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같았던 어제,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아 하루 종일 부시시한 차림으로 집안에만 박혀있었다.
내 모습을 나 스스로도 보고 싶지 않은 그런 날, 어제가 그런 날이었는데, 달랑 콩나물 비빔밥과 된장국만으로 차려준 저녁을 맛있게 먹으면서 아이가 느닷없이하는 말, 우리 엄마는 참 귀엽게 생겼단다. 그러면서 웃는다. 그 시간까지 세수만 간신히 하고 머리도 빗는둥 마는둥 하고 앉아 있는 나를 보고서 귀엽다니.
엄마가 원래 귀엽잖아 라고 한술 더떠 너스레를 떨었더니 아이가 호기심에 찬 모습으로 아빠가 그래서 엄마랑 결혼했냔다. 글쎄, 아빠가 왜 엄마랑 결혼하기로 했는지는 엄마도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그럼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하기로 했냐고 묻는다. 마음이 착하고, 거짓말 안 할 것 같고, 허풍떨지 않아서 좋았고 등등 대답해주었더니 '허풍'이 뭐냐고 묻는다. 자기가 가진 것, 할 수 있는 것 보다 부풀려서 말하며 뽐내는 것을 말한다고 했더니 아이 하는 말, 그건 엄마가 잘 못 알았다고 한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아빠는 요즘도 자기가 옛날에 수퍼맨이었다느니, 힘이 천하장사였다느니 하면서 허풍을 떤다는 것이다.


오늘도 몸이 영 시원찮다. 곧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인데 마냥 퍼져서 누워있고만 싶어지지만 있는 힘을 다 모다 몸을 일으켜 움직이게 하는,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다. 나 혼자 있었더라면 의지력 약한 나는 아마 계속 밤까지 누워만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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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0-02-24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냥 퍼져서 누워 있는 날도 필요하지 않을까? 크게 아프기 전에

hnine 2010-02-24 19:47   좋아요 0 | URL
3월이 며칠 안남았다는 긴장감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을거야. 머리가 지끈지끈, 결국 타이레놀 한알 먹고 다린이는 우동 먹이고. 이번엔 우동 끓이면서 다음엔 혼자 끓여보라고 다린이에게 방법을 전수해주기까지 했네.

꿈꾸는섬 2010-02-2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절기라 그런걸까요? 저도 요새 퍼져서 살아요.^^ 매일 아이들 재우며 저도 같이 잠이 들어요. 왠 잠을 그리 자는지 남편도 좀 걱정하더라구요. 아이들 없었으면 아마 하루종일도 누워있었을 것 같아요.ㅜ.ㅜ

hnine 2010-02-24 19:48   좋아요 0 | URL
저는 잠을 자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누워있네요. 아이 재우면서 잠 든날은 꼭두새벽부터 눈이 떠지고요.
며칠 이러면 또 반짝 일어나겠지, 이렇게 핑계대며 마냥 뒹굴거리고 있습니다 ^^

비로그인 2010-02-24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봄엔 몸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데요. hnine님도 그러신지 궁금하네요. 힘내세욥!! ^^

hnine 2010-02-25 17:47   좋아요 0 | URL
네, 함께 힘 냅시다! ^^

순오기 2010-02-2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엄마가 귀엽게 보인다는 아들, 나중에 엄마 닮은 아가씨 만나서 결혼할지도...
남자들은 본인도 모르게 자기 엄마 스타일을 추구하는 거 같아요.^^
아빠가 아들한테는 허풍을 좀 떠는군요.ㅋㅋ
푹 쉬는 날도 있어야지요. 3월이면 또 힘차게 일하셔야죠?

hnine 2010-02-25 17:48   좋아요 0 | URL
ㅋㅋ 저 닮은 아가씨랑 결혼할지도 모른다고 하면 남편이 뭐라고 할까요.
순오기님 기를 받아 힘이 날겁니다.

2010-02-25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5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6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2-26 14:07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