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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urrendered (Paperback)
Chang-Rae Lee 지음 / Riverhead Books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이 창래’ 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십여 년 전 영국의 한 대학 서점에서였다. 신간 진열대에 다른 책들과 함께 놓여 있던 책은 <A Gesture Life> 였는데, 영어로 쓰여 있는 표지의 저자 이름이 언뜻 보기에도 시각적으로 달라보였기 때문이었을까? 혹시 한국인이 아닐까 싶어 책장을 들춰 보았더니 한국에서 태어나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이민을 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지내고 있는 작가라는 것이다. 신간이니 물론 하드 커버였고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망설임 없이 그 책을 구입하여 읽었었다.
최근에 발간된 그의 책 <The Surrendered> 표지를 읽는 동안 자주 들여다 보았다. 어두운 바탕에 하얀 손. 그 위로 떨어지는 물줄기. 무슨 의미일까?
전체 19장으로 되어 있는 중 첫 장의 배경은 1950년 한국이다. 이제 열한 살 된 여자 아이 June이 쌍둥이 여동생 희순, 남동생 지영을 데리고 부산으로 가는 피난 열차에 타고 있는 장면이다. 폭격으로 엄마와 언니를 잃고, 아빠와 오빠는 그 전에 이미 군인들에게 끌려갔다. 발 디딜 틈 없는 피난 열차에서 결국 떨어지고 정신이 들어보니 여동생은 이미 죽어 있고, 남동생은 다리 한쪽을 잃고 출혈이 심해 죽어가고 있는 중. June은 이미 가망이 없음을 알고 뒤돌아 혼자 막 떠나려 하는 피난 열차에 다시 오른다. 죽은, 그리고 죽어가는 동생들을 뒤로 하고 다시 열차에 오르는 June은 이후로 한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위암 말기로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이런 배경을 두고 다음 장의 배경은 1986년 뉴욕, 전쟁 후 36년이 지난 시점이다. 남편이 죽기 전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가구점과 집을 팔고 이사 준비를 하는 June. 그의 아들은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 후 행방이 묘연한 채 더 이상 연락이 안 되고 있고, June은 사람을 고용하여 아들의 행방과 함께 Hector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보도록 시킨다. Hector란 남자는 전쟁 당시 사흘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그대로 두면 죽을 수도 있던 그녀를 발견하여 고아원까지 데려다 준 사람이다. 
이 Hector 는 어떤 사람인가? 불구였던 아버지를 취한 상태로 술집에 혼자 두고 나와 옳지 못한 짓을 하고 있는 동안 아들을 기다리다 혼자 집으로 돌아오던 술 취한 아버지가 물에 빠져 죽는 일이 일어나자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여 한국 전쟁에 참전하기로 한다. 전쟁 중, 한국인 출신으로 보이는 중공군 소년병 포로를 처리하라는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포감에 질린 소년병이 스스로 수류탄을 터뜨려 죽음을 택하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그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한국에 남아 전쟁고아들을 거두어 보살피는 고아원에서 잡역일을 하며 머무르게 되는데 그 고아원을 찾아가는 길에 굶주림에 죽어가는 June을 발견하여 함께 고아원으로 데리고 가게 되었던 것이다. 고아원을 책임지고 있는 미국인 목사의 부인 Sylvie는 잡역부로 일하는 Hector에게 관심과 호의를 보이고, June은 고아원의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공격적이고 과격한 행동만을 일삼는다. 이런 June과 목사 부인 Sylvie, 그리고 Hector사이에 미묘하고 뒤틀린 관계가 형성되어 가며 이야기가 전개되어 간다.
June의 고아원에서의 어린 시절과 현재, Hector의 과거와 현재, Sylvie의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등장함으로써 그들의 현재가 있기까지의 얽히고설킨 슬픈 과거가 매우 조직적이고 흥미 있게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 과거의 경험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가. 부모 형제를 졸지에 잃고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되어 극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June의 그 후의 생, 자기의 과거 잘못으로 인하여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전쟁에 참여하여 다른 사람의 목숨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경험을 하고 나온 Hector의 이후의 삶, 선교사로 일하는 부모를 따라 일찍이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살던 어린 Sylvie가 중국에서 일본군에 의해 처참한 모습으로 부모가 죽임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난 후의 정신적 트라우마로, 목숨은 붙어 있지만 그 시점으로부터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사는 삶. 과거의 치명적인 경험은 개인의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거의 잠식해버리지 않는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서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 June은 Hector를 수소문하여 찾아내 함께 그들의 아들이 떠난 이탈리아로 가서, 아들을 찾아내어 다 함께 Solferino로 가는 것이 소원이다.
끝내 아들은 함께하지 못한 채 Hector와 함께 그곳으로의 긴 여정을 끝마쳤을 때 June은 거의 죽어가고 있었고 혼자 일어설 수도 없는 상태에서 처연하게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이 마지막 부분이 어찌나 조용하면서도 참담하던지 447쪽 부터는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장 까지 계속 울면서 읽었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이처럼 슬프고 처참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들 앞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많은 경우들을 겪으며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달라지고 망가져갈 수 있는지, 작가는 낮은 소리로, 하지만 무겁고 진지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먼 나라까지 힘들게 찾아와 원하던 장소에 와서 죽음을 맞이하지만, 아들이 옆에 없는 것을 끝내 아쉬워하며 June이 눈을 감는 것에 이어 마지막 장면은 다시 이 책의 시작 부분에 소개되었던 장면, 즉 피난 열차에서 떨어져 죽어가는 동생을 두고 혼자 다시 열차에 올라타는 열한 살 소녀 June으로 맺고 있다.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무슨 영화를 보고 난 후처럼, 책 속의 몇 몇 장면들이 영상처럼 자꾸 머리에 떠올랐다. 대체로 비극적이고 가슴 아리는 장면들이.

정말 그런가보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고통, 원하는 대로 가지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을 때 소설이 탄생한다는, 작가의 인터뷰 중 그가 한 그 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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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22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군요. 요즘 이민작가들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Native Speaker의 문학적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 것이었는지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했었더랬어요. 그 데뷔작의 힘을 믿고서 지금도 이창래를 찾는 것이겠지요. 저도 어서 읽어야 할텐데요..

hnine 2010-07-22 01:28   좋아요 0 | URL
Native speaker는 그것대로 좋았는데 이 책도 참 무겁고 진지하군요.
행여 삶을 가볍고 만만하게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작가가 경종을 울리는 것 같은 내용이어요. 언제고 꼭 읽어주세요...

상미 2010-07-22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 날 말한 책인거니?
저자의 색다른 이력덕에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지. 책은 물론 안읽고....
이렇게 늦게까지 안자고 새벽엔 일찍 일어나는거니??

hnine 2010-07-22 01:30   좋아요 0 | URL
맞아. 며칠 전에 다 읽고서 리뷰는 오늘에서야 썼어. 더워서 잠도 안오고 하길래.

stella.K 2010-07-2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올핸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어서 그런지
이쪽에 대한 조명이 활발한 것 같습니다. 드라마도 그렇고.
이창래는 워낙 유명해서 알고는 있습니다만,
선듯 손이 가지 않는 작갑니다. 만만해서라기 보단 너무 잘나서...
번역돼서 나오면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전 영어랑은 도무지 안 친해서...ㅜ

hnine 2010-07-22 17:44   좋아요 0 | URL
하하...너무 잘 나서 ^^
번역되어 나오면 저도 한번 더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제가 제대로 읽었는지도 볼겸해서...^^

pjy 2010-07-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맘 아픈 이야기네요....막 리뷰보면서도 감정이입되는데 진짜 보면 울겠군요,,근데 번역본은 없나요?

hnine 2010-07-22 17:53   좋아요 0 | URL
더 자세히 쓰고 싶었는데 spolier가될까봐 간략하게만 적었어요.
죽음을 눈 앞에 두고 걸음도 제대로 못걸으며 그나마 간신히 하는 말들이 계속 미안하다, 나를 용서해라, 고마왔다...그런 말들이더군요.
그리고 이 작가 스타일이 무엇을 탁 드러내놓고 표현을 안해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어요. 이 책이 올해 봄에 나왔으니 번역본도 곧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0-07-2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분의 글들을 읽으면 심기가 불편해요~
다른 이들의 소설이 삶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고통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이 분의 글들은 삶 속에서 일어나는 고통을 곧이곧대로 직시하게 해요~
데니스 루헤인이랑은 또 다른 의미로,가슴을 먹먹하게도 단단하게도 만드는 분이예요~

hnine 2010-07-22 17:57   좋아요 0 | URL
A Gesture Life 나 Native Speaker보다 스케일이 크고 인물들이 더 복잡하게 얽혀있어요. 한국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이긴 하지만 저희가 그랬듯이 아버지로부터 어릴 때부터 전쟁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고, 이 소설을 쓰다가 문득 그 얘기를 소설의 서곡 (overture)으로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났다고 하더군요.
앞으로 지켜보고 싶은 작가 중 한 사람이어요.

2010-07-23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3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3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환절기 우리문고 11
박정애 지음 / 우리교육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1970년 경상북도 시골 마을 초가삼간에서 태어났단다. 초등학교 2학년때 대구로 나와서 겪은 문화적 충격으로 인하여 자신의 세계로, 소설의 세계로 숨어들게 되었다는 작가의 인상은 소박하기만 하다.
소설 속의 주인공 수경은 할머니와 여동생 수향이와 함께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 할머니의 죽음이 소설의 시작이다. 당장 갈 곳이 없게 된 자매가 이후로 기거하게 된 곳은 옛날에 수경의 아버지를 사모했으나 인연을 맺지 못했다는 목선이 아주머니네 식당이다. 식당 일을 거들며 수경이는 방송통신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나름대로 배움의 길을 계속해나가려 야무진 계획을 세우지만 이들 자매 앞에 펼쳐지는 일들은 어린 자매를 충격과 슬픔으로 몰아가고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일제 시대 수경의 할머니와 함께 위안부 생활을 하며 고생하던 봉선 할머니는 수경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수경이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고자 편지를 주고 받게 되는데, 그 편지를 통해 봉선 할머니는수경이와 수향이 어떻게 할머니의 손녀가 될 수 있었는지, 처녀 적에 애기라고 불리던 수경의 할머니가 어떤 기막힌 일생을 살아왔는지 자세하게 다 풀어놓는다. 열 몇 살의 어린 나이에, 하루에도 수십 명의 일본군을 받아야 했던 시절, 그러다 아이가 들어서게 되면 바로 낙태 수술을 시켜버리든가 그 전까지는 계속 군인을 받게 종용했던 치가 떨리고 차라리 죽고 싶었던 그 시간들을 겪어내었던 여자들. 그녀들의 몸은 또 하나의 전쟁터였다면서 그래도 내 몸뚱이니까 소중한 것이었고 일어서야 했다고 용기를 주면서.
수경은 어미 아비로부터 버림받았다고, 할머니마저 돌아가셔서 고아가 되었다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포자기했던가? 할머니가 살아계신 동안 비록 생활보조금을 받으며 어렵게 살았을망정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지냈던 덕일까. 방송통신학교에 진학하고, 졸업 후 여행사에 취직할 꿈을 가지고 영어회화 그룹에도 참여하는 등 열심히 살아가는, 구김 없는 아이였건만, 수경과 수향 자매에게 일어난 일은, 여자의 몸뚱이가 전쟁터가 되어야 했던 할머니 시대의 일들이 되풀이 됨에 다를 바가 없었다. 
실제 만난 적은 없어도 늘 편지로 힘이 되어주던 봉선 할머니 마저 혼자서 쓸쓸히 눈을 감고, 써놓고 부치지 못한 할머니의 마지막 편지에 대해 수경 역시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것으로 맺는다.
...환절기는 지나가는 거죠? 이 시절을 잘 앓고 지나면 저는 조금 더 강해지는 거죠? 새로운 계절은 오는 거죠? ... (마지막 쪽)
이 구절에 왜 자꾸 눈길이 머무는지. 앓고서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해지고, 새로운 계절이 온다는 이 구절이.
살면서 환절기는 언제고 올 수 있을 테고, 그때 저 말이 힘이 되어줄 것 같은 기대때문일까? 
저자의 말대로 삶은 언제고 살아남은 자의 것이라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한다는 다짐으로서일까? 
그래서 굳이 이 소설을 해피 엔딩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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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7-17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경 할머니의 삶은 정말 '견디는' 것이었네요.
삶의 고통을 '환절기'로 생각하면 더 강해지고 새로운 계절을 맞는 거니까... 해피 엔딩!

hnine 2010-07-17 05:59   좋아요 0 | URL
외람된 말이지만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며 드는 생각은,
무슨 대단한 업적을 이루는 것보다
이렇게 견디며 사는 것,
내치지 않고 그래도 부둥켜 않고 견디며 사는 것,
그건거 같아요 삶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이요.

같은하늘 2010-07-20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파란 글씨에 자꾸 눈길이 멈춰지네요.
 
우리 집에 직박구리가 왔어요 김미혜의 자연 이야기 2
김미혜 지음, 이광익 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8년 5월
구판절판


오늘 도서관에 갔다가 발견한 책이다. <우리 집에 직박구리가 왔어요>
'직박구리'가 새 이름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이 단순히 그 새를 소개하고 싶어서 쓰여진 책일까?




표지를 넘기니 나뭇잎 도장 무늬가 이렇게 예쁘게 안 그림으로 그려있고.




'자연은 나의 어머니입니다' 라는 저자의 머리말에 이어 시작되는 쐐기 이야기, 그리고 초롱꽃 이야기.
초롱꽃은 요즘 많이 볼수 있는 꽃인데 나는 한번도 왜 이 꽃은 아래를 향해 피어있을까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
저자의 상상과 추측을 한번 읽어보시길.




나도 무를 쓰고서 남은 부분을 부엌 한켠에 물에 잠기게 세워두어 이렇게 보라색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 신기해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 그것을 '장다리꽃'이라고 부르네?




안그래도 어제 집에 들어오다가 집 앞 감나무에 조그맣게 감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는데, 감꽃을 가지고 이렇게 목걸이 만드는 것이 소개되어 있다. 나도 따라해보려고 당장 집 밖으로 나가 땅을 살펴보았더니 초록색의 꽃받침만 떨어져있다. 그것이라도 주워들고왔다.







맞아, 산딸나무였어!
며칠 전 어느 분 서재에서 이 나무의 꽃 사진을 보고서 이름이 떠오를듯 안떠올라 안타까웠는데 마침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제목이 '산딸나무의 거짓말'
왜 거짓말이라고 했을까? 나는 제목을 보고 바로 짐작을 했지만.




사실 이 책의 머리말부터 마음이 찡했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설날 아침, 차례상을 준비하는데 아파트 창가에 들리는 새소리, 바로 직박구리였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새가 먹을 수 있게 사과를 썰어 창밖에 놓아준 모습이다. 이것만으로도 감동적인데 다음 페이지를 넘겨 보면 이보다 더 하다.



바로 이것.



새나 나무, 곤충이 말하는 부분은 글씨체가 다르게 쓰여져 있다.
사과 꼬치를 먹는 새. 옆에는 물도 담아 놓아주었네.




사과로는 질릴까봐 메뉴를 바꾸어 바나나 꼬치.
이런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살아있는 생명체를 바라보는 마음이란.
뒷페이지에는 더 사랑스런 메뉴도 나온다.




집에 날아든 새를 보고 몇년 전 세상을 떠나신 아빠를, 그리고 남편을 떠올리고 반가와하면서도, 자연은 나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그 품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한 날들이기에 감사드린다는 저자의 마음이 곱기만 하다.

'생물학'에 관심있는 누군가 나에게 읽어볼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알고 있는 전문적인 책들과 함께 이런 책 몇 권도 찔러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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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6-23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박구리란 새가 무슨 새일까요? 궁금해 지는군요.좀 생소한 이름의 새 같은데 우리 주변에 흔히 보는 새 같지는 않네요^^

hnine 2010-06-23 20:49   좋아요 0 | URL
조~기 사진에 보이는 새요. 사과 옆에 앉아 있는 ^^

여울 2010-06-2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녀석이 목련 꽃잎도 먹는다죠. ㅎㅎ

hnine 2010-06-24 13:17   좋아요 0 | URL
와, 목련 꽃 먹는 직박구리 보고 싶네요. 사진으로도 찍을 수 있으면 더 좋고요.

하늘바람 2010-06-2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감꽃 목걸이 사진 찾고 있었어요 와
넘 근사하군요

하늘바람 2010-06-2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이미지 바꾸셨네요^^

hnine 2010-06-24 13:29   좋아요 0 | URL
감꽃 목걸이 사진이 필요하셨었군요. 제 서재에서 찾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저는 감꽃이 언제 피었는지도 몰랐었다는 것을 알고 어제 실망했었답니다. 찾아보니 이 작가의 어린이책들이 꽤 있더군요.
서재 이미지는 다린이 작품입니다 ^^

같은하늘 2010-06-2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는 책이네요. 도서관에 가서 찾아봐야겠어요.

hnine 2010-06-24 17:58   좋아요 0 | URL
오늘 같은하늘님 누에 페이퍼 읽으면서 이 책 권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아마 좋아하실걸요 ^^
 
나의 그녀 반올림 4
이경화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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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화 작가의 이 책은 30대 논술 과외 여선생님을 좋아하는 십대의 남학생의 이야기이다.
제목이 평범한 것에 비해 책 속의 소제목들이 오히려 눈길을 잡는다. '처음엔 그녀도 어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은 대개 뭔가에 미쳐 있다', '사랑은 쉬었다 가는 게 아니야', '내가 선생님 사랑한다면 어쩌실 거예요?', '아이들 앞에서 보이는 어른들의 눈물은 가장 이기적인 행동', '세계는 젤리 같다던 그녀', '우울해질수록 그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야 한다', '내버려 두세요는 아빠의 전매 특허 대사', '항상 엔진을 켜둘께', '문제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아니야', '상상만 하는 건 재미없어' 등 소제목치고는 구체적이고 설명적이어서 책의 내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열여섯살의 주인공 준희의 학교 생활을 통해 우리 나라 청소년 남자 아이들의 요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누군가로부터 그런 이유로 소개받기도 한 책이지만 말이다.  
주인공 준희는 한평생 정해진 직장을 진득하게 다녀본 적이 없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늘 못마땅해했던 생전의 엄마를 보고 자라면서, 어른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없는 상태이지만 십대의 특성이기도 하듯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심성은 아직도 따뜻하다. 어딘가 선생님 같은 경계를 넘어서, 그리고 기존의 어른들이 보이는 뻔한 반응을 넘어서 독특하고 대범하게 대응해주는 여선생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준희가 그녀에게 품는 사랑의 감정과 접근 방법들이 순수하고 풋풋하다. 물론 이것은 그 나이를 훌쩍 지나온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경우이고 아마 당사자나 그 나이 또래에게는 위험한 장난으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연상의 선생님에 대한 연모의 정은 같은 반 친구이자, 함께 그 선생님으로부터 논술 과외를 받고 있는 친구 정아와의 관계가 새로이 발전해나가면서 점차 대상 전환이 이루어져 가고, 이렇게 되게 된 데에는 정아가 준희 자신도 모르고 있던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일깨워주면서 부터이다. 대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던 준희는 대학에 만화학과가 있다는 것을 정아로부터 듣게 된후 점차 대학에 대한 포부까지 생기기 시작한다.
사춘기, 혹은 청소년기. 그 시기를 별 갈등과 고민없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잘 보낼 수 있는 청소년이 몇이나 될까. 친구, 성적, 가정, 이 세가지 중 하나라도 걸릴 게 없는 그런 청소년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단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어차피 진통을 겪고 지나가야 할 문제들이고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한 문제들이라면 단번에 어떤 정답을 찾는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차라리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자기만의 세상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고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여기서는 '만화 그리기'가, 또 다른 책에서는 독서, 조각, 음악 등의 세계에 빠져 매일 부딪히는 문제들로부터 숨통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경우를 보았다.
눈 앞에 당면한 문제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 속에 침잠한 채 내내 의기소침 속에 보낸 것 같은 나의 청소년 시절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글의 내용이 큰 사건 없이 밋밋하게 흐르다 끝난다는 점, 사춘기 남학생의 감정이라면 순수하긴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제어되지 못한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을텐데 여기서는 지나치게 온순하게만 진행되고 아무 진통 없이 마무리 되어간다는 점 때문에 읽는 동안 크게 마음 불편할 일도 없는 대신 큰 감동이나 재미도 없었다는 점, 이것이 이 작품을 읽고 난 소감이자 아쉬웠던 점이다. 읽는 재미도 있으면서 작가의 의도도 분명히 드러나는, 그런 작품을 쓰기란 확실히 쉽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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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5-3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을 사랑하는 남학생의 이야기군요. 요즘 우리 아이를 보면 사춘기 시절을 어찌 지내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예요. -.-;;;

hnine 2010-06-01 04: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답니다. 제가 남자 아이들의 사춘기 과정에 대해 겪어 본 바가 없어어요. 한편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게 (^^)기다려지기도 해요.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강영숙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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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영. 숙.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래서 한번 듣고 지나칠 수도 있을 이름.
강원도 춘천 생. 1998년 서울신문 신춘 문예로 등단하여 2006년에는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런 소설가도 있었구나 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각종 문예지에 실렸던 그녀의 단편이 총 아홉 편 수록되어 있다.
그 중 첫 작품은 '친애하는 M씨 보세요' 로 시작하는, 내가 좋아하는 편지글  형식의 <스쿠터 활용법>. 이 중에 화자가 편지의 대상에게 하는 '난 정말 괜찮은 걸까요?' 라는 물음을 이 리뷰의 제목으로 삼았다.
어릴 때부터 피붙이보다 더 '믿는 구석'이 되어 주던 '그'에 대한 이야기, <안토니오 신부님>에서 '그'는 주인공 여자가 어릴 때에는 동네의 또래 친구였고 성장하여 신부로 사제 서품을 받은 후에는 친구로서, 여자가 인생의 바닥을 칠 때마다 옆에서 함께 해주어 온 사람이다. 주인공 여자가 화자가 되어 그를 그리며 쓴 글인데 따뜻함과 쓸쓸함이 글 속에서 뚝뚝 묻어져 나온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이 작가의 글에 몰입되어가기 시작한 것 같다.
다음 작품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는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했는데, 바다를 쓰레기로 메워 만든 매립지에 덜렁 세워진 고층 아파트.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주인공 '령'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이라고는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그 아파트 한 채이다. 거기서 그녀는 매일 바다를 꿈꾼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그 자리의 이전 상태를 꿈꾸는 주인공. 즉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세계를 꿈꾸는 인물의 분열적 정서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감춰진 모습의 어느 한 자락을 엿보는 듯 하다. 이 주인공 이름이 다음 작품의 제목 <령>으로 다시 등장한다. 안풀리는 상황 속에서 삶을 버텨나가는 령은 어느 날 선거 유세장에서 대학때 친구 J를 오랜만에 재회하게 되어 반가와 하지만 그 만남이 바라는대로 계속 이어져가지 않게 되자 원망과 애증이 쌓여 마침내 그를 향해 칼을 찔러넣게 되는데, 칼을 찌른 대상은 J가 아니었고, 령은 곧바로 누군가에 의해 제지당한다는, 역시 우울하고 외로운 인간의 이야기이다.
다음 작품 <천변에 눕다>에 대거 등장하는 온갖 찌질한 인생들을 보며 이 소설, 왜 이리 슬프냐고 혼자 탄식하며 읽었다. 하지만 그런 페이소스 속에 유머가 살아있다면 상상이 되는가. 그야말로 '유머도 있어요, 페이소스도 있어요, 허무도 있어요, 그러면서 생명력이 있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 느낌. 이러면서 읽다 보면 어느 새 한 단편의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 있었다.
이혼 하고 딸 둘은 모두 장성한 60대의 나이의 여자가 딸의 소개로 맞선을 보는 이야기 <해안 없는 바다>의 시작은 이 여자가 혼자 가서 영정 사진을 찍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함과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시도하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인간은 자기도 모르는 내면 속에 끝까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한줄기 희망을 놓지 않고 산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남녀 직장 동료 사이의 독특한 관계를 그린 <K에게>의 두 주인공처럼 그렇게 엇갈린 인연들을 우리는 사는 동안 알게 모르게 많이 거쳐가고 겪었겠지.
우울이 실어증으로 나타난 주인공이 나오는 <갈색 눈물방울>에서 그 제목은 이웃에 사는 동남아 여자의 구질구질한 삶을 상징하고 있다.
죽은 가족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하여 음식을 차리고 회포를 나누듯이 그들과 못다한 얘기를, 때로는 언쟁을 하며 과거의 아픈 상처를 꺼내 보고 못다푼 한을 풀어보려 한다는, 독특한 구성의 <자이언트의 시대>를 마지막으로 이 책의 아홉 편의 글이 모두 끝이 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언덕을 넘으며 그것이 순간이든 아니면 영원으로 이어지든 우울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공통점으로 하고 있다. 표현에 감정이 넘쳐나지 않게 배제되어 있는 듯한 문장들, 체념과 비관과 우울이 전반적인 내용에 스며들어가 있으면서도 읽는 사람을 바닥까지 떨어뜨리지 않고 오히려 작가와 함께 대담해질 수 있게 하는 것은, 주인공들이 바로 삶에 대해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작가 역시 그런 자세로 삶을 보고 있는지도.
우울에 빠질지언정, 그래서 삶에 대한 환멸의 느낌을 가질지언정, 그 삶을 끌고 가는 오기와 생명력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기에 오히려 그래, 어디 끝까지 가보자는 마지막 카드를 손에 꼭 쥐고 살아나가게 하는 힘이 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작가 소개난에서 훑어 보며 어떤 작품을 더 읽어볼까 하고 있는 나는 아마도 또 언젠가 이 작가의 작품들을 시리즈로 계속 읽게 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참고로 이 책의 제목은 Mark Rothko의 그림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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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5-30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도 제목에 빨강이 들어가네요.
궁금한 책이네요

hnine 2010-05-30 08:56   좋아요 0 | URL
예, 얼마전에 읽은 편혜영 작가의 '재와 빨강'이 있었지요.
이 작가도 제가 찜했습니다 ^^

하늘바람 2010-05-3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찜을 받은 작가는 얼마나 좋을까요

hnine 2010-05-30 14:37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께도 찜할 준비 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