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섬 밀리언셀러 클럽 119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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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0여명의 남자와 단 한 명의 여자가 무인도에 발이 묶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썼다. 기리노 나쓰오가 이 상황에서의 인간 군상들을 또 얼마나 신랄하게 그려 줄까 싶었는데 역시 그녀답다.

처음 표류 된 것은 40대 중반의 부부 두 사람이었다. 얼마후 무인도에 서른명 남짓한 대부분이 20대로 이루어진 젊은이들이 부부의 도움으로 겨우 상륙한다. 자신들이 도착한 섬이 무인도라고 깨달은 순간, 반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도쿄 섬이라고 이름 붙인다. 처음 그들은 재해 피해자라도 된 기분으로 겁쟁이로 움츠러 들어 있게 된다. 그러다가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비난 받지 않는 지금이 기회라는 듯 주체적으로 폭주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독자인 나도 기요코의 남편 다카시도 40대 중반의 기요코가 젊은 애들에게 성적 대상으로 보인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물론 부부도 처음에는 자식을 보는 자애로운 입장에서 청년들을 도와줬던 것이고. 그리고 자신들 스스로를 사려깊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새롭게 태어난 무인도라는 세계는 ‘자유롭고 잔혹’하다. 자유란 필경 댓가가 따르기 마련, 그들은 이런 상황일수록 더더욱 자신의 안과 밖을 단속해야만 했었는데,,,, 이후 홍콩으로 명명되는 중국인 집단이 무인도에 닿는다.

 

이후 기요코는 갖게 된 아이를 새로운 지도자 GM의 자식으로 알릴 것이냐, 홍콩의 양의 자식이라고 할 것이냐 양 갈래길에서 끊임없이 저울질 하는데, 그녀가 탈주에 성공을 하든 섬에 남아 적응을 하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GM의 몰락도 예의주시할 만하다. 섬이 닫힌 세계일 때 즉, 외부로부터의 구조의 일말의 가능성도 보이지 않을 때  GM은 리더로서 모두에게 필요했다. 그 와중에서도 내부에서부터 잡아먹으려드는 홍콩 같은 존재가 확실하게 있을 때에는 더더욱. 하지만 와타나베가 사라진(깡통 폐기물을 6년에 한번씩 무인도로 버리러 오는 배(불법 어선)에 의해 와타나베 혼자만 구조됨- 일행이 더 있는가를 물었을 때 와타나베는 자신 혼자 표류됐다고 거짓 진술함) 외부에서 무엇인가 들어와서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GM은 제일 먼저 불필요한 존재로 취급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섬 주민 표정은 누구나 갑자기 들러붙은 투쟁심을 표출하고 있다. 배에 정원 제한이 있다면 다른 누구를 걷어차서라도 제일 먼저 타겠다는 듯한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이기주의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GM은 홍콩에게도 이 대사건(와타나베 혼자 구조됨)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도덕심은 생기나, 구조대가 왔을 때 홍콩들을 집단으로 구타했던 일이 문제가 되면 어쩌나 하는, 심약한 생각을 한다.

이 소설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섬에 표류된 일행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작중 기요코는 ‘아나타한 섬의 여왕벌’이라고 불리며 세간을 들끓게 했던 실존 일본 여성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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