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뜨거움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서넛 이상 함께 만나는 약속보다는 둘이 만나는 약속을 더 좋아한다. 서넛 이상 만난 자리에서는 정말 나누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이야기의 겉만 건드리다 들어오는 수가 많거나, 속 깊은 의견을 주고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차라리 둘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들어오는 내 마음은 뿌듯한 반면 여러 명이 모이는 자리에 나갔다 들어오는 마음은 나가기 전보다 오히려 휑할때가 많다.

김미경의 책을 읽고 나면 늘 친구를 만나 실컷 이야기를 주고 받아서 마음을 꽉 채우고 들어올 때의 느낌을 준다. 선생님이나 선배라기 보다는 수다스런 친구말이다. 그래서 다 옳은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다 들어야한다는 부담도 없다. 오히려 때로 뻥도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고 과장도 있어보여서 그건 아니라고 반박도 하고 우겨도 될 것 같고, 하지만 맞장구 치며 속 시원해할 때가 더 많은 친구. 결점도 있지만 그녀만 가지고 있는 날카로움과 명쾌함이 있어서, 만날까 말까 망설임없이 서슴없이 또 만날 약속을 잡게 되는 친구.

그녀의 신간을 발견하고 읽을까 말까 망설임없이 구입했다. 그리고 하루를 못넘기고 휘리릭 다 읽어버렸다. 이번엔 특히 그동안 그녀의 침묵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저 윗자리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칠 치고나서 그 시간을 김미경식으로 보내는 방법은 뭐가 달랐을까? 역시 그녀는 책 속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피해가지 않았고 나는 또 친구의 막힘없는 수다를 잘 들어주고 난 느낌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대부분 공감할 이야기들.

우리는 곧잘 자신의 문제에는 유치원생처럼 굴다가도 남의 문제에는 주지스님처럼 말한다. 자신의 문제는 작은 돌부리에도 걸려 넘어지면서 남의 문제는 산맥이라 할지라도 거뜬히 넘는다. 남의 일이라서 쉽게 얘기하는 것일까. 아니다. 한 발짝 물러서면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동안 사람들의 물음에 답할 수 있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멀리 떨어질수록 잘 보이는 법이다. (16쪽)

'자신의 문제에는 유치원생, 남의 문제에는 주지스님' 이라는 말이 여운을 준다. 나도 분명히 이런 구석이 있을 것이면서 다른 사람이 이러는 것에 예민하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유난히 가르치는 말투로 답하는 사람을 피하게 된다.

자신의 문제를 한 발짝 떨어져 들여다보기란 쉽지 않다. 거울없이 내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것처럼.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문제는 그저 '느낄' 뿐이지 들여다보진 못하고 산다. 대신 남의 얼굴에 대해선 쉽게 말한다. 쉽게 '보이니까'.

세상의 모든 맏이는 서툰 엄마의 '실험대상'이라는 숙명을 타고난다. (120쪽)

이 세상의 자식된 사람들은 자기에 대한 분석에 대한 결과로 그 원인을 대부분 부모에게서 찾아내고는 분석 완료를 외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의 이런 결점은 성장기때 부모로부터 어떤 영향때문이고 이건 뭐가 결핍되어 나타난 결과이고 그때 나는 무엇이 상처가 되었었고 등등, 부모로 부터 받은 그 많은 것들 보다는 모자란 어떤 것을 콕 집어내곤 내 상처의 원인을 찾아내었다며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결론까지 내리곤 한다. 특히 맏이의 경우 부모로부터 받는 높은 기대 수준은 둘째나 막내와 다르기 마련이다. 저자는 맏이가 아니면서도 세명의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고백하기에 이른다. 정말 부모가 아이보다 나을까? 하고.

굳이 눈 씻고 찾지 않아도 내 현재를 대변할 핑계거리가 부모의 인생 곳곳에서 발견된다. 부모와 나의 인생을 평행선으로 보지 않고 같은 선상에서 보기 때문이다. (128쪽)

인생을 연극이나 영화라고 할때, 태어난 순간 우리는 우리가 주연이라기 보다 부모가 주연인 무대에 서게 된다. 어린 아이들 눈에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부모가 주연 배우로 보이는 것이다. 이제는, 부모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할 어른이 되었다. 부모의 영향력 아래 휘둘리지 말고 자신을 주인공으로 리셋해야 할 때이다. 부모 인생에서 내 인생의 문제점의 원인을 찾아내어 상처를 키우지 말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조건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고 사랑하면서 데리고 살아갈 의무를 갖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부모 때문에 자신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상처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이 이 땅에 탄생한 자의 의무다. 부모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것은 '나는 부모의 복제품'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생을 이해하고 나 스스로 주인공이 됐을 때, 그때가 바로 진정한 '탄생'의 시작이다. (130쪽)

 

이 책에서 내가 베스트로 뽑은 구절은 다음이다.

불행과 상처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나가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그 모든 감정들이 하나하나 내 몸을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어떤 운명도 시간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러니 흘러가게 두면 된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숨만 쉬어도 된다. 중요한 건 한꺼번에 내려놓으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왜 이까짓 일도 못 이겨내느냐고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는 것이다. 억지로 웃거나 씩씩한 척하지 않아도 된다. 박노해 시인은 말했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148쪽)

'그저 놓아두자' 라는 문장으로 맺는 이 글. 그녀가 이십대나 삼십대에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나이 먹어가며 잃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새로이 깨닫는 것도 있고 넓어져 가는 것이 있는 것이다. 비록 육체는 늙어갈지라도.

왜 사는지, 왜 태어났는지, 이런 것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생각해보는 것은 좋으나 꼭 어떤 답을 얻을 생각을 하지 말라던 법륜 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사유 이전에 존재가 있는데 존재의 이유를 사유를 통해 얻을 수 있겠냐고.

때로는 그냥 숨만 쉬고 있어도 좋은 시간들이 있다. 그저 놓아두고 지나갈 때를 기다리는 시간들. 저자의 말처럼 시퍼런 마음의 멍이 빠질 때까지 천천히.

몇달 동안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갔었던 모양이다. 그런 얘기, 느닷없이 음악을 하겠다고 하여 반대를 무릅쓰고 예고에 진학하더니 1년도 안되어 자퇴하여 현재 자퇴생의 딱지를 달고 있는 아들 이야기, 바쁜 엄마 때문에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큰 딸 이야기.

아침에 일어났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공부하는 게 최고다. 우울하고 고립될수록, 뭘 해야 할지 자신이 없을수록 공부가 답이다. 공부하지 않으면 뭘 해야 할지 모르는게 당연하다. (242쪽)

당장 아침에 눈을 뜨면 생활 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고달픈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이 말이 고까울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이 말에 가슴 찔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니, 시간에 쪼들리는 삶을 사는 사람일수록 이런 생각을 더 자주 할지도 모른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시간, 다른 몇명의 친구를 만나고 들어오는 것보다 마음이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친구는 종종 만냐줘야 해, 혼자 중얼거리며 돌아오는 발걸음.

 

 (이 리뷰의 제목은 책 중에서 인용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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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3-0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리뷰를 놓칠 뻔했어요.

1. 저 역시 소수 체질이라서 일대일로 만나서 얘기하는 게 좋더라고요. 여럿이 만나면 수박 겉핥기 식의 얘기만 한 것 같아요.
2. "멀리 떨어질수록 잘 보이는 법이다" - 그래서 자기 일엔 정확한 판단력을 잃는 모양이에요. 거리의 문제였군요.
3. 저는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자처럼 상처 받는 사람이 될 때 비난보다는 연민이 앞서요.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사는 자가 있을까 싶어요. 반성할 줄 모르는 게 더 문제라는 생각도요.
4. "불행과 상처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나가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으니 니체의 글이 생각납니다.

슬픔을 잊게 하는 것은?

‘시간이 슬픔을 잊게 한다.’고들 흔히 말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실제로 시간이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는 않는다. 그럼 무엇이 슬픔을 잊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개개인의 작은 즐거움, 기쁨, 소소한 만족이다. 그것들이 켜켜이 쌓이면 슬픔과 고통은 어느새 옅어지고, 이윽고 멀리 자취를 감춘다. ......<초역 니체의 말 2>, 175쪽.

(제 블로그의 글을 복사 붙이기 했어요.)

hnine 2014-03-03 14:19   좋아요 0 | URL
일대일 만남을 선호하는 제가 만남에 있어서 너무 진지 모드 지향적인가 생각했었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대일 만남보다는 여럿 만나는 자리가 더 자주 생기더라고요. 자연히 저는 누구를 만나는 일이 더 드물어졌고요.
위의 저자는 처음 방송에 나왔을때 너무 과장이 심한 것 같아서 저도 그닥 호감이 아니었는데 책을 읽어보고 제게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기에 그담부턴 거의 다 사서 읽고 있답니다.
니체의 인용문도 공감해요. 그런데 슬픔이나 절망 속에 빠져 있는 동안엔 그걸 잠시 있고 몸부림, 마음부림 치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질 못하고... 며칠 전에 라디오에서 어느 분 말씀을 듣는데 '체념'을 잘 할 수 있어야 건강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 때로는 '그럭저럭 산다'는 자세로 사는게 정신건강에 좋다고요. 극복할 거리를 오히려 만들어가며 다 이기고 살려는 것은 아닌지, 니체의 말을 읽으며 또 생각해봅니다.
슬픔은, 잊으면 또 생길텐데 말이지요 ^^
 
산시로 - 일본 메이지시대 말기 도쿄의 대학생을 그린 청춘 교양소설 문학사상 세계문학
나쓰메 소세키 지음, 허호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나스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어보려던 생각이었다. 관심을 두었던 <마음>을 읽으려고 책 소개를 읽어보니 <산시로>부터 읽는 것이 좋겠다. <마음>은<산시로>, <그 후>에 이은 연작 마지막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나스메 소세키의 약력을 읽는다. 역시 순탄하지 않은 일생을 보냈다.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태어나자 마자 수양아들로 보내졌고, 그의 친어머니는 후처였다. 불우한 유소년기를 보냈고 이 시기는 이후 그의 소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열네살에 친어머니가 사망, 23세때 동경대에 들어가지만 이때 벌써 염세주의에 빠진다. 27세에 폐결핵 진단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신경 쇠약, 히스테리 증세, 위염, 위궤양 등, 50세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하기까지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싸워야 했다. 유명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그가 38세때인 1905년에 발표한 작품이고, 이 소설 <산시로>는 그 후 41세때 아사히 신문에 연재한 작품이다.

시골에 살다가 동경의 대학에 입학한 남학생 산시로가 새로운 학문, 문명의 세계, 그리고 연애 감정에 눈을 뜨는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선배 물리학자 노노미야를 통해서 새로운 과학의 세계를, 괴짜 히로타 선생을 통해서 철학의 세계, 동료 요지로와 미네코를 통해서는 음악, 미술, 연극의 세계와 만나게 된다. 연애 과정의 필수, 삼각 관계의 형성, 주인공 산시로는 때묻지 않는 순수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는 것, 어느모로 보나 자기보다 성숙해보이는 여자에 대한 관심, 이 여자는 산시로와 다르게 신비주의적인 언행으로 산시로의 관심을 더욱더 끌게 되는 것등, 100년 전에 쓰여졌으나 지금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책 소개글과 달리 구태의연하게만 느껴졌다. 나스메 소세키의 다음 작품들이 아니어도 이 소설이 이렇게 호평을 받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요즘 발표된다면 이런 작품은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도 궁금했다. 흐름이 자연스럽기보다는 설정처럼 느껴졌다.

산시로의 고뇌가 과연 그렇게 절절하게 드러났는가? 방황과 좌절, 열정과 번뇌라는 책 표지 문구는 나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일본의 대문호, 대표적 국민작가라는 나스메 소세키와의 첫만남에 적잖이 실망. 과연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음으로써 이 첫인상이 반전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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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2-2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ㅎ 제목 한 줄이 나인님의 마음을 그대로 느끼게해주네요..~~~80 세보단 20 대에 염세주의에 빠지기가 쉬운것 같아요..~~^^

hnine 2014-02-20 12:55   좋아요 0 | URL
기대 잔뜩 하고 소개팅 나갔다가 실망해서 돌아오는 느낌이랄까...ㅋㅋ
80세보다는 차라리 20세에 염세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은 다행인지도 모르겠어요. 80세에는 정말 평온하고 긍정적이어도 무너지기 쉬운 나이니까요.

nama 2014-02-2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논문을 쓸 때나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게해요.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구요. 저만 그런 건 아닐 듯 싶어요.

hnine 2014-02-20 12:57   좋아요 0 | URL
저만 그런게 아니라는 것에 저도 일단 안심입니다.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다는 말씀에 공감이어요. 어딘가 어설프고, 뭔가 되다 만 스토리 같고요.

파란놀 2014-02-2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문학이라면 모르겠지만,
외국문학은 아무래도 번역을 헤아릴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번역 하나 때문에
문장과 이야기가 크게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일본사람은 '제 나라 말로 누리는 문학'이지만,
우리는 여러 번역가가 저마다 '번역가 삶과 마음과 말에 맞추어' 옮긴 문학이니,
한국에서 이녁 문학을 받아들이는 일은
만만하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hnine 2014-02-21 05:10   좋아요 0 | URL
번역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내용 자체가 좀 실망스러웠답니다.

2014-02-21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1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02-22 07:41   좋아요 0 | URL
말해준 영화,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봤어요.
좋은 영화 소개해주어 고마와요.

페크pek0501 2014-02-2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라면 저는 <도련님>이란 소설이 좋았어요. 재밌게 읽었죠.
의미도 있고 유머도 있어요. ^^

hnine 2014-02-24 14:12   좋아요 0 | URL
<도련님>,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이지요. 의미도 있고 유머도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네요. 이 책에서 느낀 실망이 좀 옅어지길 기다렸다가 읽어봐야겠어요.

다크아이즈 2014-02-23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도련님, 풀베개 다 좋았는데 이건 별로군요.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 나인님처럼 많이 읽는 분들의 페이퍼가 도움이 되니 고마울 따름이지요.^^*

hnine 2014-02-24 14:15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물론 이 작가의 작품을 읽으셨겠지요. 풀베개는 처음 들어봐요. 전 일본 소설을 최근에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읽은게 별로 없답니다. 제가 이렇게 다른 분들 의견과 도움을 받고 있는걸요. <도련님>에도 작가 자신의 경험이 많이 녹아있지 않을까 또 추측해보면서, 기억해놓겠습니다.
 
톰 소여의 모험 펭귄클래식 35
마크 트웨인 지음, 존 실라이 작품 해설, 이화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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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입학하여 내가 호기심을 보인 것은 엉뚱한데 있었던 것 같다. 그때 학생들은 대개 두툼한 학과 교재 한두권쯤은 손에 들거나 품에 안고 다니곤 했기 때문에 지나가는 다른 학생들이 들고있는 책을 보고 무슨 과일지 짐작해보는 일. 그게 내 혼자 즐기는 취미가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영문학과 학생들이 톰소여의 모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물섬, 걸리버 여행기 등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으로 알고 있는 책들을 가지고 공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의아했었다. 그 책들은 아마도 영문학사에 있어서 어린이책 이상의 의미가 있나보다 짐작할 뿐이었다.

 

여기 저기 출판사에서 전집류 출판이 이어지고 있다. 각 출판사별 특징을 정리해놓은 기사를 본적도 있는데 펭귄 클래식 시리즈 중에선 아마 안톤 체홉 단편집 <사랑에 관하여>를 읽은 후 이 책이 두번째가 아닌가 싶다. 로버트 슐츠가 그린 표지 그림도 맘에 들었고 몇장 들춰보니 트루 윌리엄스가 그렸다는 1876년 미국 초판본에 실렸던 삽화가 그대로 들어있는 것도 맘에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많이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것을, 첫눈에 들었다는 이유로 서점에서 제 값 다 주고 바로 구입해버린 것이다.

톰소여의 모험. 아마 어릴 때 책으로도 읽었고 TV에서 만화로도 여러 번 봐서 내용은 거의 다 알고 있음에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 건 단지 책의 표지와 그림이 맘에 들어서는 아니다. 어려서 읽을때는 이 엉뚱하고 막 돼먹은 것 같은 아이, 그리고 이 아이가 벌이는 일들이 재미있기만 했다. 그 재미때문에, 읽을 당시의 나이때문에 혹시 이 작품에서 놓치고 지나간게 혹시 없을까, 지금 읽으면 어떤 달라진 눈으로 읽게 될까, 그 동안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나는 얼마나 변해있을까. 그런게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 결국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내가" 궁금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선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다고 하기에 이 책은 거의 400쪽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이다. 제목은 '모험'이라고 되어 있지만 지금처럼 SF나 환타지 소설도 아니면서, 아무리 작가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긴 분량을 머리속으로 지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읽으면서 전혀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게 말이다. 일단 작가의 능력을 인정하고.

분량도 분량이지만 이 소설은 과연 어린이만을 염두에 두고 썼을까 싶은 부분도 있다. 톰소여가 친구들과 어울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것이 그 예이다. 담배와 술은 미국에서 지금까지도 나이 제한에 무척 엄격한 대표적인 품목인데 1870년대의 이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는 대목이 꽤 여러번 나오고 있다.

인종차별과 관련하여 문제가 될만한 대목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건 검둥이들한테나 어울린다느니, 검둥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느니, 시대적 배경이 그렇다 할지라도 작가가 서슴치 않게 쓸 수 있는 대사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다음의 구절은 분명 톰소여가 아닌 작가의 목소리로서, 어른 독자들에게 펴는 주장에 가깝게 읽혔다.

이들 작문에는 공통적으로 우울증을 미화하고 지나치게 떠받드는 경향이 있었다. 또 '미사여구'를 무분별하게 남발하고 특별히 아끼는 단어나 어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했다. 글을 망치는 요소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모두가 하나같이 온전하지도 못한 말미에 가서 고질적으로 참기 힘든 교훈을 덧붙인다는 사실이었다. 주제가 무엇이든 관계없이 머리를 쥐어짜고 글을 비틀어서라도 어떻게든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심성으로 교화를 되새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교훈이 제 아무리 위선적이고 속이 들여다보인다 할지라도 학교에서 이 유행을 내쫓기에는 불충분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고 세계가 존속하는 한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32쪽)

톰소여 학교 학예회 행사로서 사랑받는 연설문 암송, 작문 발표 등이 있었는데 톰소여는 여기서 연설문 <나에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를 암송하게 되어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외우다가 중간에 딱 막혀버리고 만다. 학예회장은 순간 공포스런 침묵에 빠지게 되고 결국 톰소여는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풀이 죽어 무대에서 내려오는 대목이다. 이런데서 발표한답시고 읽혀지고 쓰여지는 글들이 다 저 모양이라는 작가의 개탄인 셈이다.

 

작가 자신이 학교 교육을 정식으로 받아보지 못했고, 어릴 때부터 생계를 위한 돈벌이를 위해 사회에 뛰어들어야 했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계기도 광산에 투자했다가 실패하고나서였다는데, 비평적인 눈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머넘치고 모험적인 내용의 작품을 발표했던 마크 트웨인. 본명이 아닌 이 이름은 뱃사람의 용어로 '깊이가 얕아 가까스로 항해할 수 있는 강'을 뜻한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 무슨 심오한 깊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엄연히 지금까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읽혀지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구태의연한 교훈을 담아서 쓰지 않았다는 것, 그 당시 사회상이 잘 드러나고 있다는 것, 독특한 인물이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다.

내 경우 한번 읽은 작품을 다시 읽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다. 예전에, 그것도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는 감회란 그 작품을 다시 보는 재미에, 그 동안 지나쳐온 시간과 달라진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는 것이 더해져 괜찮은 책읽기 방법인 것 같다.

 

톰소여는 과연 커서 무엇이 되었을까.

이건 지금 내가 자식을 키우는 부모이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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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2-1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 아이는 커서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요.
<초원의 집>은 아이들이 커서 어떤 어른이 되었는가를 알 수 있는데,
이 작품을 쓰신 분 뒷이야기는 잘 모르겠네요.

생각해 보니, 외국문학을 전공하는 대학교에서는
으레 '그 나라 어린이문학'을 먼저 읽어요.
저도 네덜란드 어린이문학으로 말을 배웠는데,
<안네 일기>도 처음 말을 배우는 한국사람한테는 퍽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어린이문학은
그 나라에서 쓰는 가장 쉬우면서 중요한 '생활 낱말과 문장'이 들어간 '기본 용어'로
이루어진 문학이니, 어느 외국말과 외국문학을 배우더라도
그 나라 어린이문학부터 익혀야 하겠구나 싶어요.

그러고 보니까,
한국말 배우는 외국사람은 으레 연속극을 많이 본다는데... -_-;;;
한국 어린이문학을 읽으면서 한국말을 배워야 하겠네요......

hnine 2014-02-17 04:37   좋아요 0 | URL
문과 공부를 해본적이 없어서 저는 우리 문학을 공부하는 과에서도 그러한지 모르겠네요.
한국드라마는 한국말을 배우는데 유용할것 같기는 해요. 지루하지 않게, 요즘 쓰이는 말들을 배울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을 배우는데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초원의 집>은 저도 TV로도 보고, 책으로도 읽은 기억이 나네요.

2014-02-16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02-17 04:41   좋아요 0 | URL
별점 다섯개의 의의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면서 어른들에게도 의미를 주는 책들이 많이 나와있듯이 이 책도 그렇다는 것을 저도 어릴때 읽으면서는 몰랐지요. 아마 어릴때 제가 읽었던 톰소여의 모험은 400쪽에 달하는 저 책이 아니라 요약본이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도 어린이용은 그렇지 않을까 하고요.
허클베리핀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읽어본 사람 말에 의하면 톰소여보다 훨씬 더 '막돼먹은' 인물이라네요 ^^

2014-02-16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7 04: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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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6 23: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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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9 05: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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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2-18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을 연극으로 보았던 기억이 있네요.
연극으론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책으로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겠죠.
어린시절에 놓쳤던 책을 이제 슬슬 찾아 봐야겠단 생각이 불끈, 드네요. ^^

hnine 2014-02-19 05:02   좋아요 0 | URL
유명한 작품,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는 작품들은 과연 어디에 그 이유가 있을까, 가끔 이게 궁금해질때가 있거든요. 저도 이 책을 다시 읽게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불현듯 집어들게 되었어요.
연극으로 보셨군요. 제 아이는 이 책 재미없다고 하더라고요 ^^
 
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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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권 되진 않지만 근래 읽은 일본 작가들의 소설엔 모두 작가들의 삶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어떤 인생 경로를 걸어왔는지.

순탄치 않았던 삶이 소설을 쓰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소설 속에 작가의 삶이 인용 된 것일까. 확실히는 모르겠으나 읽는 사람은 그런 배경을 알고 읽다보면 작품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푹 빠져봐도 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게 사실이다.

엔도 슈사쿠. 이 작가 역시 1923년에 태어나 1996년 세상을 뜨기 까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생을 보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3살때 만주로 떠났다가 7년 후 부모의 이혼으로 일본으로 귀국. 세례를 받고 일본에서 대학을 마친후 프랑스 카톨릭 대학으로 유학. 건강이 좋지 않아 귀국하여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 건강이 계속 안좋아져서 이 책 <깊은 강>을 집필하는 동안에도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하여 결국 마지막 장편 소설이 되었다. 고인의 뜻에 따라 관속에 함께 넣어졌다는 이 책.

이 책은 시작이 인상적이다. 가망없다는 선고를 받고 병실에 누워있는 아내 옆을 지키는 남자의 귀에 병실 창 너머로 들리는 군고구마 장수의 군고구마 사라는 소리로 시작하는데, 웬지 일부러 지어낸 상황같지가 않다. 오래 병실 생활을 했던 작가이니 실제로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동안 들은 적 있던 군고구마 장수의 소리가 인상 속에 남아있다가 이렇게 소설의 첫머리로 등장시키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한 생명이 꺼져가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먹고 살기 위해 땀 흘리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 죽어가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 이 세상은 엄연히, 무심하게, 어쩌면 냉혹하게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군고구마 사라는 외침은 얼마나 간절하고 아쉽게 들릴 것인가.

아내는 눈을 감으며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다시 태어나겠으니 꼭 자기를 찾아달라고.

남자에게 그녀는 무던한 아내였지만 살아있을 당시 한번도 잘 해 준 기억이 없는 아내의 그 말이 남자의 마음에 새겨진다.

이 남자 이소베 외에 이 작품엔 세 명의 다른 주요 인물들이 나온다.

동화작가 누마다는 외로웠던 어린 시절, 유일하게 자기의 말을 들어주고 마음을 통해 준 개와 억지로 이별한 후로 동물들에게 애틋한 정을 가지고 되어 주로 동물들의 이야기를 쓰는 동화작가가 되었다. 그가 큰 병을 얻어 수술을 받는 도중 위기의 순간이 오게 되고, 바로 그 순간에 그가 키우던 새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새의 죽음이 자기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 한사람의 인물, 기구치라는 남자가 있다. 태평양 전쟁 당시 동료와 둘이 살아남게 되었는데 서로 의지하여 버텨나가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라도 먼저 죽어 혼자 남게 되면 남은 사람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에 옆의 동료는 인육까지 먹고 버틴다. 그가 먹은 것이 죽은 다른 동료의 인육이었던 것을 알고 그는 평생을 죄책감으로 시달리다 병을 얻어 죽게 되었다는 것을 기구치는 뒤늦게 알게 된다.

대학 시절, 신부가 되려던 남자를 장난 삼아 유혹하고 다시 버려서 신부의 꿈을 흔들리게 만들었던 일이 있는 여자 미쓰코. 짧은 결혼 생활도 끝장이 난후 예전에 자기가 버렸던 남자가 신부가 되어 머물고 있다는 곳으로 발길을 향한다.

이들 넷이 공통으로 향한 곳은 인도이다. 모두 어느 정도 인생의 깊은 속까지 들어가 본 경험을 한 사람들이 인도의 갠지스 강, 삶과 죽음이 어우러져 있는 그 강을 보며 각자 자기의 생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오랜 투병 생활을 해왔으며, 카톨릭 세례를 받고 신의 존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는 작가의 생각이 네 사람의 행로와 생각으로 분산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여러 각도에서 해석 가능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작품 자체가 '깊은 강'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예술상 수상을 하기도 했다는 이 소설.

작품 속 인물의 경험과 생각이 직접 서사로 드러나기 보다는 상징과 은유로 전달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개인적인 취향때문에 별점 네개에 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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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2-04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엔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읽으셨는데 이번엔 엔도 슈사쿠의 책이네요..
네 사람의 행로 .. 그들의 이야기들은 결국 작가 본인의 분신이겠죠? 나인님.. 그 얼마만큼의 분량은요..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읽고 카페에 나오시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는 말씀을 기억해요.
그글을 보는 순간, 한참.. 저도 그 책을 읽을때마다의 느낌을 회고해 보았었거든요..


"여러 각도에서 해석 가능한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작품 .." 이라 쓰셔서 궁금해지네요... 나인님..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

hnine 2014-02-04 11:56   좋아요 0 | URL
<달에 울다>를 쓴 마루야마 겐지, <고역열차>를 쓴 니시무라 겐타, <인간실격>의 다자이 오사무, 그리고 이 책 <깊은 강>의 엔도 슈사쿠. 일본작가들은 패전의 영향 때문인지 생각보다 패배, 허무, 감성, 미학적인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전에 저는 전혀 짐작도 못하던 것이지요.
읽다보면 개인적인 느낌을 떠나서 어쩐지 이건 상 받을만한 깊이와 스케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 소설이 그랬어요. 너무 명쾌하고 단순하게 메시지가 드러나는 것들보다는 이렇게 다중적이면서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들이 큰 상을 받더라고요. 선무당 헛소리인지 모르겠으나...^^

파란놀 2014-02-0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은 강에서 헤엄을 치듯이
삶을 천천히 두루 돌아보면서
이 작품을 남겼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읽을 사람한테도
저마다 스스로 깊은 강에서 헤엄을 치듯이
이녁 삶을 돌아보도록 이끌어 주겠지요.

hnine 2014-02-04 11:59   좋아요 0 | URL
이 책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떠났지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 썼을지도 모르겠어요.
누구의 삶이든 한 사람의 일생을 잘 들여다보면 깊은 강 같지 않을까요? 오랫동안 멈추지 않고 구불구불 흘러온 강이요.

아무개 2014-02-0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중적이며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들'...
하아....저는 아직 내공이 딸려서 직접적인 묘사와 서사가 줄줄 나와도
당췌 작가의 의도가 뭔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가.. 싶을때가 많아서
점점 더 소설을 읽기가 힘들어요. ㅜ..ㅜ

hnine 2014-02-04 13:35   좋아요 0 | URL
제가 좀 그렇거든요, 숨은그림찾기 좋아하고 틀린그림 찾기 좋아하고, 뭘 캐고 찾아나서는걸 좋아하다보니...^^
절대 내공이랑 상관있지 않아요. 작가의 의도를 파악 못하는게 태반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간혹 작가의 의도를 찾았다고 생각되는 순간, 심장이 한번 펄썩 튀어올랐다가 내려오는 것 처럼 기쁘거든요. 그 맛이지요 ^^

2014-02-04 2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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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2-05 01:15   좋아요 0 | URL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손을 보고 있던 작품이니 마지막 길도 함께 하고 싶었겠지요. <침묵>과 <깊은 강> 두 제목이 웬지 연관된 것 처럼 들리네요.
깊은 강의 한자가 江이 아니라 河라니 또 한번 제목을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깊은 강이라기 보다 깊은 물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어요.
명절은 늘 그렇듯이 분주한듯, 분주하지 않은 듯, 그렇게 보냈습니다. 내일 아이 학교 보내고 나면 한시름 놓을 것 같아요. 늘 제 리뷰 찬찬히 읽어주시고 친절한 설명 붙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된답니다.

순오기 2014-02-07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도 슈사쿠는 <침묵>으로 만난 작가인데, 굉장히 공감한 작품이었어요.
저는 <침묵>을 기독교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하는데, 작가에 대해선 잘 몰랐어요.
명절은 잘 보내셨지요?^^

hnine 2014-02-08 04:43   좋아요 0 | URL
엔도 슈사쿠 자신이 카톨릭 세례를 받은 신자였고 카톨릭 대학에서 공부를 했으니 아마도 종교와 구원, 신에 관해서 누구보다도 고민을 많이 했을거예요. <침묵>이 그런 작품이군요. 전 아직 읽지 못했지만 제목에서 벌써 무겁고 진지한 주제라는 걸 짐작하게 되네요.
순오기님도 명절 잘 보내셨지요? 아이들 이제 모두 물리적으로는 엄마 품을 떠나보내게 되셨네요. 막내도 곧 집을 떠날테니...더 바쁘고 보람차게 보내실걸 알지만요^^
저도 명절 잘 보냈고 가족과 기차타고 1박2일 부산여행도 다녀왔어요. 그날이 특히 그랬는지, 남쪽이라서 그런지, 날씨가 얼마나 따뜻하던지요.
 

 

 

<나뭇잎배>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동요에 <겨울나무>가 있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계절 상관없이 흥얼흥얼 부르길 좋아하면서도 늘 1절만 반복해서 불렀지 2절은 잘 안 불렀는데 오늘 우연히 '새로' 들린다.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따라불러보며 생각한다.

난 언제나 꽃피는 봄 여름으로 살테다!

휘파람만 불고 있는 겨울나무 말고.

 

사실 2절 가사가 귀에 새로이 들려온건 그와 반대 심정 때문이었을텐데.

 

꽃피는 봄 여름으로 살겠다는, 그러고 싶다는 각오일 것이다.

설날 아침에 해보는.

 

 

 

선(禪) 사상은 인생의 의문에 답해주는 것은 인간의 지성이 아니라 일상이라고 가르친다. 요리하고, 살림하고, 명상하고, 만물의 오고감을 바라보는 등 일상적인 일로도 인생을 깨칠 수 있다는 것이다.


- 도미니크 크로 <심플한 정리법> 중 7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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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1-31 0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밝은 마음으로 맞이하는 설날
아름답게 누리셔요~

hnine 2014-01-31 15:19   좋아요 0 | URL
즐겁고 밝은 마음! 예, 그래서 다른 사람까지도 그 기운이 퍼져나가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음성 잘 다녀오셔요.

2014-01-31 1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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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31 18: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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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31 18: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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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31 2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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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2-0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 2절도 더 좋기를 바랍니다^^

hnine 2014-02-01 19:52   좋아요 0 | URL
아, 인생2절...
노래만 2절이 있는게 아니군요.
2절까지 살펴들을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살아야겠지요.

감사합니다. 프레이야님도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