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같았던 어제,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아 하루 종일 부시시한 차림으로 집안에만 박혀있었다.
내 모습을 나 스스로도 보고 싶지 않은 그런 날, 어제가 그런 날이었는데, 달랑 콩나물 비빔밥과 된장국만으로 차려준 저녁을 맛있게 먹으면서 아이가 느닷없이하는 말, 우리 엄마는 참 귀엽게 생겼단다. 그러면서 웃는다. 그 시간까지 세수만 간신히 하고 머리도 빗는둥 마는둥 하고 앉아 있는 나를 보고서 귀엽다니.
엄마가 원래 귀엽잖아 라고 한술 더떠 너스레를 떨었더니 아이가 호기심에 찬 모습으로 아빠가 그래서 엄마랑 결혼했냔다. 글쎄, 아빠가 왜 엄마랑 결혼하기로 했는지는 엄마도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럼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하기로 했냐고 묻는다. 마음이 착하고, 거짓말 안 할 것 같고, 허풍떨지 않아서 좋았고 등등 대답해주었더니 '허풍'이 뭐냐고 묻는다. 자기가 가진 것, 할 수 있는 것 보다 부풀려서 말하며 뽐내는 것을 말한다고 했더니 아이 하는 말, 그건 엄마가 잘 못 알았다고 한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아빠는 요즘도 자기가 옛날에 수퍼맨이었다느니, 힘이 천하장사였다느니 하면서 허풍을 떤다는 것이다.
오늘도 몸이 영 시원찮다. 곧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인데 마냥 퍼져서 누워있고만 싶어지지만 있는 힘을 다 모다 몸을 일으켜 움직이게 하는,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다. 나 혼자 있었더라면 의지력 약한 나는 아마 계속 밤까지 누워만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