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면 물릴 수 있으니까 괜히 가까이 가서 장난치거나 하면 안돼."

할머니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지만, 심심한 나는 역시 개집 안에서 심심해보이는 개를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마당에서 개를 키우던 시절 (무려 1970년대).

개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개도 나를 쳐다보았다.

나를 물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개 집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개는 역시 가만히 나를 보고만 있을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저 큰 개 집 안에는 (당시 나는 여섯, 일곱 살 쯤 되었으므로 개집이 무척 커보였다) 뭐가 있을까 궁금해서 고개를 가까이 디밀고 개 집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때였다. 개가 나에게 달려들더니 내 손가락을 꽉 물어버렸다.

"으앙~~"

다행히 상처가 그리 깊지는 않아서 빨간 약 바르고 붕대 감고 며칠 후에 나았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아직 가끔 부모님께서는 그때 얘기를 하신다.

웬만하면 그러고 나면 개 무서워서 가까이 안가려고 했을텐데 나는 아니었다고.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까지 우리 집에는 항상 개가 있었다. 최소한 두 마리는 기본, 얘들이 새끼를 낳으면 더 많아졌다.

고등학교 때 아파트로 이사오고 난 후, 개를 키우는건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아파트에서도 많이 키우지만) 어느 날 여동생 남자친구가 여동생에게 선물로 쉬쯔 강아지를 사준 것이다. 아, 귀여운 것.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던 여동생보다 집순이 내가 강아지와 있는 시간이 많았다. 산책 시키고, 목욕 시키고, 무릎에 앉혀놓고 공부하고, 잘 때도 옆에 데리고 자고 (아니, 자다 보면 어느 새 내 옆에 와서 자고 있었다).

 

아이가 우리도 개를 키우자고 졸랐지만, 살고 있는 집이 우리 집도 아닌데 혹시 집 주인이 알면 안 좋아할까봐 못 키우고 있다가 작년에 드디어 우리 집을 장만해서 이사오자마자 바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태어난지 두 달이나 되었을까? 예쁜 쉬쯔. 아이와 나와, 남편까지도 얼마나 귀여워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 집에 온지 2주일이나 되었을까? 밥도 안먹고 힘없이 늘어져 있기에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파보바이러스란다. 치사율 높은 병인데 어쩌다가. 그 작은 몸에 주사를 한번에 다섯 대나 맞아가며 치료를 받게 했고 병원비는 거의 백만원을 육박하고 있었다. 그 보람도 없이, 병원에서는 이제 가망이 없다며 오늘 밤이 고비라고 했다. 약은 커녕 물도 못삼키는 강아지 옆에서 세식구가 잠도 안자고 버티다가 12시가 넘어가자 아이가 먼저 잠이 들고, 나도 잠시 엎드려 있는다는게 잠이 들었나보다. 잠결에 현관 문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알았다. 우리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갔구나.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끝까지 잠 안자고 지켜보던 남편이 강아지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을 보았고, 식구들이 보기 전에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 뒷동산에 묻어주려고 나가는 소리를 내가 들은 것이었다.

 

세달 후 지금의 강아지가 다시 우리 집 식구로 들어왔다.

강아지들은 참 신기하다. 사람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서 내가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내 발등이라든지, 누워있을땐 팔뚝에라도 꼭 자기 몸을 대고 있으려 한다는 것이다.

여행중이라 집에 없는 아이가 특히 보고 싶은 날, 나는 괜히 강아지에게 말을 건넨다.

"볼더 (강아지 이름)야, 네 엄마는 네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네가 이렇게 예쁘게 큰 것도 못 보고..."

강아지는 무슨 소리인가 하여 고개를 갸우뚱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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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8-04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 너 이뻐요
아주 영리하게 생겼어요
태은이도 날마다 개를 키우자고 조릅니다,
하지만 저도 우리집 아니란 것도 그렇고
제 일거리가 더 늘어날것도 겁나고
사람 한몫할게 뻔해서
등등 이러저러한 일로 안돼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 어릴때 강아지와 함꼐 한 시간
위로와 친구가 되어 준 그 고마움을 생각해 보면 태은이에게도 하지요.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셨네요 강아지에게 물린 거 하늘나라로 간거요

날이 많이 더워요 님
건강 조심하셔요

hnine 2013-08-05 17:55   좋아요 0 | URL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제가 받는 기쁨과 위안의 댓가라고 생각해야지요.
특히 형제 없이 혼자인 애들은 동물들에 애착이 많더라고요.
여기는 장마 기간에도 비 별로 안오고 폭염만 계속되더니 요즘은 아주 본격적으로 덥네요.
선풍기도 안 꺼내놓고 지내다가 엊그제 기어이 꺼내고 말았답니다.
하늘바람님도 아이들과 더위 잘 견뎌내시기 바랍니다.

파란놀 2013-08-04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낳은 어미와 함께
기르는 어미가 있으니
새 아이(강아지)도 즐겁게
잘 살아가리라 생각해요

hnine 2013-08-04 04:10   좋아요 0 | URL
내일, 아니 이제 오늘이네요, 행사 때문에 아예 밤을 새시나봐요.
더운 날 아이들 데리고 많이 힘드시지요.
힘드신만큼 보람도 크실거예요.

서니데이 2013-08-0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매일 오던 때보다 어제 오늘이 더 축축해요. 정말 덥네요. 장마가 곧 끝났다는 소리도 오늘은 들었어요. 아마 이제부터는 사람도 강아지도 한동안은 더울 날씨겠죠.
강아지는 사진으로 봐도 예쁜데요.^^ 집에서는 사정상 기를 수 없어서, 올려주신 사진 보면서 좋아했어요.


hnine 2013-08-05 09:36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곳은 장마 기간에도 비 안오고 계속 폭염이었답니다. 그러더니 이젠 본격적인 더위라네요. 웬만하면 선풍기 없이 지내볼까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지난 주부터 선풍기 꺼내놓고 끼고 삽니다 ^^ 강아지 키우면 혼자 있을 때에도 혼자라는 생각이 안들어서 좋은 것도 있어요.
서니데이님도 더위에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언젠가는 강아지 키우실 수 있을 때가 올거예요.

2013-08-06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7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7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지개모모 2013-08-0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빛이 엄청 카리스마 있네요! -.-+
저희 모모에게선 볼 수 없는...ㅇ.ㅇ

hnine 2013-08-07 21:46   좋아요 0 | URL
ㅋㅋ 카리스마 ^^
카리스마랑은 거리가 먼 순둥이예요. 저건 뭔가 저에게 요구사항이 있는데 제가 모른 척 하자 뿔나서 저러고 있는거랍니다.

열매 2013-08-0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아프네요. 죽은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시는 hnine 남편분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져요...
저도 11년째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이런 글이 특히 눈에 잘 들어와요.
강아지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으신데, 다시 강아지를 키우시다니 그 용기가 대단하신 것 같구요^^
전 초등학교 때 우연히 얻어서 지금까지 키우고 있는데, 이젠 완전 가족이나 다름 없어요.
그래서 요즘은 강아지가 아플 때 마다 두렵더라구요. 훗날 오게 될 이별에 벌써 마음이 먹먹하고 짠하고..그래요.

그래도 강아지 사진을 보니 저절로 엄마 미소가! ㅎㅎ
볼더 정말 예뻐요^^ 첫번째 사진 뚱한 표정..ㅎㅎㅎ

hnine 2013-08-08 01:15   좋아요 0 | URL
꿀이님 댓글이 더 재미있어요 ^^
11년째 키우고 있으시다니 정말 가족이나 다름없네요.
파보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매우 높은 병이더라고요. 먼저 강아지가 파보바이러스 걸린 후 강아지가 쓰던 물건 다 버리고 다른 강아지 키우려면 적어도 세달 후에 키우라고 할 정도로요.
강아지가 집에 있으면 절대 저 혼자라는 생각이 들게 두질 않지요.
꿀이님도 언제 키우는 강아지 사진 올려주세요.

yamoo 2013-08-0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사진 보니, 강아지도 더위 타나 봐요.
제가 요즘 저래요...넘 더워서 죽겠어요..ㅜㅜ

개와 고양이는 절대 안키운답니다. 죽으면 넘넘 슬프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지라..

그나저너 엣지나인님은 무더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신지요.
여름은 뭐니뭐니해도 더위피하기지요. 더위 조심하세요~~

hnine 2013-08-08 18:03   좋아요 0 | URL
산책 데리고 못나간지 한달은 되었나봐요. 살인진드기도 겁나고 (풀만 보면 그 위에서 마구 딩굴어대거든요), 요즘엔 더위땜에 더 겁나서요. 저도 원래 더위를 많이 타는데 올해는 특히 더 하네요. 버스 안이 오히려 시원하던데 그냥 하루 종일 버스만 타고 돌아댕길까요? 아니면 그냥 맞서볼까요, 땀 주룩주룩 흘리면서. 지금도 제 정신이 아닌거같네요. 우체국에 걸어다녀왔더니 이미 정신이 혼미해졌어요 ㅠㅠ

안녕미미앤 2013-08-09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등학교 때부터 안 키워본 강아지 없이 다 키워봤는데요, 한번도 그 죽은 모습을.. 보게 안 하셨어요. 우리아빠가.. 다 묻어주시고 엄마도 보게 하지 않으셨다는 점에 지금도 가끔 엄마가 말씀하시죠. 아빠께서 자신을 사랑하기는 하시는 것 같다고 하하..

hnine 2013-08-09 09:57   좋아요 0 | URL
미미앤님도 강아지에 대해 잘 아시겠네요. 위에 저를 문 강아지는 스피츠였고, 이후로 치와와 키워봤고, 퍼그는 한번 데려왔다가 털이 너무 많이 빠진다고 엄마께서 다시 돌려줬고, 쉬쯔만 세번째여요. 그 외에는 모두 잡종견 ^^ 강아지 너무 예뻐요. 지금도 제가 앉아있는 책상 아래서 의자 위 제 무릎 위로 뛰어오르려고 시도 중입니다. 책상에 머리를 꽝 부딪혀가면서 ㅋㅋ

마녀고양이 2013-08-1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 너무 이쁘다....
저도 진짜 키우고 싶어요. 항상 그랬죠.

어제요, 늑대 소년 영화를 이제야 봤는데,
어른이 되면 겁이 많아져서 못 하는게 많다고 여주가 할머니 되어서 말하더라구요.
제게 있어서 강아지는 그런 것 중 하나인거 같아요.

hnine 2013-08-12 00:54   좋아요 0 | URL
키워요 키워요~ 생각하는 것 이상을 주고 받을 거예요.
특히 강아지 눈을 가만히 쳐다보고 싶으면 마음이 저절로 착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나쁜 짓을 절대 못할 것 같은 느낌. 강아지가 눈으로, 말없이 저를 가르친다니까요.

프레이야 2013-08-1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귀여워라. 마음이 몽골몽골해지는 느낌이에요. ^^

hnine 2013-08-12 19:05   좋아요 0 | URL
아주 순둥이랍니다. 집에서 저만 졸졸 따라다녀요.
자다보면 어느 새 옆에 와서 자고 있고요. 안 이뻐할 수가 없어요.
 

 

 

 

 

 

 

 

 

할 수만 있다면 책 수십권 보다 나은 경험

 

창의력과 상상력의 원천

 

작은 일로 좌절하지 않게 해주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용기를 주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며

 

겸손하게 살아야함을 몸으로 배우게 하는 것

 

사람이 만든 것 이전에 위대한 자연이 있음을 배우게 되는 것

 

학교보다 더 큰 학교

 

책보다 더 큰 책

 

 

 

여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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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7-28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여름에 즐겁게 여행길 누려 보셔요

hnine 2013-07-28 08:59   좋아요 0 | URL
사실 저같은 어른보다는 어린아이들이나 젊은이들에게 드는 생각이지요.
관광이 아닌, 여행을 많이 해보게 하는 것이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사람들에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세실 2013-07-2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까운 일본이라도 여행하게 되면 시야도 생각도......넓어지네요.
우리나라도 좋지만 외국여행을 많이하면 좋겠어요. 어린아이나 젊은이.....특히요!!
전 이번 휴가땐 슬로우 시티 청산도에 가서 실컷 걷다 오려고 합니다^^

hnine 2013-07-29 03:35   좋아요 0 | URL
좋은 생각이세요, 슬로우 시티 청산도.
저는 요즘 남편이랑 아이가 보내오는 사진 구경하면서 마음만 여행다니고 있습니다. 그것도 재미있네요.

안녕미미앤 2013-07-2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엄마가 보내오는 사진 구경하면서 마음만 여행다니고 있는데요 하하하 맞아요, 그것도 재밌어요^^ 아무리 힘들고 우울해도 사랑하는 가족의 여행사진 보면 금새 헤~ 입가가 올라가죠 하하.. 아직은 제가 여행다니는 것보다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음.. 근데 자꾸 여행여행 하니까, 저도 여행이 너무 가고 싶은 거 있죠 이 더위에.. 아랑곳않고 어디로든 가고 싶은 이 마음.. hnine님 어쩌실거에요~~~~^^*

hnine 2013-07-30 10:26   좋아요 0 | URL
미미앤님 어머니께서 여행중이시군요. 다녀오시면 많은 얘기거리를 가지고 오시겠어요. 제 아이는 아직도 어려서, 어떤 기념품 가지고 싶은데 아빠가 안사준다고 엄마한테 이를때 주로 저에게 전화를 하지요 ^^
여행이 좋은 걸 아는데, 여행 아니면서 타지에서 살았던 때 힘들었던게 먼저 생각나는 저는 사실 여행을 나서게 되지 않네요. 위의 바람은 제가 아이에게 하는 생각이지요. 학교보다 더 큰 학교, 교과서보다 더 큰 교과서라고 생각하거든요.

안녕미미앤 2013-07-30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지.. 어디 사셨더랬는데요? 저는.. 집 외에는. 살아본 적이 없어서. 가끔 이렇게 hnine님 같은 분 뵈면. 전 나이에 비해 너무 사회경험이 부족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나이만 먹는 것 같을 때.. 왜 제일 서글프잖아요. hnine님, 지혜롭게 나이 먹는 법 좀 가르쳐주세요. ㅠ.ㅠ

hnine 2013-08-01 12:41   좋아요 0 | URL
하루 하루 살아가는게 다 경험 아닐까요.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고.
사회경험은 앞으로 쌓아가게 될텐데요 뭘.
지혜롭게 나이먹는 법을 물으시다니, 제가 그런 나이군요 ㅠㅠ

안녕미미앤 2013-08-0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니에요~ 저는 학생들에게도 하는 질문인 걸요~~ 시간을 시간답게 보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관념이 있어요, 잘 하고 있는건지.. 나 잘 살고 있는건지..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오늘은 퀼트 배우러 가는 길 지하철에서 사람들 많은데 갑자기 '후두둑' 눈물이 올라와서 혼난 거 있죠.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요..(삼순이 대사 같네요^^;;) 타지 정보는 안 주셨네요. 아직 마음 열기 그러신가보다.. 저도 잘 그래요. 누군가에게 마음 열기가..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나이 들수록 더욱.. 잘 곁을 안 주다가도 한번 열었다가 다치면 더 잘 그러죠. 괜찮아요, 언제 공개해주고 싶으실 때.. 헤헤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안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려도 될까요~~♡ 그냥 hnine님이 궁금해서요^^;;

hnine 2013-08-03 17:16   좋아요 0 | URL
영국에서 3년 반 살다왔습니다.
 

 

 

 

 

 

우선, 발랄 상큼한 노래로 시작

 

 

 

 

 

 

아이가 아빠랑 여행중.

홀로 집에 남은 나에게는 엄청난 자유가 주어졌다.

그런데 그 엄청난 자유가 실상은 어찌나 나의 일상을 단조롭게 하는지.

자유는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심플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발견까지 하고있다고 할까.

 

눈뜨면 어제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시계보며 가족들 식사 준비, 청소, 빨래 등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도 되니

그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잘때 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일만 하게 된다.

 

나란 사람, 타고난 집순이.

볼일 보러 잠시 어딜 가더라도 집 기둥에 허리를 고무줄로 묶고 나오기라도 한 것 처럼

시간이 지날 수록 집에서 자꾸 나를 잡아당기는 걸 느낀다. 집에 아무도 없는 요즘 조차도.

그러니 요즘은 하루 종일 아파트 단지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는 날이 대부분이다. 덥기도 하고.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결심을 단단히 했다. 일거리부터 손에 잡지 않기로.

이 책 부터 다 읽고 일을 시작해야지.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 동시쓰기에 관한 책 안에서 뜻밖의 시를 만난다.

그냥 평범한 동시로 보일 수도 있는 시.

 

나는 오늘이 좋아

 

 

오늘 아침 일찍 새들이

나를 깨워주었고,

저것 봐!

오늘은 좋은 일이 많을 거야

해가 함빡 웃잖아

 

 

오늘 학교에서는

선생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거야

 

 

입에서 절로 휘파람이 나오는

즐거운 오늘

 

 

안녕! 즐겁게 만날 친구도 많고

야호! 신나게 할 일도 많은

 

 

나는 오늘이 좋아

 

 

- 이준관, <오늘> 전문 -

 

 

이렇게 밝은 느낌. 특별한 이유 없이도 밝은 기운, 아니, 특별한 이유 없다면 늘 밝은 기운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나에게는 동경일 수 밖에 없는, 하지만 전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는 이런 삶.

 

나는 내 아이가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공부? 잘 하면 좋지. 돈? 돈도 많이 버는 사람이 되면 좋겠지. 하지만, 그런 것보다 내가 내 아이에게 정말로 빌어주고 싶은 것은 이렇게 밝은 기운을 잃지 않고 살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늘 즐겁고 밝게 살 수는 없지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상처가 상처로 남지 않고 면역의 기회로 단단해질 수 체력, 이런 걸 지닌 사람으로 자라주면 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보아도 나란 사람은 이렇게 통통 튀는 발랄함과 상큼한 기운으로 살아 본 적이 지금까지 없었다. 기대나 희망의 자리를 걱정과 두려움이 먼저 차지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부모는 일부러 의식하고 고치려고 하지 않는 이상 자기도 모르게 자기가 받은대로 자식에게도 하게 된다. 내 기준에서 아이에게 요구하고 가르치려 한다. 한번 해보라고 격려해주기보다, 안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말부터 하는 것은 자식이 잘 안되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심정이라는 것도 안다. 알지만, 알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는거다.

  

험난하고 다치기 쉬운 세상, 갈수록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 세상에서, 어쩌면 이런 나의 바람은 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속아도 꿈결'이라잖아.

 

 

 

 

 

위의 시가 나오는, 오늘 아침에 읽은 책은 이준관 시인이 쓴 <동시쓰기>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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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미미앤 2013-07-28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타고난 집순이인데요^^ 집보다 좋은 곳이 어디있을까요 집이 최고^^ '취미는 사랑'<- 노래 재밌어요^^ 그런데 '속아도 꿈결'이라니.. 저는 아무리 달콤한 꿈결이래도 안 속는 쪽을 택할래요. 속는 건 싫어요. 진짜..^^; ㅠ.ㅠ

hnine 2013-07-30 17:10   좋아요 0 | URL
미미앤님도 집순이구나 ^^
집순이인 저도 한때는 휴일에도 아침만 되면 가방 싸서 어딘가로 나갈 때가 있었고, 집 떠나 오랫동안 외지에서 살 적도 있었고요. 그러고나서 집이 더 좋아졌어요.

이 노래는 가사가 아무리 심각해도 경쾌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리듬 같아서 좋아요.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김숨. 작가가 아닌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친구로서, 아내로서, 앳되 보이지만 이제 마흔에 들어선 한 인간으로서의 그녀는. 왠지 관심이 가는 작가이다.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녀가 책과 관련된 인터뷰차 라디오 방송에 초대손님으로 나와 얘기하는 것을 몇 차례 들었다.

'읽어봐야지'

하지만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책 내용이 아주 재미있으리라고 기대한 건 아니었다.

300쪽, 꽤 묵직한 두께, 뭔가 무게가 실려있는 제목.

진화하는 적이라니? 두 여자의 이야기라는 것은 소개를 통해 알고 있었으니 '적'이라는 단어는 그 둘의 관계를 드러내준다고 하지만 '진화'는 대체 무슨 의미?

전체적인 줄거리가 단순하고 요즘 소설답지 않게 구성도 복잡하지 않아서 다음 장을 궁금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책장이 빨리 넘어갔다.

책 속에서 '여자'라고 불리는 시어머니와, '그녀'라고 불리는 며느리. 남편도 나오고 아이도 나오고 이웃집 여자가 잠깐 등장하지만 존재감은 거의 없고 이 '여자'와 '그녀'가 거의 이 책 300쪽을 채우고 있다.

어느 날 이유없이 침이 마르는 구강건조증에 걸리는 시어머니. 시어머니에게 살림과 육아를 맡기고 홈쇼핑 콜센터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여자는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지금의 보잘 것 없는 신분으로부터 벗어나는게 오늘을 버티고, 내일을 기다리는 이유이다. 시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침이 마르는 병에 걸렸듯이 며느리는 어느 날 갑자기 특별한 이유없이 해고를 당하고서 앞으로의 일이 막막하다. 5년을 함께 살아도 인간적인 교류가 거의 없는 시어머니도 내쫓아버리고 싶다.

여기 나오는 며느리는 이 소설뿐 아니라 흔히 보는 며느리 캐릭터이지만 오히려 시어머니는 읽는 사람조차 가슴을 치게할 정도로 답답하고 의뭉스럽기만 한, 아주 특이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속물인지 도인인지, 제 정신인지 치매인지, 욕심이 하나도 없는지 욕심으로 가득 차있지만 철저히 감추고 있는지, 도무지 파악이 안되는 이유는 좀처럼 자기 생각을 말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대조적인 두 캐릭터만으로, 특별한 사건도 없이 장편의 소설을 써냈다는 것, 이 소설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럴 것이 이 작가는 어딜 보나 스토리로 승부를 보는 작가는 아님이 분명하다. 즉 '서사'가 아니라 '묘사'가 무기인 것이다. 침이 말라가는 과정, 증상, 가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보는 시각, 갑자기 단수가 되어 물이 안나오자 드는 생각, 여기서 확대되는 상상, 실로 이 작가의 묘사력은 뛰어나다. 실제로 책의 초반부는 수십장이 넘어가도록 대화가 거의 안나온다. 며느리의 입을 빌어, 며느리 자신을, 시어머니의 외양을, 시어머니의 심리를, 아이의 심리를, 자기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묘사로서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이야기의 빈약함을 보상해주는 것으로서 이런 묘사력외에도 제목과 상응하는 개념들을 책 중간중간에 도입하기도 했다. 번식이니, 멸종, 진화, 완두콩과 돌연변이, 종의 분화, 공생 등을 책 속의 소제목으로도 이용하고 본문 중에 비유의 방법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리 어거지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능력도 갖추었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그 의뭉스럽고, 자기 존재를 스스로 소멸시키고자 작정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특이한 행동 방식이 있기 까지 그 배경이나 이유를 개연성 있게 풀어내길 기대했건만,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기까지 그러지 않고 맺어버린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소설에서 아쉬운 점이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인기리에, 많이 읽혀지는 책은 아니지만, 무슨 무슨 문학상에는 최소한 후보로 올릴수 있을 것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쪽을 작가가 지향하는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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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7-27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견일까요, 제 짧은 독서 경력을 돌아보면
남성 작가들이 서사에 능하고 여성 작가들이 묘사에 능한 것 같아요.

hnine 2013-07-27 04:37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정유정 작가를 보고 여자 작가답지 않은 서사력을 지녔다고들 하는 것도 그래서이겠지요.
 
관계의 본심 - 스탠퍼드 교수들이 27가지 실험으로 밝혀낸
클리포드 나스.코리나 옌 지음, 방영호 옮김 / 푸른숲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게되기까지:

서재 친구분께서 댓글에, 누군가를 따라하는 행위는 그 사람에 대한 최대의 칭찬의 표현이라는 글을 인용해주셨기에 출처를 여쭤보았더니 이 책을 말씀하셨다. 책을 구입하고 보니 원제는 번역본 제목과 매우 달랐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원제와 번역본 제목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였나? 문과냐 이과냐를 정하기 위해 학교에서 적성검사라는걸 했는데 검사 결과는 문과 성향 ~%, 이과 성향 ~%, 이렇게 나오고 우리는 그 결과를 문과, 이과반 나눌때 참고 할 수 있었는데, 항간에 나는 반드시 어느 쪽 성향이라고 굳게 믿고 검사를 받으면 진짜 적성에 상관없이 결과가 믿는 그대로 나온다고 했다. 예를 들어 '나는 꼭 의대에 갈 것이고 그러니까 이과라는 결과가 나와야 해' 이런 마음으로 검사를 받으면 결과도 그쪽으로 치우쳐 나온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기억나는 일은 고등학교때 사회문화인지 국민윤리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그 결과를 그대로 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행동하십니까, 이런 문항에 대해 실제 자기가 행동하는 방식으로 답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래야한다고 믿는 대로 답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그 설문 조사의 성격이나 주위 상황, 분위기, 결과에 따른 결과 예측등, 여러 가지 요인이 설문조사에 응하는 사람에게 작용하여 자기도 모르게 솔직하게 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를 보며 떠오른 기억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 결정을 보면서 그 사람의 본심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저자는 말한다. 세상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고. 아마 그 말은 이미 세상은 복잡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자의 문제 접근 방식:

자기의 경험과 지식에만 근거해서 쓰지 않았다. 지식과 겨험을 바탕으로 하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직접 실험을 해보고 관찰된 결과를 해석하여 결론을 얻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실험은 꼭 실험실에서 흰 가운 입고 자연현상의 이치를 밝히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신선함이랄까. 여기에 컴퓨터가 참여했다는 것은 어쩌면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양식을 그만큼 컴퓨터가 상당 수준까지 모사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했다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컴퓨터가 여러 가지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실제사람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류들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즉, 사람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어느 정도 배제하되, 예측 가능한 변수는 포함시킬 수 있는 방식. 실제로 이런 실험을 고안하고 실행하기까지 그것을 주관하는 인간의 머리는 컴퓨터보다 얼마나 정교하게 돌아가야 할까.

 

이 책에서 알게 된 것:

 

● 칭찬에 관한 실험 결과

- 칭찬은 그것이 아첨의 의도에서 나오든 그렇지 않든 일단 듣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이것은, 칭찬을 해야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더라도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 사회적 규칙이 먹힌다는 것을 암시한다. (37쪽)

- 가령 일을 시작도 안 했는데 "분명히 성공할 거예요" 같은  경직된 마음 구조에서 뻔한 칭찬을 하면, 칭찬 받은 사람은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겠지만,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칭찬을 했음이 밝혀질 경우, 자신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칭찬한 사람에게 반감을 느끼게 된다. (74쪽)

- 사람들은 비판과 지능을 무의식적으로 연결 짓는 경향이 있다. 즉,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는 사람을 유능하게 보는 현상을 말한다. (82쪽)

- 겸손해보이고 싶은가, 유능해보이고 싶은가?

호감이 아니라 능력을 평가할 때에는 겸손은 오히려 독이 되는 결과를 보였다. 겸손은 이율배반적이라서 칭찬할 만한 성품이지만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 성격이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 어느 쪽을 더 원하는가

- 자기와 유사성을 가진 쪽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반대인 사람에게 끌리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서서히 서로 비슷해지면서 상대방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게인 효과 (gain effect) : 사람들은 처음에 큰 보상을 한 번 받는 것보다 처음에 작은 보상을 받았다가 서서히 큰 보상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부터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보다, 성격이 나와 다른 사람이 나의 성격에 맞춰주는 것을 볼때 더 기분 좋다. 사람들은 그런 태도를 무언의 칭찬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지키기 어려운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나를 닮으려고 하는 것보다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닮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가장 진심 어린 아부다. (123쪽)

 

●한 팀이 된다는 것

- 함께 실패한 경험은 오히려 유대감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팀워크 강화 훈련이 동질감과 상호의존감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153쪽)

- 한 팀이라는 것이 의사결정 기구라는 생각을 지워야 한다. 즉, 한 팀이 되었으면 명시된 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무조건 의견 일치를 보고 반대 의견을 묵살하려는 잘못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의견 일치를 추구하는 집단은 극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166쪽)

 

● 타인의 감정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실험 결과

- 우울할 때는 우울한 사람이 위로가 된다. 실험 과정중 슬픔에 젖은 운전자는 행복감에 젖은 승객보다 슬픔에 젖은 승객과 함께 할때 운전을 더 안전하게 했을 뿐 아니라 안정된 기분을 느꼈다. 깊은 좌절감에 빠진 사람에게 삶의 밝은 면을 보라고 말하는 것은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상대방의 슬픔을 공감하되 슬퍼보인다고 말하지 말라. 상대방이 슬퍼보인다는 것을 감지했으면 너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해서 상대방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서도 안되고, 동질감을 키워가면서 차츰 행복한 측면을 강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좌절과 우울 사이에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좌절감을 느낄 때 흥분 상태로 인해 부정적 감정과 연결된 행동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다가 흔히 부정적 감정을 일으켰다고 생각되는 원인에 관심을 집중한다. 이와 반대로, 우울한 기분을 느끼면 문제나 그 밖의 다른 일들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심리적인 차이를 안다면 부정적으로 흥분한 사람들 (좌절하거나 분노한 사람들)과 울적해하는 사람을 상황에 맞게 달랠 수 있지 않을까? (225쪽)

좌절감을 느낀 사람들을 대할 때는 그들이 느끼는 부정적이고 흥분된 감정을 분명히 인정하고 문제의 원인을 개선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울적한 사람에게는 부정적 사건이 어쩔 수 없는 일임을 넌지시 일러준다. (229쪽)

- 인지 재해석 (cognitive reappraisal): 의식적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

이것이 "자기 합리화", "둘러대기"와 다른 점은, 인지 재해석은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상황을 현실적으로 재해석한다는 것이다.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척 하거나, 문제를 합리화해봤자 아무런 도음이 안된다. 상황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 재해석을 통해서 앞에 놓인 상황과 그에 대한 애초의 생각을 합리적으로 평가한다. 상황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235쪽)

 

다 읽고난 느낌:

사람의 의식이 작동하는 한, 본심만 담긴 말과 행동을 하며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였다. 그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떠나, 혼자 살고 있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야 하고, 때로는 내 의견을 상대방에게 설득시켜야 할 경우도 있으며,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상대방이 알지 못하게 해야 더 좋은 경우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람 심리 자체가 궁금한 심리학자가 아니다. 사람의 심리를 더 잘 알아서 일상에 적용하게 하고, 더 나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이용하고 싶은, 즉 커뮤니케이션학자에 가깝다고 할까?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컴퓨터가 이용되고, 그렇게 알아낸 결과를 다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이용하고. 우리 사회의 한 패러다임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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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7-2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서로 마음을 즐겁게 읽고
기쁘게 나누면서
삶을 빛낸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마음을 살피거나 읽는 뜻도
서로 아름답게 살아갈 길을 찾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hnine 2013-07-21 04:54   좋아요 0 | URL
그렇겠지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녕미미앤 2013-07-2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완전 여자를 이해하기 위해 남자들이 읽어야할 책으로 보이네요^^

hnine 2013-07-22 04:37   좋아요 0 | URL
여기선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서 보는 관점보다는 고객과 주인, 사장과 사원등, 갑과 을의 관점에 더 중점을 두었어요. 번역본 제목에선 그런 관점이 잘 안드러나지요.

서니데이 2013-07-2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감정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실험 결과, 특히 인지재해석 부분이 보고싶어요. 이 책은 나와있는 소개내용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보고 싶어지는 내용이 많았어요.

hnine 2013-07-29 09:59   좋아요 0 | URL
읽어볼만해요. 여기 소개된 내용 자체도 흥미로왔지만, 사람들의 어떤 심리를 알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실험을 기획하는지, 그것을 보는 것도 흥미로왔어요. 제가 알고 있던 것 이상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