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이의 남다른 여행> 최 유성 장편 동화
어린이를 위한 미래 소설 이야기를 하던 중 어느 분이 이 책을 참고하라고 알려주셔서 읽어보게 되었다.
만약 사람들에게 미래 세계를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어보라고 하면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어떤 쪽이 더 많을까? 긍정적인 쪽에 대해 주로 말하는 것은 과학이고, 그 폐해를 지적하는 쪽은 주로 문학이나 인문 사회 분야가 총대를 메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희망적인 쪽을 보고 일을 해야하는 사람들로서 과학자가 긍정적인 쪽을 얘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지만, 양쪽을 다 어우를 수 있음에 미치지는 못한다.
표지의 소개글 '생각을 통제받는 미래 사회에서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 역시 기계 문명의 편리함을 댓가로 치뤄야 하는 인성 경시 풍조, 효율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오히려 잃어버리는 것들, 즉 미래 세계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남 다름. 이 책의 주인공 여자 아이 이름이다. 교육 특별 지구인 아사달 지구에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와 생각이 맞지 않는 아빠는 어느 날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고 있고, 엄마의 꿈은 아사달 지구의 스타 선생님이 되는 것. 여기서 스타 선생님이란 인기가 좋은 선생님이란 뜻이 아니라, 미래 세계에서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대부분의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러 명의 선생님이 굳이 필요하지 않게 되고 능력이 뛰어난 몇 선생님들에 의해 화상 교육이 이루어지면 모든 아이들이 그 선생님의 수업을 컴퓨터로 동시에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선생님을 말하는 지칭이 스타 선생님이다. 책 표지에 아이가 목에 걸고 있는 것은 '모아모아'라는 소통기구인데 현재 우리의 아이폰이 훨씬 업그레이드 된 형태로 상상하며 읽었다. 엄마는 이 모아모아를 통해 딸인 다름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부 감지할 수 있다. 표지 그림에서 아이의 머리 위헤 그려져 있는 작고 하얀 네모는 '이루미'라고 하는 일종의 칩이다. 그림에는 표면에 그려져 있지만 사실은 뇌 속에 삽입되어 있는 작은 기구인데 '생각을 읽는 기계'가 개발된 이후 그것을 응용한 기구로서 어릴 때 머리 속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으면 집중력이나 기억력을 높인다는 애초의 취지도 있지만 자기의 꿈을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효과도 부여한다. 다름이를 실수 없이 성공적으로 잘 키워내고 싶은 마음에 다름이 역시 어릴 때 이루미라는 장치를 머리 속에 삽입하는 수술을 받은 것이다. 내 꿈이 내 꿈이 아니라 엄마의 꿈이라는 것, 내가 되고 싶은 것은 내 마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엄마의 꿈에 따라 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된 다름이는 이 기계를 발명한 사람을 찾아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미래 세계이면서 현재 우리 사회와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구성이 나름대로 좋은 작품이긴 한데, 결말이 너무 극적이라는 것, 내용의 흐름이 스토리 위주로 가기보다는 작가의 의견과 의도가 너무 드러난다는 점, 그래서 책의 반도 읽기 전에 결말이 예측된다는 점 등이 아쉬웠다. 외국에 비해 안그래도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 나라의 미래 소설 분야인데 독자를 사로잡기에는 어딘지 2% 부족한 듯하여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아마도 상상력이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는 계기 제공 정도는 할 수 있으나 그것을 끝까지 스토리로 끌고 나갈 수 있는 정도의 힘은 되지 않는, 우리의 창작의 현실이 아닐까 하는 자기 반성을 남긴다.
<달님도 인터넷해요?> 김 미희 동시집
1971년생, 제주 태생 시인 김 미희는 200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달리기 시합'이라는 시로 등단하였고 현재는 울산의 중학교에서 사서교사로 근무하면서 시를 쓰고 있다.
동시 작가들의 시를 읽어보면 꽃, 나무, 바람, 새 등의 자연을 주로 노래하는 작가도 있는가 하면, 아이들의 생활상을 그리는 작가, 또 아이들만의 심리를 그리는 시를 주로 쓴 시인도 있다. 잘은 몰라도 김미희 시인은 마지막에 속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만의 시각, 아이들만의 순수함, 걱정, 티없음 등을 시 속에 잘 잡아 내었다.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것이 너무나 떨리자 엄마의 조언에 따라 자리에 앉아 있는 반 친구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 친구들 대신 전부 호박이 앉아 있다고 생각하며 긴장을 참고 발표를 하는 아이 이야기,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고 마음을 치료 받는다는 의미로 붙은 제목 '일기 병원'이라는 시도 재미있다. 새벽 거미줄에 걸린 이슬을, 축구 경기 동안 골키퍼가 놓친 투명공이 걸려 있는 것으로 비유한 짧은 시도 좋았다. 다만 요즘 새벽 거미줄에 걸린 이슬을 본 아이가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 뿐. 소들이 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풀을 뜯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풀이 소들을 기다린다는 '풀'이라는 시는 소가 풀이 아닌 공장에서 제조된 사료를 먹고 사는 요즘세태를 그리고 있다. 엄마에게 잘못 쓴 것을 매일 지적받기만 하는 일기 쓰기에 지쳐, 나도 엄마 일기를 한번 보고 싶다는 내용의 시 '엄마 일기도 보여 주실래요?'를 읽으니 집에 있는 나의 예전 일기를 보고 싶어하는 나의 열살 아들 생각이 나서 웃음이 나왔다. 엄마도 이렇게 오랫 동안 일기를 써오고 있다는 증거물로서도 어릴 때 일기는 보존되면 좋을 것 같다. 이 시인을 등단시킨 시 '달리기 시합'도 이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데 학교 끝나고 교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학원차에 올라타는 친구들에 비해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는 다리를 건너고 길가의 꽃 구경하며 돌아오는데 뒤따라 온 한 친구가 어깨를 치며 앞으로 뛰어가자 시합을 하듯이 뜀박질을 하여 그들의 집 천사원까지 간다는, 가슴 찡한 시이다.
책머리, 시인의 머리말을 읽으며,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 동시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기도 했다.
<먼지야, 자니?> 이 상교 동시집
우리 나라 중견 동시 작가의 시 답게 동시의 어떤 표본을 보는 듯한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기발하고 톡톡 튀기 보다는 무난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시들이다. 아마도 확인은 해보지 않았지만 교과서에 실릴기 딱 좋은 시랄까?
더구나 시집 속의 삽화도 시인이 직접 그렸다. 때로 시와 그림이 따로 노는 듯한 경우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이 시집은 시의 내용과 아주 잘 맞는 그림이었다. 꽃, 새, 나무, 비, 고양이, 별 등의 자연을 대상으로 하거나 신발, 시계, 밥숟가락 등 주위의 친숙한 사물들을 대상으로 한 시들이 대부분이었다. 별다는 내용이 없이 평이한 내용 같으면서 다시 읽어보면 짜임새가 딱 떨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모범적인 (?) 시, 본보기로 적당한 시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