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구판절판


이 여자는 스미레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성욕을 느낄 수는 없다고 한다. 스미레는 이 여자를 사랑하고 성욕도 느끼고 있다. 나는 스미레를 사랑하고 성욕을 느끼고 있다. 스미레는 나를 좋아하기는 해도 사랑하지는 않고 성욕을 느끼지도 않는다. 나는 다른 익명의 이 여자에게 성욕을 느끼기는 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다. 복잡하다. 마치 실존주의 연극의 줄거리 같다. 모든 상황은 거기에서 멈추어 어느 누구도, 그 어디에도 갈 수 없다. 선택할 여지가 없다.-169쪽쪽

꿈 속에서는 사물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전혀 없다. 그곳에서는 처음부터 경계선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꿈 속에서는 충돌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설사 발생한다 해도 거기에는 고통이 없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실은 끈질기게 달려든다.

레이디 사람이 얻어맞으면 피를 흘리는 법입니다.

사람에게는 각각 어떤 특별한 연대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것이 존재한다. 작은 불꽃 같은 것이다. 주의 깊고 운이 좋은 사람은 그것을 소중하게 유지하여 커다란 횃불로 승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그 불꽃은 꺼져 버리고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1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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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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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푸트니크 여인에서 넘실대는 농밀한 언어의 바다에 빠져서 술 취한 사람처럼, 뼈가 노골노골해지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그렇게 취하게 만들더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뭐라 딱이 말로 답하긴 어렵다. 음.....굳이 이 소설 속의 맛깔나는 문장을 맛보기로 들자면,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 이상한 거야.-(앞으로 누군가 나에게 “너 보기와 달리 특이한 데가 있다” 라고 말한다면 나는 하루키의 이 문장으로 점잖게 대구해 줄 것이다’)라거나 ‘책장에 들어가지 못한 책들이 지적(知的) 난민처럼 바닥에 쌓여 있다.’ 같은 것.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아도 도수높은 알콜이 혈관으로 스미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 아 나는 확실히 표현이 딸린다.

스미레는 소설 쓰는 일에 골몰해 있는 22살의 여자였다. 작중 ‘나’는 스미레를 좋아, 아니 사랑했지만, 스미레는 ‘나’를 좋아했는지 몰라도 사랑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성욕을 몰랐다. 그러던 그녀가 자기보다 17세 연상의 여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이들은 첫 만남에서 음악 이야기를 하며 마음의 교감을 이루었다. 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스미레의 동성애 성향이 아니다.
스미레의 꿈, 그러니까 스미레가 결국 만족할 만한 소설을 완성을 할 수 있게 되었는가...   스미레는 글을 쓰고 또 썼지만...아직 미진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경험과 시간이었다. 그녀가 쓴 문장에는 독특한 신선미가 있고,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뭔가 중요한 사실을 정직하게 표현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적어도 그녀는 누군가의 모조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손끝만으로 잔재주를 부려 완성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진정한 소설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주술적인 세계가 필요하다. 그녀는 17세 연상의 여인과 나누는 즐거운 시간들과 상처가 된 경험들 이 모두는 사실 주술적인 힘을 얻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소설이 아니다. 진정한 ‘나’를 찾는 것에도 이모든 아픈 경험과 시련의 시간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 소설은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처럼 이 쪽 세상과 저 쪽 세상을 사이에 둔 ‘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현재는 이쪽 세상에 살고 있지만, 본래는 저 쪽 세상의 출신인 것 같은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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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4-12-10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 읽을 시간도 없어 점점 이 책은 연이나 닿을는지 모르겠군요...

스미레 보고 싶은데 말이죠. ^^

잉크냄새 2004-12-1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미레...여담입니다만 알라딘 초기 서재 주인장중에 "스미레" 란 닉네임이 있었던것 같군요. 그나저나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다양한 책을 읽으시고 리뷰를 올리시고 보기 좋습니다.

hanicare 2004-12-1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자질구레한 계산기의 키보드를 뛰어넘는.나라는 인간의 알량하고 굳어버린 윤곽선을 뜨겁게 녹여버리는 강력한 존재에의 매혹. 그런 것이 왜 이렇게 부재하는지.

icaru 2004-12-12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 님~ 요즘 좀처럼 님의 따끈한 따끈한 글들을 볼 수 없어서...'왜 일까~ 하던 차였답니다....' 이 책 알라딘에서는 품절이네요...전 최근에 시중 서점에서 구했답니다...



잉크냄시 님.. 구런 닉네임의 주인장이 있었더래요오??~ 스미레...음..제비꽃이라는 뜻이래요...



하니케어 님...강력한 존재에의 매혹...!!!

전... 특별히 하루키와 그의 작품을 무진장 왕장창창 좋아라 한다고 볼 수는 없었는데... 이 소설은 어쩐지...너무너무 좋았습니다... 정말...묘해요...

플레져 2004-12-23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제가 왜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애타게 찾고 있었나 했습니다. 바로 님의 리뷰를 읽었기 때문이었어요! (제게 말씀하셨던 거랑 비슷한 멘트지요? ㅎㅎ) 꼭 읽어봐야겠어요, 진짜루!!

icaru 2004-12-2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진짜로 궁금하네요~~ 님은 어케 이 소설의 느낌을 풀어가실지... 저는 확실히 딸림니당...그냥 좋았다...진정 좋았다... 라고 밖엔...님...꼭 읽고...리뷰 쓰셔야 해요~ 꼭이요!!!
 
코끼리는 기억한다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권순홍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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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생각이 났는데,,,, 예전에 신문지상에서 본 것이다. 외국에서 선정하는 무슨 광고상에 대상을 받았다는 텔레비전 광고 한 편이다.


어떤 유치원생이 동물원에 소풍을 갔다. 이 아이의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음료였던가?? 아무튼 이 것을 광고하려는 시츄에이션) 들려 있고, 코끼리 앞에 있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갖고 코끼리를 희롱했다. "냐~ 먹어"  한 다음에 코끼리가 코를 뻗어 받으려 하면 확 거두어들이는... 장난질을 한 것이다. 코끼리는 화가 났겠지만, 참았다. 요 꼬맹이에게 당하는 수밖에... 이 유치원 꼬맹이가 어른이 되어 예의 그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코끼리 앞에 무방비로 서 있다. 이 코끼리가 예전의 그 코끼리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아마 예전에 코끼리를 골려 줬던 일도 기억 못할지도 모르며....  그러나, 코끼리는 이 청년의 아이스크림을 코로 홀딱 뺏고는 청년을 뒷발로 걷어차 버린다. 코끼리는 이십여 년 전 일을 여태껏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끼리가 그렇게 기억력이 좋다니...머리가 커서 그런가?


이 작품엔...평균 독자 리뷰 별점이 세 개 밖에 없다. 왜 그럴까. 아마도 별점 주는 걸 범인의 의외성에 둔다면, 별이 세 개 밖에 없다는 것에 납득이 가기도 하다.  

이 사람이 이러해서 과거 이런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라고, 중반 정도만 읽으면 알 수 있다. 에르큘 포와로 님께서 그닥 머리를 많이 굴리지 않으셔도 되었겠다 싶었다. ‘엇 정말정말 의외인 걸...’ , ..." 하는 맛이 덜하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다거나 어딘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루한 줄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면서 읽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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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12-0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이 작품에 별점을 두개밖에 안줬네요.ㅎㅎㅎ

간결한 문장과 기발한 트릭이 크리스티 여사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저그런 작가의 작품이었다면 저도 별 네개를 줬을텐데.. ㅎㅎㅎ

icaru 2004-12-08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님이 쓰신 리뷰를 보네까네...구구절저러 마자요!! 기발한 트릭이 없지요.....

글고 보니...이 작품은 여사의 나이 여든 즈음에 썼다네요.... 그래서 드는 생각은 여사께서...이 분야에 오래 있음서 한참 산...어른으로써 ...어린 사람들에게 일러두고픈 말들을 하기에 치우쳤다는 생각... 어린 사람들이란... 실리아와 데스몬드 커플요... ㅋ

써니 2005-01-24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빌려죠요~~~꺄륵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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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흐름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실제로는 옆 차선이 더 느린 경우에도 많은 운전자들이 자기 차선이 더 느리다고 느낀다고 한다. 운전을 할 때는 시야가 주로 전방을 향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추월한 차보다 자신을 추월한 차가 시야에 더 오래 남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종의 착시인 것이다.-180쪽

웃음이 명약이라고 해서 반드시 많이 웃는 사람이 더 오래 사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과학적인 분석에 의하면 결과는 그 반대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프리드만 교수는 광범위한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어렸을 때부터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유머 감각을 지닌 사람이 오히려 수명이 짧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긍정적인 사고가 때론 ‘지나치게 작동해’ 모험을 즐기는 일에 과감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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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2-0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이런...도대체 뭘 믿으라는 건지? 그냥 타고난대로 살아야 겠군요.^^

icaru 2004-12-0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그죠... 많이 웃는 사람이 수명이 짧다는 말을 그냥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음~~ 너무 쌩뚱맞죠오??

2004-12-08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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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요지경이라고 했지.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알듯모를 듯 한 것. 그러나 이 복잡한 세상 구조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고, 그것을 경제, 사회, 문화, 음악, 미술, 교통, 역사 등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사회 현상들과의 관계를 통해 보여 준다. 




과학을 콘서트 형식으로 들려준다지만, 음 글쎄, 여전히 어떤 것은 이해할만 하고, 어떤 것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과학과 비과학의 분야를 결합해서, 마치 콘서트의 선율처럼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전달하려는 저자의 기획 의도 만큼은 참 좋았다고 본다. 




특히 이 세상 사람들이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라는 이야기, 통계학의 허점을 보여 주는 O.J. 심슨 살인 사건의 교훈과, 바하에서 비틀즈까지 히트한 음악에는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는 것, 복잡한 도로에서 차선을 바꾸고, ‘왜 내 차선만 막힐까’ 라며 머피의 법칙 쯤으로 치부하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 등은 (이 사안이 아무리 논쟁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다 하더라도) ‘아, 그렇구나!’  탄복하면서 읽었다.  




그러나 ‘<금융 공학>- 주식 시장에 뛰어든 나사의 로켓 물리학자들(물리학자들이 주가 동향이나 환율, 금리 무역량 등 경제 지표를 나타내는 지수들을 정량화해 앞으로의 경제 지표나 데이터를 예측한다는 이야기)’ 등등은 세상사를 과학으로 명쾌하게 보이겠다는 저자의 논리에는 충실했는지 모르겠지만, 읽는 독자는 좀 찜찜했다. 물리학자들이 예측하는 투자 전략은 필시 자금력의 한계를 갖고 있는 개인 투자가들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터이며, 자금 동원 능력이 무한한 기관 투자가들에게나, 그러니까 덩치 큰 무리들에게 유용하게 굴러가는 투자 방법쯤으로 전락되지 않을까.


하기는 필자도 물리학자들의 증권가 진출이 낳는 열매가 얼마나 달고 맛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끝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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