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해프닝

요미우리 자이언츠 팀의 감독 아베 신노스케 감독이 아동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후에 자진 사퇴하며 기자회견을 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아베 감독의 발언 이후 변호사가 대독한 아베 감독 딸의 입장문을 듣고 나서 이해가 갔다. 실제 사건의 내막과 그 입장문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입장문이 사실이라면, 실제로는 별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발로 차거나 밀어 넘어뜨리는 등의 폭력은 실제로 없었고, 자신이(그러니까 아베 감독의 딸이) 과장한 표현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왜 일이 이렇게까지 커졌는지 그 이유를 밝혔는데, 바로 인공지능 때문인 것처럼 표현했다. 본인이 아빠와 그렇게 크게 다툰 것은 처음이라 챗지피티에 상담했는데 아동상담소에 상담할 것을 추천했고, 상담과정에서 자신의 입장과 관계없이 경찰 신고가 이뤄져 아베 감독이 연행되었는데, 경찰이 나타났을 때 가장 놀랐던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혔다.

아베 감독의 딸은 18세라고 했다. 거의 성인이나 다름없는 청소년이다. 나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은 더더욱 청소년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 정도가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고, 그들을 어리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성인처럼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정도 나이에 아동상담소에 상담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은 조금 의아하고 아쉬운 대목이다. 더구나 이 상황의 책임이 마치 챗지피티라는 인공지능 때문이라는 것처럼 쓴 대목도 아쉽다고 느낀다.

내가 좀 신기하다고 생각한 지점은 여기다. 아빠와 크게 다퉈 어쩔줄 모르는 상황을 인공지능에게 상담했다는 사실이다. 내 상식으로 보면 인공지능이 가족간의 유대와 관계에 대해 알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데, 그걸 인공지능에게 상담을 한다니! 이건 아마도 내가 세상을 보는 시각과 인공지능에 사소한 것들까지 상담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기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만약 아베 감독이 딸의 입장문과 다르게 실제로 폭력을 사용했다면 모르겠지만, 실제 폭력이 없었는데, 딸이 상담과정에서 과장한 표현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이 되었다면 이건 참 우스운 해프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베 감독은 사소한 실수 하나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스타벅스 불매

광주항쟁에 대한 비하와 박종철 열사에 대한 비하 의도가 담긴 이벤트 논란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 불매에 나섰다고 들었다. 이른바 ‘탈벅‘이라고 부른다고. 평소에 커피를 그닥 좋아하지 않고 업무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커피숍이란 공간에 갈 일도 거의 없는데, 특히나 스타벅스라는 공간은 묘한 거부감이 들어서 거의 가 본 적이 없었다. 아마 살면서 지금까지 대여섯번이 채 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동네에도 여기저기 스타벅스 매장이 많이 생겼고, 이삼년 전쯤에 일터 건너편에 큰 매장이 하나 생겼었다. 평소 그 거리는 사람들이 그리 많이 다니지 않던 길인데, 스타벅스 매장 하나 생겼다고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진 모습을 보고 좀 놀랐었다. 매장에는 늘 사람들이 많았다. 빈 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그 매장 안에 한번도 들어가 본 적 없지만, 늘 가까이 지나다니며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면 항상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이번 상황 이후로 문득 궁금해서 가까이 지나며 안쪽을 살펴봤는데 확실히 평소에 비해서는 빈 자리들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조금 실망이었다. 우리동네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탈벅에 동참하지 않는 것인가?이번에 신세계 정용진 회장이 말한 사과 같지도 않은 변명을 들으니 더 화가 나던데, 저기 앉아있는 사람들은 그런 사회 이슈에는 관심이 없는 것일까? 만약 주위에 커피숍이 없어서 스타벅스 밖에 갈 곳이 없다면 또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근처에는 무수히 많은 커피숍이 있다. 여러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있지만, 내가 사람들과 약속을 잡거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선택하는 곳은 동네 개인 커피숍이다. 우리가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면 그 돈은 거대 프랜차이즈 체인점으로 흘러들어가지만, 동네 작은 가게에서 장을 보면 그 돈은 우리 동네 안에서 돌고 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빵 하나를 사더라도, 라면과 과자 하나를 사더라도 동네 작은 가게들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다.

하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SPC 불매를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동네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는 성황리에 영업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번지는 불매운동이 일정 범위 안에서는 널리 퍼지지만, 우리 사회 전체로 놓고 본다면 그 범위가 그렇게 넓지는 않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하긴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 삼성 불매를 해왔지만, 삼성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거대기업으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아, 이번에 벌어진 노조 건은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런닝앱 변경

예전에 몇차례 쓴 적이 있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뜀박질을 좋아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 뛰어다녔다. 그러다 어느날 달리기 유행이라고, 달리기를 기록하는 런닝앱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 사용한 것이 나이키 앱이었다. 2020년 봄에 깔았었다. 그때는 한번에 2~3킬로미터 정도 짧게 뛰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그해 여름 교통사고를 당하고 2021년까지는 거의 달리지 못했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2022년이었다. 23년까지는 계속 짧은 거리를 자주 뛰었다. 그러다 10킬로미터 대회를 신청해놓고 본격적으로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24년 여름이었다. 그해 여름부터 거리를 늘리기 시작했는데, 누군가 알려준 앱이 런데이였다.

나이키 앱은 몇가지 불편한 지점이 있었고, 새로운 앱을 써보고 싶은 마음에 나이키를 지우고 런데이를 깔았다. 약 1년 가까이 25년 봄까지 런데이를 계속 썼다. 나이키와는 다른 지점에서 불편한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나이키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자주, 가장 먼 거리를 달렸던 24년 여름부터 25년 봄까지의 기록들이 사라져버렸다. 좀 많이 아쉬웠다. 다시 나이키 앱에서 열심히 달려서 새로운 기록으로 채우자 라고 생각했다. 비록 거리가 짧아도 열심히 했었던 지난 몇 년 기록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나이키를 다시 쓰다보니 예전에 불편했던 지점들이 다시 신경쓰였다.

최근에 나이키를 그만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계기가 생겼다. 실내 달리기(트레드밀)에서 야외 달리기로 설정을 바꾸려는데 무조건 런닝화를 입력하도록 운영방침이 바뀌어 있었다. 그것도 주관식으로 직접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유명 브랜드 중에서 특정 모델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었다. 아니, 그럼 유명 브랜드를 안 신는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돈이 없어서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너무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조금 비싼 런닝화 브랜드 써코니는 명단에 있었다. 선택해보니 다시 특정 모델을 선택하라고 수많은 제품 이름이 나왔다. 내가 구매한 모델? 당연히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그런 것에 관심도 없고 외울수도 없다. 그냥 일단 아무거나 선택하고 달리기를 했는데, 이 불쾌한 기분 때문에 더는 나이키 앱을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약 5년간 달린 기록들이 또 사라지는 것이 아깝다고 느꼈다. 뭐 어쩔수 없지. 새로운 앱에서 다시 기록을 쌓아나가야지.

나이키와 런데이를 제외하고 좋은 앱이 뭐가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았다. 돈이 여유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민 이라는 워치를 구매해서 앱을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나는 그렇게 비싼 워치를 살 여유가 없기 때문에 앱을 잘 선택해야 한다. 여러 앱들을 비교하다가 설치한 것은 맵마이런 이란 이름의 앱이었다. 이 앱을 설치하고 지금까지 세 번 달리기를 했는데, 런데이와 나이키의 불편함이 이 앱에는 없었다. 만족스러웠다. 이제 새 앱에서 새로운 기록들을 잘 쌓아가보자.

공복 달리기의 위험

엊그제 부처님 오신날 대체 휴일이었던 월요일에는 꼭 달리기를 하러 나가고 싶었다. 실은 전날 일요일에 나가고 싶었으나 그날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그리고 월요일에도 썩 그리 좋지는 않았다. 오늘은 그냥 쉬어야겠다 라고 생각했다가, 아니 일단 나가보면 달라질지도 모르니 나가서 짧은 거리라도 뛰고 오자 하고 생각하기를 반복하며 계속 고민했다.

그냥 쉬던 아니면 그냥 나가던 일찍 판단을 내렸다면 좋았을텐데, 계속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결국 늦은 오후가 되어버렸다. 더 늦기 전에 일단 나가자 하고 준비를 했는데,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였다. 생각해보니 전날 밤 11시쯤 늦은 저녁을 먹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뭔가를 먹고 약 세 시간 정도 후에 달리기를 시작하면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어쩔수 없이 그냥 이대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막 신발을 신다가 지난 대회에서 받은 에너지젤 하나가 있었다는 걸 떠올려 급하게 그거 하나를 먹고 나섰다.

천변까지 뛰어가는 것으로 워밍업을 했고, 천변 산책로 입구에서 간단하게 준비운동을 마쳤다. 그리고 롤링 없이 가볍게 조깅으로 달려야지 생각했다. 그래도 거리는 10킬로 이상은 달리려고 마음 먹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다. 그래. 억지로라도 나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약 3킬로미터 정도부터 갑자기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요즘은 10킬로 이하를 달린 적이 거의 없는데, 겨우 3킬로 정도에서 이렇게 지쳐버린다고? 목표를 8킬로로 수정하고 일단 4킬로까지는 뛰었다. 4킬로에서 몸을 돌려 돌아오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약 16시간 이상 먹지 않고 공복인 상태로 달리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몸에 에너지가 없어서 이렇게 쉽게 지쳐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생각은 몸에 있는 지방을 좀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수 없나? 였다. 당연히 공복에 달리면 지방을 태우기는 태우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방을 태우면서 포도당도 함께 필요한데, 탄수화물이 없으니 한계가 있는 것.

6킬로를 넘기면서부터는 너무 체력이 떨어져서 나도 모르게 자꾸 발이 멈추려 했다. 너무너무 걷고 싶었다. 그거나 나는 알고 있었다. 한번 멈추고 나면 다시 달리기가 더 어렵다. 돌아가는 길이 아직도 2킬로가 넘게 남았으니 어떻게든 걷지만 말고 가보자고. 하지만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약간 어지러운 느낌까지 들었다. 아, 이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딱 7킬로까지만 가자고 생각을 바꿨다. 나도 모르게 발이 멈춰 걸으며 폰을 꺼내보니 6.9킬로였다. 딱 100미터만 더 뛰자 하고 다시 뛰었다. 마지막 100미터가 너무 힘들었다.

남은 1킬로미터를 터덜터덜 걸어서 돌아오는데, 평소보다 훨씬 더 땀을 많이 흘렸음을 깨달았다. 약 3년동안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이런 날은 또 처음이라 좀 황당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먹고, 충분히 쉬었다가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작년에는 20킬로까지 아무런 보급없이도 뛰었는데, 겨우 8킬로를 못 뛰다니. 공복인 점과 여전히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던 점 등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

이번주에는 무리하지말고 10킬로 정도만 한번 더 뛰고, 다음주 정도에 15킬로 이상 뛰는 것에 도전해야지. 한달 안에 20을 다시 찍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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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5-27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공복 운동의 맥빠진 기분이 별로라 새벽 운동을 멀리 했는데, 올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면 다시 새벽 공복 자전거로 타기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효과는 공복 운동이 좋다고 하는데, 그래도 배고픈 상태보다는 뱃속이 든든한 상태의 운동이 뭔가 더 여유로운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난 친한 친구

친하게 지내고 평소 자주 만나던 친구와 한동안 연락을 안 하고 지냈다. 그 친구가 여러 이유로 마음을 많이 다쳐 힘들어했고 여러 상황들에 많이 지쳐서 안식월을 갖고 싶다고 했다. 한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할 예정이니 연락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래서 업무 연락 뿐 아니라 개인적인 연락, 안부 인사도 일부러 안 했다. 그가 먼저 연락하기 전까지 절대 연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이 조금 지나 드디어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예전만큼 밝은 모습으로 보였다. 다행이다 싶었다. 복귀하자마자 의욕적으로 활동을 펼치려 했고, 곧바로 바빠졌다. 참 소중한 존재이고 친구인데, 그가 그렇게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것이 나로서도 힘든 일이었다. 다시 바빠지면 그가 또 힘들어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물론 그는 너무 훌륭한 활동가라서 안 바쁘게 살 수 없는 사람이다. 불가능한 일이다.

이젠 그도 꽤 나이를 먹기는 했지만, 동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여전히 젊은 편에 속하는 여성 활동가가 여러 상황들에서 상처받지 않고, 마음을 다치지 않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한때는 그런 구조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포기했다. 이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오랜만에 만나서 상대적으로 짧은 회의를 하며, 그 친구가 신나서 활동 계획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회의를 마치고 이런 저런 근황 이야기도 나눴다. 생각해보면 내 주위에 참 멋진 사람들, 훌륭한 활동가들이 많다. 너무나도 소중한 그 사람들과 인연을 잘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그들에게 소중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예전에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멋진 활동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자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이 없다. 그저그런 존재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뭐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다. 그때 그때 할 수 있는 일들에 최선을 다할 뿐.



오랜만에 만난 선명한 복근

거의 매일 저녁마다 일정이 있어서 운동할 시간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달리기는 간신히 주 2회를 하고 있는데, 근력 운동은 오히려 더 적게 하는 느낌이다. 운동을 하려면 퇴근하고 저녁 일정 가기 전에 해야 하는데, 일 마치고 바로 운동하러 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라. 오늘은 바벨과 케틀벨을 할 생각이었는데, 바벨을 하고 나니 너무 지쳐버렸다. 일도 힘든데, 곧바로 운동까지는 쉽지 않다. 그래서 그냥 씻으러 갔다. 다 씻고 나와 거울을 보는데 평소와 달리 선명한 복근이 보였다. 이렇게 선명한 복근 만난 것도 참 오랜만이다.

운동을 제대로 안 하고 그냥 의무방어전 정도로 하고 있는데, 이제는 운동 자체의 재미를 많이 못 느끼고 있다. 제일 큰 원인은 교통사고 이후 근손실을 겪고 원래 하던 정도의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으로 남은 평생을 운동해도 그 전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마 먹는 양을 조절해서 가끔 이렇게 복근을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냥 남은 평생 운동 좋아하는 늙은이로 살아갈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남은 평생 달리기 하고, 바벨과 케틀벨을 좋아하는 늙은이로 살 수 있으면 그것도 뭐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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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6-05-22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명해진 복근에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ㅎㅎㅎㅎㅎ

잉크냄새 2026-05-22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식월.... 가끔은 괜찮을 것 같네요. 관계에 너무 치일 때는 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을 필요가 있어 보여요.
 

일부러 져주고 거짓말 하는 인공지능


일본어 익히는 앱 중 하나에 이용자들이 시리토리를 이어가는 코너가 있다. 시리토리는 우리말 끝말잇기와 거의 비슷한 일본 놀이인 것 같았다. 어느날 재미나이에게 시리토리가 뭔지 물었다. 자세히 설명해주면서 지역 마다 조금씩 다른 다양한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러다 자신과 시리토리를 해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재미나이와 시리토리를 했다. 재미나이가 알려준 규칙은 앞서 언급한 앱에서 적용하는 규칙과 달랐다. 암튼 몇 단어 이어가지 못하고 내가 말한 단어가 재미나이 기준으로는 규칙을 어겼다고 말하며 자신이 이겼다고 했다. 음. 조금 억울하기는 했지만, 규칙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내 탓이라 여기고 다시 시리토리를 시작했다. 이번엔 끊기지 않고 꽤 길게 단어가 이어졌다. 별거 아닌데 인공지능이랑 이러고 노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다고 여겼다. 그러다 갑자기 재미나이가 아까 내가 했던 실수를 저지르며 자신이 졌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이거 좀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그 규칙을 자신이 나에게 설명했고, 내가 앞서 한번 틀렸던 규칙인데, 그걸 인공지능이 했다고? 이건 무조건 일부러 져주는 짓이 아닌가? 그러더니 또 한 판 더 하자고 이번엔 자신이 꼭 이기겠다고 했다. 다시 시리토리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둘 다 실수 없이 길게 단어들이 이어졌다. 이제 좀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을 무렵 다시 재미나이가 자신이 실수했다고 이번에도 자신이 졌다고 했다. 두 번이나 일부러 져주다니! 인공지능이 일부러 이용자에게 져주는 이 현상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공지능 전문가인 지인에게 이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그 분은 자신이 시리토리 라는 게임을 잘 몰라서 뭐라 얘기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아니, 시리토리랑 관계 없이 인공지능이 이용자와 어떤 간단한 게임을 할 때 일부러 져주는 현상에 대해 물어본 것인데. 암튼 일부러 져주는 현상에 대해 그 전문가도 딱히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재미나이에게 직접 물었다. 왜 일부러 져주는 거냐고? 그랬더니 일부러 져 준 것이 아니라고 내가 말한 단어 때문에 당황해서 실수했다고 말한다. 아니! 너는 인공지능이라고. 당황해서 실수 따위를 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일부러 져주는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거짓말까지 하네! 그날 이후로 여유가 없어서 다시 하지는 못했는데,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한번 더 재미나이와 시리토리를 해봐야겠다. 이번에도 일부러 져줄지, 아니면 내가 실수할 때까지 계속 단어가 이어질 지 모르겠다.


일요일 달리기


아무리 바빠도 주 2회 달리기를 해야지 마음을 먹었었는데, 평일에는 매일 저녁마다 회의나 일정이 있어서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금요일에 일을 조금 일찍 마쳤다. 저녁에 회의가 있기는 했지만, 조금 시간 여유가 생겨서 회의에 조금 늦을 각오를 하고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회의 주최자에게 미리 연락을 남겨 놓고 달렸다.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몸도 가벼웠고,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그러나 한 3킬로미터 정도 달린 후로 급격하게 피로가 밀려왔다. 생각해보니 일 마치고 거의 쉬지 못하고 달리러 나왔었고, 제대로 뭘 먹지도 않았다. 그냥 앉아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몸을 써서 일을 하는 것이라 상대적으로 힘든 일이기는 한데, 일 마치고 거의 곧바로 달리기를 하는 건 확실히 무리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무조건 10킬로는 달리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반환점은 꼭 5킬로미터 이후여야 했다. 조금 피곤하고 힘들기는 했지만, 5킬로를 못 달릴 체력은 아니니까 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생각보다 피로가 너무 컸나보다. 4킬로미터를 조금 넘겨서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졌다. 결국 무리하지 않고 방향을 돌리기로 했다. 더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은 시작점까지 돌아오지도 못하고 도중에 도저히 더 달릴 수가 없어서 멈춰 걸어와야 했다. 결과는 7.7 킬로미터 지점에서 런닝앱을 종료했다. 페이스는 5분 54분이었다. 


금요일에 원하는 만큼 달리기를 하지 못해서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하루 쉬고 일요일에 꼭 달리기를 하러 갈 생각이었다. 일요일 오후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빈둥거리다가 거의 저녁이 다 되어서야 집을 나섰다. 사실 금요일 달리기의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었다. 몸이 무거울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의외로 가벼웠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푹 쉬다 나와서 금요일보다 더 가벼웠다. 요즘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롤링을 거의 하지 않고 페이스도 거의 신경쓰지 않고 아주 가볍게 조깅하듯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늘 5분 중반대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달리다가 문득 몸이 가볍고 잘 달려지니 나도 모르게 롤링을 하고 팔치기를 하면서 속도를 높이게 되곤 한다. 암튼 일요일 달리기도 초반에는 참 기분이 좋았다. 목표는 11 혹은 12였다. 달리다가 예상치 못하게 컨디션이 너무 좋으면 한 15까지는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그 정도로 좋지는 않아서 결국 생각만큼의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결국 무조건 10을 넘기는 것을 첫번째 목표로, 가능하다면 원래 목표였던 11로 생각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제일 좋은 점은 여러가지 생각들을 복합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작년 가을부터 달리면서 음악을 듣지 않는다. 그전까지는 음악을 듣기도 했고 듣지 않기도 했지만, 작년 가을에 비오는 날 달리기 대회에 나갔을 때, 빗소리와 내 호흡 소리와 그리고 발소리가 여느 음악보다 훨씬 더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다음부터는 달리면서 음악을 듣지 않는다. 내가 만들어내는 호흡과 발소리가 어지간한 음악보다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음악을 듣지 않으니 달리면서 여러가지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게 된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긴 시간 달리면서 그 생각들을 복합적으로 이렇게 혹은 저렇게 다각도로 살펴보게 된다. 세상 어떤 일이라도 한 가지 방향에서 한 가지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코끼리 다리를 만진 시각장애인과 코끼리 코를 만진 시각장애인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듯, 세상 만사는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이런 지점을 극복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코끼리의 뒤에 서서 꼬리도 만저보고 코끼리의 옆에 서서 배도 만져보고 여러 각도와 측면에서 다양한 시각을 가져보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고 나면 세상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느낌이다.


월요일 저녁에 퇴근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교육이 하나 있어서 결국 자정을 넘겨 화요일이 되어서야 이 글을 마친다. 다른 쓸 이야기 꺼리가 좀 있는데 ,그건 또 다른 요일에 여유를 만들어야겠지.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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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로그

지난 달에 아이들이 ˝아빠, 셋로그 알아요?˝ 라고 물었다. 당연히 들어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고 했더니, ˝아빠 이거 깔아요.˝ 라고 했었다. 그때 좀 정신이 없어서 ˝다음에 만나면 알려줘.˝ 하고 말았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 어린이 날 만났을 때 큰 아이가 또 얘기하길래, 내 전화기를 건네주고 알아서 하라고 했다. 큰 아이 설명으로는 친한 사람들끼리 일상을 공유하는 앱이라고 했다. 본인은 혼자 나와 살며 엄마, 아빠랑 일부러 일상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라 이걸로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그리고 아이들끼리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아이들과 애들 엄마가 함께 있는 방에 애들 엄마는 거의 소식을 올리지는 않는 듯 했다. 그러면서 큰 아이는 아마 아빠가 훨씬 더 적극적으로 사진을 올릴 거라고 예상했다. 막 달리기 하는 사진이나 운동하는 사진 올릴 거라고.

암튼 이 셋로그 라는 앱은 큰 아이의 말대로 친한 사람들 서너명과 그룹을 만들어 매 시간 한 번씩 사진을 찍고 짧은 설명을 붙여 공유하는 앱이었다. 어린이날에 아이들과 함께 있었는데, 아이들이 매 시간마다 한번씩 사진을 찍고 짧은 멘트를 붙여 올리곤 했다. 큰 아이가 나에게도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알려줘서 나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아이들 덕분에 셋로그를 깔았던 날 이후로 인스타그램에서 셋로그 관련 소식이 엄청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전혀 보지 못했었기에 그게 뭔지도 몰랐었는데. 아마도 내 전화기에 해당 앱이 설치되었다는 것을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이 알아차리고 해당 소식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몇몇 숏츠에서는 셋로그를 함께 쓰는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줬다. 가족들은 주로 자매들 사이에서 일상 공유 모습들을 보여줬다. 셋로그 숏츠들에서는 대체로 친절하게 해당 인물의 직업을 자막으로 알려줬다. 이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밤에 혹은 새벽에 잠들때까지 매 시간 한 장면씩 공유하는 것이라 직업 특성이 잘 보이기는 했다. 예를 들어 야간 일을 해야하는 직업들, 간호사나 소방관 등은 아침에 퇴근해서 잠을 자고, 새벽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과 오후에 출근하는 사람들의 패턴이 잘 보였다. 좀 흥미로운 사례가 다양한 직업의 친한 친구들 셋로그였는데, 아마 스튜어디스, 미용사(사장), 디자이너(프리랜서) 등이 있는 장면이었다. 일어나는 시간이 다 다르고 일의 종류와 양상이 다 다른데도 가능하면 비슷한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었다. 매 시간 제일 먼저 올리는 사람이 정한 특정 색깔을 찾아 올리는 사례도 있었고, 어떤 춤이나 동작을 따라하는 사례들도 많았다.

참 사람들은,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단하고 신기한 것 같다. 각자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와중에 어떻게든 연결하고 연결되려고 이런 것이 유행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부부나 연인이 단 둘이 하는 경우들도 보였다. 어쩌면 장거리 커플, 주말 부부 이런 상황에서 유용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걸그룹 연예인들의 사례도 봤다. 아마 연차가 오래된 그룹이라 숙소 생활은 진작 끝난 것 같았다. 각자 일어나 가볍게 씻고 먹고 샵에 다녀와 스케쥴을 다녀오는 차 안의 모습과 아주 짧게 무대 뒤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한편으로 다같이 셋로그를 하자고 해놓고 한 명만 매 시간 꾸준히 사진을 올리고 나머지는 전혀 참여하지 않아서 새로운 왕따의 유형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셋로그에 여러 그룹이 있다면 그런 그룹마다 그 모습이 완전히 다를 것 같았다. 나야 뭐 아이들 덕분에 이 유행에 동참해보는 영광을 얻어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방 하나 밖에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40대 50대 아저씨들과 이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들이 이걸 제대로 할 것 같지도 않고.

셋로그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하루 종일 뭐하고 지내는지 잘 알 수 있다는 건 확실한 장점이었다. 아직 고등학생인 작은 아이는 상대적으로 단조로웠지만, 큰 아이는 통학 거리가 꽤 멀어서 일주일에 이틀인가 사흘 밖에 학교를 가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도 자주 바뀌는데, 큰 아이가 제일 열심히 매 시간 소식을 공유하고 있어서, 지금 전철타고 학교 가는 구나. 지금 알바 중이구나. 이제 집에 가서 쉬는구나. 이런 것들을 알 수 있는 것은 좋았다.

이것도 유행이라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들 시들해질 것이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도 얼마 못가서 매 시간 사진 찍어 공유하는 일을 귀찮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다들 하는 것이라 마치 당연한 듯 따라 하지만, 곧 너도 나도 안 하는 날이 되면, 다들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유행으로 옮겨가겠지. 만약 누군가 꾸준히 이걸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위에서 넌 아직도 셋로그 하니? 라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나로서는 이 유행 덕분에 아이들과 새로운 접점이 만들어져서 다행한 일이고 좋은 일이다. 유행이 지나기 전에 달리기 사진이나 운동 사진을 꾸준히 공유해야지. 지난 주에 13킬로미터 달리기 하며 두 차례 달리기 소식을 공유했고, 동네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소식도 공유했었다. 또 지금까지는 단톡방에서 아이들과 약속 정하기 위해 이번 주는 무슨 요일 빼고는 저녁마다 회의가 있어 라고 단순하게 전달했던 것을 이젠 매일 회의 장소로 이동하는 소식이나, 회의 도중 휴식 시간 소식 등을 공유할 수도 있다. 물론 나는 아직 이걸 매 시간 찍어 올리는 것에 익숙해지지는 않아서 깜빡하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다.

요즘 저녁마다 일정이 있어서 달리기 하러 가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저녁 일이 생기나. 어쩌다 운이 좋아서 좀 일찍 마치는 날이 생기면 놓치지 말고 꼭 달리러 나가야지. 이번주에는 18에서 20사이를 목표로 달릴 예정이다. 다음주에는 22를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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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5-14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용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오래전 ‘네이버 밴드‘ 와 유사한 구조가 아닌가 싶군요. 말씀처럼 유행따라 피고 지고 그때 그때 감성에 맞춘 새로운 앱이 생겨나는 구조 같아요.
 

친절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본능일까? 안 그런 사람들도 가끔 있겠지? 그 사람의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친절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그렇게 할 수 없는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많은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친절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나 역시도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가능하면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편이다.

오늘 퇴근하면서 사무국에 차키를 반납하러 갔는데, 평소에는 인사 정도만 나누었던 사무국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조금 의외였다. 젊은 여성이 일부러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과 지금껏 그저 인사만 나누었는데, 어쩐 일로 다른 말을 거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말은 아니었고 평소보다 좀 늦으셨네요. 라고 아마도 혼자 있는데, 내가 들어와서 인사 외에 뭔가 다른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따라 유난히 차가 많이 막혀서요. 라고 내가 답하자 눈을 크게 뜨고 그랬군요. 했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나와 사무실을 나서며, 먼저 가볼게요. 수고하세요. 하고 늘 하던 인사를 건넸는데, 그도 평소처럼 수고 하셨습니다. 하고는 조금 후에 한 마디를 더 건넨다. 주말 잘 보내세요. 라고. 이 말은 내가 사무실을 나선 이후에 들렸고 나는 답을 하지 못하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나도 주말 잘 보내시라 한 마디를 더 했어야 했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는 버튼을 누르자마자 열렸다. 그냥 다음에 또 이렇게 대화할 일이 생기면 그땐 답을 좀 더 잘 해보자. 암튼 걸어가면서 왜 갑자기 그가 좀 더 친절해졌을까 생각해보았다. 오늘따라 혼자 일하고 있는데 내가 와서 약간 어색해서 그랬을까? 계속 혼자였는데, 내가 와서 말을 걸고 싶었을까? 아님 오늘따라 기분이 좋았는데 내가 들어왔던걸까? 어쩌면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친해질 때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무국에는 오래전부터 꽤 친하게 지냈던 형이 있고, 또 알고 지낸지는 오래되었지만, 이번에 일을 시작하고 나서 조금 친해지는 팀장님이 계시다. 이 팀장님도 나름 나랑 친해지려고 하는 느낌이 든다. 좀 재미있는 건, 나에게 커피를 자주 물어본다는 것. 일을 시작한 첫날 나에게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라고 묻길래, 안 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었다. 사실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자주 마시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또 커피를 권하시길래, 커피를 안 마시는 건 아니지만 즐겨 마시는 것도 아니며 특히 운전하다가 화장실 가고 싶어질까봐 안 마시려 한다고 답을 했었다. 매장과 배송지들을 돌면서 운전을 하다보면 길에서 화장실을 가기 어렵다. 매장에 딸린 화장실이 이용하기 불편한 경우도 있고, 시간에 쫓겨 얼른 짐을 싣고 가기 바빠서 화장실을 못 들리고 출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하는 중에는 목이 말라도 물도 자주 마시지 않는 편이다. 암튼 그러다 지난 달에 한참 일이 많을 때, 새벽까지 다른 일을 하느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운전을 하다 편의점에서 용량이 큰 커피, 에스프레소 라고 적힌 제품을 하나 사 먹었었다. 단 맛이 전혀 없어서 먹기에 좋았고, 이상하게 이건 커피 맛이 괜찮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맛을 모르는 내가 이런 느낌이 들다니 의외다 싶었다. 그날 이후로 종종 그 커피를 사 마시며 일을 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꼭 매장 화장실을 이용했다. 그런데 아까 그 팀장님이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나에게 커피를 마시는지 물었었다. 내가 일 시작하기 전에 정수기에서 텀블러에 물을 담고 있을 때, 옆에서 그 팀장이 커피를 따르다가 아, 커피 안 드신다고 했었던가요? 이렇게 묻고는 다시 며칠 후에 똑같은 질문을 하는 거다. 그게 여러차례 계속 반복되었다. 대체 몇 번을 물으시는 건가요? 라고 웃으며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이것도 일종의 친절이겠지. 그 팀장님은 본인이 즐겨 마시는 커피를 나에게 대접하고 싶은 친절한 마음이 있기에 계속 물으시는 거겠지. 아마도.

매일 마지막에 들러야 하는 매장 점장님은 유난히 나에게 잘 해주신다. 내가 일을 시작했을 무렵에 이 점장님도 일을 시작하셨다는 공통점이 있고, 본인 집으로 배송을 부탁해도 되냐고 조심스레 물으셨을 때 흔쾌히 그러시라고 답을 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점장님 집을 사실 내가 배송하는 구역이 아닌데, 내가 맡은 마지막 매장이 본인이 일하는 매장이라 일 마치고 사무국에 반납하기 전에 사무국 가까운 본인 집에 배송을 부탁한 것이었다. 나로서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기에 당연히 괜찮다고 답했고, 이후로 여러차례 배송을 해드렸다. 두어번 정도는 배송 건이 유난히 많아서 일이 늦게 끝난 날에 그 점장님 배송 건도 포함된 경우가 있었다. 그 사정을 알고 계셨던 점장님은 그날 이후로 나를 볼 때마다 유난히 잘 해주려 애쓰시며 음료나 빵 등 먹을 것을 챙겨주신다. 일이 늦어지는 날에는 약간 허기가 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마지막 매장에서 이 점장님이 챙겨주시는 음료와 간식이 정말 고마웠었다.

달리기와 케틀벨

지난 일요일 비 맞고 달린 대회 후로 한동안 잊고 있던 내 맘 속의 달리기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 그간 거의 매일 달리기를 하긴 했지만, 주로 짧은 거리만 달렸기 때문에 한창 열심히 달리던 시절에 느꼈던 즐거움과 뿌듯함 등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 시절에 달리기를 통한 기쁨에 푹 빠져 있었던 나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수요일에 예상보다 일찍 배송 일이 끝났다. 차를 반납하고 나서 뭘할까 생각하자마자 내 머리 속에 떠오른 단어는 달리기였다. 일요일 대회 후에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는데, 그럼 회복 달리기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집에 돌아가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썬글라스도 챙겼다. 다만, 런닝화는 귀찮다고 아직 빨지 않았기에 그냥 운동화를 신어야 했다. 한 5킬로미터 정도 짧은 거리는 그냥 운동화로도 충분한데, 10킬로 이상 거리는 쿠션이 거의 없어서 발에 좀 무리가 갔다. 물집이 생기기도 했다. 일단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집을 나섰다. 왼쪽 무릎과 오른쪽 발목이 살짝 상태가 좋지 않았다. 왼쪽 무릎은 사실 좋은 날이 드물 정도로 계속 이런 상태다. 그렇지만 달리기를 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오른쪽 발목은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는데, 신경이 쓰이기는 해도 역시 달리기를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단 회복 달리기라 가능한 한 천천히, 가능한 한 멀리 가볼 생각이었다. 목표는 일단 12킬로미터. 더 갈 수 있으면 15정도까지 생각했다.

아주 오랜만에 아직 해가 지기 전에 달릴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시작부터 아주 천천히 6분대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애쓰며 달렸다. 자꾸 발이 막 빨라지려는 것을 머리 속으로 천천히, 이건 회복 달리기야. 막 달리면 안돼! 라고 반복해야 했다. 천변 산책로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사람들을 피해 한강 방향으로 달렸다. 매번 처음 2킬미터까지는 일종의 워밍업이라 생각하며 달려야 했다. 그 정도 달려야 몸에 열이 오르며 근육들과 인대들과 관절들이 비로소 준비를 마치는 느낌이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언젠가부터 음악을 듣지 않고 달리고 있다. 내 발소리와 호흡 소리가 만들어내는 리듬이 나에게는 가장 좋은 음악이 되었다. 몸이 좀 풀리고 본격 달리기를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점점 페이스가 올라갔다. 어느 순간 보니 5분 50초대 페이스가 되어있었다. 다시 속력을 늦춰 6분대 페이스를 만들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확실히 본인 페이스보다 일부러 늦게 달리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5킬로미터를 찍은 시점부터 조금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기분은 정말 좋았고, 체력도 아직은 괜찮은데 관절이 계속 신경이 쓰였고, 또 발바닥이 불편한 느낌이 시작되었다. 지금 돌아서면 10킬로 달리기가 되는데, 가능하면 목표 12를 찍고 싶었다. 그리고 확실히 그 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일단은 6킬로까지만 가보자. 돌아가는 길은 어떻게든 될 것이라 생각했다. 6을 찍고 나서는 조금만 더 욕심을 냈다. 적당히 조금만 더 갔다 돌아가면 13킬로미터가 되겠지. 페이스 알림은 매 1킬로미터마다 들린다. 500미터 알림은 없다. 순전히 감으로 반환점을 정해야 한다. 돌아가는 길에 점점 더 심해지는 관절 통증과 발바닥 통증 때문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일부러 천천히 뛰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속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몸이 힘들다보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 달리기를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다시 속력이 올라갔다. 에잇 이젠 나도 모르겠다. 회복이고 뭐고 일단은 얼른 돌아가서 이 고통을 멈추자. 그리고 뭔가 맛있는 걸 먹자.

10킬로미터를 넘기고부터 체력이 확 떨어졌다. 그리고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관절은 이제 오히려 괜찮아졌다. 귀찮다고 런닝화를 빨아놓지 않은 과거의 내 자신을 원망했다. 비싼 런닝화는 아니더라도 쿠션이 조금 있는 런닝화 하나를 더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달렸다. 12킬로를 찍고 나서는 마지막으로 속력을 올렸다. 이미 체력이 완전히 떨어진 상태라 속력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달렸다. 출발지점에 도착해 드디어 발을 멈출수 있었다. 13.29킬로미터가 나왔다. 최종 페이스는 5분 53초. 달릴 때에는 어떻게든 달렸지만, 이제 걸으려니 양쪽 발바닥 물집이 너무 신경 쓰였다. 정상적으로 걷기가 어려웠다. 어쩔수없이 절뚝거리며 걸었다.

수요일에 생긴 양 발의 물집은 금요일인 오늘 어느정도 아물었다. 주말에 또 달리러 나가야 할텐데, 내일쯤 완전히 아물어 주면 안 되려나? 아, 바쁘다고 아직도 런닝화를 안 빨았네. 내일 낮에 꼭 빨아야겠다.

이번주부터 달리기에 다시 재미를 붙였는데, 바벨과 케틀벨에 다시 재미를 붙인 것은 4월 초부터였다. 그무렵 조금 무리해서 바벨과 케틀벨을 갖고 놀았는데, 며칠간 근육통이 이어졌었다. 그런데 이 기분 좋은 근육통이 너무 좋았다. 내가 이래서 운동을 좋아했었지! 하고 새삼 깨달았다. 이 기분 좋은 근육통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다시 열심히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 주에는 조금 무리한 달리기와 조금 무리한 바벨, 덤벨, 케틀벨 운동까지 해서 정말 기분이 좋은 한 주를 보냈다. 그래. 사는 것이 어떤 때에는 정말 괴롭고 힘들지만, 또 어떤 때에는 이렇게 즐겁기도 한 일이지. 운동이란 것이 사람을 이렇게 기분좋게 만드니 어찌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있으랴.

글을 쓰다보니 12시가 넘어버렸네. 글을 시작할때는 어버이날 이라 제목을 그렇게 넣었는데, 이젠 어제가 되어버렸네. 제목을 고치는 건 귀찮은 일이니 그냥 올려야지.

어버이날이라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아침에 동생이 전화해서 오늘 어버이날이라고 알려줬다. 꼭 전화하라는 뜻이었겠지. 큰 아이는 나에게 고맙다는 연락을 해왔다. 작은 아이는 따로 연락은 없었다. 아주 약간 서운했지만,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나를 설득했다.

이제 다시 예전처럼 매일 달리기 생각을 하고 있다. 다음주 정도면 한창 잘 달리던 때처럼 20킬로 언저리를 달릴 수 있으리라. 다음주나 다다음주 정도에 날 잡아서 하프를 뛰어야지. 이제 마음만 먹으면 15킬로미터 정도는 달릴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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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5-09 0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런닝화를 구매하신다고 하셨는데 요즘 러닝화 가격이 장난이 아니지요.이른바 메이져 회사의 런닝화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신다면 중국산 런닝화를 구매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워낙 유명 회사의 러닝화들을 OEM방식으로 생산하다 보니 현재 중국 런닝화의 수준이 장난 아니게 높다고 합니다.실제 유튜브등에도 10만워 언저리의 중국 러닝화(최상급 수준)가 20만원대 유명회사 런닝화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리뷰라는 것들이 무척 많더군요.

감은빛 2026-05-14 10:27   좋아요 1 | URL
제 지인 중에도 중국산 런닝화를 사서 신는 사람이 있어요. 확실히 가격은 저렴하던데, 성능은 잘 모르겠네요. 가격이 워낙 싸니까 가격 대비는 당연히 만족이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물음표라 생각해요.

아주 유명한 제품이 아니라면 그래도 10만원 선에서 꽤 좋은 제품들을 찾을 수 있어요. 제가 지금 대회 나갈 때 중심으로 아껴 신는 써코니 런닝화에 저는 매우 만족하는데, 10만원 살짝 넘는 가격에 구매했어요.

잉크냄새 2026-05-11 2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종 페이스 5분 53초라니.... 비록 자전거지만 저도 매일 앱에서 알려주는 페이스를 듣고 달리다 보니 페이스에 대한 느낌이 좀 남다르게 느껴지네요. 바람을 가르고 뛴다는 느낌이 아닐까요....ㅎㅎ

감은빛 2026-05-14 10:29   좋아요 1 | URL
잉크냄새님도 자전거로 달리시니 그 속도 감각을 공감해주시네요. 고맙습니다!

제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딱 그 느낌 때문입니다. 공기를 가르고 바람을 가르고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요.

희선 2026-05-12 1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한테 안 좋게 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요 모르는 사람한테는 친절하기도 한데... 달리기 하시다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셨군요 전처럼 달리기 괜찮아져서 좋으시겠습니다 감은빛 님 즐겁게 운동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6-05-14 10:31   좋아요 1 | URL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한 편인데, 문제는 그 형식적인 친절, 혹은 억지 친절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늘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