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만난 것은 아마 평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군기지확장반대 투쟁 현장에서였다. 뭔가 행사를 준비하는 중이었고, 먼 발치에서 아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는데, 그가 몇몇 활동가들과 담배를 피면서 대화하고 있었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그가 크게 웃었는데 그 선한 웃음이 참 좋았다. 나중에 점점 알게되었지만, 그는 인권운동, 평화운동 등에서 많은 활동을 하며, 이미 존재감이 큰 사람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박기범의 [문제아]를 읽고, 그가 박래전 열사의 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동생을 가슴에 묻고, 동생이 가고자 했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형이라는 느낌. 그의 등에서는 불의에 굽히지 않는 강한 의지와, 긴 세월 쌓여온 여러 슬픔들이 느껴졌다. 평택, 용산, 강정, 광화문 등 힘없고 고통받는 이들이 있는 곳에 늘 그가 있었다.
그가 있는 곳에서 늘 함께 볼 수 있었던 송경동 선배도 얼마전 구속될 뻔 했으나, 다행히 풀려나왔다. 당시에도 설마 송경동을 구속시키기야 하겠어? 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 정권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리라는 불안 또한 컸던 것이 사실이다.
사람은 한번 비슷한 일을 겪으면 그만큼 기대를 하게 되는 모양이다. 박래군 선배와 김혜진 님의 영장실질심사 소식을 듣고 온라인으로 의견서를 제출할 때에도, 송경동 선배처럼 풀려나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구속 소식을 듣고 좀 충격을 먹었다.
죄가 있다면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세력에게 있겠지, 어떻게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죄가 있단 말인가? 이게 법인가? 이따위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이 나라의 법 질서를 책임지는 기관인가?
하필 오늘이 제헌절이다. 헌법이 엄연히 살아 있는데, 이따위 결정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박래군은 무죄다! 당장 석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