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지옥
무관심하지 않은 몸
그건 요술이다. 나는 영상을 찍는 일에 홀려 있다. 눈에 보이는 세계의 구석구석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없다. 다섯 살 때, 현관문을 열자 아침 햇살이 들이쳤다. 한순간 내 망막에 집 앞 포도밭 풍경이 새겨졌다. 그 빛의 힘이 어찌나 강한지 넘어질 것 같았다. 온몸으로 느끼는 빛을 견딜 수 없어서 잠시 문 옆에 앉아 바깥 세계를 관측했다. 작은 벌레가 흙 속에서 나오는 움직임, 빛과 바람에 따라 변하는 나뭇잎의 색, 후투티의 울음소리, 죽은 발과 빵 부스러기를 옮기는 개미떼의 속도를 예민하게 감각했다. 이런 세계가 언젠가는 끝난다는 느낌이 몸속 깊이 스며들었다. 처음으로 죽음을 가까이 느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