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아침 캠페인
지난 주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연속 아침 캠페인을 했다. 목요일에는 '탈핵 캠페인', 금요일에는 '세월호 캠페인이었다. 탈핵 캠페인은 녹색당에서 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하기로 했고, 세월호 캠페인은 동네 활동가들이 매월 16일 아침에 하기로 했는데, 이달은 16일이 일요일이라 금요일 아침에 했다. 목요일 탈핵 캠페인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서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덕 신규 핵 발전소 문제에 대해 알릴 수 있었다. 금요일 세월호 캠페인 때는 비교적 유동인구가 적은 지하철 역에서 하기도 했고, 하필 그날이 임시 공휴일이라 아침 일찍 나갔음에도 출근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전날 늦게까지 야근하고 피곤한 몸을 겨우 일으켜 나갔음에도 사람들을 별로 만나지 못해 조금 안타까웠다.
전기가 모자란다는 정부의 거짓말
전기가 남아도는 여름, 정부가 선심쓰듯 전기 요금까지 깎아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평균보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들만 깎아준단다. 즉 돈 많은 사람들. 좀 사는 사람들만 깎아준다는 얘기다. 늘 아껴쓰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없다. 어쨌거나 지금 전기는 남아돌고, 발전소들은 돌아가지 못하고 멈춰있다. LNG 발전소 년 가동률이 30%도 채 안된다는 얘길 들었다. 최근 몇몇 기업들은 가동을 못해 돈이 안되는 LNG 발전소들을 매각하려고 내놓았는데, 사려는 곳도 없다고 들었다.
전기가 남아돌다보니 전력 단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전이 계산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의 기준 단가가 가장 낮은 전원을 기저발전으로 두고 전력 소비량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단가가 비싼 발전소를 돌리기 시작하는데, 예전에는 LNG 발전소까지 가동하면서 140원대에 머물던 것이, 최근 핵발전과 화력발전만으로 전력 소비를 감당할 수 있게 되면서 단가가 80원대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정부는 얼마전 제7차전력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해마다 국민들이 전기를 많이 쓸 것으로 예상하고, 신규 핵 발전소를 더 짓겠다고 했다. 이 인간들은 머리가 없나보다. 2011년 이후로 전력 소비 증가율은 해마다 떨어져서 작년에는 0.6%에 그쳤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계획을 세우면서 해마다 2.2% 증가율을 반영했다. 정책을 수립하는 인간들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능력이 없나? 아니 어린아이도 한번 겪은 일을 바탕으로 앞으로 행동 계획을 수정하는데, 이렇게 말도 안되는 계획을 세울 수 있나? 바보들인가? 아니면 양심을 속여서라도 돈을 벌고 싶은 건가? 국민들을 얼마나 바보로 보면 이렇게 말도 안되는 억지를 쓸 수 있는건가?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 안그래도 날 더워 힘든데, 정부의 억지 주장을 보고 있으면 진짜 열난다! 아마 전기요금을 낮춰 국민들이 에어컨을 맘껏 돌리게 만들어, 전력 소비량을 확 늘려서 지들의 억지 주장을 어떻게든 그럴듯하게 만들어 보려는 꼼수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부가 말로는 신재생에너지를 살리겠다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을 만들어놓고, 거꾸로 재생에너지 시장을 죽이고 있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살리겠다고 만든 의무공급제도(일명 RPS제도) 덕분에 태양광발전 시장의 단가는 3년 반만에 3분의1로 떨어졌다. 1kWh당 210원 하던 가격이 이젠 70원으로 떨어졌고,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이 가격은 대규모 사업자들에게는 그래도 버틸수 있는 수준이겠지만, 소규모 사업자는 바로 망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소규모 발전소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 있던 사업자들은 이제 신규 발전소 건설을 보류하고 있다. 손해보면서 발전소를 더 늘릴 수는 없지 않는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대규모로 전기를 생산해서 멀리 보내야하는 핵 발전이나 화력발전과는 달리 태양광발전은 애초에 소규모로 자기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분산형 전원이다. 즉 로컬 에너지인것이다. 핵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는 또 수많은 돈을 들여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옮겨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손실도 크다. 게다가 밀양의 사례를 통해 보듯이 초고압송전선로는 자연을 엄청나게 파괴할 뿐 아니라, 마을도 송두리채 파괴해버린다. 높이 약 100미터(아파트 40층 높이)의 초고압송전탑(765kv)가 마을에 들어서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마 없을거다. 전자파에 의한 피해는 논외로 치더라도 이 어마어마하게 큰 구조물이 동네 뒷산과 논 한가운데 들어서 있는 걸 평생 보면서 살 수 있을까?
핵발전소 건설과 송전선로 건설은 그 자체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핵발전소를 짓기 위해 부지를 선정하고,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정부는 늘 신규 핵발전소 건설 예정지에 뭔가 혜택을 주겠다고 회유한다. 그 돈은 다 어디서 나오나? 밀양과 청도 등에서 볼 수 있듯 송전선로 건설에 들어가는 사회적 합의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단순히 우라늄 단가만 놓고 핵발전이 싸다고, 경제적이라고 하지만, 발전소 건설비용과 송전선로 비용은 아예 계산에 넣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핵 폐기물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10만년 동안 자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밀폐 보관해야 하는 고준위 핵 폐기물의 처리 비용은 아예 계산할 수도 없다. 10만년이라니! 겨우 100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간동안 밀폐 보관할 수 있을까? 당장 세계 모든 국가에서 돈을 모은다 해도 기술적으로 불가능 할 것이다.
조금만 따져보면 핵발전이 좋다는 정부의 거짓말은 쉽게 알수 있다. 오히려 정부가 비싸다고,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태양광발전이 핵발전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다만, 이건 지역 분산형, 소규모 발전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특정 세력이나 기업이 이권을 챙겨갈 수 없는 구조다. 온갖 비리로 공사를 완료하고도 가동도 못하는 핵발전소보다 훨씬 더 믿을 수 있는 전원이다. 그래 정부 말대로 신재생에너지를 촉진하겠다면, 촉진법이라면 판매 걱정 없이 생산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은 엄청난 성장을 하는 산업인데, 유독 이 나라에서만 이렇게 냉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니네 동네에 핵 발전소와 송전탑 지어라!
만약 그들의 주장이 다 옳다면, 그렇게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면 니들 앞 마당에 핵발전소 건설하고, 송전탑도 건설해라. 왜 애꿎은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괴롭히나? 돈 없고 힘 없으면 방사능 위험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 껴앉고 살아야 하고, 전자파 위험에도 송전탑 껴안고 살아야 하나? 청와대 앞 마당에 핵발전소 짓고, 국회 앞에도 하나 짓고, 강남에도 한 서너개쯤 지어라. 지들은 전봇대도 하나 없는 송전선로 지중화 지역에 살면서 왜 평생을 농사짓고 살아온 어르신들이 송전선로를 옮겨 달라는 데 손가락질만 하고 있나?
약 한 달쯤 전이었나? 퇴근 시간에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탈핵 캠페인을 하면서 영덕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골라 스티커를 붙여달라고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있었다. 그림에는 영덕 대게와 아름답고 깨끗한 영덕의 바다 그리고 핵 발전소가 있었다. 대부분 쳐다보면서도 모른척 지나갔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젊은 여성분들 위주로 스티커를 붙여주는 분들이 늘었다. 나는 웃으며 사람들에게 잠깐 시간 내서 스티커 한 번만 붙여줄 것을 부탁했는데, 흰머리가 성성한 한 어르신이 그림판을 보더니 대뜸 화를 냈다. 여기 안 어울리는 게 어딨냐고? 핵 발전소를 지어야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데, 뭐가 안 어울리냐고 목청을 높였다. 당시에는 차분하게 왜 핵 발전소가 위험한지, 지금 핵발전소를 안 지어도 되는 이유 등을 설명했지만, 당연히 그 어르신은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쏟아내고 가버렸다. 속으로 그랬다. 그렇게 필요하면 당신 집 앞 마당에 지으라고, 왜 핵발전소 유치하면 이런저런 혜택도 준다는데, 우리 동네에 지어달라고 신청하시지? 유력한 정치인들 찾아가서 우리동네 핵발전소 좀 지어달라고 요구하시지 왜 가만히 있나? 핵발전소 찬성하는 정치인들이 대부분인데, 그 인간들 선거때 우리 동네 핵발전소 짓겠다는 공약은 왜 내세운나? 강남 같은데 인구 많은 곳에, 핵이 꼭 필요하다는 인간들 많을텐데, 그 공약 내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