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까 반올림 24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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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늘 생각하고 있던 주제였다는 것을, 책의 제목을 본 순간 바로 마음에 와서 꽂히는 것을 보고 알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바로 못 읽고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관심의 종류가 그러니까 더 알고 싶은 관심이 아니라 머리 속에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치워버릴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관심이었던 것이다.
제목에서 보듯이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족입니까?' 라고 묻고 있다. 가족입니까? 가족을 가지고 있습니까? 가족이 있어 행복합니까? 가족이 있어 힘이 됩니까? 제목을 볼때마다 이런 저런 문장으로 다가오는 이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최 윤정 대표 자신이 작가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은 어린이, 청소년 문학 출판사들 중에서 나름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는 곳 이다. 출판사 기획물로 앤솔로지를 꾸준히 내고 있는데 작년 말, 네 명의 작가를 모이게 한 주제는 '가족'이었다. 김해원, 임태희, 김혜연, 임어진. 이 네 작가가 100매에서 150매 정도의 분량을 맡아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로 가족을 그려냈다. 김해원는 <열일곱살의 털>로 많이 알려진 작가, 임태희는 <쥐를 잡자>,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를 대표작으로 들 수 있는 떠오르는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이며, 김혜연, 임어진 작가의 작품을 나는 아직 못 읽어봤지만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연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고등학생 예린이, 예린이가 찍게 된 핸드폰 광고를 담당한 광고 회사 팀장 안지나, 안지나 팀장의 조카이자 엄마와 충돌후 집을 뛰쳐 나왔다가 이모의 제안으로 이모가 찍는 광고에 참여하게 된 남자 중학생 재형이, 친한 후배의 부탁으로 우연히 한 광고회사에 들렀다가 평범한 서민적 아버지의 모습으로 적당하다고 광고에 참여하게 된 박 동화씨. 이렇게 네 인물이 1인칭 서술자 시점으로 네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고생의 입장에서 본 가족, 30대 싱글녀로 살아가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 엄마와의 충돌이 일상이 되어가는 중학교 사춘기 남학생이 말하는 가족, 빈둥지 증후군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는 40대 가장의 가족에 대한 아쉬움. 책 속에서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어제 모습이고 현재의 모습이고 미래의 모습이다.
나의 남편, 나의 어머니, 나의 딸, 나의 아들을 온전히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모르는 인물의 이야기로 읽을 때 오히려 공감이 쉽게 되고 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볼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관심도 없으면서 학원 안가면 난리 난다니까" (162쪽)

중학생 재형이가 엄마에 대해 하는 말이다. 우리는 혹시 이런 부모는 아니었는지.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면서 매일 학교와 학원에 빠지지않고 가는 것만 체크하고 있는.
작가는 말한다. 지금도 여전히 '가족'은 답안지에 뭐라고 써야 할지 알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고.
나 역시 그렇다. 어스름 해질녘, 혼자 저녁을 해서 먹고, 혼자 동네를 산책하는 길에 본 집의 창으로 흘러나오는 불빛에 그냥 눈물이 핑 돌던 때를 생각하고, 내 집보다 다른 집이 더 좋았던 철없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고, 나중에 그리움과 좋은 기억으로 남을 가족을 만들기 위해 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본다.
청소년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지만, 저자들도 말하듯이 그런 것 무시하고 모두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밖에서 어떤 회오리, 폭풍 속에 시달린다 해도, 좌절과 실패에 의욕을 잃는다 해도, 그것을 함께 나눌 가족이 있는한 우리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교과서같은 그 믿음을 지키며 살고 있는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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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0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학교 모임에서 한분이 스타디의 일환으로
아버지에게 편지 쓰기를 하자는거예요. 아직 학생이라 좀 미숙하셔서
좀 강제적으로 쓰도록 했는데, 저는... 한줄도 못 쓰겠더라구요.
아직도 아버지에 대한 정리가 안 되고, 털어버리지도 못 한거죠.

나중에 코알라가 저를 생각할 때 이렇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요. ㅠ

hnine 2011-03-05 04:57   좋아요 0 | URL
아마 쉽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그런 제안을 하셨는지도 모르겠어요.
꼭 보내야한다는 전제 없다면 전 그냥 몇 줄 써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나의 아이가 나중에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할까 하는 것은 저도 늘 염두에 두고 싶은 질문이지요.
 

 

 김 해원 <고래벽화>

책의 제목과 표지 그림으로부터 내용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신나는 일이라곤 별로 없는 조용한 마을에 초등학교 육학년 사내 아이들 네명이 비밀 아지트를 만들고 거기에 낙서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데 이 그림이 오해를 받으면서 생기는 이야기이다. 독특한 발상도 좋았고, 작가의 문장력이야 흠잡을데 없는데 하나의 에피소드를 너무 길게 끌고 간 감이 없지않아 있다. 그래도 산뜻하고 예상 외의 결말이 작품을 살렸다고 생각된다. 어른이라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심각하게만 몰고 갈게 아니라 이 책의 교장선생님과 같은 현명하고 경쾌한 결단을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건 지식이 아니라 지혜와 경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김 해원 작가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린이책 작가 ('더작가') 모임의 일원. 이들이 함께 낸 작품집 <박순미 미용실>에 실린 그녀의 단편 '연극이 끝나면'을 읽고난 후의 훈훈함과 그녀의 따뜻한 시각이 마음에 들어왔고 <가족입니까>를 읽고 확실히 좋아하게 된 작가이다. 이제 그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열일곱살의 털>을 읽어봐야할 때.

 

  

 토니 포터 외 글, 조 무어 그림, 김 경희 옮김
<나의 첫 세계 지도책> 

비슷한 책이 이미 많이 나와있는지라 이 책만의 어떤 특징이 있을까 염두에 두고 보았다.
'지도는 어떤 곳을 위에서 내려다 본 그림이에요' 라는 말로 시작한다. 지도, 그리고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시작하는 방식이 우선 좋았다. 그 다음 쪽에도 각 나라들을 설명하기에 앞서 지구 전체를 놓고 방향, 지도의 축적, 적도, 북극, 남극 등을 그림으로 보여주며 간단하게 설명해준다. 그 다음엔 제일 먼저 대한민국. 외국의 저자에게 우리 나라에서 출판될 것을 위해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 행정 구역, 역사 연대표, 볼거리, 생활과 문화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다음으로 북유럽, 남유럽과 지중해 지역, 동유럽과 러시아, 영국과 중앙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섬나라들, 동아시아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몽골과 함께 여기에 속한다), 오스트레일리아, 극지방 순으로 나와있다.
제목처럼 나의 첫 세계지도책인만큼 자세한 설명과 그림보다는 한눈에 들어올 수 있는 간략한 지도와 설명이다. 지적하고 싶은 점이라면 지도상에 있는 지명이 실제의 위치와 너무 다르게 표시된 곳이 눈에 띄었다는 것. 런던이 영국의 동남부에 위치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 그 예이다 (16쪽). 또 한가지, 지역의 특징을 나타내기 위한 간단한 그림이 지도 상에 그려져 있는데 그 의미가 금방 들어오지 않을 그림이 가끔 발견된다는 것. 우리 나라 서해에 두루미(정확하게는 두루미 모습도 아니지만)가 그려져 있어 무슨 뜻일까 봤더니 철새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는 설명이 옆에 있다. 중앙유럽 지도에서 폴란드 땅 위에 그려진 새와 둥지는 그나마 설명이 없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영어가 아닌 어떤 지명은 그 나라 말 식대로 표기되어 있어 번역하는 분이 애 많이 쓰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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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 AM NUMBER 4 를 봤다.
재미있다.
103분 동안 지루함을 느낀 시간이 전혀 없었으니까. 

외계에서 지구로 망명 혹은 피신한 생명체, 자신의 정체성에 혼동을 느끼는 주인공 등등의 내용, 그리고 역시 컴퓨터 그래픽, 액션 기법 등은 이 영화에서 새로울 것은 없었으나 나를 몰입시킨 것은 아마 주인공의 캐릭터였을 것이다. 평범한 고등학생 차림의 인상이지만 그 눈빛만은 드러나지 않는 고독과 외로움 그 자체라고 느꼈다.  

 

 

 

 

 

 

 

 

 

 

 

 

 

 

 

 

 

 

 

 

 

 

 

왜 Number 4 일까.
입으로 발음도 해본다. Number 3, Number 5, Number 7 가 아니라 Number 4 가 제목이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원작 소설을 찾아보니 확실히 속편이 만들어질 것 같은데, 주인공은 바뀌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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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11-03-0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고 감상을 쓰는 분들을 보면 왠지 존경스러워요ㅎㅎ 차라리 저는 103분 동안 집중하여 글은 쓰라면 지루하게 쓰겠는데, 이상하게 영화보는 건 힘들더라구요. 눈과 귀가 다 약해서 그런지 몰입이 안 돼요. 더우기 이런 내용의 영화는..ㅎㅎㅎ 영화를 안 보는 저같은 사람이 완전 4차원이고 외계인이죠?

hnine 2011-03-01 22:02   좋아요 0 | URL
한때 영화 무~척 좋아했답니다. 요즘 영화 보는 것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봐요. 이 영화는 SF, 액션 영화라고 소개되어 있으니 저도 지나칠 수 있었던 영화인데 남편이 보고 싶어하길래 못 이기는 척 보러 나간 것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103분 동안 집중하여 글 쓰는 편이 더 쉽다는 진주님, 정말 범상치는 않으신 것 맞습니다 ^^

가시장미 2011-03-0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저도 보고싶었어요. ^^
사실 평이 안 좋아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님께서 좋은 평을 내려주셨으니..
주말에 시간되면 봐야 할 것 같아요. ㅋㅋ
저도 가뭄에 콩 나듯이 보는데, 콩 좀 자주 났으면 좋겠어요. 이히

원작 소설이 있군요? 아... 소설로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영화보고 소설 읽으면 실망이 덜 하겠죠?
소설보고 영화보면 실망이 크더라구요. ^^;;

hnine 2011-03-02 07:25   좋아요 0 | URL
아이 낳고 나니 가뭄에 콩 나듯이 영화보다가, 아이 좀 크고 나면 이제 만화 영화 보는 시기로 들어갑니다. 취향에도 없는 영화를, 아이 보여주려고 함께 보는 시기를 지나 이제 조금만 있으면 최소한 12살 이상 관람가 영화는 아이랑 함께 볼 수 있겠다는 기대로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러고보니 시간 참 빨리 가네요.
저 영화, 다른 걸 다 떠나서 일단 재미있어요 ^^

sslmo 2011-03-02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만 가지고 있어요, 아직 읽지 못했어요.
영화도 보고 싶은데 밀린 영화가 몇편 돼요.
근래에 개봉된 것 만해도 '만추'에, '블랙스완'에, '아임넘버포'까지 말이죠~


hnine 2011-03-02 07:27   좋아요 0 | URL
만추, 블랙 스완, 저는 다 시큰둥 하네요. 사실 이 영화도 시큰둥 하고 있는데 남편이 보고 싶어 하길래, 그리고 모처럼 어제 함께 볼 시간이 되길래 봤는데 각각의 캐릭터가 나름대로 다 매력있더라고요. 넘버 식스로 나오는 여자도 멋있어요.

stella.K 2011-03-0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베이가 영화는 그럴 듯하게 잘 만들죠.
근데 전 영화관 자체를 가는 게 시큰둥해요.
볼만한 영화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ㅠㅠ

hnine 2011-03-02 17:2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영화 많이 보시잖아요. 멋진 리뷰도 자주 올리시고요.
영화 자체가 아니라 영화관 가는게 시큰둥할 수도 있는거겠죠.
저도 요즘 그렇답니다.

마녀고양이 2011-03-02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언니, 이거 잼나요?
저는 SF 진짜 좋아하는데, 평이 영 꽝이더라구요.
음...... 보러가야게따~ ㅎㅎ

hnine 2011-03-02 18:39   좋아요 0 | URL
앙? 누구야요? 이 영화 꽝이라고 한사람!
(내가 왜 이러지?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렇게 본 사람도 있겠지요 뭐...(먼산보기~)
그런데 저는 재미있더라고요 ^^
 

 

식물원 주인 

 

문 정희 

 

시인을 꿈꾸다가 시 대신 땅에 나무를 심어
식물원 주인이 된 그가 말했네
상처없는 시가 없듯이
지상에 상처 없는 나무는 한 그루도 없더라고 했네
살아서 바람 앞에 흔들리는 목숨에
상처는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빛나는 증표
쓰라린 아픔으로 진물을 흘리지만
깊은 성찰을 던진다네
시건 나무건 상처가 있어 가엾고 사랑스럽지, 그러니까
상처는 그 자체로 참혹하고 아름다운 생명!
그것을 알아본 식물원 주인! 그는 벌써 빛나는 시인이었네
그가 키운 저 푸른 상처를, 바람 앞에 나풀거리는 생명들
뿌리의 감옥에 갇혀서도 자유롭게 흔들리며
하늘로 치솟는 나무들을 보며
누가 보라고 저리 푸르렀을까 물었더니
주인이 없지! 보는 사람이 보는거지! 라고 대답하네
시도 시인이 아니라 읽는 사람이 다 가지듯이 

  

 

 

 

 

 

 

 

 

 

 

 

 

: 시어로서 '상처'라는 단어가 저렇게 직접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시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기도 하고, 상처를 미화시키는 방식도 식상 해서, 아주 마음에 드는 시는 아니다.
그래도 라디오에서 시인이 직접 이 시를 소개하는 것을 들은 날 나는 무엇이 떠올라 끄적이게 했으니 고마와해야할 시라서 적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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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3-01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물들에 관한 동화책에서, 이제 시집으로요?
그러다가 이 시 제목처럼 '식물원 주인'이 되시는 건 아닐까요?
제게 '문정희'의 시들은 극과 극이에요, 앞에 '너무'라는 수식어가 붙는...

hnine 2011-03-01 06:16   좋아요 0 | URL
너무 좋거나 너무 싫거나, 그런가요? ^^
저 시집의 시들을 아직 다 본게 아니니 한번 찬찬히 읽어봐야겠어요.
제가 뭐 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집착하는 경향이 있지요 ㅋㅋ

비로그인 2011-03-01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저 요 책 다시 찾아 보겠습니다.

어느 시집 앞에

떠돌이 시들 마침내 집을 얻었다.
아니 관인들 어떠랴!

라고 하는 글이 있던데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즘 보는 시들은 이상하게도 지금 이시대의 상처들이 나타나는 것 같이 느껴지더라고요.

hnine 2011-03-01 21:03   좋아요 0 | URL
인용해주신 구절, 좋은데요?
다시 찾아봐주세요 ^^

상처를 직접 상처라고 하지 않고 다른 말을 쓴다면 무엇이 좋을까...생각해봅니다. 감히 시인이 고른 어휘에 딴지를 걸다니. ㅋㅋ

프레이야 2012-09-1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문정희 시집을 고르다 땡스투유~~~~ ^^

hnine 2012-09-16 23:25   좋아요 0 | URL
제가 문정희 시인의 이 시를 읽고 <식물원>이라는 제목의 동화도 써봤잖아요 ㅋㅋ
문정희 시인은 이제 그 모습에서도 어떤 아우라가 팍팍 뿜어져 나오더군요.
땡스투유에 감사드립니다~
 
창의성의 발견 - 창의성은 언제, 어디서, 무엇에 의해, 어떻게 발현되는가
최인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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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인수.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몰입'으로 유명한 시카고 대학의 칙센트 미하이 교수 밑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전 세계 창의적 인물들에 관한 프로젝트에 보조 역할로 참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로도 창의성 연구를 계속하게 되었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현재까지 창의성, 영재성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부족한 분야, 그리고 요즘 부모들이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제일 염두에 두는 분야. 바로 창의성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어떤 어려운 시험에 합격을 한 사람, 수석으로 합격, 수석으로 졸업한 사람 등을 부러워하며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왔지만, 지금은 그것이 꼭 어떤 분야의 성공을 보장하는 보증 수표 같은 것이라고 보는 믿음이 점차 약해져 가고 있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독특한 발상, 뛰어난 창의력이 오히려 더 어떤 분야의 성공의 키가 된다고 보는 경향이다. 예전에도 학교 성적은 별로이면서 우수한 두각을 나타내는 예가 있긴 있었지만 요즘은 갈수록 그런 예가 훨씬 더 빈번하게 보이고 있고, IQ 한 가지로 나타내던 인간의 지능은 다중 지능 이론에 따라 최소한 여덟 가지의 지표로 나타내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요즘은 자기 아이를 머리 좋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 보다 남보다 창의성이 뛰어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가 더 많을 것으로 본다. 

창의성이란 주제는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제 새로운 성공 키워드, 교육 키워드가 된 마당에 그것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어떻게 해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가, 혹시 그런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기대했던 정보를 많이 얻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보다는 창의성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기존의 다른 책과의 차별화를 의식했는지 '한국인을 위한, 한국적 창의성'이라는 개념을 들고 있는데 크게 두드러진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용어를 굳이 찾아보자면 '태극창의성' 정도랄까. 일반적으로 양극단적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립이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창의성이 고양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내향성과 외향성, 남성성과 여성성,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 상상력과 현실 감각, 겸손과 자존심, 놀이와 일, 전통과 혁신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래서 남학생은 제때 우는 연습, 여학생은 평소에 '아니오'라고 말하는 연습을 권장하기도 한다.  

창의성의 제일 바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본인이 재미있어하는 주제여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성은 본인이 재미있어하는 주제를 선택하고 이를 열심히 할 때 나오는 결과물. (140쪽)

창의적으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지만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는 부모는 있다는 말은 역시 아이 키우는 부모가 보면 눈이 번쩍 뜨일 말. 통합과 분화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가족 유형에서 창의적인 영재가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즉 가족이라는 기능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가족 구성원 각자의 정체성과 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존중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부모가 다 계획해주고,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시하며, 아이가 절대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도록 조정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아닐 것이다. 제일 이상적인 경우는 스스로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싶어할 때 배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겠지만 혹시 잘 하고 있던 것이라도 흥미를 잃은 것 같은 경우엔 억지로 계속하도록 하는 것 보다는, 또 그냥 중단하게 하는 것 보다는, '잠시' 중단해보는 것, 아울러 왜 그만 두고 싶은가에 대한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위에서 말한 통합과 분화가 적절히 일어나고 있는 예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다. 방관도 아니고 간섭도 아닌, 그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을 하게 하라는 것 외에 아이의 창의성을 위한 것으로 부모가 모델이 되라고 한다. 이것은 꼭 창의성이 아니더라도 두말하면 잔소리, 머리로는 다 알고 있는 사항이다. 또 한가지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자극을 제공하기 위해 박물관, 수족관, 미술관, 동물원과 같이 아이들이 바라 볼 수 있는 대상이 많이 진열되어 있는 곳을 많이 데리고 다니라고 한다. 나는 여기에 더불어 재래 시장도 권하고 싶다. 5일마다 열리는 장 (우리 동네에는 아직도 이런 장이 선다), 수산 시장, 농수산물 시장, 화훼 시장 등. 아이들에게 정해진 시간 당 많은 자극을 줄 수 있는 장소로 추천할 만 하다.

자기가 얼마나 창의적인 사람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저자는 명쾌한 한 마디를 던진다. 여러 가지 검사법이 나와있긴 하지만 이런 검사들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검사에 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모습보다는 '보이고 싶은 경향성 (social desirability)' 의 반영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당신은 스스로 얼마나 창의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스스로 어떻게 대답할 수 있느냐가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감이다.  

나로 하여금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읽오보게 만든 것도 다음 구절 때문이었는데, 창의성은 뉴턴이 사과 나무 아래서 발견했다고 알고 있듯이, 케큘러가 꿈에서 뱀의 꼬리를 보고 벤젠 구조를 발견했다고 알고 있듯이, 그렇게 어느 순간 갑자기 영감으로 번쩍하고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순간이 오기까지 끊임 없는 연구와 몰입의 단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창의적 과정이란 통찰에 의한 순간적인 지식의 재구성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의식적이고 점진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197쪽) 

IQ와 창의성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지능은 탁월한 성취의 필요 조건이나 충분 조건은 아니라고 말하는데 (206쪽), IQ120 정도 까지는 창의적 성취에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은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려는 요즘 부모들에게 던지는 일침.
창의적인 아이는 성공하는 아이가 아니고 행복한 아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목표 설정이 잘못된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행복한 아이로 만들겠다는 마음이 창의적인 아이를 만드는 첩경임을 알아햐 한다고. 아이들의 창의성 교육에 대해 지나친 요구와 강조는 마치 황금알을 낳을 거위의 배를 성급히 가르는 것과 같다고 경고해준다 (320쪽). 

앞에서 말했듯이 창의성을 기르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 등의 실용적인 의도에서 이 책에 기대를 했다면 읽고서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이 그렇게 소개되어 있는 감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창의성에 대한 기본서에 가깝다는 것, 그래서 근본 개념을 다시 짚어주는 것에 충실한 정도이며, 모르고 있던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것까지 기대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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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11-02-2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소박한 결론이네요. 창의성 계발을 위한 비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쩌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인 것 같아요..아무쪼록 창의성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텐데 부모님들이 이 책을 읽고 '창의성 과외' '창의성 개인교습'을 보내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hnine 2011-02-27 10:52   좋아요 0 | URL
책의 핵심을 간파하셨네요.
창의성은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 주위의 뒷받침도 중요하더군요.
오타 수정을 미처 못한 상태의 리뷰였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닉네임이 인상적이십니다 ^^

마녀고양이 2011-02-27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코알라는 여기저기 많이 다니는 편인데,
음.. 행복해하기는 하는데.. 창의성이나 배움보다는 주로 먹거리에 치중하고 있어요. ㅎㅎ
그렇다고 요리사가 될 거 같지두 않고 말이죠. 홍홍.

언니, 우리나라 참 이상하죠? 하나를 고치기 위해
무엇인가를 내놓으면, 그걸 하는 학원을 보내려 하잖아요. 그거 방임인거 같아요.
어딘가 맡겨놓으면 한 거 같은, 그런 위안을 얻으려는........ ^^

hnine 2011-02-27 14:09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잘 하고 계신거예요. 창의성이나 배움을 목적으로 가서 노트에 빽빽히 적어오고 사진 찍어오느라 부담 느끼는 방문 보다는 그저 방문 자체를 즐기는 것을 먼저 몸에 익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나오더라고요.

어딘가 맡겨 놓으면 한 거 같은,
책을 일단 사놓으면 읽은 거 같은,
계획을 일단 세워 놓으면 다 한 거 같은... 우리 이런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 맞아요 ^^

herenow 2011-02-27 18:34   좋아요 0 | URL
두 분 말씀에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면서... ㅠ.ㅠ;
hnine님, 잘 정리하신 서평 감사히 읽고 갑니다.

hnine 2011-02-27 20:42   좋아요 0 | URL
herenow님은 자신이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스스로 물어보라는군요. 저는 전혀 아니예요. 갈수록 하던대로, 살던대로, 그냥 편하게 가려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아요.

bookJourney 2011-02-27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의적인 아이, 행복한 아이로 키운다는 거.. 참 어려운 과제에요.

hnine 2011-02-28 05:59   좋아요 0 | URL
하고 싶다는 것을 그냥 하게 두면 아이는 제일 행복하겠지만 어디 부모의 입장에선 그렇게 되던가요. 결국 잔소리 행진을 하게 되고...그래서 요즘은 지적은 하되 다그치는 것만이라도 줄이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그것 같기도 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