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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의 눈 - 힘찬문고 20
우리교육 / 2000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어른이 되어서도 역사동화를 읽는 것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일부러 역사책을 찾아 읽는 것보다 쉽고 재미있고 나도 모르게 그 시대를 상상하는 시간을 갖게 되니 더 실감도 나고 말이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들어서는 과정은 책, 영화를 통해서 많이 접해보았는데 이 책은 호주라는 대륙을 배경으로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인들의 이주가 이루어지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백인들이 쏘아댄, 귀가 찢기는 듯한 총소리와 함께 사랑하는 가족들을 전부 잃게 된 아이 '구답'.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구답보다 더 어린 사촌 여동생 '유당'이 살아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날 부터 두 어린 꼬마들이 살길을 찾아나간다. 사냥, 불피우기, 거주지 이동 방법 등등 아직 부모의 보살핌 속에 자라며 배워나가야 할 것들이 많은 어린 아이들 둘이서 백인의 눈길을 피해서, 다른 부족들의 눈치밥을 받아가며 버티어 나가는 모습이 눈물겹다. 혹시 아이들이라면 읽으면서 많이 놀라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총에 맞아 죽는 장면들이 얼마나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던지. 피가 솟구치고, 가슴에 뻥 구멍이 뚫리고, 살조각이 튀어나가는 총격 장면이 여러 군데서 나온다. 원주민들 앞에서 백인들이 유세를 떨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라면 그들이 어떤 특별한 능력이나 기술을 가진 인간들이어서가 아니다. 바로 이 총질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짐승을 사냥하는데 사용하는 총을 사람에게, 그저 자기 땅에서 창과 화살로 사냥을 해서 먹고 사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거리낌없이 쏘아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총이란 물건을 들어본 적도, 구경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 구답은 숨어서 관찰하며 그것이 한번 불을 뿜으려면 백인들이 그것에 마법을 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낸다. 즉, 총에 장전을 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구답은 원주민들의 창으로 백인들을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그 틈이라는 정보를 이웃 부족에게 제공하기도한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밤에는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지치고, 물 한방울 마시지 못하는 나날들, 그리고 무엇보다 외로움으로 기력이 다 해가는 아이들은 그래도 끝까지 간다.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못난 어른들처럼 지례 포기하는 일은 없다. 가족들을 모두 잃고도 외로움과 슬픔이 삶에 대한 의지를 잠식하게 두지 않는다.
제목 '독수리의 눈 (Eye of the Eagle)'은 어떤 사물이나 장면을 자세히 관찰하고 기억하는 주인공 구답을 일컫기도 하고, 구답의 강한 의지력과 용기를 상징하기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원서에는 어떻게 되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번역본인 이 책의 삽화는 우리 나라 그림 작가 심우진이 그렸다고 되어있는데, 굵고 단순화된 강렬한 선이 판화를 연상케하는, 글의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삽화였다.
아이들로 하여금 '원주민'이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그 옛날 이들이 보여준 꿋꿋함과 용기를 배우게 되는 계기를 주게 될 책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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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0-01-1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지지 않는 노래'와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찜합니다~.

hnine 2010-01-11 12:20   좋아요 0 | URL
'사라지지 않는 노래'를 저도 수첩에 메모해놓았습니다 ^^

순오기 2010-01-11 14:28   좋아요 0 | URL
사라지지 않는 노래가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되길 간절히 바랐건만...ㅜㅜ
그림책 '시애틀 추장'도 같은 맥락의 도서로 추천해요.
우리 막내는 초등2학년인가 3학년 때 독수리의 눈을 읽었는데 지금도 기억해요. 아이들은 강하게 커야 한다고 강조하던 엄마 말과 더불어...

hnine 2010-01-11 14:34   좋아요 0 | URL
책세상님 말씀 듣고 검색해보다가 순오기님께서 저자 배봉기님과 함께 한 사진과 페이퍼도 보았어요. 꼭 읽고 싶은 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

순오기 2010-01-12 16:24   좋아요 0 | URL
작년에 중학교독서회에서 배봉기 작가님 초청하려다 최규석씨로 바꾸었어요.^^
배봉기 교수님은 곁에 계시니 어느 때라도 초청할 수 있겠지만,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됐으면 학생들한테도 먹혔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워요.

같은하늘 2010-01-12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쉽고 재미나게~~~ ㅎㅎ 저 같은 사람도 동화로 봐야합니다.^^

hnine 2010-01-12 06:17   좋아요 0 | URL
어제 읽은 '아, 호동왕자'도 재미있었어요. 마치 TV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답니다. 혹시 안 읽으셨으면 그 책도 권해드려요^^

딸기 2010-01-12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끼울타리도 비슷한 종류인데, 독수리의 눈이 더 치열하고 재미났어요.

hnine 2010-01-12 06:17   좋아요 0 | URL
'독수리의 눈'을 읽으신 분들이 많으시네요. '토끼울타리'도 메모해놓습니다 ^

꽃임이네 2010-01-12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 읽었는데 사서 봐야 겠네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

hnine 2010-01-13 02:25   좋아요 0 | URL
'태양의 전사'를 한번 읽고 나니 비슷한 부류의 책을 계속 찾아 읽게 되네요.
이 책도 재미있어요.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한낮의 시선>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낮의 시선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단순히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이 존재가 아니라, 목적지와 궤도를 가짐으로써 존재는 의미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본문 중에 나오는 이 구절을 읽고 표시를 해놓으면서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이 말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을 예상하진 않았다.
'생의 이면'이라는 그의 전작은 하도 오래 전에 읽어서 지금은 내용도 가물가물하지만 '이 승우'라는 이름을 대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존재, 이중성, 의식, 이면, 내면 세계, 뭐 이런 것들. 
이 소설의 스물 아홉된 남자 주인공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결핍을 안느끼고 자랄 수 있게 하려는 어머니의 다소 컴플렉스 경향이 엿보이는 완벽한 노력에 의해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또 부재에 대해서도 인식하지 못하고 그 나이까지 살아온다. 그러다 새로 이사간 동네의 나이 지긋한 이웃 노교수에 의해 불현듯 아버지를 찾아서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불현듯 하게된 생각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그동안 주인공의 무의식 속에 아버지 존재에 대한 갈망은 오랫 동안 내재되어 있던 것이라고 보여지는 것은, 그의 반복되는 꿈 얘기가 아니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제 와서 굳이 찾아나설게 뭐냐고 조용히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외삼촌, 그리고 아버지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의 일면일 수도 있음으로 일깨우며 주인공의 행동 발단의 계기를 제공하는 이웃 노교수의 말이 주인공의 마음 속에서 대립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소설은 전반부를 끌어나간다. 주인공이 아버지의 존재를 절실히 그리워한 적이 없을 정도로 어머니는 자기 인생의 대부분을 거기에 쏟아 부었겠건만 주인공의 상념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는 집과 광야에 대한 상념을 곱씹었다. 이 어머니의 영역이라면 광야는 아버지의 세계였다. 어머니는 집을 짓고 가정을 꾸리고, 일구고, 정착하고, 쌓는 자였다. 아버지는 광야로 나가고, 떠나고, 헤매고, 버리고, 뿌리치는 자였다. 어머니는 책임감에 사로잡혀 있고, 아버지는 자유로움에 들려 있는 자였다 (55쪽).  
   

한 인간이 성장해나가는데 있어 아버지의 존재가 의미하는 세계란 어머니의 그것과 이렇게 대조적이구나, 새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얼마나 완벽한 노력을 기울이든 부재의 흔적은 어쩔수 없다는 것 아닌가.
어머니를 떠난 아버지는 흔한 얘기로 다른 가정을 꾸미고 동네 자치 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등 나름대로 자기의 명예욕구도 채워가며 잘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데, 식상할 수도 있을 그 부분의 얘기를 그 정도로만 언급하고 더 길게 끌고 가지 않아서 좋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도 저도 아닌, 경계가 불분명한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을 즐겨 쓰고 있다. 예를 들면, '내가 그것을 원하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 부딪치기를 바라는지 바라지 않는지 분명하지 않은', 이런 식의 표현 말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파헤쳐보고자 하는 의문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는데, 불편하지도 않고 불만도 없는데, 아버지는 필요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없는 것과 같았는데, 없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아예 없다는 의식조차 없었는데, 왜 갑자기 아버지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 걸까요? (중략)
나의 자문에 대해 내 안의 불안이 대답했다. 부족한 것도 없고 불만도 없었지만, 그런데도 가끔 공허를 느꼈지. 울타리는 튼튼하지만 허전하고, 울타리 안의 정원은 풍요롭지만 쓸쓸했지 (52쪽). 
 
   

 
이렇게 자기 내면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상념이 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스토리를 상념이 먹어버린다. 이러한 저자의 스타일에 익숙한 독자가 아니라면 금방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어려울 수도 있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반면에 같은 이유로,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어갈 수도 있을 그런 이중성을 이 소설 자체도 가지고 있다, 재미있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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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1-10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서평단시시군요. 좋으면서도 바쁜 서평단 ^^
부러워요. 응원합니다

hnine 2010-01-10 18:54   좋아요 0 | URL
예, 문학부분 서평단이어요. 처음 신청해보았네요 ^^
제가 받은 책들중 하늘바람님 혹시 읽어보고 싶은 책 있으시면 리뷰 올린 후에 보내드릴께 말씀해주세요.

같은하늘 2010-01-1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 하시는군요. 서평단 은근히 바쁘더라구요.^^ 전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문학쪽은 신청도 못하는데... 그래서 너무나 부럽습니다. ㅎㅎㅎ

hnine 2010-01-12 06:18   좋아요 0 | URL
저도 욕심은 있는데 자신이 없어서 지금까지 한번도 신청을 안했었다가 이번에 처음 해보았어요. 이 책은 얇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서 금방 읽었네요.
 
태양의 전사 비룡소 걸작선 28
로즈마리 셧클리프 지음, 찰스 키핑 그림, 이지연 옮김 / 비룡소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역사는 취약 분야에 속한다. 읽어야겠다고 일부러 마음 먹지 않으면 잘 읽게 되지 않는 것이 역사 소설인데, 이 책은 다른 곳에 실린 추천의 글을 읽고서 일부러 골라든 책 중의 한권이다.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했을 때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읽은 듯, 떨어지려고 하는 페이지를 테이프로 붙여 놓은 곳이 많은, 그런 책이었다.
영국 카네기 상 수상작가인 로즈마리 서트클리프의 작품으로서 청동기 시대의 지금의 영국 땅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소년에서 전사로 통과의례를 치루기 까지의 한 소년의 역경, 그리고 그 극복 과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성장 소설로 분류되기도 한다. 살아보지 않고 기록도 많지 않은 시대를 배경으로 이런 장편의 소설을 구상하고 끌고 나가기란 짐작만으로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다음 페이지로 계속 넘어가게 하는 힘을 지닌,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와, 가끔씩 읽은 구절을 다시 들여다보게하는 뛰어난 묘사력이 기억에 남을만 했다.
주인공 소년 드렘과 늑대와의 결투 장면 묘사를 보자.

   
  으르렁거리는 늑대의 머리가 온 세상을 메웠다. 젖어서 거뭇거뭇한 목덜미와 누런 엄니. 그 뒤론 하늘과 덤불이 엎치락뒤치락 엇바뀌었다. (207쪽)
 
   

그리고 배경묘사,

   
  참나무와 가시나무 가지들이 바람에 설레었고 낮게 기운 태양이 구름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서녘 하늘은 돌연 아궁이 속 같은 황금빛으로 불타올랐다. (225쪽)
 
   

태양이 구름에 불을 지피고 있고, 그래서 하늘은 아궁이 속 같이 불타올랐다는 멋진 표현.
아마 번역자의 노고도 숨어 있으리라 짐작된다. 
'청동기'라는 말은 마술적인 울림을 가졌다는 작가의 말을 보더라도 그녀에게 살아보지 못한 그 시대는 어떤 마술같은 매력을 뿜어내며 다가왔음에 틀림없다.
영웅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신, 애초부터 한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평범한 배경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실패를 먼저 겪게 하고, 그 실패로 인해 자신에 대한 실망을 이겨내는 짧지 않은 시간을 겪어낸 후, 뜻 밖의 사건으로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대목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더불어 인생의 성공은 처음에 계획한 대로, 예상하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연한 장소에서 뜻밖의 방식으로 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본문 중에서 사냥꾼 탤로어도 드렘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던가?
'길은 있게 마련이야. 돌아가는 길, 질러가는 길 그리고 넘어서 가는 길도 있지.' 라고.
걷고 있던 중 벽을 만나면 걷기를 중단할 생각을 하지 말고 돌아가고, 질러가고 넘어갈 생각을 해볼 일이라는 이 말이 단지 주인공 소년에게만 필요했을까. 우리는 수시로 이 말을 떠올려야 할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을.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 책에서와 같은 늑대 사냥 대신 어떤 사건을 거쳐 소년에서 성인으로 들어가고 있는가 하는 것도 잠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제는 집단내에서 어떤 통일된 의식을 거쳐서라기보다는 지극히 개별적으로, 내부적으로 치뤄지고 있지 않나. 실패와 시련의 시기를 거치는 것은 그 시기를 겪고 있는 동안엔 불안하고 암담하기만 하지만 그것을 빠져나오며 성인이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면 스스로 실패를 경험했다고 낙담하는 마음에 격려와 위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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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0-01-09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린 세계사에 취약한 이과잖아 ㅋㅋㅋ
근데 요새 애들은 문과도 몇가지 선택으로 사회과목을 배워서 머리복잡한 과목은 피하더라.

hnine 2010-01-09 09:52   좋아요 0 | URL
김연희 선생님이 그러셨었지. 아무리 이과라지만 어떻게 세계사를 안배울 수 있냐고. 어디가서 무식하다는 소리 안들으려면 나중에 따로 혼자서라도 공부하라고. 그 말씀만 기억나고 실천은 아직도 못하고 있구나.

딸기 2010-01-12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너무너무 좋아했던 책이예요. 정말 재미있으면서 신기하고 멋있고...

hnine 2010-01-12 07:46   좋아요 0 | URL
딸기님은 책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어린이였나봐요. 이 책을 읽으며 '재밌어, 너~무 재밌어!' 하는 모습이 저절로 막 연상이 되는데요? ^^
사실 저는 이 나이에도 저 책 읽으며 재밌다는 말을 연발해서 옆에서 보는 제 아이의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켜 놓았지요.
재미도 있고 작가의 글 쓰는 솜씨 (솜씨라고 하는 게 맞는지)도 감탄스럽고요.

딸기 2010-01-1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는 책을 사랑했어요. 그런데 그 시절엔 다 그랬듯, 읽을 게 많지가 않았어요.
요즘 어린이 책 사모으는 저를 보면, 다 그시절의 책고픔증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딸아이 핑계대면서 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ㅎㅎ

hnine 2010-01-13 16:2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도 아이가 책을 사달랄때마다 되도록 도서관에서 빌려보라고 하려다가도, 후다닥 한번 읽고 나면 다시는 안볼것이 뻔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나중에 책고픔으로 기억되지 않게 하려고 되도록 사주려고 하고 있답니다. 그래도 딸기님은 계몽사 50권 전집도 집에 가지고 있으셨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저는 그것도 친구네 집에서 한권씩 한권씩 빌려 읽느라고...흑흑..
 
꽃신 파랑새 사과문고 64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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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혜'라는 저자의 작품을 읽었던 적이 있다. 이듬 해 이 책 '꽃신'이 나왔을 때 김동성 화가의 고운 표지 그림과 더불어 사람들 사이에 많이 알려지고 읽혀졌었는데 그때 미처 못 읽고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다. 그런 책들은 언젠가 기어이 읽게 되는가보다.  
작가가 세가지 보물이라고 말했듯이 이 책에는 역사 속에서 캐내어진 보물같은 작은 이야기들을 씨앗으로 하여 만들어진 세가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맨 처음 나오는 이야기가 꽃이 수노아 진 비단신을 뜻하는 '꽃신'이다. 양반집 딸 선예의 아버지가 나들이 갈 때 신으라고 딸에게 사준 꽃신, 그리고 나중에는 짚신에 민들레를 꽂아 만든 또 다른 종류의 꽃신이 나온다. 양반집 딸 선예와 부모를 잃고 짚신을 삼으며 화전마을에 살고 있는 여자 아이 달이, 그리고 선예의 꽃신과 달이의 짚신이 대조를 이루며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다가 나중에는 그 둘이 대립이 아닌 서로 하나로 어울리게 되면서 이야기를 맺는 구성이 돋보였다. 지금은 더 이상 신지 않는 꽃신이라는 말을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 보기만 해도 그 고운 형태와 글 속의 두 여자 아이들의 고운 마음이 느껴지는 듯 하는, 그야말로 꽃신같은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것은 다음에 실린 '방물고리'인데,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서 돼지를 키우고, 장터 주막 일을 도우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소녀 덕님이의 이야기이다. 시름시름 앓던 어머니는 어린 덕님이를 혼자 남겨둔 채 결국 세상을 떠나고, 슬픔에 빠져 주저 앉는 것이 아니라 키우던 돼지를 팔아 돈을 마련하여 등짐 장수 홍석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방물 장수의 길을 나서는 꿋꿋한 덕님이가 대견하고 기특해서 그 뒷 모습을 그린 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을 담아 보았다. 어린 딸을 혼자 남겨두고 간 덕님의 엄마도 하늘 나라에서 그녀를 향해 응원을 보냈으리라.

 



 

 

 

 

 

 

 

 

 

 

 

 

 

 

마지막 이야기는 조선 후기 정 약용의 고독한 유배 생활에서 영감을 얻어 썼다는 '다홍치마'인데 역시 애잔한 마음과 의리심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정 약용의 딸에게 다홍치마를 전해 주려 한달 넘어 걸린다는 먼 길을 마다 않고 혼자 떠나는 큰돌이의 마음은 의리이자 진심이고, 앞으로 자기의 나아갈 길을 용기와 소신을 가지고 꿋꿋하게 내딛겠다는 의지이다.
작가의 전작 '명혜'에서와 같이 이 책 역시 어린 주인공의 조용하면서도 결연한 의지가 잘 드러나있어 읽는 어른들의 마음까지 움직여 놓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동화를 읽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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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3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네요.

hnine 2009-12-31 15:04   좋아요 0 | URL
김 동성 화가의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같아요. 일단 너무나 정성이 들어간 그림이라는 것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으니까요.

꿈꾸는섬 2009-12-31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너무 보고 싶었던거에요. 그림이 너무 예쁘죠.

hnine 2009-12-31 20:08   좋아요 0 | URL
예,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을 정도로요. 고운 이야기와 고운 그림이 담긴 책이었어요.

비로그인 2009-12-3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감 좋은 그림, 보고 있자니 살짝 웃음나는 책 구경하면서

살짜쿵 인사드리고 갑니다. ^^
훈훈한 밤, 맑고 밝은 아침 되세요!!

hnine 2009-12-31 20:09   좋아요 0 | URL
맑고 밝게 라는 말은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어요.
바람결님도 함께 '맑고 밝게'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bookJourney 2010-01-0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읽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아린 책이었어요.
그림이 이렇게 글과 잘 어울릴 수 있구나 감탄도 했구요.
hnine님과 hnine님 가족 모두, 새해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hnine 2010-01-04 07:47   좋아요 0 | URL
책세상님, 읽고 싶은 책이 나올 때마다 바로 사기보다는 웬만하면 두고 보는 편이라서 이 책도 그러다가 지금에 이르렀답니다. 마침내 읽게 되어 뒤늦게 리뷰를 올리게 되었지만 그래도 읽는 동안 참 좋았습니다.
책세상님도 새해 몸과 마음 두루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요란요란 푸른아파트 문지아이들 96
김려령 지음, 신민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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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리 가족이 살았던 아파트 생각이 났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아파트의 3층, 열 평을 겨우 넘는 방 두 개 짜리 아파트. 지은지 오래 되어 재개발 때문에 지금은 값이 엄청 뛰었다지만 우린 그때 월세로 살았으니 값이 뛴 것과 별 상관은 없다. 나중에 그 집에서 이사 나오고도 출근할때면 그 곳을 지나쳐야 했는데, 가끔 그 옆의 차도에서 신호가 걸려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살던 아파트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노라면, 겉으로 표시는 안했어도 낡고 좁은 아파트라고 사는 동안 내심 창피하게 여겼던 것이 참 미안하고 부끄러워지곤 했었다. 더 아끼고 소중하게 지내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마음 속으로 혼잣말도 해보던 일이 생각났다.
김려령의 이 이야기에서는 지은지 40년이 된 아파트들이 말을 한다. 자기 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뽐내기도 하며 서로 장난도 치면서, 건물들이 마치 사람처럼 말을 하고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 기동이를 어느 날 엄마 아빠는 이 아파트, 푸른 아파트 2동에 폐휴지를 모아 파시며 혼자 사시는 할머니에게 맡겨 놓고 간다. 형편이 나아지면 데리러 오겠다면서.  
새로 들어간 학교, 새로운 친구들에 그럭 저럭 적응하며 지내지만 할머니는 하루 종일 집에 안계시고 학원에도 안다니는 기동이는 취미인 만화그리는 시간 외에는 심심하기만 하다. 그러던 중 같은 아파트의 단아라는 여자 친구, 그리고 만화가 아저씨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는데.
어느 잠 안오던 밤, "잠이 안와?" 하고 아파트가 말을 걸어오는 것에 저자는 울컥 눈물이 났고, 그 때 이 동화를 썼다고 한다. 아파트가 말을 하는 설정에 대해서는 역시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는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저자가 가마솥 뚜껑을 쾅 닫으면 "살살해라, 걔, 아푸겄다.", 밥 한공기를 다 먹도록 손도 안댄 반찬에 대해서는 "지도 반찬이라고 상에 올랐는데 그렇게 손 안대믄 운다. 한번 먹어주라." 고 하셨다는 할머니. 생명이 있는 것도 점차 물질적으로 보아가는 요즘. 생명이 없는 것에도 이렇게 배려를 해주던 마음은 다 어디로 갔을까.
푸른 아파트가 결국 재개발에 들어가게 되어 모두 이사를 떠나는 날, 서운해하는 마음으로 자꾸 뒤돌아보는 기동이의 마음을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대신하고 있다.
'5층 녹슨 베란다 선반이 끼극끼극거렸다. 그리고 바닥으로 뚝...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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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2-30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저린 얘기군요..

날이 일찍 지는, 요즘의 시간에는 더더욱 이런 느낌의 기억들이 많이 떠오르네요.
내년 봄 지금 있는 곳에서 떠날 생각인데 그때가 되면 오늘 이시간, 읽고 있는 이 모습이 생각날듯 합니다~

hnine 2009-12-30 18:21   좋아요 0 | URL
이사를 앞두고 있으시군요.
저도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이사를 참 많이 다녔네요.
어디에 살든 떠난 후가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좀 더 애착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09-12-3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표지만보면 신나는 이야기가 있을것 같이 보이는데...

hnine 2009-12-31 08:06   좋아요 0 | URL
그렇게 어두운 이야기는 아니어요. 오히려 유머스런 감각이 살아있어 상황을 비관스럽지 않게 끌어나가고 있고 해피 엔딩이니까요. 김려령 작품을 찾아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된 동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