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녀 반올림 4
이경화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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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화 작가의 이 책은 30대 논술 과외 여선생님을 좋아하는 십대의 남학생의 이야기이다.
제목이 평범한 것에 비해 책 속의 소제목들이 오히려 눈길을 잡는다. '처음엔 그녀도 어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은 대개 뭔가에 미쳐 있다', '사랑은 쉬었다 가는 게 아니야', '내가 선생님 사랑한다면 어쩌실 거예요?', '아이들 앞에서 보이는 어른들의 눈물은 가장 이기적인 행동', '세계는 젤리 같다던 그녀', '우울해질수록 그렇지 않은 표정을 지어야 한다', '내버려 두세요는 아빠의 전매 특허 대사', '항상 엔진을 켜둘께', '문제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아니야', '상상만 하는 건 재미없어' 등 소제목치고는 구체적이고 설명적이어서 책의 내용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열여섯살의 주인공 준희의 학교 생활을 통해 우리 나라 청소년 남자 아이들의 요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 누군가로부터 그런 이유로 소개받기도 한 책이지만 말이다.  
주인공 준희는 한평생 정해진 직장을 진득하게 다녀본 적이 없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늘 못마땅해했던 생전의 엄마를 보고 자라면서, 어른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없는 상태이지만 십대의 특성이기도 하듯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심성은 아직도 따뜻하다. 어딘가 선생님 같은 경계를 넘어서, 그리고 기존의 어른들이 보이는 뻔한 반응을 넘어서 독특하고 대범하게 대응해주는 여선생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준희가 그녀에게 품는 사랑의 감정과 접근 방법들이 순수하고 풋풋하다. 물론 이것은 그 나이를 훌쩍 지나온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경우이고 아마 당사자나 그 나이 또래에게는 위험한 장난으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연상의 선생님에 대한 연모의 정은 같은 반 친구이자, 함께 그 선생님으로부터 논술 과외를 받고 있는 친구 정아와의 관계가 새로이 발전해나가면서 점차 대상 전환이 이루어져 가고, 이렇게 되게 된 데에는 정아가 준희 자신도 모르고 있던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일깨워주면서 부터이다. 대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던 준희는 대학에 만화학과가 있다는 것을 정아로부터 듣게 된후 점차 대학에 대한 포부까지 생기기 시작한다.
사춘기, 혹은 청소년기. 그 시기를 별 갈등과 고민없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잘 보낼 수 있는 청소년이 몇이나 될까. 친구, 성적, 가정, 이 세가지 중 하나라도 걸릴 게 없는 그런 청소년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단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어차피 진통을 겪고 지나가야 할 문제들이고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한 문제들이라면 단번에 어떤 정답을 찾는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차라리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자기만의 세상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고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여기서는 '만화 그리기'가, 또 다른 책에서는 독서, 조각, 음악 등의 세계에 빠져 매일 부딪히는 문제들로부터 숨통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경우를 보았다.
눈 앞에 당면한 문제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 속에 침잠한 채 내내 의기소침 속에 보낸 것 같은 나의 청소년 시절을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글의 내용이 큰 사건 없이 밋밋하게 흐르다 끝난다는 점, 사춘기 남학생의 감정이라면 순수하긴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제어되지 못한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을텐데 여기서는 지나치게 온순하게만 진행되고 아무 진통 없이 마무리 되어간다는 점 때문에 읽는 동안 크게 마음 불편할 일도 없는 대신 큰 감동이나 재미도 없었다는 점, 이것이 이 작품을 읽고 난 소감이자 아쉬웠던 점이다. 읽는 재미도 있으면서 작가의 의도도 분명히 드러나는, 그런 작품을 쓰기란 확실히 쉽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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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5-3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을 사랑하는 남학생의 이야기군요. 요즘 우리 아이를 보면 사춘기 시절을 어찌 지내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예요. -.-;;;

hnine 2010-06-01 04:5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답니다. 제가 남자 아이들의 사춘기 과정에 대해 겪어 본 바가 없어어요. 한편 그래서 더 흥미진진하게 (^^)기다려지기도 해요.