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완벽한 하루
채민 글.그림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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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스러우리 만큼 강하지만,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했던 어떤 이에게서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놀라운 일면이 보이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가 몇일 째 아파 맹장인 줄 알고 복막염까지 가기 전에 수술해야겠다며 찾았던 병원에서 CT촬영 중에 쓸개 옆에 종양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종양이 악성인지는 제거해 조직 검사를 해 봐야 안다고 했다고 해서, 맹장 수술 하면서 쓸개와 종양까지 제거했다고 들었었다. 그게 2년전 그녀가 30대 중반일 때 이야기다. 나도 그때 수술 이야기라면 기억한다. 중앙대병원 그녀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문병 갔었으니까.  

수술 전날 그리고 수술 들어가기 직전까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문득 잘못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열심히 살았지만 자기가 가진 것은 어린 삼남매 뿐이고, 또 남은 것은 쓸개 옆에 악성인지 뭔지 모를 종양덩어리....   

다행히 쓸개 옆의 종양은 악성이 아니었다.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이 시는 아홉개의 단편 중 네번째로 수록된 두번째 아이라는 단편의 도입 시다.  

이 작가의 이 책 펴낸 스타일이 스토리를 구상하고 거기에 맞는 시를 골라 앞머리에 싣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여자들의 삶, 다큐멘타리 다큐 3일하고 맥락이 맞닿은 데가 있다.  

물론 하나는 픽션이요, 다른 하나는 논픽션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이야기이지만, 희망이 없다고 해서(공무원, 매장 직원, 주부, 출판사 편집자, 프리랜서임에 그 날이 그 날이라며, 일탈을 꿈꾸지만 결코 벗어나지 못하다는 그런 사람을 살고 있다.) 억지로 꾸며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큐3일은 현실은 남루하고 고단하지만, 열심히 살아보자고  일상을 잘 갈고 닦아보자는 것이 일관된 주제이다.  

그러한 간극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다큐 3일이 보이는 것은 이 작품이 삶의 모습, 설령 어두울지라도 있는 그대로 눈 돌리지 않고, 직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차이가 뭔지 아는가? 각본이 있고, 없고라고? 다큐멘터리라고 각본이 없는 건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보이는 픽션이고, 드라마는 보이지 않는 픽션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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