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아파트 4층.
내 책상은 창문을 향해 있고 나는 책을 읽다가 또는 일을 하다가 (저는 출퇴근 하는 대신 집에서 주로 일을 합니다 ^^) 수시로 밖을 내다볼 수 있다.
조금 아까 고양이인지 개인지, 어슬렁 거리는게 보여 주인이 앞에 가고 있거나 뒤에 따라 가겠지 하고 지켜봐도 없다. 이 비를 맞고 혼자 돌아다니고 있나보다.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가 나오는데 지금 이 계절, 이 날씨에 이보다 더 좋은 선곡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 사진은 지지난 주에 점심 먹으러 갔다가 찍은 사진.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는 이렇게 기와집보다는 차라리 찌그러지더라도 파란 대문 집 담장 옆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순전히 보는 사람 관점.


이런 사진도 이제 이게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게 이 비 그치면 겨울이 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비를 인사로 남기고 가을은, 2015년 가을은, 저만치 가버렸을 것 같은 느낌.
모형 만드는 숙제 한다고 어제 밤, 그러니까 오늘 새벽까지 남편과 작업실에 있다가 집에 온 아이와 남편.
집에 왔더니 내가 책상 의자에 앉은 채로 자고 있더란다. 고개만 푹 숙이고서 말이다.
어떻게 그러고 앉아서 잘 수가 있냐고, 그래서 요즘 허리가 아프다는거 아니냐고 남편이 그런다.
자고 싶지 않은 마음과 잠이 오는 몸이 그렇게 타협을 했나보다.
덕분에 나는 오늘 하루 종일 해롱해롱하면서 일을 하는둥 마는둥.
저녁 쌀 씻어 놓고 잠깐 뜨거운 물에라도 몸을 담그어야 겠다.
이렇게 아무 내용 없는 글이라도 끄적거려 남겨놓고 싶은 날이다.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