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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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1,2권을 구입하고 바로 읽지를 못했다. 그래서 남편과 여동생이 먼저 읽을 수 있도록 빌려줬다. 그 둘이 읽을만 하다면서 1,2권을 다 읽고 돌려 줄 때까지도 나는 이 묵직한 분량의 책에 돌입할 엄두를 못내다가 회사 사람에게 빌려줬다. 그 사람이 다 읽어서 비로소 돌려 받았을 때, 3권이 나왔다고 했고, 나는 비로소 3권이 모두 셋팅 된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을 당시 회사에서는 아주 바쁜 시기였다. 촌각을 다투고, 식사하고 화장실 갈 틈이 없는 그런 종류의 바쁨이 아니고, 아침 8시 30분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일단 자리는 지키고 있어야 하는 시간을 회사라는 공간에 묶어 두어야 하는 종류의 바쁨이었고, 하고 있는 업무가 늘어지는 중간중간 퇴근해서 혹은 거래처에서 기다리는 붕뜬 시간에 나는 현실을 빠져 나와 하루끼가 이야기 하는 두 개의 달이 뜨는 세계로 퐁당했다. 2권까지는 후카에리의 아버지 정체를 알고자 했던 게 가독성의 추진력이 되어 주었던 것 같고, 3권에서는 후시카와가 덴고와 아오마메의 연결 고리를 어떻게 찾아갈지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다분히 2% 부족한 천재 괴물 인간형인 그 후시카와라는 한 인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었다. 해변의 카프카에서의 그것처럼 두 주인공이 교차하여 서술하는 방식도 퍽 익숙한 느낌이었고, 사실 하루키 소설이란 대체로 결말이 이러하다거나 저러하다거나 하는 것은 대세에 결코 지장을 주지 않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 행간에서 빚어내는 작중인물들의 스타일이나 멋스러운 서사 방식에만 심취할 뿐이다.


3권을 읽고, 무려 2000여쪽 넘게 책장을 붙들고 있게 했던 그 저력을 높이 사서, 다른 이와 함께 하고자 팀 사람들에게 빌려줬는데, 한사람은 1권 읽다가 못 읽겠다면서 도로 줬고, 한 사람은 2권까지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후카에리 아버지의 정체가 나오는 부분에서 무섭더라며, 자기는 해변의 카프카 스타일이라서 시작은 좋았는데, 3권은 안 땡긴다고 했다. 
 

내 생각은 그렇다. 2000여쪽 넘는 방대한 분량을 독자가 끝까지 추적하도록 할 수 있는 작가라는 사람은 필경 위대하다. 그렇게 따지면, 무협 소설 등 여타 장르 문학의 가독성 있는 장편을 써내는 사람도 대단하다고 봐야 하는 것이고, 결국은 이 작품에서의 하루키는 딱 그 수준까지만 이뤄낸 것이다. 베트남 음식점 식탁 깔개 전단에까지 뿌려질 만큼, 광고가 대단했기에 무협 소설보다는 그래도 더 많이 읽히고 있는 것인지도...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봤던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이 책을 읽었다며 알은 체 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이 책 이야기를 꺼냈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또 읽고 싶어하는 책은 처음 봤다.  위대한 광고료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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