만, 나는 절대 얌전하지 않고(예의상 혹은 아직 충분히 본색을 드러낼 사이가 아니라서 얌전을 가장하는 경우는 많지만) 절대 착하지도 않다. 중, 고등학교를 깡패학교를 다닌 덕에, 패싸움도 자주 했고, 파출소나 경찰서도 들락거렸으며, 자랑은 아니지만 폭력전과로 청소년교정프로그램을 이수했던 기억도 있다.

두 번째는 어리게 보는 것인데, 이십대 때는 이게 좀 기분 나빴는데, 요즘은 무척 기분 좋다! 물론 아이랑 함께 있을 때, 아빠 맞나. 삼촌 아니냐. 이러면 경우에 따라서는 좀 기분이 나쁘기도 하다. 어리게 보여서 제일 나쁜 경우는 상대방이 나를 얕잡아보거나,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이다. 특히 40~50대 아저씨들이 그러는 경우가 많지만, 의외로 30대 여성분들이 그러는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오히려 나보다 한 살이 어린 여성이 첫 대면에서 나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말을 턱 놓은 적도 있었다. 진지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라면, 처음부터 일부러 실제 나이를 밝히지 않고, 마음껏 추측하게 내버려 두거나, 27이라고 소개할 때도 있다. 오래전에 같은 학원에서 일했던 선생님 한 분은 늘 자신의 나이는 29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절대로 실제 나이를 밝히지 않았는데, 나랑 무척 친하게 지냈지만, 나는 끝내 그 분의 실제 나이를 알지 못했다. 아마 40대 중반일거라고 추측만 했을 뿐이다. 그 선생님의 영향으로 나도 늘 29이라고 말하고 다니곤 했는데, 작년에 어느 자리에서 27이 아니냐는 말을 들은 후로는, 두 살 낮춰서 27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세 번째는 첫 번째랑 연결되는 이미지인데, 조용하고 말이 없는 편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아내도 나를 과묵한 편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건 평상시에 일상적인 대화에서 경상도 남자다운 경제적인(?) 언어구사능력 때문인 것 같다. 그래 평상시에는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말이 없는 편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말을 할 때는 말이 엄청 많다. 어릴 때부터 이웃에 살았고, 거의 의형제나 다름없을 정도로 친하게 지내는 고향 동생 녀석이 있는데, 이 녀석과 만나면 둘의 수다가 장난이 아니다. 밤새 떠들어도 모자랄 정도로 쉴 새 없이 떠든다.

네 번째는 편안한 인상 때문에 남의 말을 잘 들어줄 것 같다는 얘길 듣곤 한다. 이건 두 가지인데, 단순히 얘기를 잘 들어준다는 의미가 있고, 또 하나는 부탁을 잘 들어줄 것 같다는 의미도 있다. 글쎄 예전에는 사람을 좋아해서, 남들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학생운동, 사회운동, 직장생활 등을 거치면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좀 바뀌었다. 쉽게 정을 주지 않고, 쉽게 믿지 않고, 쉽게 벽을 허물어주지 않는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우호적으로 대해주고, 정을 주는 것처럼, 믿는 것처럼, 적당히 속을 보여주는 것처럼 대할 정도의 요령은 생겼다.

생각해보면 더 있을 것 같은데, 큰 틀에 서보면 첫 번째 이미지에 속하는 이야기들이 될 것 같아서, 이쯤에서 그만두고, 이렇게 편견을 갖고 나를 대했던 사람들이 곧 나를 알게 되면서 갑자기 태도를 확 바꾸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그런 편견이나 오해를 갖게 만든 내가 잘못인걸까? 아니면 혼자 그렇게 착각한 사람이 잘못인걸까? 잘 모르겠다.

꾸밈없이 상대를 대하고, 관심사나 성향이 맞으면 곧바로 마음을 열어주곤 했던 시절이 그립다. 하나하나 계산하고 따져가며 사람을 만나야 하는 상황이 참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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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2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감은빛님..

마지막 남기신 글이 마음에 와 닿네요. 계산없이(왜 자꾸 계산이 "게" 로 씌여지는지..ㅎ.. 아마 계산 이라는 단어를 쓰기 싫어하는 마음에 그런 것 같네요^^) 누군가를 만나고, 또 상대방도 계산없는 시선으로 보던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오늘 처음 인사드리고, 또 들렸던 흔적도 남기고 갑니다. ^^

감은빛 2010-11-26 01:4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바람결님
아! 마녀고양이님께서 멋진 작품을 쓰게 만든 바로 그 바람결님 맞으시죠?
제가 알라딘을 본격적으로 이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먼저 찾아뵙질 못했네요.

인사남씀 남겨주셔서 무척 고맙습니다!

계산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당연해야 할텐데,
요즘은 그렇게 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두서없이 끄적인 잡글입니다.

2010-11-26 2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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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30 16: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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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11-26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감은빛님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사람이 첫인상 그대로여서 좋기도 하지만
그런 의외성 때문에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요.
아무튼, 누군가는 감은빛을 두고 알흠답다고 말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 정오입니다.ㅋㅋ
오늘 날씨 꽤 쌀쌀하죠?^^

감은빛 2010-11-30 15:57   좋아요 0 | URL
그 누군가님께서 너무 잘 봐주셔서 늘 황송할 뿐이랍니다.
글에서 말했듯이 그렇게 좋은 이미지로만 볼만한 놈이 아니라서요.
댓글이 좀 늦었습니다.
주말부터 엄청 춥더라구요!
건강 잘 챙기세요! ^^

2010-11-26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30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1-2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동안이시라 좋으시겠어요.ㅎㅎ
얼굴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옳지 않지만 여하튼 좋은 인상을 주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좋으시겠어요.^^

감은빛 2010-11-30 15: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어리게보는 편인데,
잘 아는 사람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던데요. ^^

양철나무꾼 2010-11-30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동안이시라 좋으시겠어요.ㅎㅎ.2

꾸밈없이 상대를 대하고, 관심사나 성향이 맞지 않아도 마음을 맞춰가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산하고 따져가며 사람을 만나는거...게산하고 따짐의 대상이 되는 사람도 괴롭지만,
계산하고 따져야 하는 사람의 머릿 속도 쥐나지 않을까요?

그냥 인생이라는 강의 물고기 한마리들처럼,이렇게 저렇게 흐르다가 만나지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또 다른 누군가와 만나게 되고 그렇게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은빛 2010-12-01 02:24   좋아요 0 | URL
오호! 제 글에도 릴레이 댓글이 달리다니! 영광인데요! ^^

와! 물고기이야기 참 멋지네요.
어쩜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글에,
이렇게 멋진 댓글들을 남겨주시나요!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12-04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동안이시라 좋으시겠어요. ㅎㅎ3

그런데
'쉽게 정을 주지 않고, 쉽게 믿지 않고, 쉽게 벽을 허물어주지 않는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우호적으로 대해주고, 정을 주는 것처럼, 믿는 것처럼, 적당히 속을 보여주는 것처럼 대할 정도의 요령' 이건 좀 슬픈데요? ^^

저는여, 요즘 꾸밈없이 상대를 대하고 관심사나 성향이 맞으면 곧바로 마음을 열어주지만, 설령 제가 기대한 모습이 아니더라두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저를 바랍니다. 그런데.. 절대 불가능한 모습 같아요, 요즘 하는 짓을 봐서는. 큭큭.


감은빛 2010-12-08 11:06   좋아요 0 | URL
답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

사람 대하는 일이 참 쉽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 이후로 아예 마음을 닫고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또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저절로 마음이 열리기도 하더라구요.

잘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상대를 대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실제로 어떨지는 잘 모르겠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12-06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파출소에서 해결이 안되어 본서까지 갔다면 좀 골치 아팠겠는데요.

감은빛 2010-12-08 11:08   좋아요 0 | URL
네, 본서에서 밤새 취조 받고, 지문찍고, 법원까지 갔지요.
법원에서 재판 받기 직전에 검사 직권으로 강제합의를 했습니다.
거기서 멈췄기에 형을 살지는 않았던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부모님께서 합의금을 좀 많이 쓰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0-12-1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반대시군요. 저는 동년배쯤 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처음엔 정중한 대우를 받는데 말입니다. 물론 실제 나이를 이야기 하면 조금씩들 의외라고 하지요.-.-;;

그리워하시는 그시절.. 다들 그리워하지 않을까 싶네요. 누구나 어느정도 나이가 들면 어린시절처럼 관계맺기는 쉽지 않겠죠. 연말인데, 오히려 잃어버리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주위를 둘러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10-12-13 16:43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오히려 그런 타입이 부럽던걸요.
그리고 나중에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젊어보인다는(어려보인다는 아니고!)말을 듣던데요.^^

오히려 잃어버리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겠지요.
일상에 묻혀 잊고 사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어요.
찾아보고 싶어도 잘 찾아지지 않는 사람들.

잘잘라 2010-12-1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감은빛님 남자?
감은빛이라는 말 뜻을 알았으면 이런 착각 안했을텐데, 감은빛이라는 닉네임을 보고 그냥 이쁜 말이라고 생각하고, 반짝이는 강물결을 떠올렸어요. 그래서 여자라고 생각했구요. 음.. 아쉬운데요? 그냥 계속 착각하구 지내다가, 나중에 혹시 만날 일 생겼을 때(출판기념회라던가.. 뭐 그럴때요), 알았더라면..?!^^

감은빛 2010-12-14 17:16   좋아요 0 | URL
아! 메리포핀스님도 저를 여성으로 착각하셨군요! ^^
알라딘에서 많은 분들이 처음에 그런 착각을 하시던데요.
아니, 알라딘 뿐만 아니라, 온라인공간에서 종종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감은빛의 뜻을 알아보셨나봐요?
강물결을 떠올렸다니, 그거 참 예쁘고 반짝이는 느낌이네요.
여성이라고 착각할만 하네요. ^^
 

동생이 둘째를 낳았습니다. 2년전에 첫째를 낳을 때 수술을 했던 터라, 이번에도 수술을 했습니다. 첫째 때 수술하고 나서 몸이 빨리 회복되지 않아서 수혈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때 가까운 이들중에 수혈을 해줄 사람이 없어서, 그냥 혈액원의 피를 받았더니, 나중에 부작용이 생겨서 조금 고생을 했다고 하네요.

 

이번에는 제 피를 받아야겠다고 벌써 한 달전부터 예약을 했더군요. 간이 나빠지면 수혈을 받는 사람도 안좋다고, 간을 잘 관리하라는 특명이 떨어졌습니다. 술도 마시지 말라고 하고, 잠도 일찍 자라고 하네요. 일주일에 3일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그 3번중에 2번 이상은 새벽 2~3시까지 마시는 사람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니! 뭐 내가 좋아서 마시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대개는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과 약속을 굳이 거절하지 못해서 마시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말이죠. 게다가 밤에 일찍 자라는 것도 그래요. 술을 안마시는 날은 아내가 일을 하거나, 약속을 잡아서 나가는 날이 많아요. 그런 날엔 제가 6살짜리와 6개월짜리 두 딸을 돌봐야해요. 뭐 첫째 녀석이야 혼자서 뭐든 척척 잘 하니까 별로 돌볼건 없고, 잠자기 전에 씻기는 것만 좀 신경쓰면 되죠. 둘째는 유난히 엄마손을 많이 탑니다. 엄마가 없으면 둘째를 돌보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둘째를 업거나 안고, 집안 일도 시작합니다. 일단 첫째아이 밥을 먹여야 하죠. 둘째는 분유를 타서 먹이구요. 그다음엔 설겆이도 하고, 널어놓은 빨래가 있으면 개어놓고, 하루동안 사용한 아기 손수건은 비누칠해서 빨아놓죠. 그런데 아기가 엄마를 심하게 찾으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저 아기를 달랠 방법을 찾아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거죠.

 

참 이상하죠. 아기랑 보내는 시간이 적은 편도 아닌데, 유난히 둘째는 아빠랑만 지내는 시간을 못견딥니다. 아니 엄마가 없는 시간을 못견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군요. 첫째는 그렇지 않았어요. 첫째때는 제가 육아휴직을 받았어요. 엄마가 버는게 훨 나은 때였기에, 엄마는 일하고, 아빠는 집에서 아이랑 지냈습니다. 그래서 첫째는 아빠랑 잘 지냈어요. 1년에 한번씩 엄마가 약 2주간 해외출장을 가도, 아이는 아빠랑 별일없이 잘 지냈죠. 아빠가 복직한 후에도 아빠 사무실에서 놀기도 하고, 아빠랑 같이 회의도 가고, 토론회도 가고, 촛불집회도 가고 제가 일하는 곳마다 데리고 다니기도 했어요. 그땐 그런 일들이 다 가능한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일터가 바뀌고 나서부터는 아이랑 함께 다니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아이가 태어나도 육아휴직은 커녕 출산휴가도 맘놓고 쓰기 어렵더군요.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일도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눈치가 많이 보여서 자주 할 수 없는 일이더라구요. 사장님이 없는 일터에서, 사장님이 있는 일터로 옮기고 나서는 모든 일들에 사장님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더라구요. 물론 우리 사장님은 참 좋은 분이셔서 제가 아이때문에 출퇴근시간에 변동이 생기거나, 아예 못나오는 경우가 생겨도 다 이해해주십니다. 딱한번 첫째가 눈병이 걸려서 어린이집도 보낼 수 없고, 엄마도 일때문에 돌볼수 없어서, 제가 데리고 출근한 날이 있었는데, 그때도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아이에게 참 잘 대해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예전 일터에서처럼 자주 데리고 다닐 수는 없더라구요.

 

암튼 첫째는 아기때부터 아빠랑 참 잘 지냈습니다만, 둘째는 엄마가 없으면 무척 불안해합니다. 눈에 안보이면 자꾸 두리번거리며 찾고, 찾다가 지치면 울죠. 계속 울어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계속 웁니다. 무슨 방법을 동원해봐도 소용이 없어요. 제 스스로 지칠때까지 울어야해요. 울다가 지치면 잠이 듭니다. 일단 잠이 들긴 했지만, 아기는 한동안 계속 훌쩍입니다. 간혹 훌쩍이다가 다시 깨서 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계속 안고 있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안고 재워야하죠. 그런 날엔 집안일은 하나도 못하고 시간이 다 가버립니다. 그사이 첫째녀석은 아기 울음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한쪽 구석에서 놀고 있죠. 녀석을 잘 달래서 씻기고 재워야 합니다. 그럭저럭 아이들을 다 재우고 나면 11시가 가깝거나, 11시를 넘기거나 그렇습니다. 엄마가 돌아왔다면, 잠시 대화를 나누면서, 밀린 집안일을 해치웁니다.

 

아이 엄마까지 모두 잠들면 대개 12시를 훌쩍 넘깁니다. 저도 함께 잠드는 날도 있고, 오늘처럼 잠들지 않고 컴퓨터를 켜는 날도 있습니다. 낮엔 일터에서 일을하고, 저녁엔 술을 마시거나, 육아와 가사노동을 해야하죠. 결과적으로 책을 읽거나 뭔가를 끄적일 수 있는 시간은 밤시간 밖에 없습니다. 12시를 넘어야 저에게는 자유시간이 주어집니다. 뭐 별로 잘 하는 건 없지만, 욕심은 많은 편이어서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습니다. 읽고 싶은 혹은 읽어야 할 책들도 산더미처럼 쌓여있구요. 자주 돌보지 못하는 블로그도 한번씩 가봐야하고, 낮에 보지 못한 뉴스검색도 한번 해보기도 하고, 가끔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그러는 중에 아기가 종종 깨서 울어요. 그럼 잠든 엄마와 첫째가 깨지않고 얼른 달려가서 달랩니다. 한참을 안고 달래야 다시 잠들기도 하고, 아예 깨버려서 엄마가 젖을 물려야 다시 잠들기도 하지요.

 

이렇게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할일도 많은데, 어떻게 매일 일찍 잠들 수 있나요?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은 밤시간 밖에 없는데, 최대한 밤시간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러니 술도 좀 마셔줘야 하고, 밤엔 책도 좀 읽어야하지 않겠어요. 동생에겐 그 긴 얘길 다 전할 수 없어서 딱 한마디로 정리했습니다. '시끄럽다! 가시나야!' 동생이 뭔가 더 쫑알거리기에, 이번엔 좀 더 쎄게 말했죠. '아, 됐다니까! 내 알아서하니까 니는 그리 알아라!' 그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동생에게 전화를 받기 전부터 술약속이 참 많았습니다. 어째 이번 가을은 거절하기 어려운 술자리가 자꾸만 생기더군요. 일주일에 두세번 거절하기 힘든 술을 마시고나면, 주말에는 또 나를 위한 술을 가볍게 한 잔해야 스트레스도 좀 풀리는 법이죠. 그러니 며칠씩 연달아 술을 마시곤 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종종 늦게까지 책을 읽거나 잡글을 끄적이거나 했죠.

 

마침내 동생의 수술날짜가 다가왔습니다. 평일이었기에, 사장님께 미리 휴가를 받았습니다. 먼 길을 왔다갔다 해야하고, 수혈을 해주고나면 당일은 쉬어야할테니 3일 휴가를 받았습니다. 가뜩이나 바쁜 와중에 3일씩이나 휴가를 받는 것도 참 눈치보이는 일이었지만, 동생을 위해서 어쩔수없었죠. 그런데 갑자기 동생이 전화해서, 이번에는 수혈을 안받아도 괜찮으니, 안와도 된다는 거예요. 그래도 한 며칠동안 금주를 선언하고 술약속을 모두 거절했고, 밤에 일찍 잠들려고 노력했는데, 갑자기 수혈을 안해도 된다니 좀 허탈하더군요. 일단 아기도 보고 싶고, 아기 물건들도 전해줘야하고, 어머니 생신도 있으니 한번은 내려가야 했습니다. 수혈이 필요없다니, 굳이 휴가를 내서 평일에 갈 필요는 없고, 주말에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출발해서 월요일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아직 어린 아기때문에 최대한 여행시간을 줄이느라 KTX를 탔습니다. 이번에 새로 대구에서 경주와 울산을 거쳐 부산으로 가는 2구간을 개통했다고, 요금을 제법 올렸더군요. 2시간 18분에 간다는 말은 실제로는 거짓말이었습니다. 2시간 18분짜리는 하루에 2대 밖에 운행을 안한답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2시간 35분이더군요. 기존 경전철구간(그동안은 대구에서 부산까지 경부선 철로 옆으로 경전철을 깔아서 KTX를 운행했습니다.)을 이용할 때도 2시간 45분이었습니다. 역시 그때도 실제로 2시간 45분짜리는 하루에 몇 대 되지 않았고, 대부분 2시간 55분이거나 3시간이 넘기도 했습니다만, 코레일 주장대로라면 겨우 10분 빨라진 건데, 요금을 그렇게 많이 올리다니 참 황당하더군요.

 

게다가 내려갈 때와 올라올 때 모두 7분씩 연착이 되었습니다. 그럼 실제로는 예전 노선을 이용할때와 같은 시간이 걸린거죠. 하나도 빨라지지 않았단 얘깁니다. 또 경부고속철도 2단계구간(대구~경주~울산~부산)구간은 산이 많죠. 그래서 노선을 확정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노선을 확정한 후에는 환경단체들의 반대에 부딪쳤고(지율스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싸웠죠!) 공사기간도 오래걸렸습니다. 산이 많은 곳을 고속철도가 지나가려니 자연히 터널이 많더라구요. 지나가면 다가오고, 또 지나가면 다가오는 터널들, 아내는 터널에 오래 있으려니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더군요. 저는 예전에 비해 유난히 차체가 심하게 떨리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는 단 3분 빨라진 노선. 그 노선을 위해 파괴된 산과 들, 사라져버린 멸종위기종들 그리고 국민들의 혈세 수십조원이 너무나도 아깝다고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겨우 3분을 빨리가자고 희생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들이 아닌가요? 노태우가 계획하고, 노무현이 착공하고, 이명박이 완공하기까지 고속철도가 완성되기를 바랬던 사람들은 이제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지 어떨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하고 자렵니다. 토요일 부산으로 가는 중에 열차가 급정거를 했습니다. 울산역에서 정차하기 전이었죠. 터널을 빠른속도로 통과하던 열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하면서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물병이 스르르 미끄러져 움직였습니다. 물을 마시다가 잠시 내려놓았던 터라, 뚜껑은 제 손에 쥐어 있었지요. 물병이 미끄러지는 걸 보면서도 저는 잡지 못했습니다. 제 몸도 같은 방향으로, 그리고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거든요. 결국 물병은 아래에 있던 가방으로 떨어지고, 마침 열려있던 가방에 물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건 급정거를 했는데도, 아무런 사과방송이 없더군요. 승무원에게 좀 따지고 싶었지만, 마침 승무원도 지나가지 않더라구요. 잠시 후에 울산역에 도착해서 안내방송을 할 때도 급정거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7분 연착했다는 말을 하면서도 사과는 안하더라구요. 최종 목적지인 부산에 도착했을 때도 똑같이 7분 연착했다는 말만하고 사과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음악과 함께 녹음한 목소리가 나오더군요. 정확한 표현은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나 빠르고 정확한 KTX'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방금 스스로 7분 연착했다고 말해놓고, 연이어 정확한 KTX라고 말하다니 참 우스웠습니다. 그건 서울에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였구요. 정말 우습더라구요. 저 방송을 녹음한 성우는 이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지 알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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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1-2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아이돌보는 일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처럼 느껴지죠?
저도 셋을 다른 누구의 도움없이 혼자 키웠는데요, 특히나 둘째가 참 예민하고 허약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셋째는 두돌때까지 맨날 아파서 문제였구요.
그런데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하루 보내다보니, 어느덧 막내까지 학교에 보내고, 몸은 좀 덜 고달파졌는데 이젠 기름기 다 빠진 나이먹은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 있습니다.
일찍일찍 결혼해서 젊을 때 애를 낳고 키우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은데....
푸하하~~~샜다 샜어~~얘기가 딴 데로~~

참말로 답답혀요~~~사과 한 마디면 되는 것을..왜케 아껴서 욕을 먹는지?
에효~~고생하셨어요~~

감은빛 2010-11-25 01:04   좋아요 0 | URL
아이 셋을 훌륭하게 키우고 계시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러워요!
저와 아내도 둘째가 자주 아파서 참 힘들어요.
물론 아픈 아기가 더 힘들겠죠.
잠든 아기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면,
저 조그만 녀석이 아파서 얼마나 힘들까 생각이 듭니다.
빨리 아이가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또 귀여운 아기가 너무 빨리 자라서 아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 마음이란 참 이상한 것 같아요! ^^

2010-11-24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5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0-11-2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어릴 때의 부모들을 보면 아무리 피곤해도 밤 동안의 자기만의 시간을 포기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럴 것 같아요. 육체의 피곤도 풀어야 하지만 정신적 완충제도 필요하니까요.

사과 없는 ktx를 보니 알라딘이 생각나 버리네요.^^;;
말씀대로 그 몇 분을 단축하고자 희생시킨 것들이 너무 크고 깊어서 쓰리고 속상합니다.

감은빛 2010-11-25 01:06   좋아요 0 | URL
아! 저만 그런 건 아니었군요.
마노아님 말씀 들으니 많이 위로가 되네요.
고맙습니다!

어쩜 그렇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단 한마디의 사과가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지율스님이 지키고자 했던 천성산과 금정산을 통과할 때,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