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이에게 엄마가 너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겠느냐, 어떤 엄마였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구체적인 경우도 제시하면서 (아래의 1번에서 4번까지) 잘 생각해서 한번 적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일기장에 열심히 쓴다.
<엄마가 나한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가>
* 화낼때 소리 안지르기
* 화를 낼때 아주 오랫동안 안 속상하기
* 배가 불러서 잘 못 먹는건데 맛없어서 억지로 먹고 있다고 하지 않기
<이럴 경우에 엄마가 나에게 어떻게 해주는 것을 원하나>
1. 내가 할 일을 안하고 있을 때 : 세번까지 얘기를 해주고 안하면 내버려 두기
2. 내가 음식을 골고루 안 먹을 때 (싫어하는 음식을 안 먹으려고 할 때) : 싫어하는 음식이니 내버려 두거나 안 만들어주기
3. 내가 늦게 자고 싶다고 할 때 : 늦게 자면 OO 못 만난다고 하기 (OO는 아이 학교에 새로 전학 온 아이인데 아침마다 함께 같은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 아이가 요즘 제일 친하고 싶어하는 아이이다.)
4. 내가 아침에 밥을 너무 천천히 먹어서 지각할 것 같을 때 : 밥 빨리 안 먹으면 OO 못 본다고 하거나 밥 치워버리기
다 쓰더니 나에게 읽어봐도 좋다고 한다.
읽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이 마구 나오는 것을 참고 진지하게 말해주었다.
쓴대로 해줄 수 있는데 단,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다린이 네가 져야 한다고.
예를 들면 싫어하는 음식인데도 먹으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너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텐데, 네가 그것을 계속 안 먹는다면 키가 잘 안 클 것이고, 그래서 나중에 네가 원하는 축구 선수 조건에 자격 미달로 안 될수도 있고 등등. (축구 선수는 요즘 아이의 희망 사항이다.)
그 말에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그래도 좋다고 한다.
아이와 지내다 보면 하루도 심심할 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