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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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병 속의 따뜻한 녹차 한 잔, 새벽녘의 강가, 하염없이 달려보기.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흐린 날. 지금은 없는 사람의 부재를 아련하게 느끼며 그리워하기.”

(그리고 영혼의 부엌 님...)”


이것은 요시모토의 소설하면 떠오르는 심상들이다. 


마음이 너무 예민해져서 도무지 그 침잠의 불길이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날은 요시모토의 키친이 젤로 약발이 강하다.



밑줄 그은 부분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그것이 어디에 있든, 어떤 모양이든, 부엌이기만 하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기능을 잘 살려 오랜 세월 손때가 묻도록 사용한 부엌이라면 더욱 좋다. 뽀송뽀송하게 마른 깨끗한 행주가 몇 장 걸려 있고 하얀 타월이 반짝반짝하게 빛난다.


구역질이 날 만큼 너저분한 부엌도 끔찍이 좋아한다. 바닥에 채소 부스러기가 널려 있고, 실내와 밑창이 새카매질 만큼 더러운 그곳은, 유난스럽게 넓어야 좋다. 한 겨울쯤 무난히 넘길 수 있을 만큼 식료품이 가득 채워진 거대한 냉장고가 우뚝 서 있고, 나는 그 은색 문에 기댄다. 튀긴 기름으로 눅진한 가스 레인지며 녹슨 부엌칼에서 문득 눈을 돌리면, 창 밖에서는 별이 쓸쓸하게 빛난다.”

“나와 부엌이 남는다. 나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조금 그나마 나은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기진맥진 지쳤을 때, 나는 문득 생각에 잠긴다. 언젠가 죽을 때가 오면, 부엌에서 숨을 거두고 싶다고. 홀로 있어 추운 곳이든, 누군가 있어 따스한 곳이든, 나는 떨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고 싶다. 부엌이면 좋겠는데,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 행복한 여름, 그 부엌에서. 나는 불에 데어도 칼에 베여도 두렵지 않았다. 철야도 힘들지 않았다. 하루하루, 내일이 오면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는 즐거움으로 가슴이 설레였다. 순서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만든 당근 케이크에는 내 혼의 단편이 들어 있었고, 수퍼마켓에서 새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발견하면 나는 뛸 듯이 기뻐했다.”


“나는 그렇게 하여 즐거움이 무언지를 알았고, 이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자신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기분이 안 든다. 그래서, 이런 인생이 되었다. 어둠 속, 깎아지른 듯한 벼랑 끝을 아슬아슬 걸어 국도로 들어서서 후, 하고 안도한다. 이젠 질렸다고 생각하면서 올려다보는 달빛의, 마음으로 스미는 아름다움을 나는 알고 있다.”


“정말 홀로서기를 하고 싶은 사람은, 뭘 기르는 게 좋아. 아이든가, 화분이든가. 그러면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있거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하지만 인생이란 정말 한번은 절망해 봐야 알아. 그래서 정말 버릴 수 없는 게 뭔지를 알지 못하면, 재미라는 걸 모르고 어른이 돼버려......싫은 일은 썩어날 정도로 많고, 길은 눈길을 돌리고 싶을 만큼 험하다... 고 생각되는 날이 얼마나 많았던가. 사랑조차 모든 것을 구원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황혼녘의 햇살을 받으며 가느다란 손으로 초목에 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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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kitchen 2004-08-2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깜짝 놀랐습니다. ^^a 저는 부엌, 하면 지금보다 많이 젊은 엄마가 한밤중에 부엌문 닫아 걸고 다라이에 물 퍼다 놓고 뒷물하실 때 나던, 쪼르르~쪼르르~뭔가 관능적이면서도 애처러운 그 소리가 먼저 생각나구요 (그 소리를 들으면 왜 그렇게 오줌이 마렵던지..^^), 저보다 몇 살 많지도 않으면서 언니 노릇한답시고 연탄불 위에서 계란 후라이하다 연탄가스 마시고 부엌 바닥에 뻗어버린 큰언니가 생각납니다. 생각해보니, 그 시절 저희 부엌엔 먹을 게 없었어요....

superfrog 2004-08-2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시모토 바나나 좋아해요..^^ 저한테도 약발이 센편.

비로그인 2004-08-2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키언니 코멘트도 추천하고 싶어요.ㅋㅋ
그래요...으흠..이런 책을..보관함에 쏘~오옥!^^

2004-08-26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4-08-26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솔키 님의 닉네임이 영혼의 부엌인 것이.... 요시모토의 키친에서 착안한 것이 아닌가 했어요~!
언제나....날것같은 님의 글...생생합니다...!

금붕어 님도 요시모토 팬? 와우~! 전 요시모토 작품이 편안한 느낌을 주어서 좋아요...!!

폭스 님...그죠? 솔키 언니 님의 멘트는 저를 자주 놀라자빠뜨립니다...!!

superfrog 2004-08-26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님, 제 유일무이한 리뷰 당선작이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아닙니까..ㅎㅎ

icaru 2004-08-26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에서야 읽었습니다. 아아....멋진 글이에요...퍼왔습니다. !!!

superfrog 2004-08-2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hanicare님 코멘 덕에 퍼옴을 당했군요^^ 이 리뷰 덕에 hanicare님을 알게 됐다죠.ㅎㅎ

icaru 2004-08-2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러셨구나...

비로그인 2004-08-2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깜딱 놀라서 왔어요. 쏠키를 대상으로 리뷰를..그럼 골룸에 대한 고찰, 뭐 그란 연구보고서인가, 허고요. 흐음..멋진 리뷰.,잘 봤어요, 복순 아짐.
 
프랑스 중위의 여자
존 파울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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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작가와 작품의 정보에 대해 대체로 무지한 나는 전작의 아성에 기반해서 책을 골라 읽곤 한다. <마구스>의 흡인력 때문에 이 소설 또한 재미를 100% 믿을 수 있었고, 읽고보니, 그것이 검증되었다고 말해도 될 법하다.


<마구스>가 자전적인 소설이었던 반면에, 이 소설은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교적 그 시대의 사회상과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일테면 주인공 신사 찰스와 그의 하인 샘과의 관계(결말 부분의 샘의 주인에 대한 배반은 그 시대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포목상 집 딸(신흥 갑부)인 찰스의 약혼녀 어니스티나나, 신앙이라는 틀을 내세워 겉치레와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노부인 폴트니를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시대적 배경만으로는 자전적일 리 없는 작품임에도 이전에 읽었던 <마구스>에서와 같은 패턴을 보인다고 생각된다.


첫째, 주인공이 빠져들게 되는 중층 책략이 있다. 약혼을 앞둔 주인공 찰스. 작가는 그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과 심리를 쫒아가면서 또다른 주인공인 프랑스 중위의 여자, 사라의 심리는 그저 추측만 하게끔 한다. 사라의 정체에 대해서 사라가 하는 말들의 상징성에 대해서 독자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둘째, 두 개의 공간이 존재한다. 그 하나는 영국이라는 도덕적이며 낡은 사회, 또 하나는 미국인데, 모든 걸 잊기 위해 막연한 동경과 약간의 거부감을 안고 찾은 신세계에서 오히려 활력과 자유를 찾아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다.


셋째, 막판 반전이 있다.

 

이 책의 뒤에 번역자 김석희의 글을 보면 이 소설에는 문학사를 형성해온 갖가지 소설론과 기법들이 등장하는데, 자뭇 고전적인 장치와 전위적인 기법들이 두루 장인의 솜씨 안에서 찰흙처럼 주물러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이 그야말로 읽어볼 가치가 큰 작품이라는 것을 압축해주는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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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8-26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었군요. 오래 전 영화로 봤었는데. 그때 참 감동스럽게 봤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나네요. 근데 님의 글을 읽으니 읽어보고 싶구랴. 지금 읽어야 할 책도 산더미 같이 많은데...일단 추천하고 가용!^^

hanicare 2004-08-2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겹겹이 층층이 울리는 파이프 오르간소리같은 소설이었지요.

icaru 2004-08-2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아...영화로요~! 메릴스트립과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인공으로 나왔다던 그것 말인가요? 음...메릴스트립의 사라 연기가 어떠했을지... !!

하니케어 님... 정말.. 엄청 급한 일을 코앞에 두고... 있었는데도... 이 책의 끝페이지를 볼 때까지 저 끄떡도 하지 않았지요... 결말이 많이 궁금했거던요....

비로그인 2004-08-2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거 케이비에쑤 명화극장에서 방영되었었는데 중간부터 봐서 뭔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확, 채널 돌려버렸었던 기억이..헴헴..ㅠ,.ㅠ

비로그인 2004-08-2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봐 둘 걸...

2004-08-27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4-08-28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언니....! 흐...언젠가 또 해주겠죵??...명화극장이 아니면..주말의 명화 토요명화 이런걸루...함께 기다려보아요!!

아...이안 님...! 전...님이 메릴 스트립을 좋아한다는 걸...어렴풋이 간파했었다지요... 님이 세월..그니까...영화 디아워스 말씀하실 때요...

저도...메릴 스트립의 분위기가 나는...중년이 되어간다면.. 늙는게 전혀 서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지용^^
 


 

 

 

 

 

 

 

 

 

 

 

흑백 사진으로 찍어 놓으니...좀...있어 보인다...


 

 

 

 

 

 

 

 

 

 

 

저 바다에서 놀래미 낚시를 했더랬다...

 


 

 

 

 

 

 

 

 

 

 

오후 오후 네 시의 은빛으로 출렁이는 바다를 면전에 두고...신진도 항구에서...


 


 

 

 

 

 

 

 

 

 

 

 

저것은 등대...(누가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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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4-08-14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뒷모습인가요. 그리고 앞모습도 있네요. 바다보다도 먼저 사람에게 눈이 가요. 물론 복순이에게도 눈이 가고요. 그런데 복순이 눈이 무서워 보여요. 흰자위가 없어서 그런가 봐요. 조금 화가 난 듯도 하고. 그런데 님 저 예쁜 머리를 자르셨다는 건가요?
놀래미 낚시 재미있었겠어요. 저는 낚시를 해 본 적이 없어요. 왠지 제가 평생 못 할 일이 낚시가 아닐까 싶어요. 사진 잘 봤어요. 오랜만에 본 님의 글 반가워요.

stella.K 2004-08-14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불쌍한 복순이. ㅠ.ㅠ 어느쪽으로 갔다오신 겝니까? 으~부러워 죽겠구만. 정말 저기 보이는 사람, 님 맞습니까?
참, 글쎄 우리의 냉열사님하고, 마태우스님이 저하고 님하고 비슷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우린 어쩌면 전생에 친자매였는지도 모릅겠습니다. 흐흐.

비로그인 2004-08-1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 복순이 잘 달래주세요^^

잉크냄새 2004-08-14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래미 회를 한 접시 찍어 올려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여름휴가때 쓴 모자가 저랑 비슷하네요. 벙거지 모자...

superfrog 2004-08-15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님, 뒷모습만으로도 이뻐요.^^
삐진 척하는 복순이는 더 이뻐요..ㅎㅎㅎ

hanicare 2004-08-15 0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네요.3번째 사진이 제일 좋아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8-15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머리의 님 뒷모습이 감질나네요. 앞모습도 보여주세요~
여행 다녀오셨네요. 사진들이 너무 멋집니다. 지난번에도 감탄했는데 또 감탄 @.@

2004-08-23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8-25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8-26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이 언니. 입맛은 좀 되찾으셨나 모르겠어요. 막바지 더위 잘 이겨내셔요. 으쌰으쌰!


icaru 2004-08-2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맛이요오~ 입맛 하나만은 에저녁에 되찾았답니다....흐흐흐....

비로그인 2004-08-2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력이 궁녁! 화이링!

비로그인 2004-08-2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순 아짐, 사람이나 가축이나 캬...물이 올랐어요, 올라.
복순 아짐여! 거 사람 궁금증만 유발하고 말여요. 고개 좀 돌려봐요, 이리루~ 꿀꺽!
복순이도 흐음..왁스코팅을 시켜줬나..털이 반질반질허네요. 이뿌요, 이뻐.

icaru 2004-08-2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왁스코팅요?
메니큐어 코팅해 준거여요..
(농담인거 아시죠??)
 
사망 일기
루요우칭 지음, 김혜영 외 옮김 / 롱셀러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엔 자신이 투병 중인 암 때문에 생긴 고통을 정면으로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적다.

'나는 일기가 아름다움을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병색에 물들지 않도록 했고 사망의 기운이 스며들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아름다운 오후의 티타임인 셈이다. 다만 우리가 앉아 있던 카페가 공교롭게도 저승과 이승의 길목이었을 뿐이다. 차를 다 마시고 이야기가 끝나면 그대는 가고, 나는 남아 묻히면 그만이다.' 여서였을까?


다만 어느 하루의 일기에서 그의 정신적 고통을 극렬하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대형 할인점에 간다. 나의 주머니 속에는 장난감 만년필이 들어 있고, 이 만년필 안에는 대량 살상이 가능한 독극물이 들어 있다. 다음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린다. 대형할인점에서 독극물 유출로 500명 사망. 나는 그 할인점에서 501번째의 사망자가 되려고 했었다. 그러나 내가 먹을 독극물이 담긴 병뚜껑을 아무리 열려고 해도 열어지지가 않는 거다. 병뚜껑을 열려고 애를 쓰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이것은 이 책을 쓴 저자 류요우칭이 숱한 날을 반복해서 꾸었던 악몽 한 토막이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죽음의 고통을 악물고 남은 가족에게도 자기가 없을 날들에 대비해 따뜻한 조언들을  나눠주고, 지나왔던 삶에 대해 때론 유머러스하면서도 담담해 보일 만큼 의연하게 서술을 하지만, 투병자의 본질은 격렬한 감정의 저 수없이 반복되는 악몽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죽음을 눈앞에 둔 자가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일종의 시기이고 질투이다. 처연하지만 현실이다.


그럼에도 얼마 되지 않는 나날 중 대부분을 류요우칭은 일기의 기록을 통해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삶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려 했다. 죽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으니 '삶' 이해하고 끝까지 제대로 살아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하였다. 

물론 그도 병 때문에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이 허락되지 않은 걸 너무나도 원망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충분하다는 것 자체가 원래 사기일지도 모른다고.


가끔은 무엇이 이유가 되었든지 간에, 살아가는 일 자체가 두려워서 혹은 괴로워서 때로는 권태로워서 그만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뭐가 그렇게 도통 즐겁지 않은건지. 그 이유를 나도 모르겠지만.....


인생에 있어 즐거움은 한순간에, 한 장소에서, 한 가지 사건만으로도 맛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변이 급할 때 화장실만 찾으면 금세 즐거워지는 것처럼 즐거움은 쉽게 올 수도 있는데...... 그렇게 바꾸어 생각을 해보지 못하는 것은, 살면서 마음에 관심을 덜 쓰고, 힘을 빼야 할 때도 힘을 주고 살아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은 힘 조절이 안 되는 요즈음의 나를 건드려 요상한 방식으로 마음에 진동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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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 2004-08-0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다는 것 자체가 힘든데 아프다면 그 삶이 더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인생에서 즐거움은 한순간, 한순간인 듯해요. 하루 전체가 다 즐겁거나 한 주일 내내 즐겁기를 바라는 것 보다는 순간을 즐기면서 행복을 찾는 게 좋겠지요. 님, 왜 요새 힘 조절이 안 되시는 거에요? 그냥 단순히 더위 때문이었으면 좋겠네요. 더위는 곧 갈 거니까 다시 활기가 생길 거니까요. 저도 마음이 좀 움직여지는 책을 읽고 싶어요. 추천하고 가요.

내가없는 이 안 2004-08-07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소변이 급할 때 화장실만 찾으면 금세 가벼워지는 것을... 몸은 해결책을 갖고 있는데 왜 마음은 그렇지 못할까요? 님의 마음이 무거우신 모양이군요... 그래도 마음에 진동을 얻은 책을 읽고 조금 가벼워지셨길... ^^

icaru 2004-08-0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 조절~. 마음의 해결책~흐흐...

아하...제가 원체 엄살 과장이 심해서....바늘만한것도 대못만하다고 하지요....
근심거리 같은 것은 항상 따라다니곤 하는데...요즘...더...

과식이 트레이드 마크인 제가... 좀 입맛을 잃을 일이 있었답니다.

근데...이 책 절판이네요...!
음...전 삼년 전에 사뒀던 책을 들춰 본거라...

hanicare 2004-08-09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쉽게 건드릴 수 없는 주제라서 한참 보다가 인사만 남기고 갑니다.벌써 입추예요.더위에 늘어난 것 같아도 시간은 착실하게 가주는군요.복순이 언니님이 입맛을 잃으신 탓일까요.등 뒤의 햇빛이 조금 여위어 보입니다.
좀 더 있으면 가을이 오고 그럼 이 문세 3. 4 집 노래들이 한결 정답게 울리겠군요.갑자기 휘파람이 듣고 싶어졌어요.휘파람을 불 줄 알고 거기 묘사된 캐릭터가 좀 비슷하여 저 노래를 들으면 저를 그리워하는 노래이려니 하는 즐거운 망상을 하곤 했습니다.ㅋ.ㅋ

icaru 2004-08-0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세 3, 4집...하아....
저는 가을이면...양희은의 1991년 앨범이 떠올라요...'가을 아침' 있고....'그해 겨울'이 있고...'그리운 친구에게'가 있는....

달팽이 2004-08-1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맹목적으로 매달린 삶에서 그 삶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안고 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삶의 마지막 과정인 죽음을 인간답게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며 인간관계를 아름답게 고양시키는 죽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이라 생각되네요...이 책 읽고싶었는데 절판되었더군요...좋은 책 읽고 서평올려주어 감사합니다. 앞으로 간간히 들르겠습니다...

icaru 2004-08-14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달팽이 님 안녕하세요....예전에 님의 서평들 많이 읽었답니다...하하..
님이야말로 좋은 책들...두루두루 읽으시던데...지가 한수 배워야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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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08-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다. 근데 휴가유? 몇칠 안 보입디다. 지금은 돌아오신겐지? 보고 싶었소. 퍼가오.

icaru 2004-08-0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저 보고 싶으셨더랬어요? 하하이...좋아...
저 것은 휴가지에서 찍은 갈매기랍니다.

superfrog 2004-08-03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그림 같아요.. 복순이 언니님, 휴가다녀오셨군요..^^ 좋은 시간이셨기를.. 재충전하고 오신거죠? 오랫만에 반가워요..ㅎㅎㅎ

비로그인 2004-08-04 0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를 멋지게 찍으셨네요. 제가 알고있는 새들은 사진 찍으려고 할 때마다 협조를 잘 안해주던데... 새들도 사람 차별하나봐요. ㅠ.ㅠ

비로그인 2004-08-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멋있는 사진이군요. 디카로 찍은 겐가...디카에도 흑백모드 기능이 있나봐요. 개인적으로 흑백톤을 좋아하거덩요. 휴가도 잘 다녀오신 듯 하고.. 돌아오셔서 기뻐요, 복순 아짐.

icaru 2004-08-04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 ..흐흐...재충전이 되얄텐데...후유증만 안고 왔네요...현실에 빨리 복귀가 안 되네요..에고...참...

stella.K 2004-08-04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대단하오, 대단해! 난 어디서 퍼온 이미지 사진인 줄 알았죠.^^

icaru 2004-08-0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ㅡ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