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눈 - 힘찬문고 20
우리교육 / 2000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어른이 되어서도 역사동화를 읽는 것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일부러 역사책을 찾아 읽는 것보다 쉽고 재미있고 나도 모르게 그 시대를 상상하는 시간을 갖게 되니 더 실감도 나고 말이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들어서는 과정은 책, 영화를 통해서 많이 접해보았는데 이 책은 호주라는 대륙을 배경으로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인들의 이주가 이루어지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백인들이 쏘아댄, 귀가 찢기는 듯한 총소리와 함께 사랑하는 가족들을 전부 잃게 된 아이 '구답'. 모두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구답보다 더 어린 사촌 여동생 '유당'이 살아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날 부터 두 어린 꼬마들이 살길을 찾아나간다. 사냥, 불피우기, 거주지 이동 방법 등등 아직 부모의 보살핌 속에 자라며 배워나가야 할 것들이 많은 어린 아이들 둘이서 백인의 눈길을 피해서, 다른 부족들의 눈치밥을 받아가며 버티어 나가는 모습이 눈물겹다. 혹시 아이들이라면 읽으면서 많이 놀라지나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총에 맞아 죽는 장면들이 얼마나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던지. 피가 솟구치고, 가슴에 뻥 구멍이 뚫리고, 살조각이 튀어나가는 총격 장면이 여러 군데서 나온다. 원주민들 앞에서 백인들이 유세를 떨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라면 그들이 어떤 특별한 능력이나 기술을 가진 인간들이어서가 아니다. 바로 이 총질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짐승을 사냥하는데 사용하는 총을 사람에게, 그저 자기 땅에서 창과 화살로 사냥을 해서 먹고 사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거리낌없이 쏘아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총이란 물건을 들어본 적도, 구경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 구답은 숨어서 관찰하며 그것이 한번 불을 뿜으려면 백인들이 그것에 마법을 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낸다. 즉, 총에 장전을 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구답은 원주민들의 창으로 백인들을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는 그 틈이라는 정보를 이웃 부족에게 제공하기도한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밤에는 추위에 떨고, 배고픔에 지치고, 물 한방울 마시지 못하는 나날들, 그리고 무엇보다 외로움으로 기력이 다 해가는 아이들은 그래도 끝까지 간다.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못난 어른들처럼 지례 포기하는 일은 없다. 가족들을 모두 잃고도 외로움과 슬픔이 삶에 대한 의지를 잠식하게 두지 않는다.
제목 '독수리의 눈 (Eye of the Eagle)'은 어떤 사물이나 장면을 자세히 관찰하고 기억하는 주인공 구답을 일컫기도 하고, 구답의 강한 의지력과 용기를 상징하기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원서에는 어떻게 되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번역본인 이 책의 삽화는 우리 나라 그림 작가 심우진이 그렸다고 되어있는데, 굵고 단순화된 강렬한 선이 판화를 연상케하는, 글의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삽화였다.
아이들로 하여금 '원주민'이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그 옛날 이들이 보여준 꿋꿋함과 용기를 배우게 되는 계기를 주게 될 책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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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0-01-11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지지 않는 노래'와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찜합니다~.

hnine 2010-01-11 12:20   좋아요 0 | URL
'사라지지 않는 노래'를 저도 수첩에 메모해놓았습니다 ^^

순오기 2010-01-11 14:28   좋아요 0 | URL
사라지지 않는 노래가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되길 간절히 바랐건만...ㅜㅜ
그림책 '시애틀 추장'도 같은 맥락의 도서로 추천해요.
우리 막내는 초등2학년인가 3학년 때 독수리의 눈을 읽었는데 지금도 기억해요. 아이들은 강하게 커야 한다고 강조하던 엄마 말과 더불어...

hnine 2010-01-11 14:34   좋아요 0 | URL
책세상님 말씀 듣고 검색해보다가 순오기님께서 저자 배봉기님과 함께 한 사진과 페이퍼도 보았어요. 꼭 읽고 싶은 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

순오기 2010-01-12 16:24   좋아요 0 | URL
작년에 중학교독서회에서 배봉기 작가님 초청하려다 최규석씨로 바꾸었어요.^^
배봉기 교수님은 곁에 계시니 어느 때라도 초청할 수 있겠지만,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됐으면 학생들한테도 먹혔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워요.

같은하늘 2010-01-12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쉽고 재미나게~~~ ㅎㅎ 저 같은 사람도 동화로 봐야합니다.^^

hnine 2010-01-12 06:17   좋아요 0 | URL
어제 읽은 '아, 호동왕자'도 재미있었어요. 마치 TV드라마를 보는 기분이었답니다. 혹시 안 읽으셨으면 그 책도 권해드려요^^

딸기 2010-01-12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끼울타리도 비슷한 종류인데, 독수리의 눈이 더 치열하고 재미났어요.

hnine 2010-01-12 06:17   좋아요 0 | URL
'독수리의 눈'을 읽으신 분들이 많으시네요. '토끼울타리'도 메모해놓습니다 ^

꽃임이네 2010-01-12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 읽었는데 사서 봐야 겠네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

hnine 2010-01-13 02:25   좋아요 0 | URL
'태양의 전사'를 한번 읽고 나니 비슷한 부류의 책을 계속 찾아 읽게 되네요.
이 책도 재미있어요.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