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체로키족의 늙은 전사가 모닥불 옆에 앉아서 생각에 잠긴 채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손자가 다가와 조언을 구했다. 어떤 친구가 자기에게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이다. 늙은 전사는 손자에게 말했다.

"손자야 너에게 이야기를 하나 해주마. 나도 한때는 엄청난 분노와 증오를 느꼈단다. 우리의 땅에서 그처럼 많은 것을 가져가고 우리에게는 조금밖에 돌려주지 않는 자들에 대해서. 하지만 증오는 너를 피곤하게 만들 뿐이야 그건 너의 적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해.

나의 내부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그건 우리 안에 살고 있는 두 마리 늑대의 싸움이야. 한 늑대는 악이야. 이놈은 화를 잘 내고 시샘, 질투, 적개심이 가득하지. 거만하고 탐욕스러운 데다 미워하는 마음이 가득해. 이놈은 누구하고나 싸워. 때로는 아무 이유도 없이 달려들지. 이놈은 합리적인 생각을 못해. 온통 증오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지 다른 늑대는 선이야. 이놈은 즐거움, 평화, 사랑, 희망이 가득하지. 관대한 데다 자비를 잘 베풀고, 남에게 다가갈 때도 그들의 입장에 공감하며 겸손하게 접근하지. 이놈은 주위에 있는 자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아주 필요할 때가 아니면 싸우지를 않아. 손자야, 이 두 마리 늑대의 싸움은 때때로 여러 달 동안 계속된단다."

손자는 아무 말 없이 모닥불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손자는 할아버지가 해준 말을 곰곰 생각하다가 마침내 물었다.

"할아버지, 어떤 늑대가 이겼어요?"

늙은 체로키 전사는 대답했다.

"누구겠니, 손자야? 네가 밥을 많이 준 늑대지."

 

<48쪽, 체로키족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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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31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의 늑대에 삼켜지지 않으며 조금 더 선을 위해 밥을 주는 내가 되길 ..같이 바래봅니다 . ^^
한 해 감사했고 쌓은 우정이 줄곤 내 안의 늑대처럼 함께하기를 ...
오늘의 선한 늑대 hnine 님께 ㅡ 안부와 인사를 !^^
복 많이 북많이~^^♡

hnine 2016-12-31 21:54   좋아요 0 | URL
그장소님, 감사합니다.
복 많이 북 많이, 이건 알라딘 공식 새해 인사로 지정해도 좋겠어요.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건강하시고, 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몬스터 2016-12-31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저는 아직도 갈길이 멀은 듯요. 아직도 주위에 화나는 일 투성이예요. 가끔은 확! 승질내고 싸우기도 하고. 예전에는 (미워하는) 상대와 언쟁을 하고 나면 , 자책하고 후회하고 그랬는데 , 언제부턴가˝나는 내가 보호해야해. 아무도 없잖아˝하는 심정으로 철저하게 내 영역을 보호한답니다. 이방인으로서의 열등감인것 같습니다.

저는 제 마음의 이성적인 녀석에서 ( being fair) 내년에는 더 많은 밥을 주고 싶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님

hnine 2016-12-31 22:01   좋아요 1 | URL
몬스터님, 제가 앞에 몇 문장 생략하기도 했지만 저 인디언 할아버지도 예전엔 싸우는게 직업(!)인 전사였대요. 그런 시간을 다 거치고서, 거쳤으니까 지금의 저런 지혜가 나오는것이겠지요.
나는 내가 보호해야한다는 말씀, 맞아요. 동의합니다.

연말을 어찌 지내시는지. 몬스터님은 부모님 생각이 각별하시던데 이런 땐 더 생각나시겠어요. 전 부모님과 그리 살갑지 않은 편이었는데도 외지에 혼자 있으니 집 생각이 많이 나던데요.
몬스터님 마음 속의 특별한 늑대를 위해, 건배! ^^

마녀고양이 2017-01-0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언니,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되셔요.
저도 목표한 늑대에게 밥 많이 주는 새해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

hnine 2017-01-01 20:56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다시 서재에서 뵙게 되어 반가와요. 서재에 뜸하셔도 열심히 뭔가 하고 계실거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궁금했어요. 아가씨가 되어 있을 코알라 소식도 궁금하고요.
저기 말한 착한 늑대를 내 맘에 자리잡게 하기가 그리 쉽진 않을 것 같아요. 각오하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밥을 주는걸 멈추진 말아야겠다 생각할 뿐이지요.
새해 첫날, 남편 생일이기도 해서 너무 많이 먹고 배 두드리고 있습니다 ^^

2017-01-06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이지 않는 인간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1
랠프 엘리슨 지음, 조영환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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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웰즈의 과학소설 <투명인간>을 떠올린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것과 별개의 작품으로서 1952년 미국 태생 작가 랠프 엘리슨의 소설이다.

랠프 엘리슨이 흑인 작가라는 점, 설명이 필요없을 책 표지의 저 그림, 보이지 않는 인간이라는 책 제목. 이것들로 미루어 벌써 이 책이 대강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간다면 그것이 곧 이 작가가 7년이라는 집필 기간을 거쳐 자기 경험이 녹아들어간 이 작품을 쓴 동기가 될 것이다.

내가 뭘 어쨌다고

이렇게 검고

우울해야 하는가

이 책의 프롤로그에 인용된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일부이다.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런 생각 할때처럼 억울함이 북받혀오를때가 또 있을까.

책속의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그건 그가 흑인 혈통이라는 것을 평범이라는 범주 속에 넣었을 때의 얘기다.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노예였으나 이미 오래전에 자유의 몸이 되어 평생을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 나는 어느 날 할아버지의 임종때 평생 그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을 유언을 듣는다.

"얘야, 내가 죽은 뒤에도 너는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 우리네 삶이란 전쟁이야. 나는 살아 있는 동안 내내 배신자였어. (...) 예, 예 하면서 상대방을 사로잡고, 웃으면서 그놈들의 발밑을 파는 거지. 놈들에게 죽고 파멸당할 때까지도 복종하는 척 하라는 말이야." (29쪽)

여기서 상대방, 그놈들이 가리키는 것은 물론 백인들이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할아버지 옆을 지키고 있던 모든 가족들은 충격을 받는다. 주인공은 부디 이 유언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오히려 어떤 위기 상황에 닥칠때마다 이 유언들 떠올리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식 연설을 잘했다는 포상으로 마을의 유지들 모임에 초대된 주인공. 주인공을 포함하여 거기 모인 흑인 소년들은 백인들의 눈요기와 즐길 거리 제공 목적으로 계획된 배틀에 참여하도록 강요받아 하게 되고 웃음과 조롱을 받는다. 그래도 이 순간을 견디면 인정받을 거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과연 그 희망은 쓸데 없는 것이 아니어서 대학에 진학하는 기회를 하사받는다. 

희망과 기대로 시작한 대학 생활. 흑인인 총장의 추천으로 이 대학의 후원자인 백인 노턴씨의 운전기사로 일을 하게 되는 주인공. 언제나처럼 열심히 자기 본분을 다해 일하지만 우연히 어떤 불행한 상황에 휘말려 학교에서 쫓겨 나게 되고 일거리를 찾아 뉴욕으로 가지만 총장이 써준 추천서가 무색하게 일자리 찾기는 어렵기만 하고, 그나마 어렵게 구한 마지막 일터에서 조차 오래 발붙이지 못한다. 학교에서 쫓아 내면서 총장이 선심 써서 뉴욕으로 일자리를 추천해준 것으로 알고 갔지만 나중에 밝혀지는 추천서 내용은 이 사람을 고용하지 말것이며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 주인공은 점점 자기의 현실을 깨달아가고 할아버지의 유언을 떠올린다.

할렘의 어느 현장에서 우연히 연설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본 동지회라는 단체의 눈에 띄어 여기 일에 가담하게 된다. 동지회란 피부색을 떠나 사회 정의를 실현하자는 단체인데 백인 흑인 따지지 말자는 주의라서 정작 흑인들에게는 배반자로 불리기도 하는 단체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주인공은 그의 가치를 인정받는 대신 단체의 목적에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쫓기고 도망가는 가운데 지하 맨홀 같은데로 떨어진 그는 자기는 지금까지 자기 자신으로서 살았다기 보다 누군가의 꼭둑각시로 살아왔고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보다 상대방에게 인정받기 위한 모습으로 살아왔다는 것, 그것이 더 우선이었음을 깨닫는다.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은 프롤로그 장면가 일치한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갈거라는 독백.

그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내용중에 흑인이 뭔가 윤리적, 도덕적으로 잘못을 저질렀을때 비난받기보다 오히려 백인 사회로부터 동정과 위로를 받는 경우가 나온다. 비난 받고 방해 받는 것은 오히려 잘못을 저질렀을 때가 아니라 흑인이면서 뭔가 제대로 일을 해내었을 때. 이런 사회 시스템에서 흑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주인공의 잘못일까.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도서,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 소설,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이 책에 붙은 저 문구들. 그래 뭐, 읽는 동기야 어쨌든 상관없겠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엔, 굳이 흑인이 아니더라도, 소설의 삶을 실제로 살아왔고 현재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겠다.

 

 

 

* 별 세개인 이유: 글의 주제와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너무나 두드러져 주장과 웅변처럼 읽히는 부분이 꽤 있다. 문학성으로 더 승화되고 스며들게 표현되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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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12-3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연말을 맞아 새해인사 드리러 왔어요.
올해도 좋은 시간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행복 가득한 새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6-12-31 17:32   좋아요 1 | URL
서재를 따뜻하게 해주시는데 서니데이님의 공이 커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더 즐거운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님, 느긋하고 평안한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어제 다림질 하는 동안 TV 를 보았는데 마이웨이 한영애 편을 하고 있었다.

자칭 한영애 팬이지 않는가 내가.

스물 몇살 때는 한영애 콘서트에도 갔었다. 나보다 열살 많으신 직장 선배님을 모시고 갔는데 그당시 스트레스 속에 살던 그 선배님에게 에너지좀 넣어드리려고.

 

어제 TV를 보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아니라 매우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이 또 확인되더라.

 

자, 내가 가지고 있는 한영애 CD, 모두 나와 줄 서렴~

 

 

 

 

 

 

 

 

 

 

 

 

 

 

 

 

 

 

 

 

 

 

 

 

 

 

 

 

 

 

 

 

 

 

 

 

 

 

 

 

 

 

 

 

 

 

 

 

 

 

 

 

 

 

 

 

 

 

 

 

 

 

 

 

 

 

 

 

 

 

 

 

 

나무와 새와 바람과 대화하고 있는 그녀는

그냥

자유였다

아무나 흉내내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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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2-23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생각나네요..여보세요..그기 누구 없소!~

hnine 2016-12-23 21:17   좋아요 1 | URL
유레카님은 그노래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는군요 ^^
어릴땐 뭐 저런 노래가 다 있나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여보세요 하고 누군가를 찾는 심정이 느껴지더라고요. 귀로 듣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듣게 된거지요.

서니데이 2016-12-23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내일은 오늘보다도 날씨가 춥다고 해요.
독감이 유행중이라고 하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금요일 밤 되세요.
그리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hnine 2016-12-24 08:12   좋아요 1 | URL
추위를 잘 안타고 집 밖으로 별로 나가질 않는 저이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지요. 독감 예방 주사도 안맞았거든요.
서니데이님도 따뜻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꿈꾸는섬 2016-12-24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거.. 저도 그런 것 같아요.
나인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hnine 2016-12-24 10:28   좋아요 0 | URL
그래서 그런지 제 남편도 저와 매우 다른 성격이며, 제 아들은 저와 MBTI 유형이 완전 반대라서 놀란 적이 있답니다 ^^
꿈꾸는 섬님, 오늘 내일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stella.K 2016-12-2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영애. 처음 들었을 땐 뭐 이래...?
했다가 점점 빠져들었죠.

이제 올해도 얼마 안 남았네요.
한해 마무리 잘하시고, 희망찬 새해 맞이하시길 빕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서재에서 뵙구요.
즐거운 성탄도 되시구요.^^

hnine 2016-12-24 19:52   좋아요 0 | URL
stella님도 뭐 이래...? 그러셨군요 ㅋㅋ
약간 음산하기도 하고요. 제가 한영애 CD듣고 있을 때 저희 집 강아지는 제 방 앞에서 들어오지 않고 눈치 보고 있을 때도 있어요 ㅋㅋ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은가봐요.
전 뭐 벌여놓은 일이 없으니 특별히 마무리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희망차게 새해 맞을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답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서재에서 보자는 말씀이 오늘 따라 참 따뜻하게 들려요.
꼭 그럽시다 우리!!

김상미 2016-12-24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머 나도 몰랐어.
니말대로 많이 다른 스타일이네.
내 포스팅 네 글에 답 썼는데
나 다음달 휴스턴가
어쩌다보니 외국 생활이 길어졌네.

비로그인 2016-12-2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 노래가 더 정감가고 운치있어 보일때가 있습니다.
시간되면 한영애씨 노래를 모아서 들어봐야겠어요.

hnine 2016-12-28 19:08   좋아요 0 | URL
한영애씨는 분명 오래된 가수인데도 그 노래들이 그리 오래된 노래 같지가 않아요. 오년 전보다, 십년 전보다, 지금 더 울림이 더 크게 퍼져가는 느낌이 들어요.
한번 들어보세요~ ^^
 

 

 

 

 

크리스마스 카드를 대신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을 골라

400자 꽉 채워 사연을 적어

친구에게 보냈다

 

 

 

 

 

 

 

 

 

 

 

 

 

 

 

 

 

 

 

 

 

 

 

 

 

 

 

마음을 나누려면, 사랑을 전하려면,

내 입장보다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방법을 바꿀 줄 알아야한다.

 

라는 메시지를 난 이 그림책에서 받았는데,

내 친구들은 어떤 메시지를 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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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2-23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방법 한 번 써보고싶어져요. :)

hnine 2016-12-23 08:23   좋아요 1 | URL
내가 전하고 싶은 말, 마음을 잘 담고 있는 그림책들이 많더라고요. 평소에 마음에 드는 그림책 보관함에 담아두었다가 꼭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선물하고 싶을 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받는 사람도 부담없이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꿈꾸는섬 2016-12-2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크리스마스 카드가 되겠어요. 이 그림책 받으시는 친구분 좋으시겠어요.

hnine 2016-12-24 10:29   좋아요 1 | URL
요즘은 예전에 비하면 그림책을 많이 못읽어서 고르려니까 힘들더라고요.
그림책이 얼마나 좋은 치유 수단인지, 잠시 잊고 살았어요.
 
주홍 글자 펭귄클래식 32
너새니얼 호손 지음, 김지원 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무슨 내용인지 대충 알고 있어서, 한번도 제대로 읽은 적 없으면서 마치 읽은 것 처럼 착각하고 있는 책들이 더러 있다. 이 책도 나에게는 그런 책 중 한권이었다. 집에 민음사것과 펭귄클래식것, 두권이나 가지고 있었는데 여태 읽지도 않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해설이나 부록 같은 자료가 좀더 풍부한 경향이 있는 펭귄클래식으로 읽기로 했다.

재미있는 것은 출판사는 달라도 표지 그림은 똑같더라는 것. Hugeus Merle의 <주홍글자>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작품이 쓰여진 때는 1850년이지만 작품 속 시대배경은 그보다 200여년 전인1640년에서 1650년 사이이다. 공간적 배경은 영국에서 청교도가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해온 뉴잉글랜드 지역 (영국의 입장에서 뉴잉글랜드'식민지'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는)의 어느 마을. 너새니얼 호손 자신이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이라는 곳, 유서 깊은 청교도 집안에서 태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소설의 첫페이지는 감옥과 주변 묘사로 시작된다. 감옥 앞에는 곧 있을 구경거리때문인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거리며 떠들고 있다. 곧 감옥 문이 활짝 열리며 형리 손에 이끌려 젊은 여인이 나온다. 여인은 생후 3개월 쯤 되는 갓난 아기를 안고 있다.

여인의 외모는 어떠했을까? 키가 크고 완벽할 정도로 아름다웠다는 그녀의 모습이 거의 한 페이지에 걸쳐 설명되어 있다. 감옥에서 나오고 있는데도 어떤 후광이 비칠 정도의 아름다움이었고 귀부인다워 보이기까지 했다고. 그녀의 어디에도 불행의 먹구름이나 의기소침, 침울함의 흔적은 없었다. 이것이 작가가 만들어낸 헤스터 프린의 인상이다. 그리고 곧 그녀 가슴에 수놓아져 있는 글자 얘기가 나온다. 그녀의 우아하고 귀티나는 모습에서 결국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그녀의 가슴 위에서 빛나던 주홍글자였다. "A" (for adultery).

처음에 묘사된 헤스터의 이 모습은 이후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그녀의 성격과 어긋나지 않는다. 아기를 혼자 힘으로 키워야 하는 책임감이 그녀를 당당하게 했을까. 비록 그녀의 마음은 고통 받고 있었을지라도 그녀는 자기 앞에 닥친 벌을 피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초라한 오두막집에 딸과 함께 살며 오랜 시간을 꿋꿋하게 견뎌낸다.

누가 봐도 그녀가 죄인임을 알수 있는 주홍글자를 가슴에 달고 사는 헤스터와 대조적인 인물이 있다. 딤즈데일 목사, 그리고점차 쇠락해져가는 딤즈데일을 옆에서 보살펴준다는 명분으로 그의 주위를 맴도는 의문의 의사 로저 칠링워스이다. 로저 칠링워스가 돌봐준다고는 하지만 나아지는 기색은 없이 딤즈데일 목사는 갈수록 더욱 약해져가고 누구에게도 말못하는 괴로움과 고통, 강박에 시달리는 듯 하다. 의사의 돌봄 마저 마다하는 그의 고통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의사라고 하는 로저 칠링워스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슴에 주홍글자를 달고 있는 헤스터에 대해 알고 싶은 것보다 독자는 어느 새 딤즈데일 목사에 대한 궁금증을 더해간다. 헤스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것이 잘못이 맞다면), 그래서 결과가 어떤지에 대해선 그녀가 달고 있는 주홍글자로 만천하에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홍글자를 달고 사는 사람의  치욕보다 더 버티기 힘들게 하고 더 괴롭게 하여 결국 인생을 마감하게 하는 것, 즉 보이지 않는 주홍글자를 달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눈에 모이는 주홍글자보다 더 치명적인 그것을 딱히 무어라고 이름붙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는 말중 <양심>이 그것 아닐까? 이 세상 어느 법보다 무섭고 가장 나중까지 효력을 발생한다는 양심. 자신만이 아는, 자신에게 향하는 잣대. 남이 억지로 가슴에 붙여놓은 주홍글자보다 더 무서운 그것은 남으로부터 선고 받는 것이 아니고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를 마지막 순간까지 괴롭히는 것이다.

나는 헤스터의 초라하고 고독한 삶보다, 밖에서 보기엔 사람들의 존경받는 삶을 살았던 목사 딤즈데일의 삶에서 오히려 더 인간의 나약함과 비애를 느낀다. 사실 목사를 괴롭혔던 것 중의 하나가 그것이었다. 자기가  알고보면 어떤 사람인지 마을 사람들은 결코 모른다는 것, 자기가 나는 이런 사람이오 라고 설사 폭로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을 거라는 것. 그것이 목사를 안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게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볼때 죄에 대한 댓가를 치르며 살아가는 헤스터를 구원해주어야 하는 역할을 했어야 목사를 오히려 헤스터가 그를 불쌍히 여겨 도와주려 하지만 작품속의 또 한사람, 바로 로저 칠링워스의 미움과 복수심으로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헤스터가 죄인이라는 표시로 가슴에 달고 있던 주홍글자만큼, 아니 그보다 더 무겁게 짓누르며 어떤 사람의 인생을 의도와 다르게 몰고 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딤즈데일에게는 양심이었고 로저 칠링워스에겐 미움과 복수심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대로의 생각일지 모르겠고 그것이 작가의 의도와 빗나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만의 해석이어서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있다.

 

민음사판에는 없고 펭귄클래식판에는 있는 것이 책 앞의 <세관>이라는 제목의 짧은 에세이이다. 너새니얼 호손이 <주홍글자>를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에세이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200여년 전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마녀사냥이 있었고 작가의 조상이 그 마녀사냥에 참여했었다는 기록을 우연히 발견하고서 작품 <주홍글자>를 쓰게 되었단다. <세관>은 주홍글자 본문과 달리 짧기는 해도 과연 에세이인 것이, 이 작가의 성격이 이 문장 저 문장에서 거침없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사물과 사건을 보는 관점, 그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사람들과 친했으며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는지, 어떤 생을 살아왔는지, 비록 우리말로 번역된 가운데서도 단순하지 않으며 통찰력있는 문장 표현들을 발견할 때마다 몇번 반복하여 읽고 싶게 만들었던 재미때문에, 본문 주홍글자만 읽지 말고 <세관>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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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12-08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착각이 아니길 바라게 되네요. 저는 세로 줄로 된 전집으로 읽었던 것 같아요. 오래전에요.

영화로도 봤던 기억이...

독서 목록은 예전부터 있었고 영화 목록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이건 언제부터인가
중단되었어요. 그래서 내가 본 영화의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앞으론 책이든 영화든 본 것은 무조건 기록하는 걸로... ㅋ

<세관>을 꼭 읽고 싶군요.

hnine 2016-12-08 17:11   좋아요 0 | URL
저도 착각하는 책들이 많고 이 책처럼 확실히 안읽었으면서도 줄거리를 대강 알고 있는 책들은 전혀 모르는 책보다 오히려 더 안읽게 되더군요. 그런데 이제서 접선(!)이 되어서 읽게 되었습니다 ^^ 그런데 제가 막연히 기대하던 것보다 훨씬 깊은 뜻이 있어서 저에게는 분명히 소득이 되었답니다.
민음사에서 나온 책으로 작가의 단편선이 집에 한권 더 있는데 그것도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