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오기 전에 가족끼리 짧은 여행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처음에 생각한 곳이 제주도. 그런데 여차 저차한 사정때문에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규모를 좀 줄여 생각한 곳이 안동 하회 마을. 그런데 당일 일정밖에 안된다는 조건이 붙자 그것도 무리였다. 결국 오늘 다녀 온 곳은 제주도도 아니고, 안동도 아니고, 집에서 두시간 좀 넘게 걸리는 부안 내소사였다.
나에게 내소사는 이번이 세번 째 걸음이다.
집에 가지고 있는 '명찰'이라는 제목의 책을 들춰 '내소사'에 대한 부분을 다시 읽어 보았다. 책 표지 안 쪽에 내가 이 책을 구입한 연도가 1996년이라고 쓰여져 있으니 10년도 훨씬 더 전의 일이다.
가면서 아이에게 내소사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해주고, 가면 보물이 몇가지 있으니 맞춰 보라고 했다. 나야 그냥 슬슬 걸어다녀도 그것으로 좋지만 아이는 혹시나 지루할지도 몰라서.


이 일주문을 들어서서 천왕문에 이르기 까지 걷는 길은,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길로 지정된 전나무 길.



대웅보전 들어서기 전 2층 누각인 봉래루 아래에 사람들이 기원을 적어서 매단 색색깔의 쪽지.
사람들마다 바라는 것들이 저리도 많구나. 나는 딱히 떠오르는 소망이 없어서 구경만 하고 통과했다.

아, 소박해라. 삼층 석탑.

내소사는 그리 규모가 큰 절이 아니다. 단청이 다 벗겨진 대웅보전, 그리고 역시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보이는, 빛 바랜 꽃문양의 문짝.
정면 세칸, 측면 세칸의 팔짝 지붕. 이런 것은 책에서 읽은 것이고.



언제부터인지 이 사진이 그렇게 찍어보고 싶었었는데 오늘 원 풀었다.

날씨가 좋아 우리처럼 구경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사진 중 대웅보전과 고려동종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것들이고, 삼층 석탑은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데 함께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설선당과 요사는 수리 중이라 가려 놓아서 건물의 윗부분만 겨우 살짝 볼 수 있었다. 스님들께서 공부하시고 거처하시는 방이라고만 아이에게 설명해주었다.
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국수를 먹고 가겠다는 것을 집에 가서 엄마가 더 맛있게 만들어주겠다고 달래서 집에까지 왔다.
이 무수리 근성은 참 못말리겠다 싶으면서도 맛있게 한 대접 다 먹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
제주도와 안동은 또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
오늘의 일기 끄-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