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하면 물릴 수 있으니까 괜히 가까이 가서 장난치거나 하면 안돼."

할머니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지만, 심심한 나는 역시 개집 안에서 심심해보이는 개를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마당에서 개를 키우던 시절 (무려 1970년대).

개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개도 나를 쳐다보았다.

나를 물려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개 집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개는 역시 가만히 나를 보고만 있을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저 큰 개 집 안에는 (당시 나는 여섯, 일곱 살 쯤 되었으므로 개집이 무척 커보였다) 뭐가 있을까 궁금해서 고개를 가까이 디밀고 개 집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때였다. 개가 나에게 달려들더니 내 손가락을 꽉 물어버렸다.

"으앙~~"

다행히 상처가 그리 깊지는 않아서 빨간 약 바르고 붕대 감고 며칠 후에 나았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아직 가끔 부모님께서는 그때 얘기를 하신다.

웬만하면 그러고 나면 개 무서워서 가까이 안가려고 했을텐데 나는 아니었다고.

아파트로 이사가기 전까지 우리 집에는 항상 개가 있었다. 최소한 두 마리는 기본, 얘들이 새끼를 낳으면 더 많아졌다.

고등학교 때 아파트로 이사오고 난 후, 개를 키우는건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아파트에서도 많이 키우지만) 어느 날 여동생 남자친구가 여동생에게 선물로 쉬쯔 강아지를 사준 것이다. 아, 귀여운 것.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던 여동생보다 집순이 내가 강아지와 있는 시간이 많았다. 산책 시키고, 목욕 시키고, 무릎에 앉혀놓고 공부하고, 잘 때도 옆에 데리고 자고 (아니, 자다 보면 어느 새 내 옆에 와서 자고 있었다).

 

아이가 우리도 개를 키우자고 졸랐지만, 살고 있는 집이 우리 집도 아닌데 혹시 집 주인이 알면 안 좋아할까봐 못 키우고 있다가 작년에 드디어 우리 집을 장만해서 이사오자마자 바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태어난지 두 달이나 되었을까? 예쁜 쉬쯔. 아이와 나와, 남편까지도 얼마나 귀여워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 집에 온지 2주일이나 되었을까? 밥도 안먹고 힘없이 늘어져 있기에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파보바이러스란다. 치사율 높은 병인데 어쩌다가. 그 작은 몸에 주사를 한번에 다섯 대나 맞아가며 치료를 받게 했고 병원비는 거의 백만원을 육박하고 있었다. 그 보람도 없이, 병원에서는 이제 가망이 없다며 오늘 밤이 고비라고 했다. 약은 커녕 물도 못삼키는 강아지 옆에서 세식구가 잠도 안자고 버티다가 12시가 넘어가자 아이가 먼저 잠이 들고, 나도 잠시 엎드려 있는다는게 잠이 들었나보다. 잠결에 현관 문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알았다. 우리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갔구나.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끝까지 잠 안자고 지켜보던 남편이 강아지가 마지막 숨을 거두는 것을 보았고, 식구들이 보기 전에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 뒷동산에 묻어주려고 나가는 소리를 내가 들은 것이었다.

 

세달 후 지금의 강아지가 다시 우리 집 식구로 들어왔다.

강아지들은 참 신기하다. 사람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서 내가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내 발등이라든지, 누워있을땐 팔뚝에라도 꼭 자기 몸을 대고 있으려 한다는 것이다.

여행중이라 집에 없는 아이가 특히 보고 싶은 날, 나는 괜히 강아지에게 말을 건넨다.

"볼더 (강아지 이름)야, 네 엄마는 네가 얼마나 보고 싶을까? 네가 이렇게 예쁘게 큰 것도 못 보고..."

강아지는 무슨 소리인가 하여 고개를 갸우뚱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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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8-04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 너 이뻐요
아주 영리하게 생겼어요
태은이도 날마다 개를 키우자고 조릅니다,
하지만 저도 우리집 아니란 것도 그렇고
제 일거리가 더 늘어날것도 겁나고
사람 한몫할게 뻔해서
등등 이러저러한 일로 안돼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제 어릴때 강아지와 함꼐 한 시간
위로와 친구가 되어 준 그 고마움을 생각해 보면 태은이에게도 하지요.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셨네요 강아지에게 물린 거 하늘나라로 간거요

날이 많이 더워요 님
건강 조심하셔요

hnine 2013-08-05 17:55   좋아요 0 | URL
일거리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제가 받는 기쁨과 위안의 댓가라고 생각해야지요.
특히 형제 없이 혼자인 애들은 동물들에 애착이 많더라고요.
여기는 장마 기간에도 비 별로 안오고 폭염만 계속되더니 요즘은 아주 본격적으로 덥네요.
선풍기도 안 꺼내놓고 지내다가 엊그제 기어이 꺼내고 말았답니다.
하늘바람님도 아이들과 더위 잘 견뎌내시기 바랍니다.

파란놀 2013-08-04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낳은 어미와 함께
기르는 어미가 있으니
새 아이(강아지)도 즐겁게
잘 살아가리라 생각해요

hnine 2013-08-04 04:10   좋아요 0 | URL
내일, 아니 이제 오늘이네요, 행사 때문에 아예 밤을 새시나봐요.
더운 날 아이들 데리고 많이 힘드시지요.
힘드신만큼 보람도 크실거예요.

서니데이 2013-08-0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매일 오던 때보다 어제 오늘이 더 축축해요. 정말 덥네요. 장마가 곧 끝났다는 소리도 오늘은 들었어요. 아마 이제부터는 사람도 강아지도 한동안은 더울 날씨겠죠.
강아지는 사진으로 봐도 예쁜데요.^^ 집에서는 사정상 기를 수 없어서, 올려주신 사진 보면서 좋아했어요.


hnine 2013-08-05 09:36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곳은 장마 기간에도 비 안오고 계속 폭염이었답니다. 그러더니 이젠 본격적인 더위라네요. 웬만하면 선풍기 없이 지내볼까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지난 주부터 선풍기 꺼내놓고 끼고 삽니다 ^^ 강아지 키우면 혼자 있을 때에도 혼자라는 생각이 안들어서 좋은 것도 있어요.
서니데이님도 더위에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언젠가는 강아지 키우실 수 있을 때가 올거예요.

2013-08-06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7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07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지개모모 2013-08-07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빛이 엄청 카리스마 있네요! -.-+
저희 모모에게선 볼 수 없는...ㅇ.ㅇ

hnine 2013-08-07 21:46   좋아요 0 | URL
ㅋㅋ 카리스마 ^^
카리스마랑은 거리가 먼 순둥이예요. 저건 뭔가 저에게 요구사항이 있는데 제가 모른 척 하자 뿔나서 저러고 있는거랍니다.

열매 2013-08-0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아프네요. 죽은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시는 hnine 남편분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져요...
저도 11년째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이런 글이 특히 눈에 잘 들어와요.
강아지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으신데, 다시 강아지를 키우시다니 그 용기가 대단하신 것 같구요^^
전 초등학교 때 우연히 얻어서 지금까지 키우고 있는데, 이젠 완전 가족이나 다름 없어요.
그래서 요즘은 강아지가 아플 때 마다 두렵더라구요. 훗날 오게 될 이별에 벌써 마음이 먹먹하고 짠하고..그래요.

그래도 강아지 사진을 보니 저절로 엄마 미소가! ㅎㅎ
볼더 정말 예뻐요^^ 첫번째 사진 뚱한 표정..ㅎㅎㅎ

hnine 2013-08-08 01:15   좋아요 0 | URL
꿀이님 댓글이 더 재미있어요 ^^
11년째 키우고 있으시다니 정말 가족이나 다름없네요.
파보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매우 높은 병이더라고요. 먼저 강아지가 파보바이러스 걸린 후 강아지가 쓰던 물건 다 버리고 다른 강아지 키우려면 적어도 세달 후에 키우라고 할 정도로요.
강아지가 집에 있으면 절대 저 혼자라는 생각이 들게 두질 않지요.
꿀이님도 언제 키우는 강아지 사진 올려주세요.

yamoo 2013-08-0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사진 보니, 강아지도 더위 타나 봐요.
제가 요즘 저래요...넘 더워서 죽겠어요..ㅜㅜ

개와 고양이는 절대 안키운답니다. 죽으면 넘넘 슬프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지라..

그나저너 엣지나인님은 무더운 여름 잘 지내고 계신지요.
여름은 뭐니뭐니해도 더위피하기지요. 더위 조심하세요~~

hnine 2013-08-08 18:03   좋아요 0 | URL
산책 데리고 못나간지 한달은 되었나봐요. 살인진드기도 겁나고 (풀만 보면 그 위에서 마구 딩굴어대거든요), 요즘엔 더위땜에 더 겁나서요. 저도 원래 더위를 많이 타는데 올해는 특히 더 하네요. 버스 안이 오히려 시원하던데 그냥 하루 종일 버스만 타고 돌아댕길까요? 아니면 그냥 맞서볼까요, 땀 주룩주룩 흘리면서. 지금도 제 정신이 아닌거같네요. 우체국에 걸어다녀왔더니 이미 정신이 혼미해졌어요 ㅠㅠ

안녕미미앤 2013-08-09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등학교 때부터 안 키워본 강아지 없이 다 키워봤는데요, 한번도 그 죽은 모습을.. 보게 안 하셨어요. 우리아빠가.. 다 묻어주시고 엄마도 보게 하지 않으셨다는 점에 지금도 가끔 엄마가 말씀하시죠. 아빠께서 자신을 사랑하기는 하시는 것 같다고 하하..

hnine 2013-08-09 09:57   좋아요 0 | URL
미미앤님도 강아지에 대해 잘 아시겠네요. 위에 저를 문 강아지는 스피츠였고, 이후로 치와와 키워봤고, 퍼그는 한번 데려왔다가 털이 너무 많이 빠진다고 엄마께서 다시 돌려줬고, 쉬쯔만 세번째여요. 그 외에는 모두 잡종견 ^^ 강아지 너무 예뻐요. 지금도 제가 앉아있는 책상 아래서 의자 위 제 무릎 위로 뛰어오르려고 시도 중입니다. 책상에 머리를 꽝 부딪혀가면서 ㅋㅋ

마녀고양이 2013-08-1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 너무 이쁘다....
저도 진짜 키우고 싶어요. 항상 그랬죠.

어제요, 늑대 소년 영화를 이제야 봤는데,
어른이 되면 겁이 많아져서 못 하는게 많다고 여주가 할머니 되어서 말하더라구요.
제게 있어서 강아지는 그런 것 중 하나인거 같아요.

hnine 2013-08-12 00:54   좋아요 0 | URL
키워요 키워요~ 생각하는 것 이상을 주고 받을 거예요.
특히 강아지 눈을 가만히 쳐다보고 싶으면 마음이 저절로 착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나쁜 짓을 절대 못할 것 같은 느낌. 강아지가 눈으로, 말없이 저를 가르친다니까요.

프레이야 2013-08-1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귀여워라. 마음이 몽골몽골해지는 느낌이에요. ^^

hnine 2013-08-12 19:05   좋아요 0 | URL
아주 순둥이랍니다. 집에서 저만 졸졸 따라다녀요.
자다보면 어느 새 옆에 와서 자고 있고요. 안 이뻐할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