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이에게 엄마가 너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겠느냐, 어떤 엄마였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구체적인 경우도 제시하면서 (아래의 1번에서 4번까지) 잘 생각해서 한번 적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일기장에 열심히 쓴다.

<엄마가 나한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가> 

* 화낼때 소리 안지르기
* 화를 낼때 아주 오랫동안 안 속상하기
* 배가 불러서 잘 못 먹는건데 맛없어서 억지로 먹고 있다고 하지 않기 

<이럴 경우에 엄마가 나에게 어떻게 해주는 것을 원하나> 

1.  내가 할 일을 안하고 있을 때 : 세번까지 얘기를 해주고 안하면 내버려 두기

2.  내가 음식을 골고루 안 먹을 때 (싫어하는 음식을 안 먹으려고 할 때) : 싫어하는 음식이니 내버려 두거나 안 만들어주기

3.  내가 늦게 자고 싶다고 할 때 : 늦게 자면 OO 못 만난다고 하기 (OO는 아이 학교에 새로 전학 온 아이인데 아침마다 함께 같은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 아이가 요즘 제일 친하고 싶어하는 아이이다.)

4.  내가 아침에 밥을 너무 천천히 먹어서 지각할 것 같을 때 : 밥 빨리 안 먹으면 OO 못 본다고 하거나 밥 치워버리기 

다 쓰더니 나에게 읽어봐도 좋다고 한다.
읽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이 마구 나오는 것을 참고 진지하게 말해주었다.
쓴대로 해줄 수 있는데 단,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다린이 네가 져야 한다고.
예를 들면 싫어하는 음식인데도 먹으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너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텐데,  네가 그것을 계속 안 먹는다면 키가 잘 안 클 것이고, 그래서 나중에 네가 원하는 축구 선수 조건에 자격 미달로 안 될수도 있고 등등. (축구 선수는 요즘 아이의 희망 사항이다.)

그 말에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그래도 좋다고 한다.

 

아이와 지내다 보면 하루도 심심할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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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2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참..재밌어요 ^^)

hnine 2010-02-23 16:17   좋아요 0 | URL
저기 OO라는 아이를 요즘 제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남편이랑 저는 아마도 다린이가 사랑에 빠졌나보다고 장난처럼 얘기한답니다.
아이때문에 울고 웃어요.

하늘바람 2010-02-2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다린. 참
다린이는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원하는 것도 얻어내고^^.
혹시 친하고 싶어하는 친구는 여자친구?
그 나이에는 부모보다 친구가 더 좋을 수 있을 거 같아요

hnine 2010-02-23 16:18   좋아요 0 | URL
아직 여자친구 남자친구 개념이 없나봐요. 위의 아이는 남자 아이이고 학년도 두 학년이나 위라고 하더군요. 어릴 때부터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좀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난티나무 2010-02-23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치나인님~ 안녕하세요? 넘 오랫만...ㅠㅠ
어젯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다른 거 다 말고 아이들에게 늘 웃는 얼굴의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화낼때 소리" 엄청 지르고
"화를 낼 때 아주 오랫동안" 속상해하는
못난 엄마의 바람이지요...ㅠㅠ

다린'씨' 대답을 보니 착한 것 같아요.ㅎㅎ

hnine 2010-02-24 02:30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 정말 반가와요. 잘 지내셨지요?
사진 속의 귀염둥이들이 저를 향해 메롱~하는 것 같아 달려들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충동이 생기네요.
나중에 아이가 엄마를 떠올릴때 화내는 모습부터 떠오르면 어떻하나, 저는 그 생각하면 제일 겁나더라고요. 늘 웃는 얼굴의 엄마는 책이나 영화속에서만 가능한 것인지, 저도 늘 반성하며 삽니다.

순오기 2010-02-24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이런 쪽지를 쓰고 대화하는 엄마는 분명 좋은 엄마예요.
다린군, 키가 안커도 결과를 책임진다고요~ 엄마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는데요.ㅋㅋ

hnine 2010-02-24 02:33   좋아요 0 | URL
저는 솔직히 키에 별로 신경 안쓰거든요.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는건데 요즘은 왜 들 그렇게 키에 연연하나 생각하는 사람인데 아마도 다린이 본인은 엄마와 생각이 다를텐데 결과에 책임진다니, ㅋㅋ...
이렇게 글로 쓰기를 하면 기록으로 남아서 좋더라고요. 대부분 야단친 후의 마무리로 할 때가 많아서 좀 유감이지만요 ^^

꿈꾸는섬 2010-02-24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소통하는 법을 매일 배워가고 있어요.^^ 고마워요.^^

hnine 2010-02-24 19:43   좋아요 0 | URL
제게 무슨 배울 게 있다고 그리 말씀하십니까. 화쟁이 엄마인걸요. 저 스스로도 한심한 생각이 들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답니다.

같은하늘 2010-02-25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지난 저녁에도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화내면서 속상해했어요.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ㅜㅜ

hnine 2010-02-25 17:56   좋아요 0 | URL
저도 점점 다정한 엄마보다는 엄격한 엄마의 모습으로 굳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엄마의 기질과도 상관있지만, 아이의 기질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