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박연준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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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소란. 시끄럽고  어수선하다는 뜻이지만 꼭 시끄러운 소리를 동반할 필요는 없다.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라는 말이 있듯이.

저자의 이 산문집이 읽고 싶어서 그녀의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도 함께 구입했고, 시집을 먼저 읽었더랬다. 그리고 은유와 상징이 지나친 느낌이라고 읽은 소감을 올렸었고 그녀의 산문집은 시집보다 더 좋을거라 기대한다고 썼다.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중 두개 방송에서 이 책에 대한 소개를 들은 바 있다. 그중 하나는 <문장의 소리>. 저자가 초대손님으로 나와서 작품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었고, 또하나는 <T의 서재> 라고, 주로 잘 때 틀어놓고 자는, 책 읽어주는 방송인데 여기서 이 책의 일부를 읽어주어 들은 적 있다.

시인이 쓴 산문집을 이전에도 읽어보았으나 이 책 만큼 시의 느낌이 폴폴 나는 산문집도 없었지 않았나 싶다.

책 속에서 저자는 그녀가 쓴 시를 인용하기도 하고, 다른 시인의 시를 인용하기도 했는데, 그녀가 인용한 송찬호 시인의 <산토끼 똥>을 읽은 날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자꾸 이 시 생각이 났다.

 

 

토끼가 똥을

누고 간 후에

 

 

혼자 남은 산토끼 똥은

그 까만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 토끼는

어느 산을 넘고 있을까?

 

 

- 송찬호 <산토끼 똥> 전문 -

 

 

시인들이란 참.

산토끼도 아니고 산토끼 똥에도 감정 이입을 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홀로 남겨진 똥에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이런 감성을 가지고 있으니 마음이 소란스러울 밖에. 그 소란스러움이 난 너무 좋은거지.

원래 소설을 쓰고 싶었으나 공모전에 소설은 떨어지고 시가 당선되어 시로 등단하게 되었노라고 얘기하더라만 시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소설보다 결코 차선책으로 보이지 않을만하다.

따끈따끈한 두부 두 모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순간! 김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전속력으로 시를 쓰다, 식은 두부를 먹으며 천천히 시를 고치고 싶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사건은 두부를 만들기로 마음먹기 전에 일어난다. 그 '전'에 뭔가 중요한 일들이 벌어졌다.

 

끝내 시 속에서, 인생을 탕진하고야 말겠다. (68쪽)

 

인생을 탕진하는게 아니라 인생을 완성해가는게 아닐지.

 

이제 서른을 넘어간 나이의 시인은 지금까지의 그녀의 생은 폭죽처럼 터지는 슬픔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어머니 얘기가 잠깐, 아버지는 그녀의 글 속에 자주 등장한다. 시집에서도 아버지가 여러번 언급되고 있는데 오랜 투병 끝에 얼마전에 세상을 뜬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그녀의 슬픔의 한 뿌리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한 시절 사랑한 것들과 그로 인해 품었던 슬픔들이 남은 내 삶의 토대를 이룰 것임을 알고 있다. 슬픔을 지나온 힘으로 앞으로 올 새로운 슬픔까지 긍정할 수 있음을, 세상은 슬픔의 힘으로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이제 나는, 겨우, 믿는다. (185쪽)

슬픔이든 아픔이든,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지나온 자, 온몸으로 겪어낸 자는 이렇게 할 말이 있는 법. 새로 올 슬픔에 움츠리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법.

 

아버지 다음으로 그녀가 자주 쓰는 단어로 '봄'이 아닐까 한다. 봄밤, 봄비, 봄의 장송곡 등.

봄비라는 그녀의 시에는 여릿여릿한 봄의 느낌이 살아있었다.

 

 

폭설에게서 겨우 풀려난 봄이

기다란 모가지를 가누며

티스푼으로 조금씩

물 떠먹는 소리

 

 

투병에서 막 벗어난 막내가

파리한 얼굴로 하품을 할 때

창가 고드름 똑, 똑

맑게 녹는 소리

 

 

어쩌면

두 눈을 잃은 삼손이

울고불고 애쓰다, 지친 밤

바닥에 마음 눕히는 소리

 

 

봄비여

날 저무는 때

네 투명한 선을 그러모아

마음에 비질하고 싶다

 

 

- 박연준 <봄비> 전문 -

 

 

사는 동안 힘든 시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지금이 그런 시기라고 느껴질때는 이 시기를 넘기고 나면 나의 인생 컨텐츠는 더욱 풍부해져 있을거라고, 스스로 다독거리던 때가 있었다. 슬픔을 지나왔으니 내게 다신 슬픔의 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남은 삶의 토대를 이루고, 그 힘으로 새로운 슬픔을 긍정할 수 있다고 한 그녀의 몇줄 문장이 힘을 준다. 슬픔의 힘으로 세상이 아름다워진다는 그 말이.

 

제목, 저자, 출판사 외에,다른 글자도 장식도 없이 깨끗한 하얀 표지는 전혀 소란스럽지 않았다.

이제 나는 다시 그녀의 시집으로 돌아가 찬찬히 다시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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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1-15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 산문집을 봐야겠어요.

hnine 2015-11-15 20:2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시인이어서 그럴까요? 아리고 여린 글들이 전 참 맘에 들었답니다.

하늘바람 2015-11-15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맘도 소란스러웠는데 오히려 차분해지네요.

hnine 2015-11-16 05:15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고보니 마음 소란함이 어쩌면 작가들에게는 필요한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필수적이라고 해도 될것 같아요. 감정이 다른 사람보다 더 발달해서 그런 경우가 많으니까 그렇고, 마음 소란함을 창작이라는 과정으로 연결시키려 하는 사람들이고요.
 

 

 

우리 집은 아파트 4층.

내 책상은 창문을 향해 있고 나는 책을 읽다가 또는 일을 하다가 (저는 출퇴근 하는 대신 집에서 주로 일을 합니다 ^^) 수시로 밖을 내다볼 수 있다.

 

조금 아까 고양이인지 개인지, 어슬렁 거리는게 보여 주인이 앞에 가고 있거나 뒤에 따라 가겠지 하고 지켜봐도 없다. 이 비를 맞고 혼자 돌아다니고 있나보다.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가 나오는데 지금 이 계절, 이 날씨에 이보다 더 좋은 선곡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 사진은 지지난 주에 점심 먹으러 갔다가 찍은 사진.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는 이렇게 기와집보다는 차라리 찌그러지더라도 파란 대문 집 담장 옆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순전히 보는 사람 관점.

 

 

 

 

 

 

 

 

 

 

이런 사진도 이제 이게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게 이 비 그치면 겨울이 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비를 인사로 남기고 가을은, 2015년 가을은, 저만치 가버렸을 것 같은 느낌.

 

 

 

모형 만드는 숙제 한다고 어제 밤, 그러니까 오늘 새벽까지 남편과 작업실에 있다가 집에 온 아이와 남편.

집에 왔더니 내가 책상 의자에 앉은 채로 자고 있더란다. 고개만 푹 숙이고서 말이다.

어떻게 그러고 앉아서 잘 수가 있냐고, 그래서 요즘 허리가 아프다는거 아니냐고 남편이 그런다.

자고 싶지 않은 마음과 잠이 오는 몸이 그렇게 타협을 했나보다.

덕분에 나는 오늘 하루 종일 해롱해롱하면서 일을 하는둥 마는둥.

저녁 쌀 씻어 놓고 잠깐 뜨거운 물에라도 몸을 담그어야 겠다.

 

 

 

 

이렇게 아무 내용 없는 글이라도 끄적거려 남겨놓고 싶은 날이다. 

그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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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11-09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이쁩니다
담넘어 감들

hnine 2015-11-09 16:56   좋아요 0 | URL
오, 하늘바람님.
이 비에 나뭇잎들이 많이 떨어졌겠지요.
비가 오래동안 오지 않아 정말 고마운 비이기도 하지만 가을비는 참 쓸쓸하기도 해요.

하늘바람 2015-11-09 16:58   좋아요 0 | URL
네.
쌀쌀하고
춥지요.
마음 여미기 해요

보물선 2015-11-09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와집넘어온 감나무가 더 멋진걸요! 가는 가을이 꼭 저 같아서 마음이 아립니다. 붙잡을 수도 없고.

hnine 2015-11-09 20:55   좋아요 1 | URL
보물선님 마음도 그러하시군요. 우리, 붙잡는 대신 잘 보내주기로 할까요?
저 기와집은 어느 국문과 교수님 개인 소유 집이라더군요. 계룡산 입구에 있었어요.

서니데이 2015-11-13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재택근무하시는군요.^^
정감있는 가을 사진이네요. 오늘처럼 며칠만 더 비오면, 날이 금방 겨울 옷 입을 날씨가 될 것 같아요.
쌀쌀한 날씨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ㅣ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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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살 지나면 너는 네 맘대로 결정하고 살아. 하지만 그 전엔 엄마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 아마 열여덟이 되어도 엄마가 혹시 계속 이래러 저래라 할지도 몰라. 엄마이기 때문에. 하지만 엄마가 혹시 그러더라도 그때는 네가 꼭 듣지 않아도 돼. 네가 좋은대로 해."

바로 이 hnine이 아들에게, 아이가 열 다섯살인 지금보다 훨씬 전 부터 해오고 있는 말이다.

 

자기 결정을 자기가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자기 결정을 자기가 하지 못하는 건 무엇때문일까.

자기 결정을 자기가 한다는 것은 곧 독립성을 의미한다. 남에게 간섭받지 않고 의존하지 않는 온전한 나의 삶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자기 결정을 자기가 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내면을 집중하여 알아보고자  분석하는 데는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반면, 외부의 기준이나 압력은 너무나 쉽게 우리 피부로 와닿기 때문에 별도의 시간과 노력 없이도 쉽게 영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 진학과 관련해서 어제 아이 학교에서 설명회가 있어 참석했었는데 거기서 나온 말 중 하나는 "Dare to be different!" 였다. 남과 무조건 똑같이 가려하지 말고, 똑같은 결정을 내리려 하지 말고, 남과 같지 않을지 모르는 자기 성격이나 성향을 잘 생각하여 어떤 선택이 가장 적합할까 생각하여 결정하라는 말이다. 남과 다름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 책에서 저자는 특히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기, 구체화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어떤 것에 대해 말함은, 말해진 내용을 형성한다. (21)

우리의 감정과 바람은, 그 정체를 밝히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전보다 확실히 더 명확하고 뚜렷한 윤곽선을 띄게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표현이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에 그치지 않고 내적 구조까지 변경하는 자기 표현 과정을 통해 개인적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한다고 할 수 있다. (22)

무의식과 의식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언어로 표현되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있다. 언어적 표현을 통해 자기 결정의 적용 범위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기억이나 무의식은 이야기될 때 이해 가능한 것이 되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그것들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했는데, 26쪽 이쯤에서 나는 책에 일일이 포스트잇 붙이기를 그만 두고 아예 연필로 밑줄을 좍좍 그으며 읽기로 했다.

 

독서의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는데 역시 독서보다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명확한 정체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삶을 변화시키는데에 독서보다 좀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이야기를 직접 쓰는 것입니다. 내적 검열의 경계를 느슨히 하고 평소라면 무언의 어둠 속에서부터 경험을 물들이던 것을 언어로 나타내야 합니다. 이것은 거대한 내적 변화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소설 한편을 쓰고 나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이전의 그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29)

 

자기 결정에 방해 요인으로 타인의 시선, 타인으로 받는 인정의 여부가 있다. 타인이 휘두르는 이러한 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눈과 귀를 틀어막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치지 않으려고 잘못된 방향으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인공적으로 쌓은 내면의 성벽 안에 자신을 가둘 수 없습니다. 대신, 독립적인 정신적 정체성으로 되받아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타인의 시선과의 대결이 자기 결정적인 성질을 띠려면 자기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묻지 않으면 안 됩니다.

타인은 어디까지나 타인에 불과하며 그들이 우리를 평가할 때 우리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오직 그들만의 문제인 수만 가지 요인에 의해 그 평가가 왜곡되고 부정적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36)

 

나의 밑줄은 3장으로 구성된 이 책 내용중 주로 1장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에 집중되었는데, 2장은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란 제목을 달고 있긴 하나 역시 자기 인식의 과정으로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뜻입니다. (55)

표현의 형태는 매우 다양할 수 있으며 반드시 말이나 행위가 아니어도 됩니다. (56)

 

3장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에서, 한 사람의 정체성은 신체가 가진 조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것이 있는데 문화라고 하는 이 다의미적이면서 의미를 촉발하는 활동들의 복합적인 구조로 인해 우리의 삶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한 사람의 문화적 정체성이란 어떤 특정 시대에 이러한 구조, 짜임 내에 위치한 장소를 일컫는데, 이러한 문화의 영향에 무비판적이고 수동적으로 자신의 삶과 결정을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식을 통해 비판적이고 의식적으로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교양"이라고 불렀다.

또한 우리를 문화 존재로 만드는 기본적인 능력은 언어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말한다.

모든 것의 열쇠는 언어다. (74)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철학자인 그가 왜 <리스본 행 야간 열차> 같은 소설을 썼는지 짐작하게 한다. 허구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그것이 자기 결정, 자기 인식 과정에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이 책에서도 얘기한바 있다. 소설을 쓰기 전과 후의 나는 같지 않다면서.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나 역시 같지 않다고 한다면 좀 과장이겠지만 좋은 책의 기준으로 삼는 것 중 하나가 그것 아니던가. 나의 내면을 변화시키는가 하는것.

자기 결정이 행복하고 존엄한 삶에 중요한 이유, 또 그것에 필수적인 언어 표현의 중요성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비교적 어렵지 않은 언어로 설득력있게 쓴 책이었다. 별 다섯개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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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a 2015-11-08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진학(특히 특목고)할 때 쓰는 자소서 같은 데나 학생생활기록부 독서란에 내용을 쓸 때는, 자신이 어떤 책을 읽은 후 어떻게 변화되었지를 중점적으로 쓰라는 원칙 비슷한 게 있는데요. 분명 책을 읽으면 뭔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그걸 꼭 집어서 설명하는 게 쉽지 않아요. 요즘 아이들은 여러가지로 정신의 성장도까지 검증을 받아야 해요. hnine님의 리뷰를 읽다보니 괜히 불끈해져서 글을 남기네요.^^

hnine 2015-11-08 20:40   좋아요 1 | URL
뭔가 달라지더라도 그 당시엔 그걸 모르니까요. nama님 말씀 듣고 한탄하다 생각하니, 세상에, 저도 바로 며칠 전에 제 아이보고 그랬네요. 그렇게 이것 저것 조금씩 하다말고 하다가는 나중에 자기 소개서에 한줄도 쓸거리가 없을거라고요 ㅠㅠ
제게는 난해했던 소설 <리스본행 야간 열차>보다 저는 이 책이 더 명확하게 머리 속에 들어와서 좋았어요. 저 같이 두리뭉실, 말로 잘 표현 못하는지, 못하니까 하기 꺼려하는지, 아무튼 그런 사람에게는 콕콕 와닿는 내용이었거든요.
 
A Tree Grows in Brooklyn (Paperback) -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원서
베티 스미쓰 지음 / Harper Perennial Modern Classics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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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에서 1972년까지 살았던 미국 작가 Betty Smith 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이다.

독일 이민자의 딸로 태어나 브루클린에서 가난하게 자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

작가 자신을 투영한 듯한 이 소설의 주인공 12살 소녀 Francie. 가수겸 식당에서 웨이터 일도 하고 노래도 부르는 주정꾼 그러나 자식들에게 다정한 아버지, 건물 바닥 청소부 일을 하는 엄마, 두살 아래 남동생, 이렇게 네 식구가 브루클린의 다세대 주택 같은 곳에서 풍족하지 않게 살아가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Francie는 학교에 안가고 일하러 안가도 되는 일요일이면 동네 도서관에 가는 낙이 있는데, 알파벳 순으로 도서관 책을 깡그리 다 읽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야무진 소녀이다.

일자 무식 부모와 가난이라는 상황이 꼭 그 가정을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끝까지 가족끼리 끈끈한 연대가 깨지지 않는다.

딸만 넷인 엄마쪽 자매들이기에 이모들의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는다. 세명의 이모가 성격도 각기 달라서 왈가닥 이모가 있는가 하면 수녀의 길로 들어선 이모, 섬세하고 여성적인 이모들이 모두 풍족하지 않게 살고 있지만 형제들이 어려울때마다 서로 돕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연히 동네에서 연극을 보고난후 Francie는 극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기도 하는데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글쓰기에 대한 지적을 심하게 받은 후 글쓰기를 잠시 포기하기도 하지만 이 작가가 실제로 나중에 많은 드라마 대본을 썼다는 것을 보면 어릴 때붙터 글쓰기에 대한 꿈을 키워왔음을 알 수 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날 아버지가 죽고, 그때 엄마 뱃속엔 세째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아버지 없이 힘들게 아기를 낳고 청소일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엄마는 무척 힘들어 하고 Francie와 남동생 Neeley도 학교가 끝나면 동네 가게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여 푼돈이나마 보태야 하는 생활이라 Grade School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Francie는 바로 High School로 진학을 하지 못하고 취직을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현실에 굴복하지도,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하지도 않으며 자기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안심시키며 더 큰 불행이 오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을 준다.

평범한 인물들, 평범한 이야기 같은데 거의 500쪽 분량을 읽으면서 한번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의 경우 자칫 내용이 늘어지고 부자연스러울 때가 많은데,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나중에 책 뒤의 해설을 보고 알았을 정도로 티가 나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 390쪽쯤에 나무 얘기가 나온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일 나무를 파는 시장을 지나던 Francie와 Neeley는,  나무가 사고 싶었지만 큰 나무는 돈이 없어 못사고 작은 가지를 하나 사온다. 그것을 잘 가꾸기만 하면 크게 자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목의 나무는 희망이고 꿈이다. 브루클린은 뉴욕의 다섯개 자치구 중 하나로서 뉴욕 중심가에 비해 서민들이 모여사는 주거지역. 즉, Francie 와 가족의 배경, 환경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막장 내용 없이도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엮어 재미있고 일관성있게, 주제를 분명히 전달해주는 소설이다.

오랜만에 이런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싫지 않은.

 

 

 

 

 

"To have a child, to plant a tree, to write a book - That's a full life."

 

(저자인 Betty Smith가 자서전에 인용한 Emile Zola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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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혼 2015-11-0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친구가 사주어 읽었던 책입니다. 님의 리뷰를 보니 다시 읽고싶어지네요.

hnine 2015-11-08 09:58   좋아요 0 | URL
시혼님께서 안읽으셨을리가 없지요 ^^
처음엔 Francie 친가 외가 쪽 인물들이 여럿 나오는 바람에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워 메모를 해가며 읽기 시작했어요.
무리 없는 내용이고 적당히 희망적, 고무적인 내용이라 청소년들에게 읽히기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혼님 말씀 들으니 저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지네요.

파란놀 2015-11-08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 같은 마음으로 집안에 따스한 기운을 베푸는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은 아이들이
하루하루 기쁘게 누린 삶이기에
이러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문학으로 태어날 수 있구나 싶어요

hnine 2015-11-08 09:57   좋아요 0 | URL
예, 숲노래님. 극단적인 내용 없이도 따스한 기운을 슬며시 불러일으키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학교라고는 다녀본 적 없는 엄마이지만 아이들에게 사랑과 웃음을 잃지 않았고요.

nama 2015-11-0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밌겠군요. 읽을 책도 많은데...보관함에 넣습니다. 마지막 에밀 졸라의 말이 가슴에 쏙 박히네요.

hnine 2015-11-08 20:41   좋아요 0 | URL
무리없이 읽을만한, 괜찮은 책이었어요. 저도 사실 이 책 구입한것 오래전인데 앞에 조금 읽고 밀춰 놓았다가 이번에 다시 집어들었는데 일단 다시 읽기 시작하니 술술 읽히더라고요. 책 제목도 참 고전적이지요? 브루클린에는 나무가 자란다~ ^^

몬스터 2015-11-08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ased on Emile , my life is empty lol ( 농담입니다. ) 잘 지내고 계시죠? 읽고 공부하는 삶을 사시는 듯 해서 참 좋아요. 요즘은 그냥 붕 떠 있는 기분이 들어 , 이도 저도 손에 잘 잡히네요. ㅎㅎ

hnine 2015-11-08 20:46   좋아요 0 | URL
워우 워우~ My life is empty라니, 득도의 경지에 오르셨습니까? 텅빈 충만이라는 말이 떠오르는데요! ^^ 에밀 졸라의 인생에 있어서 그랬다는 얘기이고 monster님에게는 또 다른 것들이 있겠지요. 제게도 그럴거고요.
공부하는 삶 그만 하고 전 매일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그 재미라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다른데서 찾더군요. 저는 몬스터님과 반대로 푸욱~ 가라앉은 것 같은 기분으로 매일 사는데...^^
 

   

박연준.

이름을 보고 남자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2004년에 등단한 1980년생 여성 시인.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이라는 이 시집은 여기 저기 소개되는 것을 들어서 귀에 익었으나 읽어보진 않고 있었다. 이처럼 제목이 특이하면 바로 끌리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관심 밖으로 제껴놓거나 하는데, 이 시집의 경우엔 아마 바로 끌리는 경우는 아니었나보다.

그러다가 막상 이 시집을 구입하게 된건 이 시인이 다음과 같은 산문집을 냈기 때문이다.

 

 

 

 

 

 

 

 

 

 

 

 

 

 

 

 

 

모 신문에 연재하던 것을 묶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잠깐 라디오에서 소개되는 것을 들으니 귀에 쏙 들어오기에 읽어보려고 구입하면서 이왕 구입하는 것 위의 시집도 함께 구입하였고, 저자가 시인이니 시부터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알기로 평판도 좋고 많이 읽힌 시집인데, 나는 한권을 내리 다 읽도록 보통 이상의 감동이 없었다. 어느 페이지에도 따로 표시해놓은 시 한편 없이 마지막 장까지 와버렸다.

물론 잘 썼다. 이 정도면 누구든 쓰겠다 최소한 이런 생각이 드는 시는 아니었다. 지나치게 난해한 시도 아니었다. 표현이 수려하다.

그런데 왜?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보는 눈높이에서 말해보자면 상징과 비유가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 모든 시, 모든 연과 행에 힘을 주다보니, 잘 썼다는 생각은 들되 받아들이기 부담스럽고, 자꾸 읽어보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 같다. 버겁다.

 

 

 

 

생일

 

 

 

 

 

 

파란 장미를 먹고 얼어버렸으면,

생선가시처럼 희미하고 싶다

나뒹구는 밤을 넘어

겟세마네 동산으로 가고 싶다

진하게, 굵게, 뭉개지도록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발가락이 하나 없었으면-

생리하는 바다에 투신하고 싶다

울렁이는 푸른 죽음들에게 발목 잡히고 싶다

내 깊은 병(病)을 유리병에 꾹꾹 눌러담아

늙은 아버지에게 선물하고 싶다

병아리 다리를 붙잡고 울고 싶다

온몸이 흔들리는 촉수가 되어

하늘에

박히고 싶다

 

 

 

 

 

태어남이 축복으로 생각되지 않고, 갈수록 작아지고 초라해지고 절망하는 생, 뜻대로 나아가지 않는 생으로부터 오히려 도피하고 싶은 마음, 자신에게 부끄러워지는 심정, 감사가 아니라 원망하고 싶은 심정을 그렸다고 해석되는데, 나 같은 독자의 입장에선 얼른 공감이 가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한편 뽑아보았다.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사람이어서 그런지, 몇쪽 맛보기로 읽어본 그녀의 산문집의 문장들은 매혹적이다. 곧 찬찬히 읽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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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1-0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시집에 실린 <속눈썹이 비르는 지명>이 좋아서 이 시집을 사서 봤었거든요. 제게도 역시 난해하더라고요. 공감이 되지도 않았고요. (아, 공감되는 시도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풀지 못한 숙제가 있는가? 하는 생각을 여러차례 했던 기억이 나요.

hnine 2015-11-04 14:13   좋아요 0 | URL
예, 다락방님 서재에서 본 기억 나요. 아버지 얘기가 시에 많이 나오지요. 오래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대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한을 그린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어떤 인터뷰에서 얘기하더군요.
조금만 더 쉽게 읽힐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저 같은 보통의 독자 입장일까요? ^^ 부디 그녀의 산문집을 읽으면서는 생각이 좋은 쪽으로 확 뒤집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