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을 키운 수도사 그레고르 멘델' 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생명 복제 시대를 사는 현대에, 그 모든 기술의 초석을 마련한 유전학의 아버지 멘델의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와있는 것이 있길래 주문해서 장장 열흘 넘게 기다린 끝에 받은 책이다.
멘델이 실험 재료로 사용한 완두콩 식물의 그림이 책 표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어디에나 있다.
'멘델은 평생 동안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첫 페이지.
하지만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그는 늘 집안 사정을 걱정해야만 했다. 열두살에 간신히 학비만 받아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입학했고 그나마 열여섯살부터는 자기가 벌어 공부를 해야만 했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상황을 알아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당시 수사가 되면 성직자로서의 임무 외에도 배움의 기회도 제공받는다는 것을 알고 수사가 된 멘델. 그의 재능과 열성을 알아본 주교는 그를 비엔나 대학에서 공부할수 있도록 해준다. 거기서 여러 유명한 교수들로부터 자연과학 전반에 걸친 지식을 갖추고 돌아온 멘델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평소에 궁금해했던 실험을 시작한다. 수도원의 한 귀퉁이 정원에서.
그가 선택한 왼두콩 식물은 행운의 식물. 287번의 가루받이 실험으로 시작하여, 최종적으로 자그마치 28000그루의 완두콩 식물을 키워 결과를 얻었다. 이 책에는 그가 어떤 방법을 이용하여 임의로 식물의 교배를 실행했는지,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그의 실험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빠질 수 없는 식물의 생식 기관 구조. 즉 수술 (stamen)과 암술 (pidstil), 그리고 암술을 따라 내려간 곳에 있는 씨방 속의 egg cell들의 모습이다.
아, 친숙한 이 그림.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볼때는 별 느낌 없이 보던 것이, 멘델의 이야기 속에서 만나니 감동스럽기 까지 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저 단순해보이기만 하는 실험으로 그는 얼마나 대단한 법칙을 알아내었던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궁금해서 시작한 실험, 7년에 걸쳐 혼자 씨를 뿌리고, 관찰하고, 숫자를 기록하고, 그 속에서 법칙을 발견하여 벅찬 마음으로 그 결과를 학회에 가지고 가서 발표하지만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어떤 콩과 식물에 대한 얘기라고 흘려 들은 것이다. 그것이 모든 생물에 적용되는 유전 법칙이라는 것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상태에서 멘델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16년이 지나서야 다른 세명의 과학자들에 의해 그의 실험이 재발견되어 인정을 받는다. 위에서 그가 남긴 말대로 그가 발견한 것은 그가 죽고 난 다음에 오는 사람을 사이에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누구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명예를 위해서도 아니었다. 궁금한 것을 스스로 알아내고 싶은 호기심, 열성, 꾸준함이 그것들을 대신했다. 갈수록 그런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자기 길을 가는 과학자의 모습이 자꾸 사라져 가는 것 같아, 혼자 외로운 길을 걸으며 실험한 결과의 가치를 살아있는 동안 인정 못받고 눈을 감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그에 대한 나의 각별한 관심, 그 이상의 존경심을 숨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