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인간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1
랠프 엘리슨 지음, 조영환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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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웰즈의 과학소설 <투명인간>을 떠올린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것과 별개의 작품으로서 1952년 미국 태생 작가 랠프 엘리슨의 소설이다.

랠프 엘리슨이 흑인 작가라는 점, 설명이 필요없을 책 표지의 저 그림, 보이지 않는 인간이라는 책 제목. 이것들로 미루어 벌써 이 책이 대강 무슨 내용일지 짐작이 간다면 그것이 곧 이 작가가 7년이라는 집필 기간을 거쳐 자기 경험이 녹아들어간 이 작품을 쓴 동기가 될 것이다.

내가 뭘 어쨌다고

이렇게 검고

우울해야 하는가

이 책의 프롤로그에 인용된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일부이다.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런 생각 할때처럼 억울함이 북받혀오를때가 또 있을까.

책속의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그건 그가 흑인 혈통이라는 것을 평범이라는 범주 속에 넣었을 때의 얘기다.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노예였으나 이미 오래전에 자유의 몸이 되어 평생을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란 나는 어느 날 할아버지의 임종때 평생 그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을 유언을 듣는다.

"얘야, 내가 죽은 뒤에도 너는 계속해서 싸워야 한다. 우리네 삶이란 전쟁이야. 나는 살아 있는 동안 내내 배신자였어. (...) 예, 예 하면서 상대방을 사로잡고, 웃으면서 그놈들의 발밑을 파는 거지. 놈들에게 죽고 파멸당할 때까지도 복종하는 척 하라는 말이야." (29쪽)

여기서 상대방, 그놈들이 가리키는 것은 물론 백인들이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할아버지 옆을 지키고 있던 모든 가족들은 충격을 받는다. 주인공은 부디 이 유언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오히려 어떤 위기 상황에 닥칠때마다 이 유언들 떠올리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식 연설을 잘했다는 포상으로 마을의 유지들 모임에 초대된 주인공. 주인공을 포함하여 거기 모인 흑인 소년들은 백인들의 눈요기와 즐길 거리 제공 목적으로 계획된 배틀에 참여하도록 강요받아 하게 되고 웃음과 조롱을 받는다. 그래도 이 순간을 견디면 인정받을 거라는 희망으로 버티고, 과연 그 희망은 쓸데 없는 것이 아니어서 대학에 진학하는 기회를 하사받는다. 

희망과 기대로 시작한 대학 생활. 흑인인 총장의 추천으로 이 대학의 후원자인 백인 노턴씨의 운전기사로 일을 하게 되는 주인공. 언제나처럼 열심히 자기 본분을 다해 일하지만 우연히 어떤 불행한 상황에 휘말려 학교에서 쫓겨 나게 되고 일거리를 찾아 뉴욕으로 가지만 총장이 써준 추천서가 무색하게 일자리 찾기는 어렵기만 하고, 그나마 어렵게 구한 마지막 일터에서 조차 오래 발붙이지 못한다. 학교에서 쫓아 내면서 총장이 선심 써서 뉴욕으로 일자리를 추천해준 것으로 알고 갔지만 나중에 밝혀지는 추천서 내용은 이 사람을 고용하지 말것이며 다시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 주인공은 점점 자기의 현실을 깨달아가고 할아버지의 유언을 떠올린다.

할렘의 어느 현장에서 우연히 연설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본 동지회라는 단체의 눈에 띄어 여기 일에 가담하게 된다. 동지회란 피부색을 떠나 사회 정의를 실현하자는 단체인데 백인 흑인 따지지 말자는 주의라서 정작 흑인들에게는 배반자로 불리기도 하는 단체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주인공은 그의 가치를 인정받는 대신 단체의 목적에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쫓기고 도망가는 가운데 지하 맨홀 같은데로 떨어진 그는 자기는 지금까지 자기 자신으로서 살았다기 보다 누군가의 꼭둑각시로 살아왔고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보다 상대방에게 인정받기 위한 모습으로 살아왔다는 것, 그것이 더 우선이었음을 깨닫는다. 마지막 에필로그 장면은 프롤로그 장면가 일치한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아갈거라는 독백.

그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내용중에 흑인이 뭔가 윤리적, 도덕적으로 잘못을 저질렀을때 비난받기보다 오히려 백인 사회로부터 동정과 위로를 받는 경우가 나온다. 비난 받고 방해 받는 것은 오히려 잘못을 저질렀을 때가 아니라 흑인이면서 뭔가 제대로 일을 해내었을 때. 이런 사회 시스템에서 흑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주인공의 잘못일까.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SAT 추천도서, <타임> 선정 현대 100대 영문 소설,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이 책에 붙은 저 문구들. 그래 뭐, 읽는 동기야 어쨌든 상관없겠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딘가엔, 굳이 흑인이 아니더라도, 소설의 삶을 실제로 살아왔고 현재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겠다.

 

 

 

* 별 세개인 이유: 글의 주제와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너무나 두드러져 주장과 웅변처럼 읽히는 부분이 꽤 있다. 문학성으로 더 승화되고 스며들게 표현되었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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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12-3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연말을 맞아 새해인사 드리러 왔어요.
올해도 좋은 시간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행복 가득한 새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6-12-31 17:32   좋아요 1 | URL
서재를 따뜻하게 해주시는데 서니데이님의 공이 커요.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더 즐거운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님, 느긋하고 평안한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