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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생각한다. (오늘 하루는 쉬었으면 좋겠구만..)
지치고 힘들어서 그러냐고 묻는다면, “아니오.” 라고 해야 할 터. 에너지를 잃어버린 거다. 어딘가에 쏟아부어서 아름답게 소진된 것이 아니다. 뭘 했다고 떽!
누수가 되서 조금씩 줄줄 샌 것 같다.
도데체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가?’
오늘 어디서... 이런 문구를 읽었다.
“인생이란 질 걸 빤히 아는 게임” 같은 거라고.
어차피 언젠가 죽을 걸 알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허구헌날 지더라도 떳떳하고 정정당당하게 살아야겠다. 최선을.....
한비야 님의 글은 언제 무얼 읽어도 감동인데,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첫째, 참으로 실감나게 쓰며, 그녀가 발산하는 평범함(특출난 재능과 감각, 좋은 집안 배경 등속의 것들을 타고 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그냥 주변에 알고 지내는 편안한 언니 같은 느낌을 주니)때문에 그녀가 하는 말에 감정 이입이 잘 된다는 거다.
둘째, 책상머리에서 이론으로 점철된 무엇이 아닌, 현장의 소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자신이 자신의 실체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이름을 날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음, 한마디로 내숭이 없다는 것? ) 사람이다. 아름다움이나 성공,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에게서 과도하게(?) 찬양 받기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데 반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일이 내 가슴을 몹시 뛰게 하기 때문이에요.
월드비전 내에서 수혜국에서 지원국이 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건 대단한 희망의 메시지다.
나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 수가 없다. 안전하고 먹이도 주고 사람들이 가끔씩 쳐다보며 예쁘다고 하는 새장 속의 삶. 경계선이 분명한 지도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사실 긴급구호는 때때로 대단히 기운 빠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 근본 원인을 막는 것이 백 배, 천 배, 만 배 중요하다. 그래서 언젠가는 복도 치우는 일보다 수도꼭지 잠그는 일을 하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구호 일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기술을 습득하느냐 보단 어떤 삶을 살기로 결정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