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의 반란
지난 번에 여자농구 플레이오프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했었고, 이후 아산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 1, 2차전을 원정팀 부산 비앤케이가 모두 이겼을 때, 이 이야기도 써야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계속 다른 이야기만 하느라 쓰지 못했다. 그 사이에 두 팀은 부산에서 3차전을 벌였고, 결과는 비앤케이가 3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와! 이번 우승으로 박정은 감독과 비앤케이는 재미있는 기록을 몇 가지 남겼다. 일단 비앤케이는 지난 시즌 꼴찌 팀이었다. 그 이전 시즌에서는 이번과 똑같이 우리은행과 함께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었지만, 그때는 우리은행이 3연승하며 우승을 차지했었다. 이번과 정확히 반대다. 언론 기사를 읽어보니 지난 시즌 꼴찌팀이 다음 시즌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여자농구 역사상 3번째라고 한다. 그 중 첫번째 사례는 지금 상대팀 감독인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으로 오자마자 세웠다고 한다. 이것도 생각해보면 재미있다.
박정은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서는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고(지지난시즌에) 챔피언 결정전에서 첫 승을 거뒀으며(이번 시즌 1차전)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여자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선수로서 우승을 경험하고 감독으로서도 우승을 경험했다. 우승 소식을 전하는 스포츠 뉴스에서는 박정은 감독이 이번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인터뷰한 과거 영상을 보여줬는데, 거기서 부산의 딸인 박정은이 부산 팬들에게 우승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더라. 그리고 3전 전승으로 챔피언으로 올라 우승 약속을 지켰다. 다음에는 정규시즌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동시에 해서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약속하고 그 약속을 또 훌륭히 지켜줬으면 좋겠다.
마지막 경기를 보면서 너무 좋았던 것은 안혜지 선수의 활약이었다. 지난 번에 똑같이 5차전까지 치루며 최선을 다한 4팀의 선수들을 이야기 하면서 가장 눈길이 가는 선수로 케이비 스타즈의 허예은 선수라고 했고, 그와 함께 안혜지 선수도 언급했었다. 이 두 사람은 단신으로 포인트가드를 맡고 있다. 포인트가드로서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과 멋진 패스를 잘 뿌리는 것도 멋지지만, 이 두사람은 단신임에도 멋진 돌파와 골밑슛을 보여주기도 하고, 위기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3점슛을 터뜨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 허예은이 안혜지 보다는 조금 더 성적도 나았고, 더 눈에 띄었지만, 이번 챔피언결정전 2차전과 3차전의 안혜지 선수는 정말 너무 멋졌다. 결국 안헤지 선수는 이번에 엠브이피로 선정되었다. 박혜진 선수도 잘 했고, 김소니아 선수의 활약은 말할 필요도 없고, 사키 선수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엠브이피는 안혜지를 뽑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복기해보면 이번 3경기는 하나 하나가 모두 명경기였다. 비록 3연패 끝에 승부에서 지고 말았지만, 우리은행도 멋진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특히 김단비 선수의 투혼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졌다. 우리은행에서 김단비 외에 다른 선수들이 정말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활약했다면 우리은행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우승했을 것이다. 나는 지난 시즌까지는 여자농구를 거의 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이번 시즌 비앤케이 팀의 주장으로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혜진 선수는 우리은행에서 긴 시간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다고 한다. 이번에 친정팀에 비수를 꽂은 셈이다. 특히 마지막 3차전의 4쿼터 약 18초 가량을 남기고 터진 박혜진의 3점슛 덕분에 역전패를 당한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반대로 비앤케이는 그런 박혜진을 데려온 선택이 탁월한 것이겠고. 이번 시즌에서 김단비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 김소니아 선수도 이번 시즌에 새로 옮겨온 선수라고 했다. 정말 비앤케이가 지난 시즌 꼴찌를 한 이후로 아주 독하게 선수들을 보강하고 준비했다고 볼 수 있겠다.
자, 이제 경기를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우리은행의 홈인 아산에서 펼쳐진 1차전으로 가보자. 1쿼터 중반부터 2쿼터 초반까지 우리은행은 압도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비앤케이의 득점을 5점으로 묶어놓고 계속 점수를 달아났다. 김단비의 활약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상하게 비앤케이는 터지지 않았다. 1쿼터는 18대 5로 우리은행이 크게 이겼다. 2쿼터 초반에도 우리은행이 1골을 더 넣어 20대 5가 되었다. 계속 안 풀리던 비앤케이가 드디어 실마리를 풀었다. 김소니아의 돌파로 2점을 올리고 이후 박혜진이 활약했다.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물론 우리은행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심성영이 3점 슛을 넣었고, 김단비는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다가 안헤지가 너무나도 멋진 돌파로 골을 넣는 모습을 보여줬다. 2쿼터가 끝날 때 점수는 우리은행이 31대 23으로 앞서고 있었다. 3쿼터에서 안혜지의 3점슛이 터졌고, 사키의 3점이 터지면서 비앤케이는 추격의 박차를 가했다. 여기서부터 김단비 선수의 체력이 딸리는 모습이 드러났다. 사실 양 팀 모두 플레이오프에서 첫 두 경기를 잡아서 쉽게 올라올 줄 알았는데, 뒤이어 2연패를 당했고, 결국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벌여 체력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두 팀이 모두 5차전까지 어렵게 왔지만, 비앤케이는 김소니아, 박혜진 외에도 골고루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우리은행은 김단비 원맨 팀이라 불릴만 했다. 정규시즌 우승을 혼자 이끈 슈퍼스타 김단비였지만, 체력 문제는 방법이 없었다. 4쿼터는 우리은행이 42대 37로 많이 따라잡힌 상태로 시작했다. 비앤케이는 무섭게 몰아쳤다. 4쿼터 중반에는 드디어 44대 44로 동점을 이뤘다. 와! 결국 이걸 따라잡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부산 출신이라 비앤케이에 조금 더 마음이 가기는 했지만, 너무나도 멋진 김단비 선수가 있는 우리은행도 응원하는 마음이 있었다. 플레이오프를 펼친 4개 팀 중에 삼성생명을 제외하고 3팀을 고루 좋아했다. 특히 허예은 선수를 좋아했기 때문에 케이비 스타즈도 응원할 수 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 당시에 우리은행과 케이비를 비슷한 비중으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면서 강이슬과 허예은이 있고 다른 선수들의 기량도 고른 케이비가 김단비 원맨 팀인 우리은행을 못 이기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의아했고, 한편으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정규시즌에서도 한참 물이 올라서 연승을 이어가던 비앤케이가 김단비의 우리은행을 만나 연승 흐름이 끊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와! 라인업만 보면 절대 비앤케이가 질 수 없을 것 같은데, 이걸 지는구나. 김단비는 대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걸까 하고 생각했었다.
암튼 그렇게 4쿼터 중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앤케이는 우리은행을 따라잡았고, 결국 역전했다. 만약 플레이오프에서 케이비가 우리은행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면 1차전은 우리은행이 이겼을 거라고 장담한다. 결국 최종 점수 53대 47로 비앤케이가 승리했다.
비앤케이가 이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선수들의 활약을 보면 명확하다. 김소니아(11점 14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 박혜진(14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안혜지(9점 2리바운드 6어시스트), 이이지마 사키(9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전체적으로는 김소니아가 압도적으로 잘 했지만, 본격적으로 추격을 펼친 3쿼터만 보면 안혜지 선수가 7득점을 올리며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반면 우리은행은 김단비(20점 18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 2블록슛)가 홀로 괴력을 뿜어냈으나 뒷심이 부족했다.
이 짜릿한 역전승을 보고 어찌 두 팀의 선수들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챔피언 결정전이라는 단기전 시리즈에서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래서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이 77퍼센트인가 그렇다고 중계할 때도 여러번 강조하더라. 비앤케이는 원정팀으로서 적진인 아산에서 정말 너무나도 중요한 시리즈 첫 경기를 잡아냈다.
그리고 이어진 2차전은 양팀 모두 무조건 잡아야만 하는 경기였다. 홈에서의 1차전 패배로 인한 부담이 너무 컸던 걸까? 1쿼터에서 김단비가 파울을 3개나 저지르는 이변이 벌어졌다. 농구는 한 선수가 반칙을 5번 저지르면 퇴장 시킨다. 그런데 팀의 기둥인 김단비 선수가 1쿼터에서 무려 3개의 파울을 저질렀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이 장면에서 2차전 역시 비앤케이가 가져가겠구나 느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에는 우리은행의 다른 선수들이 분발하기 시작했다. 김예진 선수와 박혜미 선수가 연거푸 3점슛을 넣으며 언제까지 우리은행이 김단비 원맨팀은 아니라고 알려줬다. 1쿼터를 마쳤을 때 점수는 오히려 12대 15로 비앤케이가 끌려가고 있었다. 2쿼터에 들어서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안혜지가 3점슛 1개를 포함해 7점을 넣으며 멋진 활약을 보여줬고, 비앤케이 이소희 선수도 1쿼터에 이어 2쿼터에도 활약을 이어갔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아주 멋진 돌파와 골밑슛을 성공시켜 아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비앤케이 변소정 선수도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역시 우리은행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홈에서 최소 1승 1패를 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 두 팀은 누구 하나 저만치 앞서 나가지 못하고 업치락 뒤치락 했다. 2쿼터 마지막 점수는 30대 29로 비앤케이가 간신히 리드를 지켰다. 후반으로 들어서며 비앤케이는 근소하게 리드를 지켜갔다. 이번에는 비앤케이 사키 선수가 7점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우리은행은 나츠키와 이명관 선수가 활약하며 악착같이 비앤케이를 따라갔다. 마지막 4쿼터 비앤케이는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김단비가 다시 살아나며 추격을 계속했다. 두 팀은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누가 이 승부를 가져갈 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비앤케이 박혜진이 3쿼터에서 발목을 다쳐 어쩌면 우리은행이 가져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안혜지가 4쿼터에 또 3점슛과 멋진 돌파를 보여주며 큰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사키가 만화에나 나올 것 같은 그림같은 블락슛을 보여주며 이 승부 비앤케이가 가져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역시 명승부는 예측을 불허한다. 경기 종료 약 3분을 남겨두고 김단비가 3점을 넣어 49대 47 2점차를 만들었다. 이제 1골이면 우리은행과 비앤케이는 다시 동점이 된다. 그리고 약 2분을 남겨둔 시점에서 이번에는 김소니아가 3점을 넣었다. 양보할 수 없는 양 팀의 에이스로서 김단비가 3점을 넣으니 이번에는 김소니아가 3점으로 답한 것이다. 점수는 다시 5점차. 양 팀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다. 결국 경기 종료 43초를 남겨두고 이소희가 3점을 추가하며 우리은행의 추격의지를 꺾어버렸다. 최종 점수는 55대 49로 비앤케이가 승리했다.
와! 어떻게 적진에서 2연승을 거둘 수 있었을까? 비앤케이의 상승세를 우리은행이 막지 못했다. 이번에도 비앤케이 주요 선수들의 활약이 엄청났다. 안혜지(16점 2리바운드 6어시스트), 이이지마 사키(15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이소희(11점 4리바운드), 김소니아(7점 10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가 팀 승리를 이끌었다.
우리은행에서는 김단비(15점 11리바운드 2어시스트), 나츠키(17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김예진(6점 2리바운드)이 분전했지만 결국 승부를 되돌리지 못했다.
첫 두 경기를 가져간 팀이 그것도 원정에서 2연승을 거둔 팀이 홈에서 세번째 경기를 치룬다는 것은 거의 우승 문턱에 앉았다는 뜻이다. 2년 전에 비앤케이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우리은행을 만나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과연 어떨까. 역시 두 팀은 마지막까지도 엄청난 명경기를 보여줬다.
홈경기라서 그런지 비앤케이의 출발이 좋았다. 앞선 두 경기 모두 1쿼터에서 우리은행에 리드를 내주고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우리은행을 압도했다. 이소희와 사키 그리고 안혜지의 3점슛이 깨끗하게 림을 지나 그물을 스치며 떨어졌다. 클린샷. 김소니아의 활약도 여전히 대단했다. 김단비 역시 이를 악물고 움직였으나 역부족이었다. 비앤케이는 17대 10으로 앞서가며 1쿼터를 마쳤다. 2쿼터에서 비앤케이는 김소니아와 박혜진이 연속 득점으로 달아났다. 물론 우리은행 김단비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여기에 박혜미의 3점슛까지 터지며 우리은행도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다시 안혜지의 3점이 터졌다. 아주 중요한 시점에서 추격의 불씨를 꺼트리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사키의 3점이 더해져 결정타를 날렸다. 비앤케이는 31대 23으로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리가 없엇다. 3쿼터에 시작과 동시에 한엄지와 김단비가 연속으로 3점슛을 넣었고, 이어서 김단비의 뱅크슛으로 우리은행은 동점을 만들었다. 33대 33이었다. 비앤케이는 변소정 선수의 돌파와 골밑슛 그리고 안헤지의 3점으로 다시 달아났고, 우리은행은 이명관의 3점슛으로 추격을 이어갔다. 41대 37로 아직은 비앤케이가 리드하며 3쿼터를 끝냈는데, 흐름은 우리은행으로 가있다고 느꼈다.
부산이 고향이라는 점, 안혜지 선수를 좋아하는 점으로 비앤케이를 응원하는 마음이 조금 더 강하지만, 김단비의 우리은행 역시 응원하는 마음이라 마지막 4쿼터를 남겨두고 긴장감이 컸다.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우리은행이 승리를 가져가면 경기가 더 늘어나는 것이라서 좋고, 비앤케이가 이겨서 결국 우승하면 고향팀이 이겨서 또 좋은 것이다. 야구에서 롯데가 30년 넘게 우승을 못하고 있는데, 농구에서 비앤케이가 우승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은가. 자, 이제 4쿼터가 시작했다. 비앤케이 사키 선수가 캐스터와 해설자가 모두 소리를 지를 정도로 멋진 돌파를 보여주며 골을 넣었다. 그리고 김단비의 어려운 자세에서 나온 뱅크슛. 다시 사키의 득점이 나왔고, 이어서 김단비 선수가 아주 먼 거리에서 공격 제한시간 부저와 동시에 3점슛을 던졌는데, 이것이 깨끗하게 림을 통과해 그물을 스쳤다. 와! 이건 승패를 떠나서 이번 경기 최고로 멋진 슛이라고 꼽을만 했다. 이어서 우리은행은 50대 49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건 이제 모른다. 어쩌면 우리은행이 1경기를 가져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비앤케이 이소희 선수가 깔끔한 클린샷으로 3점을 넣었다. 재역전. 52대 50이었다. 시간은 이제 3분 30초가 남아있었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우리은행 이명관이 골을 넣어 점수는 다시 52대 52였다. 그리고 경기 종료 37초를 남기고 김단비가 1골을 넣어 우리은행이 54대 52로 앞섰다. 경기 종료 약 18초를 남기고 안혜지가 박혜진에게 공을 넘겼고, 이것을 박혜진이 깨끗한 3점으로 완성했다. 55대 54. 이제 우리은행의 마지막 공격. 여기서 2점을 넣으면 다시 역전해 우리은행이 이긴다. 김단비가 공격해왔다. 시간이 다 되어 0초가 되는 순간 김단비가 회전슛을 쏘았지만, 림에 맞고 튕겨졌다. 이 공을 비앤케이 선수 한 명이 리바운드로 잡아 공을 쥐고 넘어지며 누웠다. 슛을 날렸던 김단비도 뒤로 넘어지며 저 멀리 미끄러졌다. 이미 경기는 끝났고 빨간 옷을 입은 비앤케이 대기 선수들이 소리를 지르며 경기장으로 뛰쳐 들어왔다. 그런데 이 순간에 우리은행 선수 중 한 명이 넘어진 상태로 공을 안고 있는 비앤케이 선수로부터 공을 낚아 채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마치 그에게는 경기가 끝나는 부저 음이 들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승리의 환희와 패배의 씁쓸함에 취해 있는데, 혼자 공에 몰두해 있었다. 그리고 공을 안고 있는 비앤케이 선수 역시 이미 경기가 끝났는데, 자신이 리바운드로 잡아낸 공을 끌어안고 넘어진 채로 놓지 않았다. 경기는 끝났건만 이 두 사람만 아직도 싸우고 있었다. 나는 이 두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중계화면은 멀리서 비추고 있었고, 이미 환호성을 지르며 팔짝팔짝 뛰면서 승리를 만끽하는 비앤케이 선수들에게로 금방 옮겨가버렸다. 캐스터가 등번호를 보고 선수를 확인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데, 캐스터 눈에는 그 두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던 것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끝났다. 55대 54로 비앤케이가 이겼다.
마지막 경기까지 비앤케이 선수들의 고른 활약은 돋보였다. 안혜지(13점 3점슛 3개 2리바운드 7어시스트), 이이지마 사키(14점 4리바운드), 김소니아(10점 7리바운드), 이소희(8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가 팀 승리에 앞장섰고, 박혜진(8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이 결승포를 성공시켰다.
우리은행은 김단비(27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 2블록슛), 한엄지(8점 10리바운드)가 열심히 움직였지만, 결국 패배했다. 만약 마지막 김단비의 슛이 림으로 빨려들어갔다면 4차전으로 이어졌겠지만, 공은 튕겨져 나왔다. 결국 웃지 못했지만, 김단비의 괴력은 어마어마했다. 27점이라니!! 1차전 20점, 2차전 15점에 이어 3차전 27점이다. 이게 과연 인간인가 싶다.
정말 마지막 1초까지도 승부를 알 수 없는 명경기였다. 이런 경기를 보고 어찌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있나. 잠을 안 자더라도 꼭 써야했다. 아, 이제 다음 시즌 시작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야구 보면서 기다려야지 뭐. 올해는 롯데가 꼭 가을야구에 갈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같은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비앤케이가 롯데에게 행운을 준 것으로 여겨야지. 내일 아침부터 하루종일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 너무 늦어버렸네.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