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인터뷰 특강 시리즈 3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지나가던 A모씨 무슨 책이냐며 관심을 보여서, “거짓말”을 주제로 각계의 사람들을 불러다 인터뷰식 특강을 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낸 거라고 간략 설명해 주자, 이런 말을 한다.

“책 만들기 참 쉽네.”

이 책 만들기 쉬웠을까? 연사가 말한 것을 정리만 하면 되니까, 어쩌커나 책 만드는 사람들 수고의 경중은 논외로 치고, 이 책은 유익했고 재밌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출전은 기억하고 있다. 장정일의 <공부> 서문에서였을 거다.

말이 좋아 “중용”이지, 사람이 어떤 입장을 제대로 표명하지 않고 중용을 지키는 것은 무식해서(사안에 대해 지식이 없기 때문에)인거라고...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한다며 블라블라의 포문을 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 나는 내 자신의 모호함과 우물쭈물하는 것 같은 태도에 마뜩해하던 차, 도무지 나란 사람이 명쾌하지가 않은 거. 장정일은 "네가 무식해서 그랬던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니 또 드는 생각, “모호한 것 참아내지 못하는 건, 파쇼가 되는 지름길이다.”


정혜신 편

이 사람의 특강부터 수록된 것(특강 인터뷰 일자 순서로 차례를 구성했겠지만)은 참 적절했다. -지금껏 정혜신을 주말 아침 방송에 고정 패널로 나와서 웰빙 식단을 강조하는 피부과 의사와 혼동하고 있었는데...  첫 장부터 마음 관리가 부족해서 겪는 불쌍한 현대인들이 빠지기 쉬운 딜레마를 잘 짚어 주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숨통을 불어넣어주고.


“사람이 모호한 것을 못 참다 보면, 친숙한 것에 매달리고 미리 가지고 있는 단순한 고정관념만 더 강화시키는 일종의 질병 상태가 됩니다.”는 내가 꼽은 명문. 


또 하나, 파커라고 하는 유명한 포도주 감정사가 있는데, 이 사람은 본래 변호사였는데, 아주 섬세하게 발달한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라고 한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 세계 최고의 와인 권력이 주어졌고, 아예 이 사람이 포도주에 매기는 등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고 한다.

 결국에는 그 사람의 입맛에 맞춘 포도주가 만들어졌다는 것.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몰입하는 경우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 




김동광 편

황우석 사태에 대해 진단할 수 있었는데 “과학에 대해 다양한 가치가 부여되지 못하고 오로지 경제 개발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되다 보니, 거기에 너무도 쉽게 애국주의와 민족주의가 결합하면서 상승 작용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면역이라고 하는 현상은 나와 남을 구분하는 현상.. 즉 나와 내가 아닌 것을 구분해서 내가 아닌 것이 내 몸속으로 들어올 경우에 그걸 공격하는 현상.. 이것은 생명의 본질.. 그러니까 기술적으로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명의 본질과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극복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름." 


한홍구*박노자 편

자신이 진보적인 인물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역사의 굽이굽이에서 굉장히 진보적인 역할을 했던 백범에 대해서, 안창호와 신채호에 대한 재조명, 역사 교과서 문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우리 역사 교과서에 소수자 문제가 역사 속에 포함돼야 한다는 건 아주 당연한 건데, 문제는 역사학이 소수자 문제에 관해 쓸 내용을 과연 얼마만큼이나 갖고 있느냐는 것... 예를 들어 역사 속에서 여성들의 모습을 찾아내 역사 교과서에 실을 만한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가공하는 작업, 역사 논문화시키고 책으로 내는 작업들이 축적되어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여성에 대한 역사가 없음을 지적했다. 장애인에 대한 역사도 없고, 소수자에 대한 역사도 없다. 



“역사 교과서 안에서 여성의 위치가 분명히 격상되어야 합니다. 실제 역사 속에 나타나는 사람들이 거의 남성 일색 아닙니까. 교과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성은 너무나 적습니다. 남들에게 그것도 부정적인 타자들에게 희생당한 유관순이 민족주의적 담론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나타나든지 아니면 왜장을 안고 뛰어내렸다는 논개처럼 실제로 임진왜란 당시 기록에는 전혀 보이지 않다가 17세기 초반에 유몽인 선생이 쓴 내용이 조금 각색돼서 영웅으로 나타나는 정도”


결국 말을 하면서 생기는 거짓말도 있지만, 언급하지 않고, 그냥 입을 닫아버림으로써 생기는 거짓말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무서움을 알게 된다. 그런 식으로 한국의 역사는 친일파들에게 지배당하고, 인권이나 생존권 같은 부분들이 계속 짓밟혀 왔다는 말이다.


“저는 일본과 관련된 역사에서 느끼는 콤플렉스 같은 것들은 우리가 얼마만큼 민주화를 이루고, 평화를 이루고, 지금까지 이룬 경제 발전 위에 평등과 복지를 쌓아올리고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을 담아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아차차 그리고 이들의 대화 속에서 알게 된 사실...

호떡집 불났다는 말의 유래. --기니까 생략


김두식 

실제로 강연을 들었더라면 폭소를 연발하며 즐거워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기억을 복원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이 자기 성찰과 고백이라고 한다. 거짓말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은 자기를 속이는 거라고... 자기 기만이 계속되다 보면 나중에는 자기가 누군지조차 잊어버린다. 이런 사람을 정신적 외계인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살다 보면 이처럼 자기가 누군지도 잊어버리고 정신이 아예 안드로메다로 출장을 떠나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하철 파업했을 때, 우리들이 흔히 갖는 생각을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급에게 교육이나 선전을 통해서 끊임없이 강자의 입장을 주입하고 강자와 동일시하게 해서 결국 그렇게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도록 세뇌시킨 것과 연관지어 설명한 것이 그럴 듯 했고, 다른 강의자들도 강조한 것이긴 하지만, 다시 반복하자면 합리적인 의심... 근거가 있는 의심을 하자고. 


그런데 다른 강의자들에게서 보다 더, 거짓말 안 하고 사는 것, 거짓말에 속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느끼며, 잘 해보자! 라기 보다는 되려, '무력감'이랄까 하는 것이 심히 느껴졌다. 거짓말 안 하고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것은 바깥으로부터 나에게 주입되는 모든 것을 내 기준으로 재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니까. 그게 좀 힘든가? 그렇게 해서 진실을 말했다치자. 그러나 그 진실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는, 그런 사회니까.

실천을 위해서는 왕따가 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용기의 근원이 될 수 있는 뭔가를 갖는 것이 중요한 듯 여겨졌다. 김두식은 자신에게 그것이 신앙이라고 했다. 나에게는..



정희진 편

 

기존의 사회를 왕따시키자!

이들의 인터뷰 강의 중에서 정희진 선생님 편은 보았다. 현장에서 본 건 아니고 한겨레 문화 센터의 동영상으로, 아무튼 사진과 글로만 상상하던 인물과는 많이 달랐다.( 현장 강의가 주는 재미와 만족일 거다. ) 김미화 씨하고 스텐딩 개그를 해보자는 제의를 방송국 피디로부터 받기도 했다는데, 조금은 촐싹 맞다 싶게 하이톤의 발랄한 목소리. “제가 소심하고 권위에 또 잘 복종적이거든요. 모임에서는 제가 나이가 많아도 회계나 총무를 하고 그래요.” 하던 웃긴 정희진 선생님. 

 

“너의 고통이 내게 지혜와 통찰을 준다거나, 너보다 내가 더 희생자라는 식으로 불행을 경쟁하는 소통 방식, 즉 결핍을 부정하고 메우려는 생각보다는 너의 결핍과 나의 결핍을 우리 자신의 일부로 긍정하고, 서로의 타자성과 연대하고 소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자 또는 다른 언어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아쉬운 것. 정희진 선생님은 강의 중에 그런 말을 한다. 자신은 강의할 때, 자기 강의를 한번 들은 사람과 다섯 번 들은 사람이 있다면, 후자에 맞게 강의를 한다고 했는데...

강의를 듣고 나서 그의 책 <페미니즘의 도전>은 강연의 해설본 같았다.  아, 책하고 강연은 다르지?

 


프리풀 비드와이


인도가 현재 당면한 사회적 문제들의 가장 큰 이유가 인도의 지도자들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의 지도자들은 토지 개혁을 감행할 용기가 없었고, 그나마 있는 자원들을 빈곤층에게 분배할 욕구도 없었다고.  무엇보다도 부자들에게 세금을 물릴만한 그런 용기가 없단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 부문에서 식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사실상 공공 의료 체계를 만들지도 않았고 심지어 인도 사람들이 마시고 있는 식수의 80퍼센트는 오염된 물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도 걷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이 우선 순위마저 뒤로 밀리다 보니까, 나라 재정도 엉망이고 공공 부문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인도의 지도자들을 항상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 때 지름길로 가려고 한단다. 구조적인 개혁을 추진한다기보다 단기적으로 처방해서 어떻게든 빨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특권층과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싸움에서 일반인들이 승리를 한다면 인도의 미래를 밝아지겠고, 비단 인도만이 아닐거라.  

 

"저는 여러 사람들이 각 분야나 계급, 어떤 부문을 넘어서서 좀더 전체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하루하루 삶을 위해서 생계형으로 싸우는 사람들도 있겠고, 시민 단체도 있겠고, 더욱 숭고한 인간의 이상을 위해서 싸우는 단체들도 있겠지만, 그들이 다같이 힘을 합쳐서 진정한 진보를 이루는 데 함께 나갔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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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읏-
김두식 교수님 참 좋아라하는데... ^^ 리뷰 잘 읽었습니다 춧천!!! :)

icaru 2007-04-10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2 님 그러게 요롷게나 재밌는 분인줄은 저도 몰랐죠 . 기쁨 두배 고맙슴다.
핫푸드 님 에 씨도 그랬군요. 님도 기쁨 두배 고맙슴다.

책읽기는즐거움 2007-04-1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드는 생각.....
모호한 것을 못참으면서 동시에 친숙한 것에 매달리지 않을 수는 없나요?;;;

icaru 2007-04-1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기는즐거움 님...^^ 댓글 주셔서 반갑고 또 고마워요....혹시 님이 그런 상태신가요? 모호한 것도 못 참고, 친숙한 것에 매달리지도 않는다...
대단히 쿨한 상태인 건가요? 잘 몰겠시요..ㅡ.ㅡ

책읽기는즐거움 2007-04-10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현재 그런 상태이기보다는 이 글을 읽기 전부터 저도 모르게(잠재의식 속에서?;;;) 그런 상태를 지향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이게 쿨한 상태이면 저는 좋은 거죠ㅋㅋ^^
저도 댓글 고맙습니다ㅋ

잉크냄새 2007-04-11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군요. 나인것과 내가 아닌것, 친숙한것과 모호한것...모두를 담고 있네요.
아, 근데 안드로메다 라는 표현도 쓰시다니...쿄쿄쿄 -,.-

icaru 2007-04-1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아무리 팍팍해도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출장 보내는 일은 없으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종합선물세트! 딱 맞는 표현입네다. 이 책 읽고,, 거짓말 하지말고 거짓말에 속지 말자 눈부릅뜨게 됐구요. 쪼금 똑똑해진 것도 같은데...
그게 머 착각같은걸지라두..
 
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성향(내 성향이라는 것은 다분히 전형적이고 대중적인 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통할 것... )과 들어맞는 소설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흠뻑 선사해 준 책.


음산하고 축축하며 폐쇄된 공간(대저택)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

한 사람(까칠한 대작가)이 육성으로 자신의 지난 일을 회고하고 다른 한 사람(책을 좋아하는 20대의 전기 작가)이 그것을 인터뷰(기록)함.(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처럼.)

그것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책이 있는 방. 책이 있는 그 방에 쌍둥이. 그들이 있다. 

그리고 육성으로 말하는 사람은 이제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풀어가겠노라 엄포를 놓는데......


다이안 새터 필드는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는 사람이다. 순서가 있다는 뜻이다. 모든 이야기에 갖추고 있어야 할 그것. 발단과 전개 절정 그리고 결말.

 

덧붙임.  실은 별점을 매기면서 별 하나를 뺄까 어쩔까 3초 정도 망설이게 한 대목이 있었다. 쌍둥이들이 살았던 과거의 옛 저택에서 거구의 인상 좋은 남자와 만나는 설정. 이 남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이 남자의 정체를 독자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으니...  우연성 100% 흠, 작위적이야..!


 인용 부분

  현대 문학에 관해서라면 나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일상 속에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아빠는 그러한 나의 성향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아빠는 인간에게는 결코 고통이 끝나지 않으며, 오직 인내만이 있을 뿐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어떤 소설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빠가 느끼는 아름답고도 쓸쓸한 감정을 특유의 간결함과 정확한 단어로 표현했다. 아빠는 때로는 요란하고 파격적인 결말보다는 모호한 결말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고도 했다. 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죽음이나 결혼같은 결말보다 모호함이 더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나의 감각은 다른 사람의 존재를 감지하는 데 유난히 예민했다. 몰래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관찰을 당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타!!!

169쪽 12째줄       "나는 속으로 이게 마지막라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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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4-09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겠슴다 ㅡ,ㅡ;;;;; 아효~ 따끔도 해라!!ㅋ

오타 지적은요~ 출판사에서 다음 책 낼 때 참고하시라고... 좋은 뜻으로 부러..하는 거예요..

icaru 2007-04-09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그래도 찾은 게 아까버서.. >.<
참 글고 맨위에 속삭 님!!! 건투를 빌어요! .. 그리고 제게 모니터를 부탁하셔도 괜찮을 거예요... 제 시각이 워낙에 대중적이라...ㅋ

icaru 2007-04-0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람... 저는 아니에요. >.<

icaru 2007-04-09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는구나.

2007-04-09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7-04-10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재밌겠는데요. 기-승-전-결이 뚜렷한 소설들은 영화로 만들기에도 좋은데,,, ^^ 저두 읽어볼래요!!

2007-04-10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umpty 2008-05-0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 막 열나게 보고 있는데, 연휴에 맘잡고 볼걸 하고 살짝 후회하고 있어요. 지하철에서 감질나게 보려니 궁금해 죽겄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생각한다. (오늘 하루는 쉬었으면 좋겠구만..)

지치고 힘들어서 그러냐고 묻는다면, “아니오.” 라고 해야 할 터. 에너지를 잃어버린 거다. 어딘가에 쏟아부어서 아름답게 소진된 것이 아니다. 뭘 했다고 떽!

누수가 되서 조금씩 줄줄 샌 것 같다.

도데체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


오늘 어디서... 이런 문구를 읽었다.


“인생이란 질 걸 빤히 아는 게임” 같은 거라고.

어차피 언젠가 죽을 걸 알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허구헌날 지더라도 떳떳하고 정정당당하게 살아야겠다.  최선을.....


한비야 님의 글은 언제 무얼 읽어도 감동인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첫째, 참으로 실감나게 쓰며, 그녀가 발산하는  평범함(특출난 재능과 감각, 좋은 집안 배경 등속의 것들을 타고 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냥 주변에 알고 지내는 편안한 언니 같은 느낌을 주니)때문에 그녀가 하는 말에 감정 이입이 잘 된다는 거다.

둘째, 책상머리에서 이론으로 점철된 무엇이 아닌, 현장의 소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자신이 자신의 실체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이름을 날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음, 한마디로 내숭이 없다는 것? ) 사람이다. 아름다움이나 성공,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에게서 과도하게(?) 찬양 받기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데 반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월드비전 내에서 수혜국에서 지원국이 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건 대단한 희망의 메시지다.


나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 수가 없다. 안전하고 먹이도 주고 사람들이 가끔씩 쳐다보며 예쁘다고 하는 새장 속의 삶. 경계선이 분명한 지도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사실 긴급구호는 때때로 대단히 기운 빠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 근본 원인을 막는 것이 백 배, 천 배, 만 배 중요하다. 그래서 언젠가는 복도 치우는 일보다 수도꼭지 잠그는 일을 하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구호 일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기술을 습득하느냐 보단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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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7-03-2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부분 인용 글은 보라색 글씨로 하고 싶었는데...
중간 중간에 절대 안 바뀌는 글씨색은 웬 똥고집이라암... ㅜ.ㅡ

2007-03-28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7-03-28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님에 공감하는 부분에 머리를 끄덕거리게 되는군요. 단, 한가지는 동의할수 없어요. 비야 언니 -> 비야 누나

하루살이 2007-03-29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읽고 당장 월드비전에 가입했다니까요. 대단한 삐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 우중충한 날씨 때문일지도 몰라요. 힘 내세요.

미설 2007-03-29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정!

icaru 2007-04-0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이나 나나 국거리 때문에 시장 좀 봐야겠소요..!

잉크 님... 비야 누님 책 리뷰로~ 상 받고 상품권 타셨었죠? 제가 고론 건 잘 기억한다는...
하루살이 님 ... 맞슴다~ 전 근데 한비야니깐 월드비전이어야는데...어쩌다보니 전 유니세프로...ㅋ 글고 고맙슴다! 한마디 말씀만으로도 힘이 난다께롱요~

미설 님!!! 오! 열정!! 딱이에요!!

2007-04-04 2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0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4-1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도 몰랐는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의 맨 뒤쪽에 보니까...구호기금이 참 많더라고..
 
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배우자가 한눈을 팔면 분노가 치밀거다.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작가가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시도한 작품을 내놓아도 그 작품에 정이 떨어지게 되는 것일까.

글쎄, 뭐 대답은 보류하고, 이 작품은 기법(영화적)이나 주제(교훈적) 면에서 외도를 했는데, 어쩐지 신입사원 연수 들어갔을 때 흔히 듣는 사장님 훈화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인 일인지.


가난한 이탈리아 여대생과 결혼한 하버드 법대생이 여자 때문에 아버지와 의절하지만 고생 끝에 변호사로 성공하고, 둘은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해피엔딩으로 영화 <러브스토리>를 본 스토리와 달리 기억하고 있는 다카하시를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며 건강한 인물로 보여 주고 있는 걸로 보았을 땐.  그리고 에리와 마리 자매의 상반되는 삶의 모습에서 보여 주려 했던 것도 같은 맥락 같다. 어릴적부터 CF 모델이었고, 출중한 외모덕에 대중의 시선을 한몫에 받았던 만큼 자신의 의사대로 살 수 없었던 언니. 그리고 그런 언니의 그늘에서 주목을 받지도 못하고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도 못했지만, 자신의 판단과 뜻대로 행동하며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동생.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서 언니처럼 군중의 욕망의 대상이 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욕망의 주체가 되라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235쪽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그 기억이 현실적으로 중요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상관이 없지. 단지 연료일 뿐이야. 신문의 광고 전단지나, 철학책이나, 에로틱한 잡지 화보나,  만 엔짜리 지폐 다바이나, 불에 태울 때면 모두 똑같은 종이 조각일 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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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7-03-2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유가 유쾌해라. 훈화라니. 하루키도 늙은 거군요.-.-

비로그인 2007-03-2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사람이 너무 분명하게 나뉘는 것이 되레 불편했어요.

미설 2007-03-2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첫번째줄 비유^^;;;;
음.. 전 저 책은 안 읽어 봤는데요 점점 갈수록 하루키 책이 시들해지는게 내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닐까 해요...

히피드림~ 2007-03-22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키 안 읽은지 너무 오래됐어요.
너무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왠지 점점 손에서 멀어지는... 그런거 있잖아요^^;;
하지만 인간이 기억을 연료로 살아간다는, 인용해주신 문장은 맘에 와 닿네요.
바로 위에 이카루님리뷰의 마지막 문장도요 ^^

icaru 2007-03-2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유라면 나무님 따라가겠냐마넌.ㅋㅋ
하루키 답지 않게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상을 전면에 내세웠지 뭐예요 ^^ 사장님 훈화처럼 ^^

바람난 책 님~ 그렇죠... 노골적으로 상반되게 대비시키는 것.. 전의 작품에서 보았든가??

미설 님.. 나이가 참으로 궁금하여요.. 작가도 나이먹어가고 우리도 나이를 먹어가네요~

펑크 님! 인생은 과거의 좋은 기억들이 미래를 살아가는 연료가 된다는 요지 같죠?
그럴려면 과거 정리를 잘 해야 할 듯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포레스트 검프> 생각도 나네요~ 인생을 초콜렛에 비유하면서... 사람은 과거 정리를 잘 해야한다고... 엄마가 그랬었죠.


미설 2007-03-2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궁금할 것 없슈. 찍찍!

icaru 2007-03-26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흥~! 그렇군요 ㅋㅋ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주말에 하는 의학 드라마를 아주 가끔 본다. 저 방에서 이 방으로 이동하는 중간 거실 텔레비전의 화면에 눈을 주는 정도로 슬쩍슬쩍. 집중을 해서 보지 않는 탓인지 내부의 알력 문제로 인한 정치 게임 같은 것엔 흥미를 못 느끼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그것은 흥미 있다. 같은 캐릭터 묘사도 화면에서 보는 것 보다는 책으로의 그것을 읽는 게 생생하고 재밌는 건 당연한 건가?


이 책의 유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일단 공중그네의 의사 이라부와 비교를 하자면 의라부 의사에서처럼 억지스럽지 않다고 해야 할까.


세세한 부분에서 공감과 웃음을 유도해 내면 전체가 마음에 쏙 드는 것처럼 느끼는 경향이 나에겐 있다. 


“그러던 후지와리가 요즈음 끓인 물이 플라스크를 천천히 올라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기에 따라서는 넋을 읽고 바라볼 때가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수술실로 들어가지 않고 서성거렸다. 단체 줄넘기에서 들어갈 타이밍을 놓친 둔한 여자애와 내 모습이 겹쳐진다."

"수술 현장은 곱셈과 비슷하지.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큰 수수자라 해도 제로가 한 명 있으면 결과는 제로가 되는 거야. 마이너스가 한 명 있으면 그 수치가 클수록 결과도 나빠지지. 그런가 하면 마이너스가 두 명 있으면 이 때는 오히려 결과가 완전히 플러스로 바뀌네.“

만나서 플러스가 되는 관계와 충돌을 이루는 관계의 그려보는 재미, 무엇보다  인물에 대한 통찰력이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꽤 많이 보인다.

일테면 바티스타 수술팀 내부의 문제를 밝히라는 의뢰를 받은 우리의 주인공 의사가 수술팀 사람들 하나하나를 면담할 때마다 맨 끝 질문으로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묻는 부분.

그들 중 맨 먼저 나오는 기류를 보면,

가장 완벽에 가까운 인간이라 내가 속으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됐던 그. 그의 이름 유래를 듣는데 우리 주인공과 내가 같은 반응을 했다.

기류 왈 “최고가 되어도 겸손함을 잊지 말라! 외과 의사였던 아버지의 뜻입니다.”

허참, 대단하다. 왜? 최고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지은 이름인 게 아닌가?


 

p.96

자기 이름은 그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단어다. 그 특별한 단어에 대해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생생한 세부 사항을 알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답을 거부당해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거부 그 자체에도 그 사람의 자세가 드러나는 셈이니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을 함부로 알려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p.114

그러나 회의와 서류더미 속에서는 해결될 일이 없다. 대부분은 현실과 직면하는 최전선 현장에서 순식간에 결정되는 것이다.

 

p.412

말은 윤곽을 다듬는다. 사람은 자신의 말로 스스로를 다듬는다. 스스로를 자신의 말 속에 가두고 천천히 질식해 간다. 히무로는 그게 싫어 말 자체를 다듬었다. 말을 줄였다. 최소한의 말로 사실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사람의 마음을 옭아맸다.

 

 

오타!!

37쪽 

2004년 월요일----> 2월 4일 월요일


82쪽 "의태동물" - 사전에 나와 있지 않아서.... ‘보호색을 하고 있는 동물’ 정도로 풀어서 써 줘야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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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3-1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라니 계속 보고 싶어요.

미미달 2007-03-1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정말 보고 싶은 책. Wish List 중 하나예요. ㅋㅋ

비로그인 2007-03-11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려고 구입은 했는데.. 시리즈였군요! 계속 행복함을 주면 좋겠어요.

icaru 2007-03-1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시리즈라니 계속 찾아 읽고 싶다는...
미미달 님 바람난 책 님~ 반가워요 ^----^

2007-04-09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4-0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반영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