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우생학은 순수성 유지에 집중되었다. 뛰어난 유전학자의 한 사람이었던 루터 버뱅크 (Luther Burbank)는 우생학에 힘쓰던 초기에 유전적 다양성의 가치에 대해 인식하였다. 1906년에 그는 관심이 가는 식물을 선택하고, 선택한 이 식물을 유용한 특성을 가진 식물들과 교배시키는 아이디어를 사람에게 적용시켰다. <사람이라는 식물 길들이기 (The training of the Human Plant)> 라는 책에서 그는 미국으로의 이민을 권장하였는데 그럼으로써 새로 미국인이 된 이주민들이 자손을 퍼뜨림에 따라 유리한 조합의 형질이 나타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버뱅크의 계획은 문제에 부딪혔는데, 선택의 단계에서 오로지 바람직한 형질을 가진 사람만 자식을 낳도록 허락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우생학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전쟁이다. 서로 싸우는 상대편끼리 유전자가 서로 다르기만 하다면 말이다. 역사적으로 볼때 전쟁과 분쟁을 통해 유전자 풀 (gene pool)에 변화가 일어났는데, 때때로 변화의 정도가 매우 큰 경우도 있었다. 강간당하게 되면 그 희생자들의 유전자가 ‘희석’ 된다는 점에 입각하여 그 목적으로 한쪽 편의 남자들에 의한 다른 편 여자들의 강간이라는 형식을 택하게 되면 우생학적 효과는 발생한다. 1994년 르완다 대량 학살이 일어났을 때, 이십 오만 명 되는 투씨 족의 여자들을 강간하라는 것이 후투 족의 정책이었다는 것은 그 한 예라 하겠다. 강간에 의한 민족 근절은 1996년 이후 콩고에서도 계속 진행되어 오고 있다. 2003년부터 아프리카 수단 서부에 있는 다푸르 지방에서는 아랍 군대가 계획적으로 아프리카 흑인들을 공격하여 남자들과 아이들은 살해하고 여자들은 강간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르완다, 콩고, 다푸르에서 정복자들은 패한 자들의 유전적 공여도를 낮추고 자신들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That's eugenics (우생학).

 
   

  

 

-- 유전학 책을 읽다가 옮겨와 보았다. 대충 우리말로 옮겼더니 문장이 어색하지만 다른 책은 몰라도 유전학 책에 실려 있는 것으로는 눈여겨 본 적이 없었기에 남겨두고 싶었다. 
유전학이 이렇게 역사, 사회, 개인 심리, 집단 심리, 정치 등과 연결되어 있음을, 오랜만에 확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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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11-24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참 무섭습니다...

hnine 2010-11-25 06:04   좋아요 0 | URL
한마디로 단정지을 수 없는, 참으로 복잡한 종(種)이 인간인 것 같아요.

sslmo 2010-11-25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쯤되면 진화심리학이 한결 설득력있어지는걸요~^^

hnine 2010-11-25 06:06   좋아요 0 | URL
알고 있던 사실이라도 자연과학 이론서에서 읽을 때의 느낌은 다른 것 같아서 한번 적어봤어요. 진화는 뿌리가 어떻든 요즘은 사회 과학이나 인문 과학 분야에서 더 많이 연구되어 지고 있는 것 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