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아침 캠페인


지난 주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연속 아침 캠페인을 했다. 목요일에는 '탈핵 캠페인', 금요일에는 '세월호 캠페인이었다. 탈핵 캠페인은 녹색당에서 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하기로 했고, 세월호 캠페인은 동네 활동가들이 매월 16일 아침에 하기로 했는데, 이달은 16일이 일요일이라 금요일 아침에 했다. 목요일 탈핵 캠페인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서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덕 신규 핵 발전소 문제에 대해 알릴 수 있었다. 금요일 세월호 캠페인 때는 비교적 유동인구가 적은 지하철 역에서 하기도 했고, 하필 그날이 임시 공휴일이라 아침 일찍 나갔음에도 출근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전날 늦게까지 야근하고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켜 나갔음에도 사람들을 별로 만나지 못해 조금 안타까웠다.


전기가 모자란다는 정부의 거짓말


전기가 남아도는 여름, 정부가 선심쓰듯 전기 요금까지 깎아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평균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들만 깎아준단다. 즉 돈 많은 사람들. 좀 사는 사람들만 깎아준다는 얘기다. 늘 아껴쓰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없다. 어쨌거나 지금 전기는 남아돌고, 발전소들은 돌아가지 못하고 멈춰있다. LNG 발전소 년 가동률이 30%도 채 안된다는 얘길 들었다. 최근 몇몇 기업들은 가동을 못해 돈이 안되는 LNG 발전소들을 매각하려고 내놓았는데, 사려는 곳도 없다고 들었다. 
















전기가 남아돌다보니 전력 단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전이 계산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의 기준 단가가 가장 낮은 전원을 기저발전으로 두고 전력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단가가 비싼 발전소를 돌리기 시작하는데, 예전에는 LNG 발전소까지 가동하면서 140원대에 머물던 것이, 최근 핵발전과 화력발전만으로 전력 소비를 감당할 수 있게 되면서 단가가 80원대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얼마전 제7차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해마다 국민들이 전기를 많이 쓸 것으로 예상하고, 신규 핵 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했다. 이 인간들은 머리가 없나보다. 2011년 이후로 전력 소비 증가율은 해마다 떨어져서 작년에는 0.6%에 그쳤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계획을 세우면서 해마다 2.2% 증가율을 반영했다. 정책을 수립하는 인간들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능력이 없나? 아니 어린아이도 한번 겪은 일을 바탕으로 앞으로 행동 계획을 수정하는데, 이렇게 말도 안되는 계획을 세울 수 있나? 바보들인가? 아니면 양심을 속여서라도 돈을 벌고 싶은 건가? 국민들을 얼마나 바보로 보면 이렇게 말도 안되는 억지를 쓸 수 있는건가?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 안그래도 날 더워 힘든데, 정부의 억지 주장을 보고 있으면 진짜 열난다! 아마 전기요금을 낮춰 국민들이 에어컨을 맘껏 돌리게 만들어, 전력 소비량을 확 늘려서 지들의 억지 주장을 어떻게든 그럴듯하게 만들어 보려는 꼼수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부가 말로는 신재생에너지를 살리겠다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을 만들어놓고, 거꾸로 재생에너지 시장을 죽이고 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살리겠다고 만든 의무공급제도(일명 RPS제도) 덕분에 태양광발전 시장의 단가는 3년 반만에 3분의1로 떨어졌다. 1kWh당 210원 하던 가격이 이젠 70원으로 떨어졌고,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이 가격은 대규모 사업자들에게는 그래도 버틸수 있는 수준이겠지만, 소규모 사업자는 바로 망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소규모 발전소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 있던 사업자들은 이제 신규 발전소 건설을 보류하고 있다. 손해보면서 발전소를 더 늘릴 수는 없지 않는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대규모로 전기를 생산해서 멀리 보내야하는 핵 발전이나 화력발전과는 달리 태양광발전은 애초에 소규모로 자기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분산형 전원이다. 즉 로컬 에너지인것이다. 핵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는 또 수많은 돈을 들여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옮겨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손실도 크다. 게다가 밀양의 사례를 통해 보듯이 초고압송전선로는 자연을 엄청나게 파괴할 뿐 아니라, 마을도 송두리채 파괴해버린다. 높이 약 100미터(아파트 40층 높이)의 초고압송전탑(765kv)가 마을에 들어서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마 없을거다. 전자파에 의한 피해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 어마어마하게 큰 구조물이 동네 뒷산과 논 한가운데 들어서 있는 걸 평생 보면서 살 수 있을까? 















핵발전소 건설과 송전선로 건설은 그 자체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핵발전소를 짓기 위해 부지를 선정하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정부는 늘 신규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에 뭔가 혜택을 주겠다고 회유한다. 그 돈은 다 어디서 나오나? 밀양과 청도 등에서 볼 수 있듯 송전선로 건설에 들어가는 사회적 합의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단순히 우라늄 단가만 놓고 핵발전이 싸다고, 경제적이라고 하지만, 발전소 건설비용과 송전선로 비용은 아예 계산에 넣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핵 폐기물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10만년 동안 자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밀폐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핵 폐기물의 처리 비용은 아예 계산할 수도 없다. 10만년이라니! 겨우 100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간동안 밀폐 보관할 수 있을까? 당장 세계 모든 국가에서 돈을 모은다 해도 기술적으로 불가능 할 것이다.















조금만 따져보면 핵발전이 좋다는 정부의 거짓말은 쉽게 알수 있다. 오히려 정부가 비싸다고,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태양광발전이 핵발전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다만, 이건 지역 분산형, 소규모 발전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특정 세력이나 기업이 이권을 챙겨갈 수 없는 구조다. 온갖 비리로 공사를 완료하고도 가동도 못하는 핵발전소보다 훨씬 더 믿을 수 있는 전원이다. 그래 정부 말대로 신재생에너지를 촉진하겠다면, 촉진법이라면 판매 걱정 없이 생산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은 엄청난 성장을 하는 산업인데, 유독 이 나라에서만 이렇게 냉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니네 동네에 핵 발전소와 송전탑 지어라!


만약 그들의 주장이 다 옳다면, 그렇게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면 니들 앞 마당에 핵발전소 건설하고, 송전탑도 건설해라. 왜 애꿎은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괴롭히나? 돈 없고 힘 없으면 방사능 위험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 껴앉고 살아야 하고, 전자파 위험에도 송전탑 껴안고 살아야 하나? 청와대 앞 마당에 핵발전소 짓고, 국회 앞에도 하나 짓고, 강남에도 한 서너개쯤 지어라. 지들은 전봇대도 하나 없는 송전선로 지중화 지역에 살면서 왜 평생을 농사짓고 살아온 어르신들이 송전선로를 옮겨 달라는 데 손가락질만 하고 있나?














약 한 달쯤 전이었나? 퇴근 시간에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탈핵 캠페인을 하면서 영덕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골라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있었다. 그림에는 영덕 대게와 아름답고 깨끗한 영덕의 바다 그리고 핵 발전소가 있었다. 대부분 쳐다보면서도 모른척 지나갔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젊은 여성분들 위주로 스티커를 붙여주는 분들이 늘었다. 나는 웃으며 사람들에게 잠깐 시간 내서 스티커 한 번만 붙여줄 것을 부탁했는데, 흰머리가 성성한 한 어르신이 그림판을 보더니 대뜸 화를 냈다. 여기 안 어울리는 게 어딨냐고? 핵 발전소를 지어야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데, 뭐가 안 어울리냐고 목청을 높였다. 당시에는 차분하게 왜 핵 발전소가 위험한지, 지금 핵발전소를 안 지어도 되는 이유 등을 설명했지만, 당연히 그 어르신은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쏟아내고 가버렸다. 속으로 그랬다. 그렇게 필요하면 당신 집 앞 마당에 지으라고, 왜 핵발전소 유치하면 이런저런 혜택도 준다는데, 우리 동네에 지어달라고 신청하시지? 유력한 정치인들 찾아가서 우리동네 핵발전소 좀 지어달라고 요구하시지 왜 가만히 있나? 핵발전소 찬성하는 정치인들이 대부분인데, 그 인간들 선거때 우리 동네 핵발전소 짓겠다는 공약은 왜 내세운나? 강남 같은데 인구 많은 곳에, 핵이 꼭 필요하다는 인간들 많을텐데, 그 공약 내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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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5-08-19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네 동네에 지어라에 한표 던집니다. ^^
핵발전소와 아주 가까운 도시에 살다보니 저희집 아이들이 다니는 서점에서도 이 캠페인을 진행하더군요.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하고 그저 소극적인 참여만 하게 돼서 살짝 부끄러워집니다.

감은빛 2015-08-19 17:11   좋아요 0 | URL
참여를 하고 계신 것만으로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청와대에 하나, 원자력문화재단 앞에 하나, 국회 앞에 하나, 강남에 하나
이렇게 4기 정도 서울에 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은 거의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으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잖아요.
에너지 자립도가 무척 낮아요.


yamoo 2015-08-19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기가 남아돈다는 얘기는 제가 고등학고 다닐 때도 계속 회자됐던 말입니다. 정말 발전소 기준 단가가 정말 저렴해 졌군요! 근데, 왜 전기세는 계속 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전력 감소를 우려해 예비전력 표시도 하고...전기가 부족하네 어쩌네....

정부의 속셈이 뭔지 궁금하네요. 그냥 원자력 같은거 수주해서 검은 돈을 꿀꺽하려는 것인지...
쓰신 내용을 보니 암답합니다.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휴~

여전히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감은빛 2015-08-19 17:15   좋아요 0 | URL
가정용 전기요금은 비싸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도 못 미치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전체 전기 소비량 중에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지요.
대부분 산업용으로 사용합니다.
OECD 가입국 기준으로 전체 전기 소비량은 아주 많은 편이지만,
가정용 전기 사용량으로 따지면 오히려 낮은 수준에 속합니다.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을 정상화 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입니다.

아무개 2015-08-1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탈핵>읽고 저도 참 많이 속고 있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이런 사실들을 국민에게 대대적으로 알릴 방법은 정녕 없는건가요
하아......... ㅠ..ㅠ

감은빛 2015-08-19 17:19   좋아요 0 | URL
김익중 교수님 책 읽으셨군요.
탈핵에 대해 가장 대중적으로 쉽게 쓴 책입니다.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알리려면 언론에서 올바른 정보를 보도해야 하는데,
늘 정부나 핵마피아 세력들의 주장을 위주로 보도하면서,
반대 의견을 살짝 언급하는 수준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알려지기 어렵죠.

설령 이런 사실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평생 원자력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세뇌를 당해왔기 때문입니다.
원자력문화재단이 해마다 수십억을 들여 원전 홍보를 하잖아요.
초등학생들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원전 이미지를 담은
그림그리기 대회나 글짓기 대회 등을 열기도 하구요.
국민 세금으로 어릴때부터 엄청난 세뇌를 하고 있으니
어떻게 반대 의견을 쉽게 받아들이겠어요? ㅠㅠ

노란가방 2015-08-20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안전하다는 방폐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차원에서라도 꼭 국회의사당 옆에 마련했으면 좋겠어요.

감은빛 2015-08-24 17:24   좋아요 0 | URL
저는 청와대 앞 마당에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니면 원자력안전위원회 앞 마당이라도 좋구요.
 


키가 컸다


휴가 다녀와서 밀린 일을 하다보니 잠이 모자랐나보다. 컨디션이 나쁠때마다 재발하는 비염이 유난히 심했다. 게다가 에어컨으로 인한 냉방병이 겹쳤다. 작년 봄 알레르기성 비염이라는 판정을 받은 이후 한번에 약 1달치 약을 받아서 증상이 나타날때마다 약을 먹었다. 대략 3~4달 정도 동안 먹으면 약이 다 떨어지곤 했으니, 3~4일에 한번씩 비염 증상이 나타난 셈이다. 암튼 올해는 초봄에 1달치 약을 받아 지난 달 말에 다 먹었으니 약 5달 걸렸다.


비염 증상이 심한데, 약이 없어 병원에 갈 수 밖에 없었다.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 할일을 점검하고,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면서 기다렸다. 마침내 차례가 다 와서 진료실 앞 대기의자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자리를 옮겼는데, 대기의자 옆에 놓인 체중계에 눈길이 갔다. 최근 운동을 다시 시작했는데, 체중이 얼마인지 궁금했다. 이건 체중 뿐 아니라 키도 잴 수 있는 것이었다. 신발을 벗고 발 모양에 올라서서 허리를 쭉 펴고 머리를 뒤쪽 막대에 갖다 댔다. 위에서 바가 내려오더니 내 머리를 탁 치고는 멈췄다. 내려서서 숫자를 봤다. 체중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 늘었다. 음 휴가때 하도 잘 먹었던 게 아직 영향을 미치는 듯. 그리고 키를 보니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키를 쟀던 것이 언제였던가? 기억으로는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때 숫자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높이에 살짝 못 미치게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내가 늘 생각하는 높이를 살짝 넘겼다. 당시와 비교해보니 약 0.7 센티미터 컸다.


그러고보니 약 1달 반 전에 몇몇 사람들과 담배를 피우다 키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났다. 그날은 두레생협 이사를 도와주고 손을 다친 날이었다. 이사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두레 이사장님이 식사와 술을 대접했고, 같이 짐을 옮겼던 사람들과 함께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형이 나보고 키가 커서 부럽다 했고, 나는 평소 그 형이 나와 비슷하거나 더 크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 말이 이상하다 여겼다. 그런데 그날 처음 만난 친구가 쓱 보더니 내가 더 크다고 말해줬다. 서로 숫자를 말했는데, 그 형이 내 키를 의심하면서 내가 그 정도 밖에 안되면 자기는 더 작다는 소린데, 아닐거라고 했다. 처음 만난 친구도 "에이 형님이 잘못 알고 계시겠죠. 더 커보이시는데요." 라고 말했다. 나는 아니라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20년 넘게 키를 재본 적이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오늘 확인해보니 당시 그들의 말이 맞았다. 비록 얼마 차이나지는 않지만, 그 기준이 되는 숫자는 간신히 넘겼다. 이게 20대에 큰 것인지, 30대에 큰 것인지 모르겠지만(설마 40대가 넘어서 키가 큰 것은 아니겠지?) 조금 더 키가 컸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기쁘다.



스내치에 미치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액션영화를 보거나, 공포영화를 보곤 했다. 요즘은 운동하는 영상을 찾아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데, 특히 스내치 영상을 찾아 보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스내치에 빠진 건 재작년부터다. 크로스핏에 관심을 두고, 우리동네 크로스핏 전용 체육관을 알아봤다가 가격 때문에 낙심하고, 비교적 저렴한 핏니스센터에 등록해 동영상으로 배워가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결혼 전에는 나름 이것저것 운동을 했었는데, 결혼 후에는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했다. 해마다 근육은 탄력을 잃어갔고, 배는 늘어졌다. 새로 배우는 크로스핏은 무척 재밌었다. 어렸을 때 약수터에서 돌로 된 역기로 인상과 용상을 배워 들어올리곤 했었는데, 다시 역기를 제대로 공부하게 된 셈이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얼마나 기초가 안 되어 있는지, 내가 얼마나 체력이 약한지를 깨달았다. 당시 수많은 동영상을 검색해가면서 자세를 익혔는데, 인상적인 영상이 하나 있었다. 어려보이는 날씬한 여성이 무거운 바벨로 스내치를 하는데, 크게 힘들어하지 않으면서 연속으로 30개를 해내는 영상이었다. 그걸 보고 좀 충격을 받았다. 어렸을 때 역기를 처음 배웠을 때도 나는 용상(clean & jerk) 보다 역기를 한번에 들어올리는 인상(snatch) 를 더 좋아했다.


그 영상을 본 이후로 목표를 정했다. 그 여성이 들었던 무게로 30번 연속 들어올리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아저씨가 되어버린 내 몸은 어려운 스내치 동작을 쉽게 익히지 못했다. 오랜 시간동안 운동과 담쌓고 지낸 탓에 몸이 다 굳어 버렸고, 체력도 젊은 시절 같지 않았다. 그래도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 스내치를 잘 하기 위해 스퀏(squat), 오버헤드 스퀏, 데드리프트(deadlift) 등도 열심히 익혔다. 하지만 제대로 성과를 내보지도 못하고 무릎을 다쳤고, 이후 몇 달간 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 다음해, 그러니까 작년 늦봄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성급하게 스내치에 집착하지 않고, 스퀏과 데드리프트로 차근차근 기초를 다져나갔다. 이 전략은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다. 어느날 스내치를 해봤는데, 죽어라 연습하던 때보다 훨씬 부드럽게 자세가 나왔다. 다시 몇 주간 힘을 키워서 마침내 그 여성과 같은 무게에 도전해봤다.


결과는 연속 10회에서 멈췄다. 더 할 수는 있었지만, 힘이 모자라서 자꾸 자세가 흐트러졌다. 억지로 나쁜 자세로 횟수를 늘리는 건 나 같은 초급자에게는 썩 좋지 않다고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아마 억지로 했다면 15회에서 20회 사이 정도까지는 들어올렸겠지만, 무리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그 여성처럼 제대로 된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30개를 들어올릴 수 있을 체력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운동에 재미를 붙일 즈음 이번에는 일이 바빠져서 운동을 할 여유가 없어졌다. 한동안 정신없이 바빠 운동은 생각할 틈도 없었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갔다. 


그리고 올해 운동을 다시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었다. 계속 꾸준히 운동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을 만들어놓은 체력과 몸매는 어느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비록 바벨은 없었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가벼운 맨몸운동과 덤벨운동은 가끔씩 해왔다. 그리고 작년에는 케틀벨도 구입했다. 작년에 다니던 핏니스센터에는 케틀벨이 없었고, 수차례 구매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벨도 낡은데다 수량이 부족했고, 정리운동에 필요한 케틀벨과 로잉머신도 없었지만, 빈 공간이 전혀 없이 머신만 잔뜩 차지하고 있는 다른 곳과는 달리 비교적 넓은 프리웨이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거길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직장인을 그만두고 다시 활동가의 삶을 선택하면서 몸은 더 바빠졌지만, 수입은 반토막이 났다. 고정수입이 줄어드니 경제사정이 확 나빠졌다.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과 먹고 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이 이렇게 많이 드는지 몰랐다. 올해 계속 핏니스센터를 등록하려고 맘 먹었다가도 그냥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최대한 버티다보니 어느새 8월이 되었다.


올해에는 과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스내치 연습을 안한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대신 요즘은 다양한 스내치 영상을 찾아보는 것이 낙이다. 올림픽 경기 장면, 크로스핏 체육관의 연습 장면, 크로스핏 대회 장면 등 찾아보면 수많은 영상이 있다.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첫날인 월요일 아침부터 회의가 있었다. 일요일 밤, 휴가가 끝난 것이 아쉬워 술이라도 한잔하고 자고 싶었지만, 내일 아침 회의 준비 때문에 두세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갑자기 세상일이 다 싫고 귀찮고 막 짜증이 났다. 그래서 스내치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보다가 한 영상을 발견했다. 여러명의 여성 크로스핏터들이 스내치와 클린 앤 저크와 데드리프트를 성공하는 장면을 모은 것이다. 출연하는 여성은 대략 10여명, 체육관도 다양한 것 같았다. 분량이 상당했다. 날씬하거나, 몸집이 좋거나, 어리거나, 나이가 든 여성들이 가볍거나 무거운 바벨을 힘겹게 들어올려 간신히 성공하는 장면들이었다. 그 성공의 기쁨이 묻어 있는 표정을 보는 것이 참 좋았다. 주위에서 박수를 쳐주거나 축하해주는 모습들도 담겨있었다. 마치 내가 목표를 이룬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잠자기 직전 또 발견한 영상은 러시아의 케틀벨 스내치 대회 영상이었다. 10분동안 케틀벨로 스내치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을 가리는 대회였다. 아직 앳되어 보이는 여성들이 참가했는데, 케틀벨을 들어올리는 속도가 장난아니게 빨랐다. 우승한 여성은 10분이 채 되기 전에 200개를 완성했다. 처음에는 크기만 보고 무게가 얼마 안되겠지 생각했다. (러시아 케틀벨은 무게가 달라도 크기는 똑같고, 미국 케틀벨은 무게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 그런데 영상을 다시 돌려보니 아니었다. 상당한 무게였다. 이 영상을 보면서 바벨 스내치 뿐 아니라 케틀벨 스내치도 무척 매력적인 운동으로 느껴졌다.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두번째 목표는 케틀벨 스내치를 같은 무게로 10분 안에 200개를 채우기. 아마 이 목표는 더 시간이 오래걸리지 싶다. 일단 케틀벨 스내치를 배워서 익혀야 하고, 그 무게를 들 수 있을만큼 힘을 키워야하고, 10분에 200개를 들 수 있을만큼의 힘과 기술을 익혀야 한다.


아, 갈길이 멀다. 하루라도 빨리 바벨 스내치와 케틀벨 스내치를 마스터하고 싶다. 내일이라도 당장 일터 가까이 있는 핏니스센터에 등록해야겠다.


도움이 될만한 책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 두 책의 표지에 케틀벨이 나온다. 역시 요즘 대세는 케틀벨 운동인가? [강한 것이 아름답다] 를 다시 읽으면서 케틀벨 데드리프트를 새로 배워 익혔다. 예전에는 데드리프트를 하고 싶어도 바벨이 없는 집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는데, 이 책 덕분에 요즘 케틀벨로 데드리프트를 하고 있다. 다만 케틀벨이 하나 밖에 없어서 점점 무게를 올려가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다시 핏니스센터에 등록하면 [남자는 힘이다] 에서 강조하는 운동들로 차근차근 기초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스퀏, 데드리프트, 오버헤드 스퀏, 푸쉬 프레스 등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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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5-08-06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는 건 부러울 만큼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저는 걷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십 년쯤 된 것 같아요.) 이것으로 부족한 것 같아
인터넷으로 철봉을 사서 집에 설치를 했어요. 실내에서 오다가다 한 번씩 철봉에 매달리려고요.
화장실에 갔다가 한 번 하고 밥 먹고 나서 한 번 하고 청소하기 전에 한 번 하고... 이런 식으로 하려 했어요. 그러면 팔 힘도 기르고 건강에도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그것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테니스 엘보 라는 병에 걸리고 말아서
스톱 했어요. ㅋ 병원에 다니면서 얼마나 속상하던지... 그러나 팔이 나으면 저도 철봉에
도전하고 싶어요.

님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하겠습니다. 목표 달성 하시면 글 올려 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

감은빛 2015-08-06 23:39   좋아요 0 | URL
네 문틀에 철봉을 달아 턱걸이(pull up)을 하는 건 정말 멋진 방법이예요.
다만 철봉의 안전성 문제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죠.
저는 한 5년쯤 전에 견고하게 고정해놓은 철봉에서 턱걸이를 하다가
철봉이 떨어지면서 발을 다친 적이 있거든요.

제가 pek0501님의 상태를 잘 모르지만,
턱걸이 운동이 힘드시다면,
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push up)을 하셔서
먼저 기초 체력을 키우시길 권합니다.

턱걸이는 제법 어려운 운동이죠.
기초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더욱 힘든 운동입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5-08-0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저도 한달전쯤 케틀벨 샀어요. 전신 운동에 짱이라고 해서요. 저는 [다이어트 진화론]을 읽고 구매를 결심했었죠. 지금은 손놓고 있지만, 조만간 다시 시작할 거에요.
우리 함께 열심히 해봅시다, 감은빛님!!

감은빛 2015-08-06 23:4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벤치에 케틀벨까지~
이제 곧 몸짱 되시는 거 아닌가요? ^^

응원 고맙습니다!
우리 함께 열심히 해봐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5-08-07 08:19   좋아요 0 | URL
벤치는 제 방에서 치운 지 오래에요. -_-
케틀벨도 먼지가 쌓이고 있...Orz

제가 다음주에 휴가인데, 휴가 끝나고부터 다시 시작할까 해요. -0-

책을사랑하는현맘 2015-08-06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움직이기 싫어하고 운동을 싫어하는 저로서는 놀라울 따름입니다~ㅎㅎ
전 초등학생 때부터 체육 시간이 제일 싫었으니...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노년의 건강이 걱정되긴 하면서도, 어디서부터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솔직히 케틀벨이라는 것도 처음 들었네요.
쉽진 않겠지만, 뭔가 맞는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은빛님의 운동 생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응원합니다 ^^

감은빛 2015-08-06 23:43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지금도 책상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몸을 움직여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케틀벨은 아주 오래된 효과적인 운동기구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서야 주목받고 있지만요.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라도 해서 몸을 쓰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오래 건강을 유지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맘님도 이제부터라도 가벼운 운동부터 시도해보세요. ^^

종이달 2022-08-19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건망증


#1

아이들 튜브를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고향집 부모님께 혹시 창고에 있는지 여쭤봤다. 없다고 답이 왔다. 해마다 휴가를 고향에서 보내기 때문에 늘 두고 왔었는데, 작년에는 갖고 왔었던가? 그렇다면 집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건데, 대체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곳들을 다 뒤졌는데 없다.


포기할 때 즈음 책장 위에 놓인 비닐봉투가 뭔지 살펴봤다. 이런! 튜브 두 개가 그 봉투 안에 들어 있었다. 왜 나는 작년에 튜브를 가져온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을까? 분명 잘 놓아둔다고 책장 위에 뒀을텐데,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2

스마트폰을 2년 반 넘게 썼더니, 속도가 엄청 느려지고, 발열이 심하다. 뭐 별걸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메일 확인하고, 페이스북 조금 들여다봤는데, 열이 47도를 넘어선다. 뜨거워서 쥐고 있기도 힘들다. 아무것도 안하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때도 갑자기 뜨거워지곤 한다. 게다가 배터리도 엄청 빨리 닳는다.


중요한 문자나 이메일을 보내려고 하면 꼭 엄청 느려지고, 가끔 키패드가 아예 눌러지지 않는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중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빠르게 카톡을 주고 받고 있는데, 갑자기 느려지더니, 아무리 눌러도 글자가 써지지 않는다.


그래도 약정한 2년이 지난 후로는 전화요금이 1만원 가량 내려가서, 웬만하면 좀 더 버텨보려고 했는데, 키패드가 먹지 않는 스마트폰은 무용지물이란 생각에 결국 새 폰으로 바꿨다. 다시 전화요금이 1만원 이상 비싸졌다.


공인인증서를 새 폰으로 옮기려는데, 자꾸 인증서 비밀번호가 틀렸다고 나온다. 이상하다! 분명 이 번호가 맞는데, 왜 안되지? 몇 번이고 계속 비번을 눌렀는데, 끈질기게 비번은 자꾸 틀렸다고 나온다. 젠장! 그러다 결국 인증서가 폐기되었다. ㅠㅠ


인증서를 새로 받으려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있어야 한다. 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젠 어떻게 해야하나?


#3

어느날부터 나는 더이상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꼼꼼하게 메모를 하고, 휴대폰에 알람을 걸어둔다. 그러고도 바쁜 일정에 쫓기다보면 뭔가 놓치는 일이 꼭 생긴다. 왜 꼭 그런 일은 퇴근하려고 컴퓨터를 끄고나면 생각나는걸까? 왜 꼭 사무실을 나와 몇 발 걷다가 생각나는 걸까? 왜 꼭 버스를 타고나면 생각이 나는 걸까? 다시 돌아가서 컴퓨터를 켜고 처리하고 나와야할까 아니면 내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들고, 오늘 하루도 참 바쁘게 열심히 일했구나 생각하며 나름 성취감을 느끼다가 곧 절망감을 느끼게 만든다.



우리나라 대표과일의 미래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기후변화 강의를 했다. 아이들 대상으로는 몇 번 해봤는데, 어르신들은 처음이다.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개념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그래도 재밌고 적절한 예를 잘 찾으면 반응이 무척 좋았다. 올해 초 동네 작은도서관에서 연속 강의를 들었던 아이들의 경우, 첫 강의 이후 집에가서 나름대로 많은 실천들을 했다. 한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변기위 물통에 1.8리터 물병에 물을 채워 집어넣고, 대기전력 차단을 위해 안 쓰는 콘센트를 빼는 걸 보고, 훌륭한 강의를 만들어준 도서관 후원회비를 대폭 늘려 내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이번에 어르신들께는 어떻게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평범한 강의자료를 만들었다가 다시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강의 당일까지 자료를 완성하지 못했다. 강의 시간은 다가오고, 머리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검색하다가 농촌진흥촌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예상 시나리오를 접했다. 우리나라 6가지 대표과일의 재배가능 지역이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예측한 것이었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더 놀라웠다.


모두 다 넣기에는 방대하기 때문에 가장 대표적인 과일이라 할 수 있는 사과와 배의 시나리오만 자료에 집어넣었다. 간신히 강의 시간에 맞춰 도착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았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질문도 던지고, 여유있게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나중에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 있다고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내가 정말 깜짝 놀랐기 때문에 어르신들도 분명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강의 막바지에 사과와 배 재배가능지역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후변화가 계속 진행한다면, 불과 30년 후인 2030년이 되었을 때 사과 재배가능 지역은 크게 줄어들 것이며 대표적인 사과 재배지역인 대구 경북에서는 재배는 가능하겠지만, 지금처럼 맛있는 사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30년이 지나 2060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어르신들 돌아가시고 나면 제사상에 사과와 배를 기대하시면 안된다고 했다. 손주 손녀가 사과, 배를 구하지 못해 제사상에 올리지 못해도 이해해주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도 제법 충격을 받으셨는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셨고, 마침 그때 소장님도 들어와서 강의를 듣다가 매우 집중하는 모습을 봤다. 강의를 마치고, 소장님께서 신분증과 통장을 복사하면서 보통 어르신들이 집중력이 떨어져서 강의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데, 참 재밌게 잘 하셔서 어르신들도 집중하시더라고 고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두어달 후에 또 강의를 잡을 예정인데, 다시 와달라고 했다.


비록 강의료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어려운 상황에 보탬이 되고, 또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 절박한 문제를 설명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난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명하는 일을 좋아하고 또 잘한다. 오래전 학원 강사 시절이 생각났다. 그땐 사교육 시스템에 복무하며, 재미도 없는 학교 교과를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늘 아이들과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아이들이 최대한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했던 기억이 났다. 이번에도 어르신들이 관심 가질만한 포인트를 잘 잡은 것 같아서 뿌듯했다.


책 이야기











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이 두 책은 일단 귀엽다. 작은 판형에 책의 디자인과 일러스트가 정말 귀엽다. 하지만 내용은 다소 무겁다. 세계적인 환경잡지 [더 에콜로지스트]에 연재했던 내용 중에 음식과 패션에 대한 내용을 각각 책으로 엮었다. 잘 알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열심히 읽고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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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25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마트폰 사용 2년 반이라면 상당히 오래 쓰신 겁니다. 폰의 성능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새 걸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제가 지금 쓰는 폰도 30분 이상 잡으면 열이 생겨서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오랫동안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감은빛 2015-08-03 15:20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안녕하세요. 휴가 다녀오느라 답이 좀 늦었네요.
저도 지난 폰은 제법 오래 썼다고 생각해요.
그 전에 쓰던 폰은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액정이 깨져버렸거든요.
여름이 되니 이상하게 발열이 심하더라구요.
한 5분 이상 쓰면 뜨거워지고, 경고 메시지가 떠요.
근데 메신저 한번 켜면 10분 이상은 들여다보게 되니 말이죠.
 


월요일은 피곤


월요일 아침 회의는 힘들다. 지난 금요일에 회의자료를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채 퇴근했더니, 주말 내내 회의자료를 걱정했다.  토요일 낮에 잠시 시간내서 정리를 할까 싶었지만, 곧 다른 일을 하다가 잊어버렸고, 일요일 아침에도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노느라 잊어버렸다. 일요일 밤이 되어서야 회의자료를 만들어야지 하고 컴퓨터를 켰지만, 진짜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자판을 두드리기가 너무 싫었다. 결국 잠시 웹서핑을 하다 컴퓨터를 끄고 누웠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해야지 생각했지만, 알람이 울렸을 때, 또 너무 일어나기가 싫었다. 자료를 준비하지 않으면 회의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억지로 일어났다.


컴퓨터를 켰는데, 자다 깨서 멍한 상태로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일단 먼저 씻고 준비한 후에 다시 책상 앞에 앉으니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빠듯했다. 다 만들어서 메일로 보내놓고 나니 바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었다. 간신히 회의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새벽부터 그 난리를 치고 나니 아직 점심때도 되지 않았는데, 정말 피곤하다. 이번주도 할일이 태산이건만 난 벌써 일주일을 다 산 느낌이다. 아~ 진짜 월요일이 싫다! 



박래군을 석방하라!


[석방탄원서] 박래군을 풀어주십시오!


재판장님, 법이 정의를 구하기 위해, 인권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박래군은 석방되어야 합니다. 

7월 16일 법원은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자 인권중심 사람 소장인 박래군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우리는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인신의 구속은 어떤 한 사람의 근원적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그만큼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를 가두지 않고서는 중대범죄의 발생을 막을 수 없을 만큼의 사정말입니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중대범죄인 것입니까?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모두 박래군의 뜻에 따라 집회에 참여했다는 말입니까? 박래군의 구속은 추모와 애도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밖에 이해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고 안타까이 여기는 인간의 본원적 심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누구도 박래군의 구속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인권이 석방되어야 합니다. 

박래군은 세월호 참사의 현장에만 있었던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민주주의가 억눌린 시대의 어둠 때문에 동생을 떠나보내야 했던 형이었으며, 같은 아픔을 겪어야 했던 수많은 유가족들의 동료이자 장의사였으며, 모두가 존엄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권침해의 현장을 뛰어다니는 활동가이자 수많은 피해자들의 든든한 벗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인권이 침몰하는 현장에서 인권을 구해내기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는 다른 현장에서 구속되어야 했습니다. 평택 대추리에서, 용산 재개발구역에서, 그리고 이제 세월호에서. 미군기지와 개발의 문제에 대한 성찰로부터 평화적 생존권과 주거권이 모두에게 소중한 인권의 목록으로 확인된 현장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역시 이렇게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4.16은 석방되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미수습자, 희생자의 가족, 피해생존자들만 겪은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겪고 있는 참사이며, 세계 시민들이 여전히 주목하고 있는 사건입니다. 사람이 이다지도 무참하게 죽어갈 수 있음을 목격해버린 우리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미안함과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우리는,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울 때에만 우리도 사람답게 살 수 있음을 자각하게 됐습니다. 수많은 생명을 물속에 가두고, 울부짖는 가족들에게 보상이 더 필요하냐며 모욕하고, 이젠 잊으라며 내몰아대는 사회를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흩어질수록 우리의 생명과 안전이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우리는 여전히 모이고 말하고 행동하기를 약속합니다. 그것이 범죄라면 우리 모두를 잡아가십시오. 그러나 그때 우리는 우리를 가둔 감옥을 인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재판장님, 박래군을 풀어주세요. 진실과 안전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한 발도 물러설 자리는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


서명해주세요!

아래 주소로 가셔서 필수항목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몇 초 걸리지 않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105zXpV89TdY_XgYT07btxrS3YRGW9DtyFXzBrzjNH1Y/viewform?c=0&w=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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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7-2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명하고 왔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동참하셔서 힘이 되어주시길 빌어 봅니다.

감은빛 2015-07-20 13:4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단발머리 2015-07-2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명하고 왔습니다. 한숨나오는 이 세상...

감은빛 2015-07-22 21:1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정말 어쩌려고 이러는지 원! ㅠㅠ

chika 2015-07-2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했습니다. 작은힘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은빛 2015-07-22 21:18   좋아요 0 | URL
치카님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15-07-20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명도 하고 카페 2곳에도 올렸어요~
감은빛님 너무 피곤하실 것 같아요 ㅠㅠ 힘내세요!

감은빛 2015-07-22 21:19   좋아요 0 | URL
아른님, 널리 알려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제도 새벽까지 잠 못자고, 오늘 또 야근 중인데,
아른님의 말씀에 힘이 납니다!

2015-07-21 0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2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07-2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무겁습니다... 늦은밤 이 소식을 듣고.... 법관은 무슨... 개*********

감은빛 2015-07-22 21:2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법관은 무슨! xxxxx 같으니라구!

나와같다면 2015-07-25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아침.. 경향신문 커버스토리 박래군님 기사보고 있습니다..

감은빛 2015-08-03 15:1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휴가 다녀오느라 답이 늦었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기사 나중에 찾아봐야겠어요.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아마 평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군기지확장반대 투쟁 현장에서였다. 뭔가 행사를 준비하는 중이었고, 먼 발치에서 아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는데, 그가 몇몇 활동가들과 담배를 피면서 대화하고 있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그가 크게 웃었는데 그 선한 웃음이 참 좋았다. 나중에 점점 알게되었지만, 그는 인권운동, 평화운동 등에서 많은 활동을 하며, 이미 존재감이 큰 사람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박기범의 [문제아]를 읽고, 그가 박래전 열사의 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동생을 가슴에 묻고, 동생이 가고자 했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형이라는 느낌. 그의 등에서는 불의에 굽히지 않는 강한 의지와, 긴 세월 쌓여온 여러 슬픔들이 느껴졌다. 평택, 용산, 강정, 광화문 등 힘없고 고통받는 이들이 있는 곳에 늘 그가 있었다.
















그가 있는 곳에서 늘 함께 볼 수 있었던 송경동 선배도 얼마전 구속될 뻔 했으나, 다행히 풀려나왔다. 당시에도 설마 송경동을 구속시키기야 하겠어? 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 정권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리라는 불안 또한 컸던 것이 사실이다.


사람은 한번 비슷한 일을 겪으면 그만큼 기대를 하게 되는 모양이다. 박래군 선배와 김혜진 님의 영장실질심사 소식을 듣고 온라인으로 의견서를 제출할 때에도, 송경동 선배처럼 풀려나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구속 소식을 듣고 좀 충격을 먹었다.


죄가 있다면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세력에게 있겠지, 어떻게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죄가 있단 말인가? 이게 법인가? 이따위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이 나라의 법 질서를 책임지는 기관인가? 


하필 오늘이 제헌절이다. 헌법이 엄연히 살아 있는데, 이따위 결정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박래군은 무죄다! 당장 석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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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8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0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0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2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3 1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