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본심 - 스탠퍼드 교수들이 27가지 실험으로 밝혀낸
클리포드 나스.코리나 옌 지음, 방영호 옮김 / 푸른숲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게되기까지:

서재 친구분께서 댓글에, 누군가를 따라하는 행위는 그 사람에 대한 최대의 칭찬의 표현이라는 글을 인용해주셨기에 출처를 여쭤보았더니 이 책을 말씀하셨다. 책을 구입하고 보니 원제는 번역본 제목과 매우 달랐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원제와 번역본 제목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였나? 문과냐 이과냐를 정하기 위해 학교에서 적성검사라는걸 했는데 검사 결과는 문과 성향 ~%, 이과 성향 ~%, 이렇게 나오고 우리는 그 결과를 문과, 이과반 나눌때 참고 할 수 있었는데, 항간에 나는 반드시 어느 쪽 성향이라고 굳게 믿고 검사를 받으면 진짜 적성에 상관없이 결과가 믿는 그대로 나온다고 했다. 예를 들어 '나는 꼭 의대에 갈 것이고 그러니까 이과라는 결과가 나와야 해' 이런 마음으로 검사를 받으면 결과도 그쪽으로 치우쳐 나온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기억나는 일은 고등학교때 사회문화인지 국민윤리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그 결과를 그대로 다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행동하십니까, 이런 문항에 대해 실제 자기가 행동하는 방식으로 답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래야한다고 믿는 대로 답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그 설문 조사의 성격이나 주위 상황, 분위기, 결과에 따른 결과 예측등, 여러 가지 요인이 설문조사에 응하는 사람에게 작용하여 자기도 모르게 솔직하게 답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를 보며 떠오른 기억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 결정을 보면서 그 사람의 본심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저자는 말한다. 세상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고. 아마 그 말은 이미 세상은 복잡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자의 문제 접근 방식:

자기의 경험과 지식에만 근거해서 쓰지 않았다. 지식과 겨험을 바탕으로 하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직접 실험을 해보고 관찰된 결과를 해석하여 결론을 얻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실험은 꼭 실험실에서 흰 가운 입고 자연현상의 이치를 밝히기 위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신선함이랄까. 여기에 컴퓨터가 참여했다는 것은 어쩌면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양식을 그만큼 컴퓨터가 상당 수준까지 모사할 수 있을 정도로 발달했다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컴퓨터가 여러 가지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실제사람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오류들을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즉, 사람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는 어느 정도 배제하되, 예측 가능한 변수는 포함시킬 수 있는 방식. 실제로 이런 실험을 고안하고 실행하기까지 그것을 주관하는 인간의 머리는 컴퓨터보다 얼마나 정교하게 돌아가야 할까.

 

이 책에서 알게 된 것:

 

● 칭찬에 관한 실험 결과

- 칭찬은 그것이 아첨의 의도에서 나오든 그렇지 않든 일단 듣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이것은, 칭찬을 해야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더라도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 사회적 규칙이 먹힌다는 것을 암시한다. (37쪽)

- 가령 일을 시작도 안 했는데 "분명히 성공할 거예요" 같은  경직된 마음 구조에서 뻔한 칭찬을 하면, 칭찬 받은 사람은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겠지만,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칭찬을 했음이 밝혀질 경우, 자신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칭찬한 사람에게 반감을 느끼게 된다. (74쪽)

- 사람들은 비판과 지능을 무의식적으로 연결 짓는 경향이 있다. 즉,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는 사람을 유능하게 보는 현상을 말한다. (82쪽)

- 겸손해보이고 싶은가, 유능해보이고 싶은가?

호감이 아니라 능력을 평가할 때에는 겸손은 오히려 독이 되는 결과를 보였다. 겸손은 이율배반적이라서 칭찬할 만한 성품이지만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 성격이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 어느 쪽을 더 원하는가

- 자기와 유사성을 가진 쪽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반대인 사람에게 끌리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서서히 서로 비슷해지면서 상대방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게인 효과 (gain effect) : 사람들은 처음에 큰 보상을 한 번 받는 것보다 처음에 작은 보상을 받았다가 서서히 큰 보상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부터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보다, 성격이 나와 다른 사람이 나의 성격에 맞춰주는 것을 볼때 더 기분 좋다. 사람들은 그런 태도를 무언의 칭찬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지키기 어려운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나를 닮으려고 하는 것보다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닮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가장 진심 어린 아부다. (123쪽)

 

●한 팀이 된다는 것

- 함께 실패한 경험은 오히려 유대감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팀워크 강화 훈련이 동질감과 상호의존감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면 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153쪽)

- 한 팀이라는 것이 의사결정 기구라는 생각을 지워야 한다. 즉, 한 팀이 되었으면 명시된 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무조건 의견 일치를 보고 반대 의견을 묵살하려는 잘못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의견 일치를 추구하는 집단은 극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166쪽)

 

● 타인의 감정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실험 결과

- 우울할 때는 우울한 사람이 위로가 된다. 실험 과정중 슬픔에 젖은 운전자는 행복감에 젖은 승객보다 슬픔에 젖은 승객과 함께 할때 운전을 더 안전하게 했을 뿐 아니라 안정된 기분을 느꼈다. 깊은 좌절감에 빠진 사람에게 삶의 밝은 면을 보라고 말하는 것은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상대방의 슬픔을 공감하되 슬퍼보인다고 말하지 말라. 상대방이 슬퍼보인다는 것을 감지했으면 너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해서 상대방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서도 안되고, 동질감을 키워가면서 차츰 행복한 측면을 강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좌절과 우울 사이에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좌절감을 느낄 때 흥분 상태로 인해 부정적 감정과 연결된 행동을 하고 싶어한다. 그러다가 흔히 부정적 감정을 일으켰다고 생각되는 원인에 관심을 집중한다. 이와 반대로, 우울한 기분을 느끼면 문제나 그 밖의 다른 일들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심리적인 차이를 안다면 부정적으로 흥분한 사람들 (좌절하거나 분노한 사람들)과 울적해하는 사람을 상황에 맞게 달랠 수 있지 않을까? (225쪽)

좌절감을 느낀 사람들을 대할 때는 그들이 느끼는 부정적이고 흥분된 감정을 분명히 인정하고 문제의 원인을 개선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울적한 사람에게는 부정적 사건이 어쩔 수 없는 일임을 넌지시 일러준다. (229쪽)

- 인지 재해석 (cognitive reappraisal): 의식적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

이것이 "자기 합리화", "둘러대기"와 다른 점은, 인지 재해석은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상황을 현실적으로 재해석한다는 것이다.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척 하거나, 문제를 합리화해봤자 아무런 도음이 안된다. 상황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 재해석을 통해서 앞에 놓인 상황과 그에 대한 애초의 생각을 합리적으로 평가한다. 상황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235쪽)

 

다 읽고난 느낌:

사람의 의식이 작동하는 한, 본심만 담긴 말과 행동을 하며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였다. 그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떠나, 혼자 살고 있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야 하고, 때로는 내 의견을 상대방에게 설득시켜야 할 경우도 있으며,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을 상대방이 알지 못하게 해야 더 좋은 경우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사람 심리 자체가 궁금한 심리학자가 아니다. 사람의 심리를 더 잘 알아서 일상에 적용하게 하고, 더 나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이용하고 싶은, 즉 커뮤니케이션학자에 가깝다고 할까?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컴퓨터가 이용되고, 그렇게 알아낸 결과를 다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이용하고. 우리 사회의 한 패러다임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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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7-2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서로 마음을 즐겁게 읽고
기쁘게 나누면서
삶을 빛낸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마음을 살피거나 읽는 뜻도
서로 아름답게 살아갈 길을 찾고 싶기 때문이겠지요..

hnine 2013-07-21 04:54   좋아요 0 | URL
그렇겠지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녕미미앤 2013-07-22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완전 여자를 이해하기 위해 남자들이 읽어야할 책으로 보이네요^^

hnine 2013-07-22 04:37   좋아요 0 | URL
여기선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서 보는 관점보다는 고객과 주인, 사장과 사원등, 갑과 을의 관점에 더 중점을 두었어요. 번역본 제목에선 그런 관점이 잘 안드러나지요.

서니데이 2013-07-2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감정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실험 결과, 특히 인지재해석 부분이 보고싶어요. 이 책은 나와있는 소개내용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보고 싶어지는 내용이 많았어요.

hnine 2013-07-29 09:59   좋아요 0 | URL
읽어볼만해요. 여기 소개된 내용 자체도 흥미로왔지만, 사람들의 어떤 심리를 알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실험을 기획하는지, 그것을 보는 것도 흥미로왔어요. 제가 알고 있던 것 이상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